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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10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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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책을 다시 상자 안에 고이 넣었다.
전처럼 옷장 한구석에 처박아 두었다.
경고했잖아, 아직 때가 아니라고.
그 목소리를 믿기로 했다.
아무도 동화책 이야기를 입 밖에 꺼내지 않았다.


1편 / 2편

바깥 공기가 점점 차가워지고 있었다. 평소와 같은 어느 날 아침 데이먼이 말했다. 허니, 네 집에 계속 빌붙어 있을 생각은 없어. 그 정도로 양심 없진 않아. 내 몫은 내가 알아서 해결할게. 옆에 앉아 있던 리암과 조용히 시선을 마주했다. 동시에 물음표가 머리 위로 떴다. 도대체 어떻게? 진지하게 물어볼 틈도 없이 데이먼은 마지막 남은 토마토 입에 집어넣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알바 다녀올게. 할 말 잃고 두 눈만 깜빡거렸다. 뒷모습 가만히 노려보던 리암이 씩씩거리며 소리를 질렀다. 야, 이 배신자 새끼야! 너는 진짜 내가 마법만 쓸 수 있었어도!

데이먼 알반은 우리 서점 바로 앞에 있는 패스트푸드점에 알바생으로 취직했다. 리암 갤러거와 나 몰래. 졸지에 홀로 백수 신세가 된 리암은 역시 이래서 금발 머리는 좆같다며 담배를 피우러 나갔다. 동화책에서 튀어나온 왕자님이 패스트푸드점 알바를 한다니, 현실 부정하려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데이먼 알반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왕자님과는 결이 많이 다른 사람이었다. 책임감 강하고 자유분방한 왕자에게 패스트푸드점 알바는 굉장히 잘 어울리는 선택이었다.

서점 앞에 있는 햄버거 가게 있잖아. 거기 새로 온 알바생이 그렇게 잘생겼대. 금발 머리에 푸른 눈, 완전 왕자님 아니야?

카운터에서 턱을 괴고 졸다가 손님들이 나누는 대화에 잠이 확 깼다. 왕자님이라는 단어가 나왔을 땐 나도 모르게 딸꾹질을 했다. 곧장 내게로 향하는 시선에 어색하게 하하, 웃고 말았다. 데이먼은 알바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바로 유명 인사가 되었다. 왕자님이 햄버거 판다는 소문 듣고 몰려온 소녀팬들의 수가 장난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소녀팬들만 있느냐? 그것도 아니었다. 남자들도 적지 않게 몰려들었는데 문제가 하나 있다면, 구경하려는 대상이 달랐다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 맨날 죽치고 앉아 있는 남자 있는데, 그 사람도 잘생겼어. 사람 홀리게 생겼다니까? 양아치 같은데 웃는 건 또 엄청 귀여워. 강아지 같아. 가끔 보면 남자 손님들이 더 좋아하더라.

남자들은 매일 주문 카운터 앞에 앉아 있는 리암을 보러 다녔다. 알바 얼마나 잘하는지 한번 보겠다며 운 뗐을 때 뜯어말렸어야 했다. 한 번, 두 번 출석했던 게 어느새 일상이 되어버린 리암은 데이먼이 일하는 날마다 가게에 찾아갔다. 어느 날엔 소문 듣고 남자들이 너 보러 간다며? 너한테 말 걸긴 해? 물어보았더니 아니, 구경만 하다 가던데. 눈빛도 그렇고 좀 이상한 새끼들 같아. 돌아오는 대답에 입을 꾹 다물었다. 눈에 훤히 보였다. 사고뭉치 악마의 도대체 어떤 점이 인간 남자들에게 어필된 것인지 궁금했다.

저녁 9시 30분, 금요일 밤이었다. 매주 금요일은 서점을 늦게 닫는 날이었다. 문 닫자마자 환하게 불 켜져 있는 햄버거 가게로 발걸음을 옮겼다. 조심스레 들어선 가게 안은 조금 한산했다. 어서오세요, 인사하던 데이먼과 눈이 마주쳤다. 나 발견하자마자 예쁘게 웃음 짓는 얼굴에 같이 입꼬리를 올렸다. 유니폼이 잘 어울렸다. 천천히 카운터로 다가가 나직이 물었다.

“안녕, 데이먼. 이제 곧 있으면 퇴근이지?”
“아, 그게 오늘은...”

