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과 다르게 땅콩먹는 밥은 안나옴 주의)

탑건 그제가 정월대보름이었으니까 땅콩먹는 밥으로 이런 괴담이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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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이다."

메이저가 숲속에 쓰러져있는 무언가를 응시하며 중얼거렸다. 그 무언가는 꼬리에 큰 상처를 달고 있었다.

"이런... 정말 많이 아팠겠다. 여기 어디 뭐가 있을 텐데. 여깄다."

햇볕을 받아 막 푸르게 자란 약초를 땄다. 약초를 씹어 즙을 짜낸 것을 상처에 바르며 메이저가 말을 건넸다.

"살짝 따가울 거야."

무언가는 상처에 즙으로 끈적한 손가락이 닿자마자 꼬리를 움찔거렸다. 메이저는 최대한 가벼운 손짓으로 상처를 보살폈다. 약초의 즙이 상처를 모두 덮자 상처는 놀랄 만한 회복력으로 다시 아물기 시작했다. 메이저는 큰 눈을 깜빡거리며 다시 살이 차오르는 상처를 응시했다.







"내가 용으로 보입니까? 구렁이나 이무기가 아니라?"

"그럼요, 당신은 용이에요."

메이저가 무언가에게 기댄 채 말했다. 메이저는 책을 넘기고 있었다.

"사실은 책에서 나온 용의 묘사랑 당신의 생김새가 비슷한 것 같아서 그렇게 말했어요."

"그렇습니까."

무언가는 똬리를 튼 채 눈을 감았다.

"저는 한번도 배를 본 적이 없어요."

"...배를요?"

무언가는 한쪽 눈을 살며시 떠 메이저를 흘긋 보았다. 메이저는 책에 집중해 그것을 보지 못한다.

"네. 항상 집안 어르신이 가져다주시는 사진이나 그림으로만 볼 뿐이에요. 아니면 모형배를 조립하거나..."

"배를 본 적이 없다고..."

"남성체 오메가가 다 그렇죠. 집안의 수치라 평생 집안에 있어야해요."

무언가는 느리게 눈을 감았다.







"곰곰히 생각해 보니까, 당신은 당신이에요."

"그게 무슨 뜻이죠, 메이저?"

"내가 볼 땐 용 같은데 당신은 용이 아니라고 부정하고. 그렇다고 용에 대해서는 글밖에 모르는 내가 당신에게 계속 용이라고 부를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당신은 당신이라구요. 이 세상에서 유일한 동물."

무언가의 몸 위에 누운 메이저는 무언가의 따뜻한 체온을 느꼈다. 오늘 가지고 온 책을 전부 읽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름 알려줬는데. 당신은 이름 안 알려줄 거에요?"

"...마컴 레이놀스에요."

"꼭 사람 이름 같네요."

마컴은 쉿쉿거리며 공기의 냄새를 맡듯 혀를 빼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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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운 남창의 자식이야.'

어린 나이의 마컴 레이놀스는 자신의 생모였던 죽은 남성체 오메가 옆에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온기를 좇으며 누웠다.




마컴은 길거리에서 자라며 글을 읽고, 돈을 벌고, 싸우는 법,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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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는 마컴의 녹안을 응시했다.

"아무리봐도 용인데."

"용은 여의주가 있어야 해요."

"여의주 있잖아요, 여기 두 개나 있네."

"그건 눈인데요, 메이저."

"당신같은 눈을 가진 뱀은 없는 걸요, 마컴?"

마컴은 쉿쉿거리며 갈라진 혓바닥으로 메이저의 양 볼을 쓸었다.

"장난치지 말아요."

"간지러워요, 으히! 장난 아니에요! 진심인데!"





"그래요, 항복. 마컴은 마컴이에요."

메이저는 상기된 볼을 한 손으로 부여잡고 헉헉댔다. 마컴이 꼬리 끝을 얕게 흔드는 것 보니 기분이 좋아보였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마컴은 짐짓 점잔을 빼듯 꼬리를 진정시켰다.

"...마컴, 내 마음도 읽어요?"

"......"

'봐봐, 당신 용이라니까!'

"방금까진 내가 나라면서요, 메이저."

'내 마음을 읽네요?'

"이런-"

"다 들켰어요, 마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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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가 된 마컴 레이놀스는 세러신 가의 문을 두드렸다.
세러신 가는 자신들의 영토에 침범하는 북방민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돌아오면, 세러신의 이름을 하사해 주십시오. 그것 뿐입니다.'




마컴 레이놀스는 정예병들을 이끌고 세러신 가의 영토를 침범하는 북방민들을 토벌했다.
가주는 그 소식을 전달받고 귀찮은 듯 뒷목을 긁적였다.

'사람을 보내라.'




