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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5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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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문오타주의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지라도‘ 너와 내가 한 언약이 왜 이 순간 떠올랐을까. 게일은 무너지는 시선넘어로 보이는 존의얼굴을 보며 생각했다. 죽음이 이렇게 가까울 줄 알았다면 그런 약속은 하는게 아니었는데. 허름한 판자더미 사이에서 서로만 있으면 그저 좋다고 그런 바보같은 약혼은 하는게 아니었는데. 게일은 아주 조금 후회했다. 하지만 네가 건넨 작은 꽃반지를 보는 순간 나도 더이상 참을 수 없었어. 눈과 진흙이 뒤섞인 바닥에 널브러지며 먼 곳에서 메아리처럼 들려오는존의 목소리에 대답하고 싶었지만 벌어진 입에서 나오는 거라곤 뱃속을 긁으며 나오는 가르륵 거리는 고통스러운 신음소리 뿐이었다. 


"벅!!!"


존 이건은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달려왔다. 날아드는 총탄도 보지않고 게일을 향해 내달렸다. 모든것이 아득한 가운데 아프게 일그러진 존의 얼굴만 선명하게 게일의 눈동자에 박혔다. 조금도 가눠지지 못하는 늘어진 몸둥이가 존의 손에 이끌려 그 품에 안겼지만 게일은 언제나처럼 그를 마주 안을 수 없었다. 복부를 관통한 총알은 마른 게일의 몸에 있는 피를 몽창 쏟아내겠다는듯 멈추지 않고 흘러 진창을 물들였다. 빠져나가는 선명한 피 만큼, 게일의 정신도 차츰 흐려져갔다. 존이 떨리는 손으로 피를 막아보려 했지만 그 뿐이었다. 존을 비웃듯 게일의 피는 두 사람을 붉게 적셨다.
 

비극은 예견 된 일이었다. 이감이 결정되고 겨울 추위에 덜덜 떨며 눈길을 헤쳐가야하는 포로들 사이에서 비밀스럽게 반란의 기운이 감돌았었다. 다만 추위와 배고픔 그리고 강행군에 떨어진 체력으론 떼죽음을 면치 못 할 것이 분명했기에 차마 그 누구도 먼저 도화선을 건드리지 못 했다. 그렇게 지나 갈 수도 있었을 거다. 
야간 행군중 아군 P-51의 공격에 바로 옆에선 동료를 잃은 어린 나치가 정신을 놓고 보복이라며 주변의 포로들을 쏴대지만 않았더라면. 그 총질에 순식간에 포로 둘이 죽어나갔다. 존은 분노해 앞뒤없이 글렘니츠를 향해 달려가 소리쳤다. ‘글렘니츠! 밤엔 행군하면 안 된다고 했잖아 빌어먹을 아군 비행기에 공격받는다고!’ 
주변의 포로들은 더이상 참지 않고 그 나치에게 달려들었고 그렇게 시작 된 총소리는 누굴 겨냥하지 않았다. 욕설과 함께날아든 눈먼 총알들이 포로들 사이를 갈랐다. 순전히 운 이었다. 한 발자국 차이로 생사가 갈렸다. 그 사이로 게일은 존을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존이 흥분해 글렘니츠의 옷깃이라도 붙든다면 총알받이가 될 좋은 명분이었기에 존을 데려와야했다. 데려오려 했다. 게일이 존을 부르려 했을 때, 한 발의 총알이 게일을 꿰뚫었다. 그 순간에도 게일은 존을 붙잡는 대원들을 보며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게일이 쓰러졌다.


추위속 더운피가 빠져나가는 몸은 파르르 떨렸고, 구멍난 뱃가죽은 불로 지지는듯 고통스러웠지만 그 외의 감각들은 차츰 희미해졌다. 게일은 존의 어깨넘어 곧 눈을 뿌릴것 같은 짙은 구름을 보며 이런날은 비행하기 힘들겠네 라는 실없는 생각을 하다가 자신의 퍼석한 뺨에 제 까슬한 뺨을 문지르며 제발 도와달라며 소릴 지르는 존에게 도르르 눈동자를 굴렸다. 존 미안해. 말이 제대로 나올지 알 수 없었지만, 게일은 마지막 힘을 다해 입을 열었다. 

