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https://hygall.com/589193268
(1-2) https://hygall.com/589524733
(1-3) https://hygall.com/589798362

(2-1) https://hygall.com/590094856
(2-2) https://hygall.com/590413703
(2-3) https://hygall.com/590727795
(2-4) https://hygall.com/591067579

(3-1) https://hygall.com/592305231




- 짹으로 번역 허락 받음. 작가님 개인적인 이야기는 지웠다.
- 현대 AU
- 의역 많음, 심각한 오역 및 맞춤법 지적 감사




a dark alley, a bad idea

Chapter 3






오비완은 발목이 낫자마자 카페를 다시 방문하기 시작했다. 그건 머릿속에 떠오른 더 나은 판단을 무시하는 동시에 블루먼탈이 알았으면 그동안의 상담이 아무 소용없었다고 좌절했을만한 결정이었다. 오비완은 새 원고를 다 쓸 때까지만 오더 66에 갈 거라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벌써 3분의 1정도 쓰인 소설을 완성하면 그대로 사라져서 오더 66보다 더 안전하고 나은 카페를 찾을 생각이었다. 자신이 앉은 테이블 근처를 아나킨이 지나갈 때마다 숨을 참을 필요가 없고, 아나킨이 손님들을 맞으며 매력적인 미소를 지을 때면 고개를 들어 확인해야하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는 카페 말이다. 만약에 아나킨이 미소로 대하지 않으면 손님은 메뉴에 없는 주문을 하겠다며 열띤 토론을 시작하기 때문에 오비완은 저런 아나킨을 이해하기는 했다.

만약에 이런 상황에 영향을 받지 않는 사람이 단 한명 있다면 그건 퀸란일 것이다. 그리고 이런 퀸란 역시 오비완이 챕터를 써내려가는 속도에 감동받은 상태였다.

아나킨과 마지막으로 대화를 나눈 다음에 오비완의 마음속에는 새로운 목적의식이 자라났다. 뭔지는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이 목적의식은 오비완이 더 많은 글을 쓰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동시에 오비완은 이상한 에로틱한 동성애적 이미지가 글 속에 나타나지 않도록 노력했다. 쓰다보니 이야기가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더 로맨틱한 쪽으로 기울어지기는 했지만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이 상황이 제법 웃기게 느껴질 뿐이었다.

그리고 그날, 퀸란은 오비완과 함께 오더 66에 앉아 소설에 로맨틱한 부분이 늘어났음을 지적했다. 사실 오비완은 비밀스럽고 신성한 집필 장소를 지키고 싶으니 오더 66말고 다른 곳에서 만나자고 퀸란을 만류했었다. 하지만 퀸란은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설득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었고 오비완은 나중에 점심을 사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냈으니 그렇게 손해 보는 선택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네 글에 로맨틱한 요소가 들어가기 시작한걸 보니까 좋네." 퀸란이 말했다. "네 독자들이 이런 부분을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좀 걱정되지만.... 어..... 약간 일탈로 느껴진달까."

"나보고 장르를 넘어서라고 계속 말해왔던 사람은 너잖아." 오비완이 풍자적으로 지적했다. "그래서 뭐가 더 낫다는 건데?"

"내가 그런 말을 하기는 했지. 하지만 너무 실험적으로 읽힐 수도 있어. 무슨 뜻인지 알겠지? 너는 지금 안전하고 예측 가능한 측면에 안주하는 동시에 혁신적인 면에 다리를 걸치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여."

오비완은 콧잔등을 짚었다. 퀸란에게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없었고 자본주의는 창작의 진정한 적이 틀림없다. "그렇게 보인다는 건 변화가 어느 정도 읽힌다는 뜻이잖아. 새로운 면이 생기긴 했지만 여전히 내 작품의 특징이 살아있다는 거지."

퀸란은 들여다보고 있던 노트북 화면을 오비완 쪽으로 돌렸다. "정확해. 이해했구나. 약간의 변주는 괜찮지만 급격하게 바꾸면 안 돼. 세상은 내 친구의 천재성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거든. 요즘 독자는 인내심이 없어서 웃긴 한 문장으로 요약되지 않는 소설은 안 읽는단 말이야. 로맨스 소설을 쓰려면 적어도 상대 등장인물은 호감이 가는 성격으로 창조해야 해."

퀸란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오비완을 바라보다가 전화벨이 울리자 자리를 뜨고 카페 밖으로 나갔다. 오비완은 화면을 노려보면서 떠오른 생각을 적어 넣고 퀸란이 준 피드백을 나중에 다시 읽도록 중요 표시를 해두었다. 물론 이미 엄청나게 많은 피드백과 단상들에게 중요 표시가 되어 있었고 대부분은 주인공이 우연히 사랑에 빠지게 되는 순간을 묘사할 방법에 대한 아이디어였다.

"저건 누구에요?" 아무런 인기척도 없이 테이블 옆으로 다가온 아나킨이 물었다.

오비완은 너무 놀란 나머지 마시던 커피를 거의 떨어트릴 뻔했다. "세상에! 아나킨! 언제부터 거기 서있었어요?"

"충분히 오랫동안이요." 아나킨은 팔짱을 끼면서 느긋하게 벽에 기대며 답했다. 그리고 창밖을 슬쩍 내다봤다. 그곳에는 거리가 보이지 않도록 몸으로 창문의 3분의 1을 가린 퀸란이 거칠게 손짓을 하면서 휴대폰에다 대고 언쟁을 벌이고 있었다.