'너는 애초부터 그 이름을 가질 자격이 없어'
'감히 더러운 남창의 자식이 그 이름을 가지려 해?'
'어쩌냐, 네 바램과는 다르게 네 비석에는 네 생모 레이놀스의 성이 붙어 있을 거다. 그러니 네 분수를 알았어야지.'

마컴 레이놀스는 피떡이 된 채 푸른 숲에서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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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는 자주 오지 못할 것 같아요, 마컴."

"......"

"그래도 집안에 쓸모없는 존재는 아니어서 다행이에요."

"정략결혼인가요?"

"네. 날짜가 잡혔어요."



""메이저 도련님!""



"사람들이 당신을 찾는군요."

"미안해요, 마컴. 같이 있어 주지 못해서."

"어서 가요."

메이저는 울먹였다. 마컴은 작은 메이저가 점이 될 때까지 메이저의 뒷모습을 응시하다, 똬리를 튼 몸에 머리를 뉘였다.


메이저의 작은 온기가 그리웠다.










"내일 세러신 씨를 만나서 반지를 교환해요."

"세러신이요?"

"네, 정계, 재계에 뻗어있는 그 명문가 말이에요."

"세러신이 그렇게나 크기를 키웠나요?"

"미국이 생기기 전부터 그래왔는데..."

메이저는 볼을 부풀렸다. 푸르르- 하고 공기를 빼낸 후 붉어진 볼을 마컴의 눈가 밑에 기대었다.

'소원... 말해도 되는 걸까.'

"메이저, 당신이 언젠가 내 눈이 여의주라고 말했잖아요. 말해봐요, 그 소원. 여의주에 빌어본다고 생각하고."

"맞다, 내 마음도 읽었죠."

메이저는 무릎을 꿇은 자세에서 양 손으로 마컴의 뺨을 감싼 후 마컴을 올려다보았다. 고개를 숙여 메이저를 내려다본 마컴은 메이저의 벽안을 응시했다. 메이저가 마컴의 녹안을 응시했듯이.

'당신과 결혼하고 싶어요.'

"제 약혼자가 아주 잘생기고... 또, 친절한 분이었으면 좋겠어요."






메이저는 쏟아지는 태양빛 속에서 단단한 비늘로 감싸진 마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쏟아지는 졸음에 서서히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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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 도착했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메이저의 차량으로 향했다. 메이저는 그 시선에 부담감을 느끼며 죄를 지은 사람인 듯 차량에서 빠져나와 고개를 조금 숙인 상태에서 파티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파티장은 세러신 가에서 초대한 사람들과 메이저 가에서 초대한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름조차 받지 못한 남성체 오메가 메이저'

사람들이 메이저를 보며 수군댔다. 메이저는 시선을 고정할 곳을 찾지 못하며 이리저리 자리를 옮긴다. 조류에 휩쓸리는 부표처럼, 메이저는 사람들의 파도로 인해 점점 파티장의 중심으로 휩쓸렸다.

아무리 둘러봐도 메이저가 기다리던 세러신 씨는 없었다.

'세러신 씨가 날 보고 실망한 것일까?'

메이저는 파티장의 중심에서 홀로 방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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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_____ 세러신은 파티가 열리는 성의 의상실에서 이제야 옷차림을 점검하고 있었다. 몇 번이고 '어떤 사정'으로 자신의 부인을 갈아치웠던 _____ 세러신이었기 때문에 세러신 가는 일부러 메이저 가에게 메이저의 약혼자인 _____ 세러신의 정체를 알리지 않았다.

방금까지 사용한 오메가 남창을 쓰레기 버리듯 방 어딘가로 치워버린 _____ 세러신은 구둣발에 묻은 오메가의 피를 카페트에 닦았다. 진동하던 페로몬을 향수로 가린 _____ 세러신은 새로운 부인을 맞으러 밖으로 나가기 전 피떡이 된 오메가를 치울 사용인을 부른 후 마지막으로 용모를 점검하려 화장실로 향했다.

조금 흐트러진 머리를 다듬던 _____ 세러신은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온 누군가를 보며 의아해했다.

"세러신 씨?"

"맞는데, 누굽니까?"

"당신이 메이저의 약혼자가 맞습니까."

"그건 왜 물어보십니까."

_____ 세러신의 대답을 듣고 눈살을 찌푸린 남자는 _____ 세러신의 턱을 한 손으로 잡은 후 이리저리 돌리며 _____ 세러신을 품평했다.

"못생겼군."

"뭐?"

"성격도 나쁘고."

"당신 뭐야, 가드!"

남자가 _____ 세러신의 가슴을 구둣발로 가격한다. _____ 세러신은 욱씬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컥컥거리며 남자를 노려다본다. 그러나 남자의 눈빛은 차갑다. 남자는 계속해서 _____ 세러신을 구둣발로 가격한다. 점점 오그라들어 한번에 삼키기 좋도록.

