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연갤 - 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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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2 16:54
올렸던거 쭉 올림.
보고싶다
어나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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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업) 보급형으로 신뢰 못 받는 텀이 보고싶다 어어나더
탑이 텀 신년인데도 바깥 외출 한번 못하고 후궁전에서 열리는 신년행사도 허락 받을 타이밍을 놓쳐서 못간거 알고 있으니까 뭐라도 해주고 싶어서 그러면 어디 가고 싶은 곳은 없냐고 또 물어보는데 텀은 그걸 쫒아내려고 물어보는 걸로 알겠지. 마음의 준비는 했어도 설마 명절날에 쫒겨날거라고 생각하지는 못했던 텀이 폐하 마음대로 하시라면서 덜덜 떨거야. 어디로 가라고 하셔도 따르겠다고. 텀이 덜덜 떠니까 추워서 떠는거라고 오해한 탑이 이제 됐다고 텀이 든 장부 받아들고 이불 덮고 자라고 하는데 잠이 들리가 없지...
다음날에 텀한테 명절 마지막날 딱 하루는 해 지기 전까지 밖에 나갔다 와도 된다고 허락 내려오는데 텀은 의아해하다가 반항처럼 보일까봐 눈치보여서 안 나갈 수는 없고 다음날 긴장하면서 가마타고 나가겠지. 원래는 정말로 시간만 좀 때우다가 바로 돌아올 예정이었는데 너무 오랜만에 보는 바깥경치에 넋이 나갈거야. 이십년 넘게 엎드려서 사느라 못 나갔으니까.
남들은 별 것 아니라고 느낄지 모를 북적북적한 생기가 얼마만에 느끼는 건지 몰라서 텀은 찔끔 울었어. 가마 안이었지만 놀때 쓰라고 지급받은 노잣돈으로 고급 과자 가게에서 파는 과일 앙금 떡을 사서 궁녀와 나누어 먹었지. 차갑게 얼은 과일앙금이 아주 달았어. 경치가 괜찮은 호숫가에서 가마 문을 열고 아이들이 썰매 타고 술래잡기를 하고 연날리기를 하고 얼음을 깨 물고기를 잡는 것도 보았지. 하늘은 시리도록 맑았어. 길거리마다 알록달록한 신년장식이 나부꼈어. 반짝거리는 상점들은 손님을 맞느라 북적거리고 놀이패들은 인형극을 하고 사람들은 전날의 술과 이야기와 음식들에 취한 채로 흥성거렸지.
텀은 불현듯 허전하고 가라앉은 제 궁이 부끄러워졌어. 탑이 재미없어 할 만도 했지. 그러나 텀은 이렇게 분위기를 띄울 방법을 몰랐어. 장식이라도 달아 볼까. 행복을 가져오는 사자와 색색의 꽃들은 만들어봄직 했지. 그러나 남은 천이 많지 않았어. 그리고 신년명절도 다 지났는데 돈 버리는 방법도 가지가지라는 탑의 호통이 귓가에 들리는 듯도 했지. 자수를 둘 생각이었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탑은 요새 자신이 두는 자수를 못마땅해 했어. 실을 많이 써서 그런 걸까. 텀에게 취미라고 할 것은 자수를 두고 소설을 읽고 하는 몇 가지 밖에 없는데 소설을 읽으려면 장서고에 가겠다고 허락을 받아야 해서 자연스레 텀의 일상은 자수로 채워져 있었어. 궁녀들의 물건주머니 하나 하나까지 자수를 놔주면서 실을 많이 쓰긴 했지. 저번에 실뭉치를 또 요청해서 그런지 탑의 눈초리가 따끔따끔 찔리는 듯 했지. 관두자. 텀은 애써 마음을 돌렸어. 겨울이 지나면 꽃을 더 심어보겠다고 해야겠다고 자신을 달랬지.
그런 고민으로 머리가 아프던 텀을 같이 나온 어린 궁녀가 불렀어. 아름다운 장신구와 화장품, 예쁜 소품들이 가득한 상점이었지. 오랜만에 보는 예쁜 것들에 텀은 조금 마음이 동했지. 화려하거나 아름다운 장신구들 들어보고 머리에 작은 핀도 대 보고 했지. 가슴이 약간 뛰었어. 자신을 좀 꾸미고 나면 탑이 좀 봐 주지 않을까 하는, 오래 전에 잊었던 작은 설렘이었지. 보기에도 예쁜 머리장식은 작아도 눈길을 확 끌었거든. 그러나 하얀 빛을 반사하는 가게의 경대를 본 텀은 조용히 핀을 내려놓았어. 어울리지 않았어. 처소를 꾸미는 것도, 예쁜 장식품도 모두 필요 없었어. 아무런 소용도 없을거야. 늙어 주름을 감출 수 없는 얼굴이 경대 안에 있었으니까... 우울한 기분을 필사적으로 숨기면서 텀은 일부러 밝은 척 가게를 돌아다녔지. 가게는 많았어. 신기한 애완동물, 외국에서 들어온 잡화들, 어느새 텀은 진짜로 구경에 빠져들었지.
정신 없이 구경하다보니 해가 떨어졌겠지. 해꼬리 떨어질 때 정신 차린 텀이 궁에 도착했을 때는 해가 완전히 다 졌겠지. 보고해야하니까 관리 찾아가는데 난리가 나 있겠지. 탑은 요새 마음이 싱숭생숭하다가 텀이 자기 명령 거역하니까 텀이 지금까지 기회보던거라고 자기합리화 하면서 불같이 화내는데 괴로워하는 텀이 눈에 들어오겠지. 자기 생각과 다르게 용서해달라고 안하고 그냥 잘못했다고만 하면서 앞으로 평생 나가지 않겠다고 몇번이고 빠르게 말하다가 갑자기 고개를 떨구고 속삭이겠지. 이대로 내치셔도 된다고 자기는 이제 아무 힘도 없고 왕을 즐겁게도 할 수 없는 늙고 추한 것이라고. 곪은 속마음 내보이면서 조용히 자학하는 텀 보면서 이상하게 김이 샌 탑은 그냥 텀보고 처소로 돌아가라고 하고 말거야. 텀은 그런 말을 하면서 울지도 않을 거야. 그저 괴로운 표정으로 고개를 꺾고 무너질 듯 서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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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줘서 고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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