데이먼이 입을 여는 순간이었다. 내 뒤에서 누군가가 빠르게 다가와 나를 껴안았다. 껴안자마자 훅 끼쳐 오는 익숙한 담배 냄새에 돌아보지 않아도 누군지 알 수 있었다. 리암이었다. 리암? 눈 동그랗게 뜨고 이름을 부르자 으하하 기분 좋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

“좀 풀어 주면 안 돼?”
“싫은데. 오늘 보고 싶어 죽는 줄 알았다고.”

그러면서 내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웃음 띠우던 데이먼의 입꼬리가 점점 밑으로 내려갔다. 다른 손님들의 시선이 느껴져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서점으로 오지, 왜 안 왔어?”
“책 싫어서.”

오해하지 마. 네가 싫은 건 아니니까. 힘을 주어 나를 더 꽉 껴안는다. 장난기 가득한 악마는 절대로 놓아 줄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어쩔 수 없다며 한숨 푹 내쉬고 시무룩해진 얼굴의 데이먼과 다시 시선을 맞추었다. 그래서, 아까 하려던 말이 뭐였어? 묻자 조심스럽게 아, 하며 입을 연다.

“오늘 끝나고 뒤풀이 있대. 좀 늦게 들어갈 것 같아.”
“아, 그래? 그럼 리암이랑 같이...”

말을 다 잇기도 전에 귓가에 목소리가 들렸다. 나도 오늘 늦어, 뒤풀이 같이 가기로 했거든. 저 잘난 왕자 새끼가 뭐 하고 다니는지 감시해야지. 숨소리가 너무 가까이에서 느껴졌다. 얼굴에 열이 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순간 할 말을 잃고 눈만 깜빡거렸다. 가게에서는 러스의 ‘ALL TO YOU’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침을 꿀꺽 삼키며 입을 열었다.

“그럼 어쩔 수 없지. 치즈스틱 두 개만 줘. 사우다지 씨 가져다드리게.”

또 그 노인네 가져다주게? 뒤에서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무시했다. 귀가 붉어져 있을 것 같았다.

*

앞집에 사는 사우다지 씨에게 치즈스틱 두 개 담은 봉지를 건네 주었다. 치즈스틱은 사우다지 씨가 가장 좋아하는 간식이었다. 고맙다며 웃음꽃 피우는 얼굴 보고 들떴던 기분은 집에 들어서자마자 조금씩 가라앉았다. 왕자와 악마가 모두 없는 집은 묘하게 쓸쓸했다. 새 식구 안에 들인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빈자리 느끼는 게 조금 당황스러웠다. 아무 말 없이 냉장고로 가 맥주 한 캔 꺼내 소파에 앉았다.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졸음이 몰려오고 있었다. 영화 채널에서 한없이 놀고 싶은 당신을 위한 특집이라며 94년에 개봉한 흑백 영화 ‘점원들’을 방영하고 있었다. 화면에 멍하니 시선 고정한 채로 캔 따서 쭉 들이켰다.

… 하키 하려고, 장례식 가려고 가게 문 닫은 게 누군데? … 널 여기에 억지로 끌고 온 사람 없어, 네 스스로 온 거야. …

깜빡 잠이 들었던 모양이었다. 점점 뚜렷해지는 시야 사이로 화면 속 편의점 바닥에 앉아 있는 단테와 랜들의 모습이 보였다. 랜들의 명대사가 나오는 것을 보니 결말 부분인 것 같았다. 정신 겨우 붙잡는 참이었다. 현관문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 눈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돌리니 데이먼과 리암이 흐느적거리는 몸짓으로 어깨동무하며 들어오고 있었다. 한 발짝 뗄 때마다 아슬아슬했다. 대충 걸쳐 입은 겉옷이 바닥에 툭 떨어졌다. 잠이 확 달아났다. 얼굴을 쓸어내리며 벽에 걸린 시계를 바라보았는데 12시가 조금 넘어 있었다. 예상보다 일찍 들어온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하는지 잠시 고민했다.

“데이먼, 리암. 일찍 들어왔네?”

내 물음에 푹 숙였던 고개를 동시에 확 든다. 술에 취해 흐리멍덩했던 눈빛이 조금씩 뚜렷해졌다. 허니이, 허니네. 허니 맞네. 바보처럼 웃는 두 얼굴 위에 립스틱 자국이 여러 개 묻어 있었다. 데이먼의 입술이 평소보다 붉었다. 기어코 다른 사람이랑 입이라도 맞추고 왔나? 자연스럽게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흐트러진 티셔츠 양손으로 붙잡고 앞으로 질질 끌었다. 어어, 하면서 넘어지지 않으려 노력하는 모습이 우스웠다. 소파 앞까지 데려와 데이먼과 리암의 어깨를 동시에 꾹 눌렀다. 그러자 인상 찌푸리며 주저앉는다.

