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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14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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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높고 수인들이 살찌는 계절 가을


이맘때가 되면 부쩍 수인들의 체중이 증가하는 시기라 매체에서는 건강 관련 프로그램들이 쏟아져 나왔어
이를테면

‘수인의 털 찐 것과 살찐 것 구분하기’
‘수인 의사가 뽑은 체중 증가 간식 10가지’

같은 것들 말이야 츠지무라 노부 시시오는 이미 과체중 수인 캠프에서 호되게 데인 경험이 있다 보니 관련 내용을 필사적으로 외면 중이었지만 한 가지는 귀에 들어왔어



‘더위가 한풀 꺾인 요즘 주말이면 아이들과 혹은 수인 파트너와 함께 나들이 가시는 분들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적당한 야외활동은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만큼 이번에는 가을에 가기 좋은 관광지에 대해 … ’


바로 나들이였지 아무래도 여우와 고양이라 더운 여름엔 잘 안 움직이려 하던 아이들이 날이 풀리니까 어찌나 폴짝 거리던지 집에만 두기 미안할 지경이었어

그래서 이번 주말엔 다 같이 츠지무라네 시골 별장에 가기로 했지
뒷산에 밤나무가 많아서 단풍 구경도 하고 밤도 주울 수 있다지 뭐야 그소식을 들은 마치다는 전날밤부터 한껏 신이 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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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야 나 밤 줍기 처음 해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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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그래 케이 가서 많이 주워오자.”










제가 살면서 밤을 주우러 갈 거라곤 생각해 본 적 없던 노부지만 마치다의 기대된다는 표정을 보고 있자니 어느새 그는 내일 꼭 밤을 한 아름 따 제여우를 기쁘게 해주겠다는 의지에 활활 불타올랐어

다른 집들도 마찬가지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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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오 우리 내일 밤 잔뜩 주워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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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요! 소라 저만 믿어요! 밤이 잔뜩 들어간 케이크 만들어 줄게요!”




그걸로 밤 조림도 만들고 스프레드도 만들자면서 시시오소라네 역시 한몫 단단히 챙길 생각으로 설렜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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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슌타로.. 그래도 우리가 그 산 주인인데 여우네들 보단 많이 주워야 하지 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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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걱정 마 내가 잘해볼게.”









고작 밤 줍는 걸 얘기하면서 지나치게 진지한 분위기가 되어버린 츠지무라쿄스케네는 어떻고, 지난 온천여행에서 금붕어 잡기에 참패한 굴욕을 잊지 못한 두 사람은 이번엔 꼭 만회하고 싶다 나 봐










그렇게 결전의 날... 이 아니라 가을 나들이 날이 밝았어

시골로 가야 하다 보니 아침 일찍 모인 보호자들은 각자 아직 눈도 못 뜬 제 수인들을 품에 꼭 안은 채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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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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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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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나름 자주 모이는 세 사람이지만 이들의 만남은 순전히 자신의 수인들에 의해 이루어진 만남이라 사실 지금처럼 아이들이 모두 잠들어 있을 땐 묘하게 어색했어
그렇다고 곤히 자고 있는 제 수인을 깨울 순 없잖아
짧은 안부를 몇 마디 나누다 거의 진공상태처럼 별장으로 향했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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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여기 집 신기하다!”

“나도 시골 오랜만에 와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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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도시랑은 공기부터 다르다니까. 나에게 감사해라 여우들.”










차 안에서 세상모르게 잘땐 언제고 별장에 도착하자마자 여우와 고양이는 활기가 넘쳤어 당장이라도 산으로 튀어갈것 같은 아이들을 달래면서 세 사람은 챙겨온 모자며 장갑을 끼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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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 이거 벗으면 안 돼 밤송이머리로 떨어지면 아파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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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웅.. 답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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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 밤송이 가시 찔리면 안 되니까 장갑 꼭 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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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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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 밤송이 가시 위험하니까 답답해도 하자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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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해애.”




의젓한 소라와 달리 찡찡 거리는 마치다와 쿄스케를 어르면서 장비를 착용한 후 으레 하는 포토타임까지 가진 다음에 보호자들 역시 모자와 장갑을 꼈는데 방금 전까진 꿀 떨어지는 눈으로 자신들의 수인을 바라보던 그들의 눈빛이 사뭇 진지해졌어 마치 전투에 나가는 것처럼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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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밤송이 신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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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오 이것 봐 밤 되게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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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슌타로 빨리 까봐.”



처음엔 신이 나서 밤을 줍던 아이들이 장갑을 껴도 가시가 성가시고 혹시나 다칠까 옆에서 호들갑을 떠는 보호자들 때문에 금방 흥미를 잃고 말았어

어느새 밤은 뒷전이고 누가 더 예쁘고 신기한 단풍잎을 찾나 내기를 하느라 저만치 뛰어가는 아이들을 보며
노부와 츠지무라 시시오는 서로 시선을 교환했지

짧은 순간이었지만 파박 스파크가 튄것 같은 그 분위기와 함께 드디어 시작되었어 그들만의 밤 줍기 대회가






그래서 누가 이겼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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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노부가 딱 봐도 많이 주웠으니까 1등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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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오가 큰 밤을 많이 주웠으니까 1등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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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슌타로가 예쁜 밤을 많이 주웠으니까 1등이지!”





여우와 고양이의 주장에 따라 결국 세 사람 모두 공동 우승이 되고 말았대
와아 멋지다 박수를 짝짝 치는 아이들을 보며 노부와 츠지무라 시시오는 그저 이기려고만 했던 자신이 부끄러워졌어 맞아 우린 나들이를 온 거였는데

그렇게 과열된 분위기는 가라앉고 주운 밤으로 군밤도 해먹고 군고구마도 먹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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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 그래도 내가 제일 많이 주웠으니까 내가 1등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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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 양보단 질 인거잖아요. 이렇게나 밤이 큰데 제가 1등 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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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쿄스케 예쁜 게 뭐든 제일 좋은 거잖아 그러니까 내가 1등이지?”







잘 마무리된 줄 알았지만 실은 미련을 버리지 못했던 세 사람이라 집에 돌아가서 자신의 아이를 끌어안고 한참 푸념을 늘어놓았다지 뭐야 마치다랑 쿄스케 소라는 조금 귀찮았대


















노부마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