_____ 세러신이 손으로 머리를 감싸안고 무릎을 오므린 채로 몸을 오그리자 남자는 변모한다.
뱀도, 구렁이도, 이무기도, 용도 아닌 것으로.
메이저가 마컴이라고 부른 것으로.

_____ 세러신이 소리를 지를 새도 없이 마컴은 _____ 세러신을 삼켰다. _____ 세러신의 부피만큼 늘어있었던 마컴의 식도는 그 부피가 점점 줄어들어, 수십 초 지나지 않아 감쪽같이 원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다시 인간의 모습으로 변모한 마컴은 _____ 세러신이 차고 있었던, 아마도 지금의 세러신 가를 상징할 에메랄드가 박힌 부토니에를 주워들어 정장의 왼쪽 칼라의 단추구멍에 끼워넣었다.

'세러신 가로 돌아가면 부토니에 디자인부터 바꿔야겠어.'

마컴은 머리를 다듬은 후 밖으로 향했다.

메이저가 파티장의 중심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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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컴은 눈을 떴다.
손과 발이 없었기에 땅을 기었다.
열매를 먹다가 성에 차지 않아 쥐를 잡아먹었다.
덩치가 커졌다. 점점 더 큰 동물들을 잡아먹었다.
그렇게 1천년이 지났다.
더이상 지상에서는 자신과 비교할 동물이 없었다.
마컴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로 올라갈 수 있다는 감각이 들었다.
땅을 기듯 하늘을 기어올라갔다. 
이제 하늘에 닿는다.
갑작스레 날아온 포탄이 마컴의 꼬리를 가격했다.
마컴은 괴성을 지르며 숲속으로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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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이다."

그렇게 메이저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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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내 사랑. 내가 너무 늦었나요?"

"세러신...씨?"

"네, 당신의 약혼자 마크 세러신입니다."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메이저를 바라보던 마크는 메이저의 손을 가볍게 잡아 그의 손등에 입맞췄다. 메이저의 얼굴은 당황과 반가움이 섞인 것에서 주체할 줄 모르는 행복함이 가득찬 것으로 바뀌었다. 메이저는 눈꼬리가 완전히 접힐 만큼 환하게 웃었다.

"제 소원이 이루어졌네요."

수줍은 듯 얼굴이 발그레해진 메이저는 마크가 입맞춘 곳을 계속 다른 쪽의 손가락으로 문질렀다. 그 모습을 본 마크가 메이저에게 춤을 권하자, 메이저는 마크가 내민 손에 자신의 손을 겹쳐 깍지를 껴 마크의 스텝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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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다 됐다. 이제 좀 나을 거야."

'메이저, 거기 있나요?'

"미안해요, 마크. 어린 토끼가 심하게 다쳐서..."

'제이크도 당신을 찾았어요.'

"금방 갈게요."

'아니에요, 내가 그쪽으로 갈게요.'

"마크, 이거 봐요. 검은 고양이는 종종 봤는데, 검은 토끼는 처음 봐요. 털이 까매서 눈에 더 잘 띄었나봐요."

"당신이 치료하지 않았다면 죽었겠군요."

"다행이다, 그치?"

검은 토끼는 온순하게 메이저의 따스한 손길을 받았다. 이윽고 토끼가 정신을 차린 것을 확인한 메이저가 발걸음을 옮기자 검은 토끼는 떠나가는 메이저를 응시했다. 마치 이 순간을 자신의 눈에 각인해 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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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결혼하고 싶어요.' << 이건 메이저가 한 속말이어도 좋고 마크가 한 속말이어도 좋음
십이지 중 용이랑 뱀에서 모티프 따옴
인외충 심금을 울리는 뱀 신랑 레1딧 괴담에서 모티프 따옴
마크 이름이 Markham V. Reynolds 더라고... 그래서 앞에는 마컴이라고 씀
메이저 원작에서 영문학 전공해서 책덕후 기질 추가했음 캐붕미안....
파월풀먼행맨밥마크메이저

https://hygall.com/525992058

2023.02.09 00:1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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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는 날 행복하게하고 날 울려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33f6]
2023.02.09 02:4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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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이 있었는데요 없어졌습니다...
[Code: 2730]
2024.01.01 05:0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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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결혼하고 싶어요.' << 이건 메이저가 한 속말이어도 좋고 마크가 한 속말이어도 좋음
이게 진짜 복습하고 복습해도 개좋음ㅋㅋㅋㅋㅋㅋㄱㅋ어느쪽이든 맛있어요 센세
[Code: 3eab]
2024.01.01 12:4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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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마히넼ㅋㅋㅋㅋㅋㅋ
[Code: 9e79]
2024.01.11 09:40
ㅇㅇ
아 너무 맛있다.. 세러신가를 뒤바꾼 사람들이었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36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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