“아주 가관이네. 뒤풀이는 즐거웠어?”

앞에 서서 팔짱을 끼며 물었다. 데이먼은 아무 말 없이 고개만 푹 숙였다. 눈을 느리게 감았다 뜨던 리암이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푹신한 감촉이 마음에 들었는지 헤벌쭉 웃으며 입을 열었다.

“즐겁긴 개뿔... 미친 인간 새끼들. 너 없어서 그런가 하나도 재미없더라.”
“나도 미친 인간 새끼거든? 충분히 신나게 즐기다 온 것 같은데... 볼에 립스틱 자국 잔뜩 묻혀 왔잖아.”
“아, 그건 여자애들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리암의 오른쪽 볼을 쭈욱 늘렸다. 아, 쪼옴. 아파 죽겠어. 좀 놔 봐. 너 지금 질투해? 세상 억울해 보이는 말투에 입꼬리 살짝 올리며 놓아주었다. 리암이 얼얼해진 볼을 마구 쓸어내리자 립스틱 자국이 옅게 번졌다. 꼭 화장한 것 같으시네요, 악마님. 장난기 담아 말하자 굵은 눈썹 들썩이며 입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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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은 얘가 했지. 여자애들이 예쁠 것 같다고 막 칠했거든. 얼굴 붙잡고.”

얼마나 웃겼는지 알아? 너도 얘 표정 봤어야 해. 배 붙잡고 웃는 모습이 꽤 얄미웠다. 데이먼은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데이먼? 조심스레 이름을 부르자 어깨를 움찔거린다. 왕자님? 고개 좀 들어보세요. 왕자 호칭 내뱉자마자 주먹을 쥐더니 고개를 확 들었다. 리암과 똑같이 립스틱 자국 남아 있는 얼굴이 보였다. 눈 마주치자마자 짧게 숨을 들이켰다. 동화 속 왕자님 아니랄까 봐 진짜 예쁘게 생겼네. 자연스럽게 입술이 있는 곳으로 시선을 내리깔았다. 정적이 흘렀다. 한참 동안 입술만 바라보고 있으니 데이먼의 귀가 조금씩 붉어졌다.

“예쁘네, 데이먼. 립스틱 칠한 거였구나. 난 뽀뽀라도 한 줄 알았어.”
“응, 립스틱만 칠했어. 뽀뽀는 안 하고. 공주도 아닌데 내가 왜 입을 맞춰?”

나랑 눈 마주치고 있던 시선이 점점 밑으로 내려가다가 멈추었다. 내 입술만 뚫어지게 바라본다. 파란색 눈동자에 조용히 욕망의 불길이 일었다. 불길은 너무 잔잔해서 곁에 있던 악마도 눈치채지 못했다. 정말 공주도 아니면서 괜히 부끄러워진 마음에 고개 돌리며 뒷목만 쓸었다. 알겠으니까 가서 얼른 씻기나 해. 술 냄새 난다. 바닥에 떨어진 맥주캔 주우며 이야기하자 리암이 앓는 소리를 냈다. 기지개 쭉 켜며 또다시 하품하는 모습이 태평해 보여 고개를 저었다. 그대로 발걸음 옮기려던 참이었다.

“그러고 보니까, 좀 걸리는 게 있었어.”

데이먼이 나직이 입을 뗐다. 뭔데? 눈 깜빡거리며 다시 시선을 맞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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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처음 보는 남자가 있었어. 직원은 당연히 아니었고. 혹시 몰라서 다른 사람들한테도 물어봤는데 아는 사람이 없었어.”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고?”
“어엉. 좀 이상하긴 했는데 그냥...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어. 신경 끄고 술이나 마셨지.”

홀린 듯이 소파 빈 공간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가까워진 거리에 술 담배 섞인 냄새가 확 끼쳐 들어왔다.

시간 좀 지나서 담배 피우러 나갔는데, 뒤따라 나와선 묻는 거야. ‘와 보니 어때? 이제야 좀 행복한 것 같아?’하고. 이상하잖아. 무슨 소리냐고 물어보니까 웃으면서 그냥 사라지더라. 그게 계속 귓가에 맴돌아. 왜 이제야 행복하냐고 물어봤지? 왜?