 
"..존..부탁,끅..할게…콜록..우리…약속..미안, 그러니..까.."

 
"벅 아니야, 아니야 괜찮을거야. 씨발 좀 와달라고!! 벅 날봐. 나를..게일 클레븐 눈 감지마!! 조금만 벅, 조금만 기다려 제발..!"

 
너만은 살아서 전쟁의 끝을 알려줘. 게일은 자신을 붙들고 어찌할 바를 모르는 존에게 미안했지만 더이상 버틸 힘이 없었다. 한없이 무겁게 가라앉으며 고통이 무뎌졌다. 게일은 한 겨울의 추위부다 자신의 팔과 뺨을 쓸고 문지르는 투박한 손의 온기를 느꼈다. 이 손을 잡고 우리의 집으로 가고싶었는데. 게일이 존의 가슴에 머릴 기댔을 때 쿵쿵 울리는 그 심장소리가 듣기에 좋았다. 게일의 잦아드는 숨소리에 존은 자신의 숨도 멎어가는 걸 느꼈다. 


"벅, 이러지마 제발..눈 떠봐..우리 집보러 가야하는데, 나 혼자가? 나, 나 아직 너 한테 반지 못 줬어..받아주기로 했잖아. 그딴 잡초로 엮은 가짜말고, 내가 네 손에 꼭 맞는..걸로…약속했잖아..벅, 자기야..벅?"


감긴눈에 애원하며 게일의 몸을 살살 흔들어도 더이상 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고통이 묻어나는 숨소리도 없었다. 살을 에이는 겨울바람과 사람들의 절규와 군인들의 욕설이 가득한 지옥에서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갔다. 게일이 눈을 감았다. 존은 말 없이 게일의 몸을 얼러 안으며 이마에 입맞췄다. 그럴리 없었다. 게일이, 벅이 버키를 두고 갈리 없었다. 

 
"버키..가야해요. 벅을 놔줘요.."


어느새 소란이 잦아들며 총소리가 멈췄고 존의 주변으로 하나 둘 아는 얼굴들이 모였다. 존은 돌아보지 않았다. 


”개소리 할거면 꺼져 머프. 게일을 두곤 못 가. 같이 갈거야.“


”이러는거 게일이 바라지 않을겁니다.“


”입 닥쳐..!“


존은 붉게 달아오른 눈으로 주변을 노려봤다. 자신의 주변을 에워싼 동료들은 비록 침통한 얼굴이었지만 알 수 있었다. 자신을 끌고 갈 것이다. 게일을 전쟁중 죽은 그 수 많은 이름 없는 시신들과 같이 취급하며 이 척박한 땅에 내버려 둔채 미래를 알 수 없는 빌어먹을 수렁같은 수용소로 떠나는 길을 갈 것이었다. 존은 그럴수 없었다. 자신이 이 길을 참고 걸었던이유는 지금 품에 있는데.


”차라리 나를 여기서 죽여. 벅을 혼자 둘 수 없어..추워할텐데..내가..내가 계속 옆에 있을거라고 약속…”


메여오는 목에서 숨이 걸렸다. 숨대신 다시 터져나온 눈물이 떨어져 게일을 적셨다. 네 옆을 떠나지 말았어야해. 존은 게일이 찬 바닥에 닿을까 코트깃을 제껴 더욱 품으로 끌어당겼다. 피어젖은 몸이 무겁게 끌려오며 아직 남은 게일의 온기가느껴졌다. 차마 둘을 떼어놓지 못 하는 주변인들은 입술을 씹으며 초조하게 존을 지켜봤다. 나치들이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했고 울음소리와 신음소리 사이로 다시 시작된 발걸음이 지나갔다. 몇몇 나치가 존을 향해 다가오려다 글렘니츠의 명령으로 되돌아가는게 보였다. 글렘니츠는 굳은 얼굴로 이들을 바라보다 조용히 돌아섰다. 둘에게 허락된 이별의 시간은너무나 짧았다.