"내 편집자에요." 아나킨의 시선을 따라간 오비완이 말했다. "놀랍겠지만 가까운 친구이기도 하고요." 아나킨의 얼굴에 떠있는 삐뚤어진 미소를 발견한 오비완은 의심스럽다는 듯이 눈을 가늘게 떴다. "왜 내 친구를 그런 식으로 보고 있나요?"

"별다른 이유는 없어요." 아나킨은 표정을 풀었지만 여전히 창밖을 노려보면서 퀸란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저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뭐 그런 비슷한 일을 하지는 않을 거예요." 오비완이 더 깊게 인상을 쓰자 아나킨이 덧붙였다. "저에 대한 믿음이 너무 얕은 거 아닌가요?"

"그 말을 듣기 전까지 나는 당신에게 퀸란을 해친다는 의도가 있을 거라고 생각조차 안 해봤어요.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나를 보러 왔나요? 아니면 내 친구를 위협하려는 목적으로 왔나요?"

"이제 농담도 할 줄 아시네요." 아나킨은 완전히 재미있어하는 표정으로 대답을 하더니 미소를 띤 채로 오비완의 어깨를 꽉 움켜쥐고는 카운터로 돌아갔다. 오비완은 이 행위가 일터에서 손님과의 관계에 관한 행동 수칙을 또 다시 어기는 거라고 확신했다. 아나킨은 오비완을 너무 자주 만졌다. 부적절한 곳을 만지지는 않았지만....... 기회가 있을 때마다 오비완의 몸에 손을 올렸고, 키스를 하고, 집까지 따라왔다. 물론 이 순서대로 하지는 않았지만 순서는 상관없었다. 문제는 아나킨이 노골적인 정도로 개인적인 공간이나 예의를 무시한다는 점이었다. 가게 사장과 손님 사이에는 지켜야하는 규칙이 있었지만 아나킨은 굳세게 그 규칙을 지키지 않았다.

테이블로 돌아온 퀸란은 오비완을 향해 즐거운 미소를 보내면서 맞은편 의자에 털썩 앉았다. "저 남자를 조금만 더 쳐다보면 저자의 엉덩이가 떨어지고 말걸." 퀸란은 아나킨을 향해 손짓을 하면서 말했다. 지금 아나킨은 엉덩이를 카운터에 기대어 아소카가 하는 말에 웃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커피를 거의 내뿜을 뻔 한 오비완은 퀸란을 노려봤다. 하지만 퀸란의 주장에 반박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반박할 수가 없으니까.

*

밤중에 혼자 집으로 걸어 돌아가는 건 보통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오비완은 누군가가 자신을 옥상에서 내려다보면서 따라오는 듯한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 오비완은 아나킨이 스토킹을 한다는 편집증에서 오는 망상이라고 스스로를 달랬다. 그리고 정말로 아나킨이 자신을 미행하더라도..... 글쎄........ 아나킨이 다른 남자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장면을 목격한  뒤로 꽤나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 오비완은 다친 곳 하나 없이 멀쩡하게 살아있었다. 그렇다면 여기에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

오비완은 위험에 빠져있지 않았다. 적어도 매번 다른 버스를 타고 집 근처에 내려서 두 눈을 부릅뜨고 빠르게 발걸음을 옮기니 괜찮을 것 같았다. 동네에서 사소한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는 뉴스가 매일 같이 들려오는 요즘에 주의를 더 기울인다고 나쁜 일이 생길 것 같지는 않았다. 체인점 카페가 연달아 생기고 레스토랑 바로 옆에 레스토랑이 생기기 전까지 이곳은 비교적 치안이 괜찮은 동네였다. 하지만 이제는 어딜 가도 처음 보는 사람이 보였다. 여행객, 그냥 돌아다니면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 개를 산책시키는 사람, 주머니 속 물건을 현금과 직거래하는 마약상 등등이 거리를 점령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날 날 밤, 오비완은 다른 날처럼 걸어서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고양이가 울부짖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이어서 들렸다. 아마 두 사건은 연관이 없을 테지만 오비완을 긴장되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하지만 오비완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텅 빈 거리에는 을씨년스러운 바람만 불고 있었다. 오비완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자신의 상상력을 탓했다. 길 건너편의 아파트 3층에 열린 창문이 눈에 들어왔다. 장식이 달린 주름진 커튼이 밤바람을 맞으며 휘날리고 있었다. 

오비완은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가 어깨에 손을 얹는 느낌이 들었다. 본능적으로 뒤로 돌면서 오비완은 그 자의 허를 찌르려고 주먹을 휘둘렀다. 하지만 반대로 자신의 팔을 붙잡아 뒤로 꺾어버리는 불청객에 대해서는 준비가 하나도 되어있지 않았다. 순식간에 오비완은 얼굴이 벽돌에 닿은 채로 벽에 눌리게 되었다. 아픔이 올라오는 뒤쪽으로 뒤틀린 팔은 내일 아침이 되면 멍이 올라올게 분명해보였다. 뺨이 거친 벽에 긁히는 게 느껴졌다.

