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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19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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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눈을 멀게 하는 것이었다.

모든 감각을 흐리게 만들어 착각의 늪에 빠뜨리는 마법 같은 힘이었다.

너보다 좋은 사람 만날 거야. 너 같은 거 다 잊을 거야!  엉엉 울며 허니 비가 분노와 슬픔을 동시에 쏟아내던 날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자만과 바람이 만들어낸 착각일 뿐이었다. 어쩌면 칼럼은 허니가 정말로 그럴 수 있기를, 부디 그래주기를 바랐을지도 몰랐다. 

허니 비는 결국 깨달아야만 했다. 동의 없이 시작한 감정은 마칠 때도 혼자서 정리해야 한다는 사실을. 그 과정은 모든 감정을 뒤집어 엎어서 하나하나 세심하게 분류해야 하는 고통을 수반했다.

왜 그를 사랑하게 되었는지부터 시작해서 결국 그가 왜 이곳에 없는지까지, 오롯이 혼자 감당해야 하는 마음의 숙제였다. 

가끔은 새벽에 칼럼이 집에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새벽에 들어와 다시 새벽에 떠났다. 하지만 결코 허니의 집 문턱을 넘지는 않았다.

그의 집 문에 렌트비를 요청하는 메모가 붙었다. 그 메모는 며칠이 지나자 바닥에 떨어져 곧 더러워졌다.

졸업 파티를 이틀 앞둔 어느 날 현관 앞에 박스 하나가 도착했다. 허니에게는 결코 배달될 일이 없는 고급스러운 포장이었다. 포장을 열자 와인빛 미니 드레스가 소중하게 싸여있었다.

허니는 한눈에 발신인을 알아챘다.

"..내가 언제 이런 거 사달랬어?"

나쁜 놈. 허니는 마음에 쏙 드는 그 옷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그가 여전히 보고싶었다.

드레스를 입고 거울에 비춰본 모습은 졸업 파티에 손색이 없었다. 눈물로 부르튼 얼굴만 빼고.











허니는 파트너 신청을 받았다.

앨런 존슨. 돈이 적당히 많은 집안에서 자란 공부도 곧잘 하는 남학생이었다. 잘 가꾸어진 꽃처럼 어디에 내놓아도 그 틈에 잘 스며드는 반듯한 아이. 손에 피를 묻혀본 적이라고는 다친 사람을 부축할 때밖에 없을 것 같은 아이.

동시에 허니는 피떡이 된 칼럼을 떠올렸다. 어디에 내놔도 거칠게 삐죽거리는 선인장 같은 사람.

파티는 재미가 없었다. 앨런은 안절부절 못하고 허니의 기분만 살폈다. 그가 준비해 온 농담이 벌써 동이 난 듯 싶었다. 앨런 때문이 아닌데 허니는 미안해졌다. 

"먹을래?"
 

앨런이 디저트바에서 가져온 수제 초콜릿을 포크에 꽂아 내밀었다. 허니는 입으로 조심스레 초콜릿을 베어 물었다. 혀 끝에서부터 달달한 감각이 퍼져나갔다. 허니는 이런 맛이 어떤 맛인지 잘 알았다.

돈의 맛. 한번이라도 맛 보면 절대 잊을 수 없는 맛. 싸구려 케이크만 먹다 처음으로 부드러운 우유 크림을 맛보았을 때 느꼈던 희열과 놀라움. 그리고 다시는 맛볼 수 없어서 느꼈던 절망까지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맛있어?"
"응."
"그럼 난 백개도 사줄 수 있어."

앨런이 웃으며 대답했다. 허니는 씁쓸해졌다. 

허니는 칼럼과 함께 먹었던 음식들을 떠올렸다. 텁텁한 밀가루 빵에 눅눅한 야채와 치즈, 인스턴트 프림과 설탕을 가득 넣은 싸구려 커피. 그리고 그 커피의 강력한 단 맛.

허니에게는 그런 풍경이 더 익숙했다. 허니는 지금에서야 그리움이 무엇인지 깨닫고 있었다. 

허니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졌다. 핑계를 찾기 위해 주위를 둘러보자 문 앞에 서 있는 앨리스가 보였다. 허니는 앨런에게 잠깐 앨리스와 이야기를 하고 오겠다며 문 쪽으로 걸어갔다. 

"뭐야. 허니. 여기서 나 좀 꺼내달라는 표정을 하고?"
"정확해."
"우리 나갈까?"

앨리스는 허니를 이끌고 문 밖으로 나갔다. 차가운 밤 공기가 상쾌하게 두 사람을 맞았다. 