"버키 이러면 진짜 죽어요..! 벅이 슬퍼할걸 생각해요."


"집어..치워, 이젠 다 소용없어."
 

"존.."


스치는 듯한 목소리가 품에서 들려왔다. 존은 벼락이라도 맞은듯 품 안을 내려다봤다. 분명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존은 손을 떨며 게일의 뺨을 잡고 얼굴을 살폈다.


"벅! 나 불렀어? 응?"


화색이 돈 존이 게일의 뺨을 쓸며 물었지만 다시 들리는 답은 없었다. 창백한 얼굴과 반쯤 감긴 눈 여전이 들리지 않는 숨소리. 존은 더듬거리며 죄여드는 목소리로 다시 벅을 찾았지만 벅은 더이상 없었다. 이게 다 무슨 짓이었지. 존은 심장께가 싸늘하게 식어드는 감각에 진저리 쳤다. 두 눈이 검게 죽어갔다. 정말로 게일이 떠났다. 자신을 봐주지 않는 눈동자에존은 모든걸 내려놨다. 
혀를 씹으면 얼마나 걸리더라. 존은 별다른 방법이 없자 가장 간단하게 죽을 수 있는 방법을 떠올렸다. 치아라면 튼튼했으니 생명줄 만큼이나 질긴 혓바닥을 잘라내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고갤 숙이고 있으니 어느정도 출혈이 나도 모르겠지. 산사람도 죽어가는 마당에 죽겠다는 놈을 살리 수는 없으니 포기하고 떠날 것이었다. 담담한 생각속으로 존은 게일을 바라봤다. 조금이라도 더 기억하고 싶은 그 얼굴을 눈에 세기기 위해 눈을 돌렸을때, 존은 그대로 모든 생각을 멈췄다. 차마 다 감기지 못 한 게일의 눈꼬리를 타고 한 방울의 눈물이 뺨에 흐르고 있었다. 존은 천천히 눈물이 흘러내렸던 뺨에입술을 붙였다.


“벅, 미안해. 내가..”


내가 감히 네 앞에서 내 죽음을 보게 하려했다. 네 부탁에 알겠단 한 마디를 하지 못해 눈조차 다 감지 못 한 너에게 내 멍청한 이기심으로. 


"……나 갈게. 네 부탁 들어줄게. 울지마.."


존은 게일을 안고 일어나 주변을 돌아봤다. 주변의 모두가 그런 존을 지켜보며 말 없이 물러났다. 존은 혹여나 게일을 떨어트릴까 단단히 고쳐안고 조심조심 걸음을 옮겼다. 덩치에 맞지 않는 종종걸음이 부서진 나무조각들 망가진 고철들 죽어버린 사람들 그 사이사이를 지나쳤다. 존이 당도한 자리는 주변의 참상에서 동떨어진듯 흰 눈이 융단처럼 조금 깔린 나무둥치 아래였다. 게일을 내려놓으려던 존은 몇 번을 망설이다 겨우 게일을 내려주었고 자신의 코트를 벗어 게일에게 덮어 주었다. 누군가 그런 존을 말리려는듯 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그저 존은 힘없이 꺽이는 고갤 받쳐 나무에 기대주며 손끝으로 게일의 눈을 감겨주었다. 네가 걱정할 일 없게 할게. 편히 쉬고있어. 존은 마지막으로 굿나잇 키스를 남겼다. 싸늘한 기운만 도는 양 뺨에 조금의 온기가 남아주길 바라며.