순간 팔을 붙잡고 있던 손아귀에 힘이 빠지더니 어디서 들어본 듯한 목소리가 귓가에 내려앉았다. "정말로 나를 때리려고 했어요?" 동시에 장갑을 낀 손이 목소리와 함께 귀로 다가왔다. 귓바퀴를 따라 움직이는 손가락에 소름이 끼친 오비완은 저절로 부르르 떨리는 몸과 날카롭게 욱신거리는 좆을 느꼈다. 장갑을 낀 손은 조심스럽게 귀를 타고 내려가더니 턱을 지나 목에 튀어나온 울대뼈 주위를 스치다가 목을 단단히 움켜잡았다. 숨이 막힌 오비완은 움직일 수가 없었다. 뒤쪽에서 가벼우면서도 즐거운 듯한 비현실적인 웃음소리가 들려오더니 한쪽 무릎이 오비완의 허벅지 사이를 파고들면서 억지로 다리를 열었다. 코르덴바지와 청바지가 문질러지며 이끌어내는 아주 기분 좋은 느낌에 오비완은 거의 신음소리를 낼 뻔했다.

"착하게 굴면 놓아줄지도 몰라요, 오비완."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공포에 사로잡힌 오비완은 언젠가부터 힘이 빠져있는 남자의 손아귀에서 팔을 비틀어 빼내었다. 그리고 주먹을 들고 뒤로 도는 순간....

눈앞에는 아나킨이 서있었다.

이가 다 보일 정도로 활짝 웃으면서 의미심장하게 눈썹을 든 아나킨이 그곳에 있었다.

오비완은 어색하게 느껴지는 바지춤을 올려 옷차림을 바로하고 싶다는 욕망과 싸우며 자신의 뺨을 문지르고 턱을 주물러봤다. "아나킨! 세상에! 강도인줄 알았잖아요! 얼마나 놀랬다고요."

"하지만 당신한테는 훔칠만한 값어치가 있는 물건이 없는데요." 아나킨이 지적했다. "어.... 물질적으로 가치 있는 게 없으니까 당신에게 강도짓을 할 사람이 아무도 없을 거라는 말이에요. 이 점에 대해서는 저를 믿어도 좋아요."

그리고 아나킨은 모호하게 오비완의 코르덴바지를 향해 손짓을 했다. "제 말은.... 당신을 봐요."

"그게 무슨 뜻인가요?"

아나킨은 어깨를 으쓱했다. "저는 강도의 관점에서 말하는 거예요. 누가 위험을 감수하고 이런 바지를 입은 사람을 털려고 하겠어요. 하지만...... 만약에 제가 강도였으면 당신에게서 다른 것을 빼앗았을 거예요. 당신이 한 번도 상상해본 적이 없는 것...... 예를 들면......"

아나킨이 말을 이어가기 전에 오비완은 손을 들어 끼어들었다. "네, 그렇군요. 정말 훌륭한 통찰력이에요."

"그렇죠." 아나킨이 답했다. 그리고 그들은 잠시 동안 서로를 바라봤다. 아나킨은 어딘가 모르게 가쁜 숨을 내쉬고 있었다. 오비완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로 가는 길을 떠올리며 아나킨의 숨소리에서 도망칠 계획을 세웠다.

"네? 저를 집에 초대해주지 않을 생각이세요? 당신을 위한 선물을 가져왔는데도요?" 아나킨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왜 나에게 선물을 주는데요?"

아나킨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냥요." 아나킨은 몸을 구부리더니 눈높이를 맞추고 속눈썹 사이로 오비완을 올려다봤다. 하지만 아나킨의 눈동자 속에는 결코 믿을 수 없는 기만이 반짝이고 있어서 오비완은 몇 초 전까지 하고 있었던 목숨을 걸고 도망간다는 계획을 다시 고민해봤다. "초대해주세요. 그럼 당신을 위해 가져온 선물을 보여줄게요. 선물이 뭔지 알고 싶어서 죽을 지경이라는 거 다 알고 있어요."

오비완은 그 정도까지 보고 싶은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거절의 말 대신에 길고 괴로운 한숨을 내쉬었다. "알겠어요." 오비완은 메고 있던 메신저 가방을 아나킨에게 넘겨주었다. 아나킨은 그 가방을 잠시 응시하다가 어색하게 한쪽 어깨에 걸쳤다. "이 시간에 꼭 와야겠다면.... 지금 도대체 몇 시인가요? 저녁 먹을 시간이 훌쩍 지났잖아요. 어쨌든 지금 꼭 와야겠다면 쓸모 있는 일이라도 하세요.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서 계단으로 올라가야하니까 무릎이 예전 같지 않은 나 대신에 가방을 들어주면 고맙겠네요."

"네! 그 무릎은 나중에 보여줄 거죠?" 아나킨이 말했다.

"미안하지만 방금 뭐라고 말했나요?" 오비완이 혼란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앞장서라고 말했어요." 아나킨은 상어 같은 미소를 지으며 밝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오비완은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눈을 가늘게 뜨며 아나킨을 바라봤지만 날이 점점 추워지고 있어서 양 손을 문지르면서 아파트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

아나킨은 감상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아나킨과 같은 일을 하는 사람에게 감정이란 죽음을 의미했다. 아니면 군대 기지에서 며칠 동안 고문을 당한 뒤에 사막에다 버려져 죽음을 맞이하거나. 어쩌면 아나킨의 가장 큰 단점은 자신의 관심을 끈 사람이나 물체를 끈질길 정도로 뒤쫓으면서 집착하는 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나킨은 자신이 이 업계에서 최고가 된 이유가 그런 단점 덕분이라고 생각했다. 자기 손으로 자료 조사를 하는 것을 좋아하고 목표물의 일상 흐름에 녹아들어 자그마한 변화를 찾아내며 몰입하는데서 즐거움을 찾았다.