"너 제임스랑 같이 온다고 하지 않았어?"
"사실 나 차였어." 

앨리스가 웃으며 대답했다. 차였는데 왜 웃지? 허니는 앨리스가 차인 충격으로 이성을 잃었다고 생각했다. 본인도 그래본 적이 있었으니까.

"오랫동안 좋아했잖아."
"맞아."
"근데 웃음이 나와?"
"응." 

이제야 마음을 접을 수 있으니까. 앨리스가 대답했다. 그 모습이 깃털처럼 가볍고 홀가분해보였다. 

"나는 후회 없어. 다 해봤거든."

허니는 그 순간 앨리스가 부러웠다. 동시에 끝맺지도 못한 관계를 질질 끌어 졸업 파티까지 망쳐버린 자신이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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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크리스마스."

다시 칼럼이 찾아온 건 크리스마스 이브의 자정이었다. 

또 얼굴에 멍과 상처를 달고 나타난 칼럼을 마주한 허니는 어이가 없어서 웃어야 하는지 울어야 하는지 고민했다. 그 와중에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고 반가워하는 자신의 모습에 화가 났다. 허니의 반응이 미적지근하자 칼럼은 머리를 긁적이며 멋쩍게 웃었다. 

"나 추워."

그는 한 겨울에 어울리지 않는 맨투맨 차림이었다. 

"집에 난방이 안 켜져."
"그동안 렌트비를 안냈으니까요."
"그러네."
"이불 없어요? 덮고 자요."
"없어."
"무슨 집에 이불도 없어요?"
"나 이불 안 덮고 자."
"그래서 어쩌게요."

재워 줘. 칼럼은 버려진 강아지같은 표정을 지었다. 그 당당한 요구에 허니는 실없이 웃음이 튀어나왔다. 

"우선 씻어요."

허니는 칼럼에게 수건을 내밀었다. 칼럼은 평소처럼 욕실로 들어갔다. 

그가 다시 돌아왔다. 온갖 상처와 멍을 달고. 

"먹어요."

허니는 묵묵히 그에게로 샌드위치를 밀어주었다.

"화났어?"
"아니요."
"말도 안하구."
"저 원래 말 없어요."

흐음. 칼럼이 등을 뒤로 기댄 채 입술을 씹었다. 

허니 집에는 이불이 하나였다. 그래서 칼럼은 침대 밑에서 이불 없이 제가 주었던 후드집업을 덮고 자야 했다. 하지만 칼럼은 만족스러웠다. 혼자보다는 둘이 나은 법이니까. 

"침대 밑에서 자요. 위로 올라올 생각하지 마요."

웅. 칼럼은 말을 잘 들었다. 새우처럼 쭈그려서 허니가 있는 쪽을 보고 누웠다. 

"여기 보지 말고 반대로 자요."

웅. 칼럼은 그대로 옆으로 돌아누웠다.

왜 말은 잘 들어서. 허니는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이 사람 나한테 공사치나? 내가 빼먹을 게 뭐가 있다고. 방을 둘러보아도 이곳에는 그가 가져갈 만한 게 없었다.

허니는 애꿎은 칼럼의 등만 노려보았다. 팔짱을 끼고 잔뜩 몸을 움츠린 그의 등이 떨리고 있었다. 

"올라와요. 대신 조용히 잠만 자요."

칼럼은 침대 위로 올라와 이불 속을 파고들었다. 찬 기운이 갑자기 덮쳐와 허니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허니는 벽 쪽으로 돌아누웠다. 그를 마주보고 잠에 들 자신이 없었다.

대신 칼럼의 숨소리가 귓가에 선명하게 들려왔다. 허니 비는 어느때보다도 절망스러웠다.  

"안 물어봐?"

허니가 뒤척거리자 칼럼이 물어왔다. 

"뭘요."
"그동안 나 뭐 했는지."
"잘 지낸다고 찾지 말라면서요."

아. 칼럼이 뱉은 말이 허공에서 맴돌았다.

"미안해."

허니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칼럼은 허니의 등에 대고 '미안' 손가락으로 글씨를 썼다.

하지마요. 허니가 등을 들썩였다. '진짜 미안.' 칼럼이 다시 글씨를 쓰고는 마침표 부분에서 톡톡톡 등을 두드렸다. 

이 순간 허니는 칼럼이 너무나 미운데도 그를 미워할 수가 없었다. 누가 보면 등신이라 욕하겠지만 그다운 장난스런 사과조차 기뻤다. 엉망진창이 된 그가 다시 돌아온 곳이 여기라는 사실이 잠시 그의 전부가 된 듯한 착각에 빠지게 했다. 