“사랑해. 게일 클레븐.“


부서져라 어금니를 갈며 존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게일을 남기고 돌아서는 것이 죽는것 보다 힘들었지만 그랬기에 존은떠나야했다. 존의 삶에 게일의 유언이 얹어졌다. 존 이건은 이제 자신이 아닌 게일을 위해 살아가야했다. 언젠가 만날 게일을 실망시키지 않으려면.
웅크려 걷는 존의 옆으로 동료들이 붙었다. 크랭크가 어디서 구했는지 뻔한 지저분한 코트를 존의 등에 둘러주었다. 조지가 말 없이 존의 등에 손을 얹었다. 둘러진 코트 아래에서 차마 삼켜지지 못 한 울음소리가 흘렀다. 그누구도 같잖은 위로의 말은 담지 않았다. 침묵으로 가득찬 행군은 죽은이들을 위한 소리없는 장송곡이었다.

 

 


 

*

 

 


 

삶 이란 건 죽을 만큼 힘들어도 죽지 않고 버틴다면 아침 해를 마주하게 만들었다. 무스부르크에 도착한 포로들은 버텼고, 도착했다. 아는 얼굴을 만난 이들은 소리 없이 눈빛을 교환했다.고난을 지나온 이들은 날카로운 눈으로 주변을 살폈다. 존 이건은 별반 다르지 않은 판자떼기 수용소를 둘러보며 걸음을 옮겼다. 비슷했다. 수용소들은 모두 그저 그랬다. 혹여 달랐더라도 의미있진 않았다. 존은 주머니에 손을 우겨넣고 터벅터벅 걸었다.


“우릴 안 죽일 모양이네요.”


“그런 것 같군.“


알버트와의 건조한 대화는 짧았고 둘은 별 말 없이 고갯짓으로 의중을 전달했다. 먼 길을 왔으니 추위를 피해 몸을 녹여야했다.


”가자…어?“


대원들을 돌아본 존은 순간 자신이 드디어 미쳤다고 생각했다. 수백의 포로들 사이에서 게일의 모습이 보였다. 슬프게 처진 눈이 똑바로 자신을 향해 있었다. 존은 그 자리에 못 박힌듯 멈춰섰다. 하지만 네가 미친게 맞다는듯 게일의 모습은 사람들 사이로 신기루처럼 사라졌고 존은 땀이 베여난 주먹을 말아쥐며 게일이 있던 자리를 한참이나 바라보고 있었다. 환각이라기엔 너무나 선명한 그 얼굴이 혹시 또 보일까봐.




스탈라그7 수용소에 도착한 날부터 존 이건은 점점 말수가 적어졌다. 게일을 잃은 이후로 누군가와 대화다운 대화를 나눈 일이 거의 없었다곤 하지만 아예 입을 닫고 날이 선체 주변을 노려보는 존의 모습은 모두지 적응할 수가 없었다. 잠도 거의 자지 않고 그나마 나오는 감자조차 죽지 않기위해 한 덩이를 씹어삼킨 후엔 수용소 공터 주변에 앉아 담배 한 대를 피우며 말없이 어딘가를 응시했다. 말을 걸어도 시선조차 잘 주지 않는 존을 보며 누군가는 드디어 저 존 이건도 돌아버렸다며 수근거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존은 낡은 벽에 기대서서 몇 까치 남지 않은 담배 하날 꺼내 물었다. 


"버키, 오늘도 감자만 먹었다면서요. 이거 좀 먹어봐요."


"...됐다. 너 먹어."


걱정스러운 얼굴로 다가온 크랭크가 주먹만한 빵 한 덩이를 코앞에 들이밀었지만 존은 귀한 빵을 힐끗 쳐다보다 퀭한 시선을 공터로 돌리며 담배나 빨아들였다. 그러자 크랭크는 하고싶은 말이 목까지 차오르는걸 내리누르는지 후우후우 심호흡을 하며 존을 한번 째려봤다. 몇걸음 뒤에서 존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시선들이 느껴지지도 않는지 담배연기를 후 뱉어낸 존은 시야를 흐리는 담배연기를 빤히 바라봤다.


"크랭크. 소문 사실일거야."


"예? 뭐라구요?"