데이먼의 표정이 점차 심각해졌다. 순간 동화책의 결말 부분이 찢겨진 것을 발견한 날이 생각났다. 경고했잖아, 아직 때가 아니라고. 착하지, 달링. 내 말 들어. 소름이 끼쳐 어깨를 감쌌다. 가만히 그 말을 듣고 있던 리암이 말했다. 이제야 행복하면 뭐 어쩔 건데? 변태 새끼 같아. 여기 처음 온 날부터 이상한 것 투성이었어. 가서 씻고 잠이나 자자. 졸려서 미치겠어. 눈 비비며 일어나는 모습 보고 알겠다며 고개 끄덕였는데 여전히 꺼림칙했다.

와 보니 어때? 이제야 좀 행복한 것 같아?

왕자와 악마가 동화책에서 단순히 튀어나온 것만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

멍청이 같은 새끼. 아니, 그냥 멍청이인가? 하얀 거품 입에 문 채로 자켓 벗는 모습 조용히 노려봤다. 거울 속에는 여전히 번진 립스틱 자국이 보였다. 사실, 리암은 처음부터 술에 취한 상태가 아니었다. 알코올 아무리 들이붓고 얼굴 빨개져도 정신 상태 하나는 말짱했다. 악마 새끼라 그런가 보다 했는데 뒤에 있는 왕자 새끼도 마찬가지였다. 허니가 방으로 사라지자마자 평소 같은 걸음으로 2층 계단 올라갔다. 세면대에 거품 뱉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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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안 취했지?”
“어엉.”
“내가 말했잖아. 존나 이상한 것 투성이라고. 아무리 마셔도 취하질 않잖아.”

데이먼은 아무 말 없이 세면대 위에 놓인 클렌징 티슈 한 장을 뽑았다. 얼굴에 대고 문지르자마자 티슈 붉게 물들이며 사라진다. 하여튼 이상한 새끼라니까. 컵에 미리 받아 놓은 물 입에 물었다가 다시 뱉었다. 그깟 립스틱 자국 다 지우고 집에 들어올 수 있었다. 근데 안 그랬다. 흐느적거리는 걸음 그거 다 꾸며낸 거였다. 우리 인간 새끼들 술 취한 것처럼 들어가 보자. 너도 인간 새끼지만 뭐 어때? 여기 인간은 아니잖아. 뭐라고 할 줄 알았던 왕자 새끼도 조용히 맞장구쳤다. 리암이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너 아까 허니한테 키스할 뻔했지? 부정하지 마. 걔 입술 쳐다보는 거 다 봤어.”

데이먼이 다 쓴 티슈 휴지통에 골인시키고 리암을 바라봤다. 침묵이 흘렀다. 데이먼이 눈을 느리게 깜빡거리며 말했다.

“... 너도?”
“그래, 씨발. 나도.”

술 취했단 핑계로 입 한번 맞춰 볼까 했다가 그냥 접었어. 걔 놀랄까 봐. 언제부터였는지 알 수 없었다. 꿈에 나온 공주 속 얼굴이 어느 순간 허니로 보였을 때부터? 늘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꿈 너머에 있는 저 얼굴이 자신이 그토록 원했던 공주인지, 아니면 허니인지. 하지만 시간이 점차 지날수록 희미해졌다. 이제는 구분할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이 두근거리는 감정의 주인이 동화책 속에 두고 온 공주인지, 아니면 제 곁에 있는 허니인지 알 수가 없었다.

데이먼과 리암은 한동안 아무 말 없이 거울만 노려보았다. 혹시라도 주인에 대한 답을 해 주지 않을까 싶어서. 하지만 곧 깨달았다. 거울 속에 있는 자신이 답을 해 주는 일은 죽어도 없다는 것을.
 

* * *

어느 날, 악마는 마녀의 집에 놀러 갔다가
조용히 책을 읽고 있는 소녀를 발견했어요.

“그새 새 식구를 들였어?”
악마는 소녀에게 시선을 떼지 않고
마녀에게 물었어요.

“호수에서 발견했는데 사연이 흥미롭더라고. 그래서 데리고 왔지.”
“악취미네.”
“악마가 할 말은 아니지 않아?”
마녀가 치즈 샌드위치를 한입에 물며 말했어요.

악마는 집중하고 있는 소녀의 얼굴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 입을 열었어요.

“저 애는 내 거야.”

넌 욕심이 너무 많아.
그러다 큰일이라도 나면 어쩌려고?
형 노엘의 말이 떠올랐지만
악마는 무시했어요.

지금은
저 소녀를 가지고 싶다는 마음이
너무 강렬했거든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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