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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7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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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붕주의
비문오타주의




소동으로 인해 수용소 안의 흉흉한 분위기는 더욱 가라앉았다. 포로들은 상황을 보기 위해 주변에 머물려 했지만 경비들이 그들을 강제로 해산시키기 위해 곤봉과 채찍을 휘둘렀다. 경비병들이 자신들에게까지 폭력을 행사하자 불만과 두려움이 뒤섞인 아우성은 점점 위험수위에 다다를듯 커져갔다. 아슬아슬한 대치를 본 나치 장교는 머릴 짚으며 적당히 몰아내기만 하라고 명령했다.
사라질 듯 흐릿한 게일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며 서있던 존은 그대로 나치들에게 붙잡혀 무릎 꿇려졌고 코가 깨져 바닥에 누운 경비병은 들것에 실려 병원으로 향했다. 남은 두 경비는 장교에게 붙어 독어로 입을 털며 자신들을 변호하느라 바빠 보였다. 게일의 모습이 사람들의 사이에서 흩어져 사라진 후에야 겨우 눈을 뗀 존은 반항 없이 순순히 그들에게 따라주었다. 장교가 가까이 오자 존은 장교를 사납게 올려다보며 바닥에 누워 신음하는 크랭크와 빌, 조지를 턱짓으로 가리켰다. 셋을 둘러싼 나치들의 모습은 금방이라도 그들을 짓밟을 듯 위협적이었다.


"쟤들은 잘 못 없어. 이유 없이 쫓아와 두드려 팬 건  쪽이 먼저였다."


존은 장교의 옆에서 안절부절못하는 두 경비를 노려봤다. 그들은 아직 할 말이 많은지 더 말을 이어가려 했지만 나치 장교는 그런 그들에게 조용히 하라 손을 저었다.


"경비들 말은 다른데, 그들 중 하나가 빵을 훔쳤다고."


장교는 존과 흙바닥에 짓밟혀 형체를 알 수 없어진 빵을 번갈아 봤다. 존은 방금 자신이 한 입 베어문 빵이었던 것에 심심한 안녕을 고했다. 설마하니 저것이 장물인가 싶어 존은 바닥에 누운 셋을 돌아봤다. 상황이 불리해질 수 있다는 생각에 저절로 미간이 모아졌다.


"헛소리..! 이 빵은 우리가 푸다코에서 가져온 거야!"


바닥에서 신음하던 빌이 장교의 말에 악을 쓰며 대꾸했다. 밟힌 곳이 크게 다쳤는지 제대로 몸을 일으키지 못하자 덜덜 떠는 팔로 몸을 지탱한 빌은 겨우 반쯤 일어나 자신의 품을 뒤져 거의 비어있는 담뱃갑을 꺼내 있는 힘껏 내던졌다. 구겨진 담뱃갑에서 나온 담뱃가루가 허공에 후드드 날렸다. 툭 가볍게 떨어진 럭키스트라이크는 나치 장교와 존 근처를 굴렀다.


"가서 확인하던가! 내 거 다섯 개비랑 이 녀석들 거 네 개비씩 모아서 조금전에 바꾼 거라고..으윽.."


빌은 말을 마치자 더 못 버티는지 어어억 소리를 내며 다시 바닥에 머릴 처박고 신음했다. 그 옆의 크랭크는 그제야 겨우 정신이 들었는지 휘청휘청 몸을 일으켜 주변을 살피며 맞은 턱을 감싸 쥐고 앓는 소리를 냈고 조지는 그나마 덜 맞았는지 일어나 앉아 두 사람을 끌어 곁에 품었다. 불안해하는 세 사람이 경비병들의 눈치를 보며 움츠러들 때 포로들 틈에서 알버트가 비집고 뛰어나왔다. 격양된 표정의 알버트는 이를 부득부득 갈며 경비병들을 밀치고 앞으로 나섰다. 


"베르거, 이게 무슨 짓이오! 이들이 왜 맞아야 했소!"


"나도 확인 중이니 잠시 기다리게. [저들은 물물교환으로 가져온 것이라 한다. 자네들 제대로 확인한 것이 맞는가?]"