그 말은 가끔씩 목표물을 뒤쫓아 우체국이나 공원에 방문하거나, 뜬금없는 주말에 교외에서 열리는 농산물직송 시장에 간다는 뜻이었다. 아주 가끔씩 작은 도시에서 군중 속 한사람이 된 듯이 걸어 다니다 보면 매력적인 작은 우연에 의해 길에서 표적과 마주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아나킨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척 평범한 표정을 짓고 지나쳤다. 언제나 아나킨이 근처를 맴돌았음에도 목표물 중 누구도 점점 가까워지는 아나킨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러다가 마지막 순간에 아나킨의 그림자가 현관문에 드리워지고 나서야 목표물은 분에 찬 듯이 극적으로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나킨은 그런 표정이 웃기다고 생각했다.

최근에 아나킨은 그 소설가에게 집착하고 있었다. 물론 책임감 있게 세금을 내는 시민이라는 연기자로서의 역할에도 집요하게 달라붙어있기는 했지만. 오비완 케노비는 재미있는 중년의 남자였다. 아나킨이 멍청하게도 표적을 카페에 데려왔던 날에 오더 66으로 찾아온 남자가 오비완이었다.

편집증에 가까울 정도로 마주친 모든 사람의 뒤를 파내야 적성이 풀리는 본능적인 의심을 가진 아나킨은 그 뒤에 오비완을 따라갔다. 이 작가가 자신의 적들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고 카페에서 보여준 허점투성이의 행동이 작전의 일부였는지를 밝혀내고 싶었다. 그래서 아나킨은 오비완의 집을 샅샅이 뒤졌다. 하지만 모든 소지품은 평범했고 이상한건 발견되지 않았다. 물론 잠긴 옷장 깊숙한 곳에서 발견된 주먹만한 크기의 바이브레이터는 조금 특별했다. 처음에 아나킨이 그걸 발견했을 때 수제 폭탄으로 착각할 정도로 묵직한 제품이었다.

오비완의 거실 창문은 걱정이 될 정도로 쉽게 열렸다. 평생 동안 펜과 잉크와 책으로 둘러싸여 살아온 오비완의 아파트는 어수선했다. 하지만 이혼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고려해보면 집이 엉망인 이유가 어느 정도 설명되었다. 사실 이혼은 아주 많은 것을 설명해 주었다. 오비완은 아나킨의 플러팅을 거의 의식하지 못하고, 관심을 보이는 아나킨에게 당황한 듯이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던건 전부 이혼 때문이었던 것이다.

오비완의 전 아내가 찍힌 사진을 찾아낸 아나킨은 개인이 소유한 박물관 홈페이지에서 그 여자의 연락처를 찾아냈다. 그곳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하는 새틴 크레이즈는 아름답고 도도했으며 날렵한 몸매를 자랑했다. 이런 새틴의 특징은 오비완과 같이 범죄 소설을 쓰고, 일주일 중 5일 동안 코르덴바지를 입고, 18세기에나 쓰였던 감탄사와 이미 고어가 된 단어를 쓰는 사람과 조금도 어울리지 않았다.

그리고 아나킨은 오비완이 쓴 스릴러 소설책을 발견했다. 총기 사용 설명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본 적도 없는 사람으로서 아나킨의 취향에 비해 오비완의 책에는 글자가 너무 빽빽할 정도로 많이 쓰여 있었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내용은 진국이었다. 재미있는 동시에 어두우면서도 결코 물러서지 않는 이야기가 그곳에 펼쳐져있었다. 심지어 한 문장이 아나킨의 머릿속에 자리를 잡고 계속 저절로 반복되기도 했다. 그 문장은 리비아의 내전에 책임이 있는 인간의 배를 가르거나 좋아하는 셔츠에 묻은 핏자국에 흰 식초를 붓고 문지를 때 빌려 쓰고 싶을 정도로 멋졌다. 비록 오비완이 서술한 범죄 현장은 현실과 겨우 70%정도만 들어맞았지만 소설 속에서 살인을 제대로 묘사한 작가가 거의 없다는 걸 고려하면 나쁘지 않았다.

미스터리와 음모에 관련된 책은 항상 팔렸다. 하지만 사람들은 실제 범죄에는 지루하고 긴 밑그림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몰랐다. 가끔씩 아나킨은 며칠을, 심지어는 몇 주 동안 그저 표적 뒤를 쫓아다니기만 하면서 상대방의 습관과 일상생활을 기록하여 목표물을 철저하게 몰아넣을 수 있는 완벽한 기회를 찾아냈다. 이런 면에서 오비완은 아나킨에게 아주 많은 틈을 보여줬다. 완벽하게 예상 가능한 하루를 보내는 오비완은 새벽녘에 조깅을 하러 집에서 나서고, 카페에 가서 몇 시간동안 앉아 글을 썼다. 이 두 가지 일상을 보내지 않을 때는 특별히 하는 일 없이 공원에서 오리에게 밥을 주거나 말도 안 되는 가격이 매겨진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었다. 어쩌다 한 번씩은 혼자서 영화관에 가기는 했지만 영화가 상영되는 도중에 잠에 빠져들었고,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은 상담사를 찾아갔다. 아나킨은 상담소가 위치해있는 건물을 한 번 둘러보고 그 상담사의 전화번호를 알아냈다.