뜬금없는 소리에 크랭크가 반문했다. 존은 초점잃은 시선으로 정면을 바라봤다. 


"다들 그러지 않냐. 존 이건 미쳐서 허공이나 바라보고 굶어죽으려고 한다고. 맞는것같아. 나 미쳤다."


"뭔, 무슨 헛소립니까! 그딴말 할 시간에 빵이나 먹어요!"


크랭크는 못들을 소릴 들었다는 듯 버럭 소리지르며 존의 손에서 담배를 빼앗고 억지로 빵을 쥐어주었다. 순순히 담배를 빼앗긴 존은 빵을 물끄러미 보다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한입 슥 베어물었다. 맨입에 버석한 빵을 씹는 모습에 뒤 쪽에서 물 어딨냐며 물을 찾는 소란이 들려왔다. 그런 대원들을 흘깃 쳐다본 존은 웃기다는듯 한쪽 입꼬리를 작게 끌어 올렸지만 불현듯 스스로에게 놀라며 금세 매마른 얼굴로 돌아가 입안에 돌이라도 굴러다니는 듯 불편한 얼굴로 빵을 씹어 삼켰다. 그나마 넘어간 빵 마저 거슬리는지 존의 목울대가 울렁거렸다. 크랭크는 그런 존을 안타깝게 쳐다봤다. 게일이 없는 그는 속에서 부터 조금씩 부서져가고있었다. 산사람은 살아간다지만 이전처럼 살아갈 수는 없었다. 한입먹은 빵을 다시 크랭크의 품에 넣은 존은 크랭크가 꼭 쥐고있던 담배를 가져왔다.


"..내가 미치지 않고서야.."


흘러가는 한마디를 남긴 존은 다시 담배를 물고 입을 닫았다. 존의 시선이 다시 공허하게 하늘을 향했다. 크랭크도 더는 밀어붙이지 못하고 품 안의 빵만 꽉 쥐었다. 이들에겐 너무 큰 상실이었다. 크랭크는 더이상 권해봤자 존의 속이나 긁어 놓을거란 생각에 힘없이 돌아섰다. 그래도 아직 본인 손으로 식사를 하고 있으니 다행이었다. 게일을 위해서라도 그는 자기 손으로 죽지는 않을테니 그저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크랭크는 깊어가는 한숨을 쉬면서도 막사에 돌아가 빵을 끓여 양을 늘릴지 적당히 나눠먹을지 고민했다. 담배 네 개비와 교환한 소중한 빵이었기에 허투로 굴릴순 없었다. 품 안에 빵을 갈무리하고 걸음을 재촉하던 크랭크는 앞을 막는 나치군들에 의해 놀라 그 자리에 멈췄다. 그들 가운데 험악한 인상의 경비병은 경고도 없이 주먹을 휘둘렀다. 퍽 하며 턱에 꽂힌 주먹에 크랭크가 바닥을 굴렀고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주변의 포로들은 지금 무슨일이 일어났는지 인식하지 못했다.


"크랭크!"


생수통을 들고 잡담을 나누던 빌과 조지가 그 모습을 목격하자 소리 지르며 달려와 경비병 앞을 막아섰지만 경비병은 그런 둘 마저 곤봉을 휘둘러 패기 시작했다. 


[쥐새끼같은 양키놈들이, 도둑질을 하고도 멀쩡할 줄 알았나!]


크랭크의 품에서 굴러떨어진 빵을 발로 짓이기며 독일어로 지껄이는 그는 기절한 듯 그 자리에 뻗은 크랭크를 보호하기 위해 자신들의 몸을 방패 삼은 빌과 조지를 무자비하게 내리쳤다. 함부로 덤벼들기엔 뒤의 두 경비병이 그들은 지켜보고 있었다. 포로들이 동요하며 모여들었지만 쉽사리 다가서지 못했다. 소란에 찾아온 존이 현장을 봤을 때, 경비병은 빌의 등을 군홧발로 내려찍고 있었다.


"이 개새끼들아!"