장교는 알버트를 앞에 세워두고 곁에 있던 경비병들을 불러 물었다. 그들의 억울함 가득한 얼굴이 순간 당황에 물드는게 그대로 보였다. 장교는 가늘어지는 눈매로 둘을 번갈아보며 말없이 대답을 재촉했다. 그들은 서로의 눈치를 보며 어물거렸다. 결국 장교가 한 쪽을 찍어 대답을 재촉하자 그는 기어들어가는 변명을 늘어놨다. 


[그게..분명 저희 막사에서 빵과 과일이 없어졌는데...저, 저기 저 금발이 빵을 들고 간다고...]


[없어졌는데..? 금발이 빵을 들고 가서?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나!]


[그게....]


경비병이 땅에 처박을 듯 머릴 숙이며 말을 흐리자 장교의 턱이 불거지며 화를 억누를 모습이 역력했다. 존은 그런 그들을 보며 흥. 짧게 코웃음 쳤다. 독일어 따윌 알아듣지 못해도 상황은 뻔했다. 경비병들은 그저 빵을 핑계로 화풀이하며 장난칠 먹잇감이 필요했던 거였다. 일이 이렇게 커질 줄 예상 못 했는지 그들은 마땅한 변명거리도 없어보였다. 장교는 둘을 노려보다 존을 붙잡고 있던 경비들에게 그만 풀어주라 말했고 어깰 내리 누르던 손아귀에서 풀려난 존은 자켓을 털며 훌쩍 일어나 비뚜름하게 섰다. 묘해진 상황에 장교는 피곤한지 콧잔등을 꾹꾹 눌렀다.


[지금 심증만으로 여길 와서 일을 쳤나? 빵이 자네들 것이 맞다 해도 저들은 도둑이 아닌것 같은데 어쩔텐가. 지금 분위기에 폭동이라도 일어나는 꼴을 보고싶은가? 정말이지 개판이로군. 당장 들어가 자숙하게. 막사에 처박혀 머리나 식히라고.]


그 말에 항변하고 싶은지 입을 벙긋거리던 경비병은 장교가 정말 폭발할듯한 눈으로 노려보자 그대로 쭈구러들며 고갤 숙인채 자리에서 떠났다. 온갖 시선을 받으며 그들이 떠나자 나치 장교는 크게 한숨 쉬며 존을 바라봤다. 수습의 시간이었다. 


"솔직히 말하지, 저들은 심증으로 자네들을 찾아왔다고 한다."


"허 그러시군, 그래서 이제 우릴 하나씩 심증으로 때려죽일 계획이라는 건가?"


존은 빈정거리며 주변을 돌아봤다. 얻어맞아가며 끝까지 남아 상황을 보고있던 포로들은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뒤로 뒤로 말을 전하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은 점점 사나워지며 중간중간 욕설이 터져 나왔다. 어차피 죽인다고? 우릴 죽일 거라는데! 입을 틀어막기엔 이미 전해진 말들이 많았고 보는 눈이 형형했다. 이 오해가 살이 붙어 불어난다면 이 수용소는 당장 오늘 밤이라도 사고가 터질지 몰랐다. 폭동이던 탈주던 죽을 목숨들이 무엇을 못 하겠나. 그런 사고를 겪고싶지 않은 장교는 상황을 잘 풀어나가기 위해 무력보다는 최대한 관용을 베풀기로 결정했다. 상부에 불려간다면 자신도 결코 좋은 꼴을 보진 못 할테니 내린 결정이었다.


"아니 그럴 계획은 아직 없으니 비꼬지 말게. 저들에 대한 사과는 하지. [저들을 병원으로 데려가 치료해. 돌려보내면서 흰 빵과 통조림도 들려보내라.] 병원에서 치료받게 하고 얌전히 돌려보내겠다. 다만, 자네는..미안하지만 독방으로 가줘야겠군. 아무리 억울했다고 하지만 자네가 끼어든 싸움판에서 경비병 하나가 피를 쏟으며 실려갔으니 나도 면이 있지 않겠나."


장교의 제안은 썩 나쁘지 않았다. 당장 폭동을 바라는게 아니라면 이쪽은 치료를 받아야 할 부상자가 있으니 그 대가로 독방 정도야 얼마든지 들어가 줄 수 있었다. 사실 경비병을 들이받아 버릴 때 어느 정도 각오한 일이라 존은 흔쾌히 고갤 끄덕였다. 총살도 아닌데 아무렴. 