가능하다면 아나킨은 오비완과 거리를 두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가끔씩은 오비완에게 다가가고 있는 자신을 멈출 수가 없었다. 자신만의 작가적 세계에 단단히 둘러싸여 모퉁이 뒤에 잠복해 있는 진정한 위험을 알아차리지 못한 오비완을 지켜보는 건 재미있었다.

그리고 지금 오비완은 아나킨을 아파트로 데려가고 있었다. 아나킨은 지난 달 동안 오비완의 아파트에 있는 모든 가구 아래쪽을 들여다보고 서랍이란 서랍은 전부 열어보지 않았던 것처럼 그 뒤를 따라갔다. 안으로 들어선 아나킨은 적절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올라가있을 수 있는 모든 선반에 올라가있는 어수선한 작은 장식품을 손으로 쓸어보면서 주위를 둘러보는 척을 했다. 아나킨은 한 번도 오비완이 대충 사는 게으름뱅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오비완은 그저 이혼과 다가오는 마감 날 때문에 기진맥진해져서 스스로를 돌보지 못했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우산꽂이 뒤에는 먼지투성이 청소기가 숨어있었고, 소파 한편에는 빤지 얼마 안 된 깨끗한 옷더미가 개어지지 않은 채로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나무로 만들어진 커피 테이블 위에는 언젠가 머그잔이 그곳에 있었음을 보여주는 둥근 얼굴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고, 넌더리가 날 정도의 책들이 거실 이곳저곳에 뒹굴고 있었다. 창문턱에 올라가있는 책을 바라보며 구석에 쌓여있는 책 더미를 지나 오비완을 따라 부엌으로 향하자 싱크대 위의 선반에 놓인 양념통 사이에 꽂힌 책 몇 권이 보였다. 그리고 오비완은 물주전자를 불에 올리는 대신 샷 잔에 위스키를 부었다.

"저한테는 한모금도 안 주세요?" 아나킨은 팔짱을 끼고 벽에 기대어 오비완이 손에 쥐고 있는 병을 향해 목을 끄덕이며 물었다. 오비완은 한숨을 내쉬더니 아나킨에게 병을 건넸다. 하지만 여기에 술을 마시러 온 게 아닌 아나킨은 선물이 들어있는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 순간 오비완은 눈에 띄게 긴장을 하더니 다 보이는 몸짓으로 뒤편에 있는 날카로운 도구를 향해 팔을 뻗었다. 그러나 아나킨이 그들을 가로막고 있는 카운터 너머로 아나킨의 손바닥만한 포장이 된 상자를 던지자 오비완은 순식간에 긴장을 풀었다. 너무 쉽게 겁먹는 모습이 사랑스러울 정도였다.

"당신을 위한 선물을 가져왔다니까요. 진정해요. 당신을 해치려고 여기까지 온 게 아니에요."

"그럴 거라고 생각한 적 없는데요." 오비완이 거짓말을 했다.

그러자 아나킨은 몸을 슬쩍 틀어 오비완의 뒤편을 보란 듯이 바라봤다. 그곳에는 칼꽂이에서 겨우 몇 cm 떨어진 곳에 멈춰서있는 오비완의 손이 있었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오비완은 어울리게도 겁에 질려 있었다. 아나킨은 진심으로 즐거운 미소를 지으며 오비완을 살펴봤다. "칼로 손을 뻗는 걸 봤거든요. 정말 예의가 없으시네요." 아나킨은 천천히 카운터를 돌아 오비완을 싱크대 쪽으로 밀어붙이고는 오비완의 긴장한 허벅지 사이에 한쪽 무릎을 끼워 넣었다. 

가까웠다. 침을 삼키는 오비완의 목이 위아래로 움직이는 모습을 아나킨이 볼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웠다. 아나킨이 오비완쪽으로 손을 뻗는 순간 오비완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오비완의 등 뒤로 넘어간 아나킨의 손은 칼꽂이에 꽂혀 있는 가장 작은 칼을 뽑아냈다. 한쪽 면으로 칼을 돌리자 빛을 받아 번뜩이는 칼날에 미소를 띤 아나킨의 얼굴이 비쳤다. 아나킨은 칼끝을 오비완의 목에 튀어나온 울대뼈에 가져갔다. 오비완이 다시 침을 삼키자 위아래로 오르내리는 울대뼈를 따라 아나킨의 칼끝도 함께 움직였다. 오비완은 눈을 깜박이지 않았다. 아나킨도 마찬가지였다. 천천히 칼끝이 아래로 내려가자 두 사람의 시선이 칼날을 따라갔다. 아나킨은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오비완의 셔츠 앞섬으로 칼을 내렸다. 칼날이 첫 번째 단추에 걸렸다. 툭 소리와 함께 단추를 매달고 있던 실이 끊어졌다. 잘라낸 단추가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조그마한 톡톡 소리를 냈다. 아나킨은 멈추지 않았다. 두 번째, 세 번째 단추를 잘라내자 오비완의 숨소리가 귀에 들릴 정도로 불규칙적으로 변했다. 동시에 오비완의 무릎 사이에 들어가 있는 아나킨의 무릎에 호기심이 생기면서도 흥미로운 마찰이 뚜렷하게 느껴지자 아나킨은 칼을 멈췄다.