"드레스는 잘 입었어?"
"그런 거 사주면 풀릴 줄 알았어요?"

허니는 그 말에 고개를 돌려 칼럼과 마주 누웠다. 그리고 곧 후회했다. 그와 허니 사이의 거리가 지나치게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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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은 거 보고 싶었는데."

허니는 정신을 붙잡지 않으면 입에서 나도 보고싶었다는 말이 튀어나갈 것 같았다. 

"한번 입고 팔았어요. 나랑 안 어울려서."
"잘했어."

칼럼이 대답했다. 

"오빠 말고 다른 남자랑 놀아난 기분은?"
"놀기는 무슨. 같이 가기만 했는데."
"그것도 잘했어."

칼럼은 손가락으로 허니의 코를 톡 건드렸다. 

허니는 갑자기 부끄러워졌다. 시선을 내려 칼럼의 가슴께에 시선을 두었다.

"..잘래요."

허니는 일부러 눈을 감고 잠에 드는 척을 했다. 

"잘 자."

따뜻한 감촉이 허니의 이마에 닿았다 눈처럼 사라졌다. 놀란 허니 비가 눈을 뜨자, 한 쪽 팔을 벤 채 눈을 감고 있는 그가 보였다.

잠을 자고 일어나도 그는 그 모습 그대로일까.

더러운 집창촌은 계속 더러울 것이었고 이 구질구질한 플랫도 변함없이 구질구질하겠지만.

모든 게 지겨운 현실 속에서 칼럼도 그대로 있어주기를 빌었다. 

허니 비는 똑똑했기 때문에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지금이 첫사랑을 끝낼 타이밍이라고. 

 

"어떻게 끝장을 보는데?"
"확인해보면 되지. 그 사람이 같은 마음인지 아닌지."



허니는 숨을 깊게 들이켰고 칼럼의 입술에 짧게 키스했다.

"잘 자요."

그리고 이번에는 사라지지마요. 허니는 눈을 꼭 감았다.

1초가 1시간처럼 느리게 흘러갔다.

1초를 나누는 몇 단위까지 다 셀 수 있을 만큼.

얼마나 지났을까.

모범생. 칼럼이 허니를 불렀다. 허니는 조심스레 눈을 뜨고 그를 마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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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본 사이에"
"..."
"발랑 까졌네."

순식간에 그가 입술을 부딪혀왔다.

그는 상체를 세워서 한쪽 손으로는 허니의 볼을, 다른 손으로는 허니의 턱을 살살 쓸어내렸다. 그 손길이 남창의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부드럽고 조심스러웠다.

칼럼은 볼을 배회하던 엄지 손가락으로 허니의 아랫 입술을 문질러내렸다. 그러자 입술 사이로 틈이 살짝 벌어졌다. 그 사이로 그가 부드럽게 혀를 밀어넣었다. 허니가 숨이 막혀 입술을 떼려고 하면 칼럼은 더욱 그 사이를 파고들었다. 힘 빼. 괜찮아.  그가 이야기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모든 감각으로 느껴지는 현실에 허니는 눈물이 났다. 









칼럼너붕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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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20 03:2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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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보니까 맘에 쏙 드는 옷인 거 ㅠ 칼럼이 허니 비를 얼마나 신경쓰고 쳐다보고 지냈으면 사이즈도 스타일도 딱인 옷을 선물해주냐고 둘이 행복해 제발
[Code: fc9c]
2023.12.20 03:2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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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발 찾았다 내사랑 ㅜㅜㅠㅠㅜㅠㅠㅠㅠㅠㅠㅠㅠㅜㅜㅜㅜㅜㅠㅜㅜㅜㅜㅜㅜㅜㅠㅠㅠㅠㅜㅜㅠㅠㅠㅠㅠㅠ
[Code: 575a]
2023.12.20 04:20
ㅇㅇ
모바일
너무 행복해서 계속 입을 벌리고있었더니 입이 안다물어져요 헨헤 마흐터피흐해여 사랑해여 핺헤
[Code: 4426]
2023.12.20 04:5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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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나 울어ㅠㅜㅠㅠㅠ 진짜 미쳤다...ㅠㅠㅠㅠㅠ
[Code: 4081]
2023.12.21 08:0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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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데 좋고 행복하다ㅠㅠ
[Code: 1223]
2023.12.22 22:3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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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둘이 애 낳고 행복하게 사는거까지 보고 죽어야겠어ㅠㅠㅠㅠㅠㅠ
[Code: 489f]
2023.12.23 00:0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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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사랑해
[Code: aca8]
2023.12.23 07:5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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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ㅊ ㅠㅠㅠㅠ
[Code: 6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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