"나쁘지 않네. 특실로 부탁하지."


"아니..!"


잠자코 둘의 대화를 방해하지 않고 있던 알버트가 발끈해 나서려 했지만 존이 나서서 그를 진정시켰다. 제안도 제안이었지만, 사실 존은 독방 처지가 나쁘지 않다 생각했다.


"알버트, 이만하면 됐습니다. 일이 더 커지면 우리도 어떻게 될지 모르고 저 녀석들 치료도 해야죠. 골병듭니다."


"....젠장. 조심하게. "


알버트가 못마땅한 얼굴로 물러났지만 존과 알버트가 장교의 말에 따르기로 하자 거칠었던 분위기는 빠르게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포로들은 버팅기던 자리에서 벗어나 군데군데 뭉쳐 쑥덕거렸다. 자리를 떠난 알버트는 불안해하는 포로들을 모아 상황을 전해 진정시켰고 이유 없이 매를 맞은 세 사람은 경비들의 부축을 받으며 병원으로 향했다. 셋은 존이 걱정되는지 계속 뒤를 돌아봤지만 존은 괜찮다며 손을 흔들어 보내버렸다. 포로들은 다친 이들이 병원으로 간다는 걸 듣고는 아직 죽일 생각은 아닌 것 같다며 하나 둘 자리를 떠났다. 빠른 소강으로 주변은 언제 소란이 있었냐는듯 적막해졌다.


[독방으로 데려가.]


장교의 명령에 존은 경비병들에게 둘러쌓여 진흙길을 걸었다. 묵묵히 걷는 존의 뒤로 아무도 모르는 그림자가 비추었다 사라졌다.




*




꽤 긴 시간 있었던 수용소였지만 구역을 벗어날 일 없는 곳이라 그런지 처음 보는 낯선 길이 계속됐다. 그들을 따라 도착한 곳은 외진 곳의 다 낡은 독방이었다. 퀴퀴한 한 평 정도의 공간은 아주 작은 창문이 전부인 삭막한 공간이었다. 그나마 대우해주라는 말이 전해졌는지 독방엔 두툼한 모포 두 장과 베개가 놓여있었다. 존이 방에 들어가자 경비병은 문을 잠그며 존을 노려보다 쌩하니 떠나버렸다. 나치와 잡담 같은 걸 원하지 않았기에 별 상관없는 존은 덩치에 비해 비좁은 방에 털썩 앉아 곰팡이 핀 벽을 마주했다. 긴장이 풀어져서인지 피곤함이 몰려오는듯했다. 손바닥으로 눈두덩을 비비적거리던 존은 뜬금없이 말했다.


"....벅, 너 어디 있어?"


적막한 공간에 울리는 가라앉은 목소리가 처량했다. 존은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분명 너였어. 네 목소리였고. 사실 내가 미쳤다고 생각했는데.. 확신이 들어. 항상 멀리에 있었잖아. 내가 다가가면 없어지고, 부르면 사라지고. 그래서 안 보이는척했어. 담배연기 사이로 멀리서 있는 널 훔쳐봤어. 그런데 오늘은 달랐어. 네가 날 불렀잖아 내가 위험하니까. 그건 그냥 환청이 아니었어. 있지 벅..내가 미워서...그래서 와주지 않는 거야? 화난거면..어떻게 해야 풀어주지. 난 바보라 모르겠는데..알려주라..벅.."