"지금 뭐 하는 겁니까." 오비완이 물었다. 오비완의 목소리에는 두려움보다 굴욕감이 더 많이 섞여있었다. 그 목소리는 아나킨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첫 번째 발걸음과도 같았다. 오비완이 두려움만 느낀다면 결국 두 사람의 경험은 엉망이 돼버릴 거니까. 특히나 오비완은 달갑지 않은 경험만 하게 될 것이 분명했다. 아나킨은 자신이 올바른 버튼을 누르면 오비완이 제 발로 자신에게 올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저 오비완의 아픈 부위를 전부 찌르고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반응을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뭘 하는 거 같은데요?" 아나킨이 네 번째 단추를 날리면서 되물었다. 이제 단추 두 개가 남았다. 연약한 배꼽 바로 위에 위치해있는 다음 단추 위로 칼날이 느긋하게 가까워지자 오비완의 배가 부르르 떨렸다. 아나킨은 떨리는 배를 볼 수도, 느낄 수도 있었다. 오비완의 배 위를 손등으로 쓸며 단추를 붙잡고 있는 얄팍한 실 사이를 끊어버리자 배가 떨리는 게 느껴졌다.

"모르겠...." 오비완은 입을 열었지만 아나킨이 무릎을 위로 드는 순간 목에 숨이 막힌 듯 말을 이어나가지 못했다. 아나킨은 천천히 바지에 닿은 부분을 문지르며 계속해서 무릎을 들어 올리다가 오비완의 단단해진 좆에 닿고 나서야 멈췄다. 그러니까 오비완은 구석으로 몰린 상황을 좋아하는 타입이었다. 누가 오비완이 이런 것을 좋아할지 상상이나 해봤을까. 아나킨은 가끔씩 오비완이 입고 있는 옷만큼 지루한 사람이거나, 영국인처럼 입을 꾹 다문 채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원하는 방향으로 오비완의 반응을 이끌어내야 할지 생각해보곤 했다. 그리고 이제 눈앞의 남자가 발기했다는 부인할 수 없는 진실을 무릎으로 느끼고 있는 아나킨은 두 가지 질문 중 한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오비완이 혼란스러운 흥분에 떨면서 활시위처럼 팽팽하게 긴장해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오비완은 마치 아나킨이 자신을 우리에 가둔 위험한 동물이라도 되는 듯 아나킨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틀린 말이 아니었다.

"긴장 풀어요." 마지막 단추를 끊어내며 아나킨이 말했다. 단추는 바닥에 떨어져있는 형제들을 따라 툭 소리를 내며 깔끔하게 튕겨져 나갔다. "저랑 함께 있으면 안전하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오비완은 코웃음을 쳤다. "계속 그 말을 반복하는데 지금 나를 칼로 위협하고 있는 사람이 누군데요."

"이건 위협이 아닌데요." 목소리의 변화 없이 아나킨이 말했다. "제가 위협한다면 당신은 곧바로 알 수 있을 거예요."

오비완은 아나킨의 정직한 말에 감사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서 아나킨은 전략을 바꾸겠다고 결심했다. "저는 정말 정말 당신을 좋아해요." 아나킨은 최대한 솔직한 마음을 담아서 말했다. 이 말은 '당신은 안전해요.'라는 말과도 같았다. 그리고 아나킨은 오비완이 말 속에 담겨있는 뜻을 알아차릴 수 있기를 바랐다. 아나킨은 오비완을 해치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오비완이 정말로 그럴만한 이유를 제공하지만 않는다면.

"정말 정말 좋아하는 사람한테 제가 뭘 하는지 아세요?" 아나킨은 몸을 앞으로 숙여 오비완의 귓가에 속삭였다. 입술이 오비완의 살결에 닿으며 피부를 따스하게 물들였다. 머리 선을 따라서 땀이 송골송골하게 맺힌 오비완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그 사람의 집으로 따라가서 정신이 나갈 정도로 박아줘요." 아나킨은 잠시 말을 멈췄다. "자세히 말하자면 제가 그 사람의 안으로 들어가는 건데..... 무슨 말인지 알겠죠?"

오비완의 시선은 아나킨이 든 칼에 꽂혀 움직이지 않았다. 칼끝은 조심스럽게 위로 올라오더니 단추가 다 뜯겨져나간 셔츠 옷자락을 옆으로 밀어내어 오비완의 가슴을 드러냈다. 불규칙적으로 들썩이는 오비완의 가슴에는 끝부분이 은색으로 탈색된 굵은 털이 나있었고 지방층이 쌓여 남자의 가슴이라고 말하기에는 좀 부드럽고 폭신폭신해보였다. 그리고 그 가슴 위로 짙은 분홍색 젖꼭지가 뻣뻣하게 솟아있었다.

아나킨은 미소를 지으면서 천천히 오비완의 연약한 유륜을 칼끝으로 따라갔다. 칼날이 그만 피부에 상처를 낼 뻔하자 오비완은 우는 소리로 반응했다. 그 부드러우면서 무력한 작은 흐느낌은 아나킨의 좆을 그대로 강타했다. "너무 좋아하시는 거 같은데요." 아나킨이 쿡쿡 웃었다. "하지만 당신을 아프게 만들고 싶지는 않아요. 적어도 당신이 다정하게 부탁하지 않는다면 아플 일은 없을 거예요." 오비완의 눈동자는 뒤편의 싱크대로 향하는 칼을 따라왔다. 아나킨이 싱크대에 칼을 올려두고 나서도 오비완은 고개를 앞으로 돌리지 않고 칼만 응시했다. 결국 아나킨이 짧은 한숨을 내쉬며 오비완의 다리 사이를 손으로 주무르고 나서야 오비완은 퍼뜩 정신을 차리고 아나킨을 바라봤다. 아나킨은 주인의 치부를 조금도 가려주지 못하는 보드랍고 얇은 코르덴바지 위로 나타난 오비완의 좆 윤곽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여기에 있는 건 뭔가요? 네? 제가 더 이상 무섭지 않다고요?"