존은 당장에 현장으로 뛰어들었다. 개같은 나치새끼들. 속으로 욕을 씹으며 연거푸 발을 내리찍으려는 경비병에게 몸을 날렸다. 한 발을 들고 있던 경비병은 존이 가슴팍을 어깨로 들이받자 그대로 꼴사납게 자빠졌다. 그 위로 넘어진 존은 옆으로 굴러 재빨리 일어났다. 낄낄거리던 두 경비가 존의 등장에 욕설을 뱉으며 옆구리에 끼고 있던 곤봉을 빼들어 휘둘렀다. 훙-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존의 귓가를 아슬아슬하게 스쳤다. 존은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긴장감에 마른 입술을 씹으며 그들을 피해 몸을 움직였다. 찌르고 휘두르며 간격을 좁혀오는 두 명을 상대하기엔 존은 불리했다. 그들은 존을 몰아갔다.


[쥐새끼라 도망을 잘가나? 거기까지다 양키새끼]


경비병이 무언가 노림수가 있을음 알았지만 존은 당장 눈앞의 둘의 경계하기 급급했다. 앞에서 찔러오는 곤봉을 피해 뒤로 한 걸음 뗐을 때, 가까이에서 귀를 울리는 고함소리가 들렸다.


"존, 숙여! 6시방향!!"
 

존은 낯익은 목소리를 따라 반사적으로 허리를 꺾으며 머릴 수그렸다. 존은 언제나 믿고 따를 수밖에 없는 목소리였다. 존이 머릴 숙인 직후 정수리 위를 스치는 곤봉은 바로 앞에서 존을 찔러들어오던 경비병의 콧잔등을 그대로 후려갈겼다. 퍼억-단단한 뼈가 으깨지는 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호루라기 소리가 수용소 안을 요란하게 울렸다. 이 일방적인 패싸움이 전해졌는지 다른 경비들을 대동한 나치 장교가 현장으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서슬퍼런 얼굴에 다른 포로들은 눈치를 보며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존은 자신을 향해 오는 나치장교를 보는 대신, 방금전 자신을 부르던 방향으로 향했다. 


"벅, 너 진짜야?"


존이 바라본 곳에는 공터와 녹슨 철책 그리고 존의 기억과 같지만 반쯤 뒤가 비쳐 보이는 흐릿한 게일의 모습이 있었다. 
 

 

 





---

존이 미친게 아니라 게일의 영혼이 존과 함께 하는거 보고싶다
 
+뒷부분 없이 올려서 다시 올림ㅠㅠ

마옵에 존게일 칼틴버
2024.04.15 00:32
ㅇㅇ
모바일
안돼ㅠㅠㅠㅠㅠㅠ 게일 가지마ㅠㅠㅠㅠ 몸도 영혼도 가지마ㅠㅠㅠㅠ
[Code: 00e6]
2024.04.15 01:02
ㅇㅇ
모바일
ㅠㅠㅠㅠㅠㅠ안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b2c3]
2024.04.15 01:13
ㅇㅇ
모바일
센세ㅠㅠㅠㅠㅠㅠㅠㅠ 내일 눈 퉁퉁붓겠다 엄청 울었어ㅠㅠㅠㅠㅠㅠㅠ
[Code: 1609]
2024.04.16 00:27
ㅇㅇ
모바일
222222 이렇게 쓰려고 내려왔는데 있네ㅜㅜㅜㅠㅜㅠ 눈 다 불어터졌어ㅜㅠㅜㅠㅜㅠ
[Code: a40f]
2024.04.18 00:20
ㅇㅇ
아니 이 금무순을 왜 이제봤냐ㅜㅜㅜㅜㅜㅜ 게일도 존이 안전해질때까지 못보내고있는거네ㅜㅜㅜㅜㅜㅜ
[Code: 4ba3]
2024.05.09 07:40
ㅇㅇ
모바일
와 진짜 대작 마스터피스의 시작이네
이걸 이제야 봤다니 하........ 센세 미쳤다
[Code: 8ea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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