손으로 가려진 눈 아래로 툭툭 물방울이 떨어져 먼지 쌓인 바닥을 적셨다. 게일을 두고 떠난 날, 행렬 틈에서 얼굴을 숨기고 평생 흘릴 만큼의 눈물을 다 쏟아냈다고 생각했지만 인간의 눈물은 생각보다 쉽게 마르지 않았다. 행렬이 멈추고 잠자릴 찾아 어슬렁거리다 보면 존은 본능처럼 게일을 찾았다. '벅 추우니까 우리 저기로..' 그렇게 주변을 돌아보면 게일은 없이 홀로 서있는 자신만 있었다. 존은 자신의 입을 틀어막으며 구석진 자리로 가 숨듯이 몸을 웅크렸다. 잠들지 못하는 밤을 지새우다 보면 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왜 너였을까. 차라리 나였다면. 그냥 죽을 걸 그랬나 사과는 만나서 하면 되는데. 목소리 듣고 싶다. 사진이라도 있으면 좋을걸. 생각의 꼬리를 좇다 보면 마지막은 거의 같았다. 맨바닥에 머릴 처박고 울부짖는 존 이건. 더이상 게일이 곁에 없다는 사실을 마음이 받아들이지 못 한 채 몇날 며칠의 행군 동안 스스로의 속을 좀먹었다. 
점점 표정을 잃고 생기 없이 서늘한 기운을 풍기는 존은 순간순간 될 대로 되라는 듯 굴기 일쑤였다. 주변에서 존을 붙들고 말리지 않았다면 위험했을 상황도 있었다. 그런 존의 심경에 변화를 준 것은 스탈라그7에 도착했을 때였다. 사람들 사이에서 본 게일의 모습. 그리워 헛것을 본 것이라 스스로를 욕하며 모른척 넘겼다. 그대로 게일을 부르며 달려 가고싶은걸 참으며 돌아섰다. 하지만 그 뒤로 드문드문 게일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고 존은 점점 게일의 모습이 나타날 때를 기다렸다. 죽을 것 같은 나날의 유일한 안식이었다. 존은 제정신이 아니라도 좋으니 게일의 얼굴을 볼 수만 있다면 괜찮지 않나 생각했다.
게일의 모습이 비추는건 불규칙적이었지만 하루에 두어번은 나타났다 사라졌고 사람이 많은 공간엔 나타나지 않아 사람이 모이는 공간은 점점 피했다. 그렇게 게일의 모습을 쫓다 어느날은 참지 못하고 게일을 따라 나섰지만 게일은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다음에 나타난 게일은 조금 멀리에 떨어져 있었다. 그렇게 숨바꼭질같이 환각을 쫓는 게 존의 중요한 일상이 되자 게일의 환영은 점점 찾기 어려운 곳에서 존을 지켜봤다. 존은 스스로의 환각이 저럴 수 있나 의심했지만 미친놈의 망상이니 그럴수있다 생각하며 헛웃었다. 그렇게 자신의 망상을 보기위해 조용히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오늘까지.


"환각에 환청에..다음엔 뭐지, 뭘까 벅."


존은 자조적으로 웃으며 냉기 도는 벽에 머릴 기댔다. 귓가에 아직도 게일의 목소리가 남아있는듯했다. 다시 들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존은 눈을 감고 게일의 목소릴 떠올리려 애썼다. 낮고 허스키한 울림. 빠르지 않고 여유 있는 어투. 기억 저 끝의 목소리를 떠올리려 애쓰자 눈가에 열이 올랐다. 뺨에 난 눈물길을 타고 다시금 눈물이 흘렀다. 참으려 할수록 터져 나오는게 눈물이었다. 아무도 없으니 좋네. 그렇게 생각하며 천천히 감긴 눈이 떠졌을 때.


"존 이건. 왜 이렇게 울보가 된 거야."


"....벅?"


분명 존의 앞에 있었다.


"안녕, 이제야 나타나서 미안해."


어슴푸레한 독방의 한켠 창백하고 투명한 게일이 그곳에 서있었다. 눈물을 참으며 미소 짓고 있는 그 모습에 존은 반사적으로 손을 뻗어 닿으려 했다. 팔만 뻗으면 닿을 거리. 다급한 손은 게일을 스쳐 허공을 휘저었고 존은 앞으로 고꾸라져 바닥을 짚었다. 결국 게일의 눈에서 눈물이 방울져 떨어졌지만 그 눈물은 땅을 적시지 못했다. 두 사람은, 한 사람과 한 영혼은 어둠이 내리는 독방 안에서 서로를 바라만 보며 한참을 울어야 했다.









마옵에 존게일 칼틴버
2024.04.18 00:26
ㅇㅇ
드디어 다시 만났는데ㅜㅜㅜㅜㅜㅜㅜ 기뻐할수가없다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Code: 4ba3]
2024.04.18 00:27
ㅇㅇ
아니야ㅜㅜㅜㅜ 환생해ㅜㅜㅜㅜㅜ 아니면 영혼이라도 넣어두게 어디서 빈 몸 하나 가져오자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Code: d724]
2024.04.18 07:45
ㅇㅇ
모바일
환생해 회귀해 빙의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a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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