아나킨은 오비완의 바지 속에 손을 집어넣으면서 오비완이 긴장을 풀어줬으면 했다. 아나킨은 자신이 핸드잡을 해주겠다고 나서면 오비완이 고마워하면서 좋아할 줄 알았지만 일은 생각보다 어렵게 돌아가고 있었다.

"무서워한 적 없는데요."

오비완의 대답을 곱씹어보면서 아나킨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나킨은 공포를 알아볼 줄 아는 사람이었다. 몇 년 동안이나 인간을 죽이는 사업에 몸 담아온 덕분에 자신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어떤 표정을 짓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심지어는 설탕물에 혀를 대는 순간 온몸을 타고 도는 달콤함처럼 공기 중에 떠있는 냄새로도 손에 만져질 정도로 생생하고 날카로운 공포를 감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오비완의 몸은 아나킨의 다음 움직임을 기대하면서 팽팽하게 긴장했지만 눈동자는 동공 속에 흥분을 가득 담은 채 어둡게 헝클어져있었다.

"증명 해봐요." 아나킨이 말했다. "제가 무섭지 않음을 보여줘요, 오비완. 그러니까..... 무릎 꿇어."

만약에 오비완이 눈썹을 더 높이 든다면 얼굴 근육에 문제가 생길 것 같았다. "정 반대되는 말이라고 생각하지 않나요?"

"그냥 내가 말하는 대로 하라고. 알아들어?" 아나킨은 말로 조금 더 강하게 밀어붙이고는 오비완이 명령에 따라 다리 사이로 내려갈 수 있도록 뒤로 한 발짝 물러섰다. 오비완은 몇 초 동안 주저하면서 움직이지 않았다. 손으로는 뒤쪽 싱크대를 힘껏 움켜쥐고 아나킨이 억지로 열어둔 허벅지를 그대로 벌린 채 서있었다.

"빨리 움직이라고." 인내심이 떨어진 아나킨이 말했다.

오비완은 천천히 몸을 기울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뒤쪽의 칼을 움켜잡았다. 칼날이 공기를 가르며 선명한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아나킨의 뺨에서 겨우 몇 센티미터 떨어진 곳을 스치며 칼은 허공을 갈랐다. 아나킨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오비완의 떨리는 손에 잡힌 칼을 바라봤다. 오비완은 자신이 한 일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아나킨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진정한 공포가 새하얗게 질린 오비완에게서 새어나오고 있었다. 아나킨은 그 찰나를 파고들어서 오비완의 팔목을 붙잡았다. 그리고 손아귀에 힘을 힘껏 쥐어 칼을 놓도록 압박했다.

칼이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아나킨은 그것을 멀리 차버려서 부엌 반대편의 손이 닿지 않는 안전한 곳으로 밀어냈다.

"정말 어리석은 짓이었어요." 오비완을 향해 시선을 돌리며 아나킨이 말했다. 아나킨이 손아귀에 힘을 더 주자 오비완은 울부짖는 소리를 냈다. 그래서 아나킨은 이 불쌍한 남자에게 동정심을 느껴 손가락에 힘을 살짝 풀었다. "어리석지만 섹시하네요." 아나킨은 이를 다 드러내 보이면서 활짝 웃었다. 그리고 오비완의 입을 향해 걸신들린 듯이 입술을 부딪쳤다. 거칠고 통제력을 잃은 키스에 오비완은 아나킨을 밀어내려고 버둥거렸다. 하지만 아나킨은 집요했다. 오비완을 앞으로 끌어당겨서 양 손으로 오비완의 턱과 목을 단단히 붙잡아 제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도록 만들었다. 두 사람의 이빨이 맞부딪혔다. 아나킨은 손에 힘을 풀지 않고 잠시 숨을 들이마셨다가 다시 입술을 가져갔다. 그러자 오비완의 거친 수염과 더 많은 혀와 이빨이 느껴졌다. 마침내 오비완은 고분고분하게 입을 열어 아나킨의 혀를 안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키스에 화답하며 아나킨의 머리를 움켜쥐었다.

아나킨의 손톱이 머리를 파고들자 오비완의 열린 입 사이로 헐떡이는 숨결이 빠져나왔다. 오비완은 이런 걸 좋아하는 게 틀림없었다. 완벽했다. 아나킨은 그동안 오비완이 점잔을 빼던 게 전부 연기임을 알고 있었다. 저 코르덴바지 아래에 추잡하면서도 타락한 물체가 목줄이 풀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음을 알고 있었다. 아나킨은 휘청거리며 오비완을 싱크대 위로 올렸다. 이번에 오비완은 아나킨을 밀어내는 대신 아나킨의 허리에 양 손을 감고 가까이로 끌어당겼다.

아나킨은 한쪽 손을 서로 맞닿은 그들의 가슴 사이로 밀어 넣어서 꽤나 크고 묵직한 오비완의 왼쪽 가슴을 움켜쥐었다. 손바닥 가득히 들어온 살덩이를 위로 밀어 올리자 가슴을 뒤덮은 숲처럼 무성한 털 사이에서 뻣뻣이 서있는 젖꼭지가 드러났다. 아나킨은 그대로 고개를 숙여 혀로 젖꼭지를 핥기 시작했다. 그러자 완전한 죄악처럼 들리는 신음소리가 오비완에게서 빠져나왔다. 아나킨이 젖꼭지를 빨면서 혀를 놀리자 오비완은 허리가 활처럼 굽을 정도로 가슴을 들어올렸다. 보아하니 오비완은 이것 역시 좋아하는 게 분명했다. 입을 떼어내자 질척이는 소리와 함께 한껏 달아오른 젖꼭지가 튀어나왔다. 아나킨은 손가락으로 그 몽우리를 고통스럽지는 않지만 불편할 정도로 꼬집어주면서 오비완이 서서히 쾌감을 느끼며 미세하게 표정을 바꾸는 모습을 지켜봤다. 아나킨이 싱긋 웃으며 손가락으로 꼬집고 있던 젖꼭지에 입을 가져가자 오비완의 찌푸리고 있던 얼굴이 펴졌다.

어느 순간 오비완은 쾌감이 과잉 자극으로 변했는지 몸을 움찔대면서 아나킨의 입을 피해 가슴을 물리기 시작했다. 아나킨이 벌을 주듯 단호하게 젖꼭지를 깨물자 오비완은 어깨로 밀어내기까지 했다. 결국 아나킨은 오비완을 보내주고 뒤로 조금 물러나서 자신이 손수 만든 증거를 감상했다. 오비완의 젖꼭지는 침으로 번들거렸고 가슴은 거친 숨소리에 따라 불규칙적으로 오르내렸다. 지금 아나킨의 눈앞의 오비완은 단정했던 머리를 엉망으로 풀어헤친 채 단추가 전부 사라져 어깨에 겨우 매달려있는 셔츠를 걸치고서 자포자기한 표정으로 아나킨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나킨은 오비완을 더럽히고 싶었다. 작은 조각조차 남아있지 않도록 이 소설가를 잘게 조각낼 수 있기를 바랐다. 아나킨이 오비완의 오른쪽 젖꼭지를 거칠게 쥐어짜자 오비완은 고통스럽게 울부짖더니 셔츠를 앙칼지게 잡아당겨 가슴을 가리고 아나킨을 노려봤다. "조금 살살 해줄 수 없나요? 제발?" 오비완은 가슴을 보호하듯이 팔짱을 꼈다. "벌써 아프다고요."

"진짜 아픈 게 뭔지 보여줄게요." 아나킨은 거칠고 어두운 목소리로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오비완은 아나킨의 즐거움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았다. "뒤로 돌아요. 싱크대에 손 짚고. 당신의 엉덩이를 먹어버려야겠으니까."

그 말에 오비완은 잠시 말을 더듬었다. "뭐라고요? 방금 뭐라고 말했나요?"

"엉덩이 먹히기 싫어요?" 아나킨은 의미심장하게 오비완의 엉덩이를 힘껏 붙잡았다. "알겠어요. 그럼 이대로 마른채로 박아줄게요."













원작으로 읽을 때는 텐션이 엄청났거든..... 그거 반이라도 느껴졌으면 좋겠다

아나오비 헤이든유안


 
2024.05.01 19:01
ㅇㅇ
모바일
미쳤다 개꼴렽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 텐션 무슨일인뎉ㅌㅌㅌㅌㅌㅌ 오비완 칼 휘두른거 진짜 예상밖인데 결국 아나킨한테 넘어간거까지 너머 구ㅏ엽고 꼴린다 ㅠㅠㅠㅠ 칼로 단추푸는 아나킨 진짜 도랏엍ㅌㅌㅌㅌㅌㅌㅌ
[Code: 2e2e]
2024.05.01 20:06
ㅇㅇ
모바일
와 미쳤다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스크롤 내리면서 숨 멈춤;; 어떻게 이렇게 번역에 정성을...진짜 존경한다 센세 번역붕 모두...
[Code: fc71]
2024.05.01 23:23
ㅇㅇ
모바일
존꼴ㅌㅌㅌㅌㅌㅌㅌㅌ긴장감 팽팽한데 좆터짐ㅌㅌㅌㅌ번역붕 진짜 코맙!
[Code: e0d0]
2024.05.02 07:48
ㅇㅇ
모바일
진짜 좋다 텐션 돌겠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ㅠㅠㅠㅜ 칼로 단추 푸는 아나킨 진짜 개꼴리고 무릎 안 꿇고 칼 휘두른 오비완까지......... 이래놓고 결국 넘어간게 더 맛있는 듯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7f70]
2024.05.06 11:15
ㅇㅇ
모바일
미치겠어....개꼴린다 진짜....
최근 들어 오비완은 누군가가 자신을 옥상에서 내려다보면서 따라오는 듯한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동네에서 사소한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는 뉴스가 매일 같이 들려오는 요즘에 주의를 더 기울인다고 나쁜 일이 생길 것 같지는 않았다.아나킨은 오비완의 집을 샅샅이 뒤졌다.

이거 보니 미치겠네 아나킨..... 범죄 저지르는데...... 텐션미치겠음
[Code: 6486]
댓글 작성 권한이 없음
성인글은 제외된 검색 결과입니다.
글쓰기 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