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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14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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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하늘은 높고 수인들이 살찌는 계절 가을
이맘때가 되면 부쩍 수인들의 체중이 증가하는 시기라 매체에서는 건강 관련 프로그램들이 쏟아져 나왔어
이를테면
‘수인의 털 찐 것과 살찐 것 구분하기’
‘수인 의사가 뽑은 체중 증가 간식 10가지’
같은 것들 말이야 츠지무라 노부 시시오는 이미 과체중 수인 캠프에서 호되게 데인 경험이 있다 보니 관련 내용을 필사적으로 외면 중이었지만 한 가지는 귀에 들어왔어
‘더위가 한풀 꺾인 요즘 주말이면 아이들과 혹은 수인 파트너와 함께 나들이 가시는 분들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적당한 야외활동은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만큼 이번에는 가을에 가기 좋은 관광지에 대해 … ’
바로 나들이였지 아무래도 여우와 고양이라 더운 여름엔 잘 안 움직이려 하던 아이들이 날이 풀리니까 어찌나 폴짝 거리던지 집에만 두기 미안할 지경이었어
그래서 이번 주말엔 다 같이 츠지무라네 시골 별장에 가기로 했지
뒷산에 밤나무가 많아서 단풍 구경도 하고 밤도 주울 수 있다지 뭐야 그소식을 들은 마치다는 전날밤부터 한껏 신이 났어
“노부야 나 밤 줍기 처음 해봐! ”
“나도 그래 케이 가서 많이 주워오자.”
제가 살면서 밤을 주우러 갈 거라곤 생각해 본 적 없던 노부지만 마치다의 기대된다는 표정을 보고 있자니 어느새 그는 내일 꼭 밤을 한 아름 따 제여우를 기쁘게 해주겠다는 의지에 활활 불타올랐어
다른 집들도 마찬가지였지
“시시오 우리 내일 밤 잔뜩 주워와요!”
“그럼요! 소라 저만 믿어요! 밤이 잔뜩 들어간 케이크 만들어 줄게요!”
그걸로 밤 조림도 만들고 스프레드도 만들자면서 시시오소라네 역시 한몫 단단히 챙길 생각으로 설렜어
“슌타로.. 그래도 우리가 그 산 주인인데 여우네들 보단 많이 주워야 하지 않겠어?”
“그럼 걱정 마 내가 잘해볼게.”
고작 밤 줍는 걸 얘기하면서 지나치게 진지한 분위기가 되어버린 츠지무라쿄스케네는 어떻고, 지난 온천여행에서 금붕어 잡기에 참패한 굴욕을 잊지 못한 두 사람은 이번엔 꼭 만회하고 싶다 나 봐
그렇게 결전의 날... 이 아니라 가을 나들이 날이 밝았어
시골로 가야 하다 보니 아침 일찍 모인 보호자들은 각자 아직 눈도 못 뜬 제 수인들을 품에 꼭 안은 채였지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나름 자주 모이는 세 사람이지만 이들의 만남은 순전히 자신의 수인들에 의해 이루어진 만남이라 사실 지금처럼 아이들이 모두 잠들어 있을 땐 묘하게 어색했어
그렇다고 곤히 자고 있는 제 수인을 깨울 순 없잖아
짧은 안부를 몇 마디 나누다 거의 진공상태처럼 별장으로 향했지 뭐
“우와 여기 집 신기하다!”
“나도 시골 오랜만에 와봐.”
“역시 도시랑은 공기부터 다르다니까. 나에게 감사해라 여우들.”
차 안에서 세상모르게 잘땐 언제고 별장에 도착하자마자 여우와 고양이는 활기가 넘쳤어 당장이라도 산으로 튀어갈것 같은 아이들을 달래면서 세 사람은 챙겨온 모자며 장갑을 끼웠지
“케이 이거 벗으면 안 돼 밤송이머리로 떨어지면 아파 알겠지?”
“우웅.. 답답해.”
“소라 밤송이 가시 찔리면 안 되니까 장갑 꼭 껴야 해요.”
“응. 알았어.”
“아가 밤송이 가시 위험하니까 답답해도 하자 응?”
“불편해애.”
의젓한 소라와 달리 찡찡 거리는 마치다와 쿄스케를 어르면서 장비를 착용한 후 으레 하는 포토타임까지 가진 다음에 보호자들 역시 모자와 장갑을 꼈는데 방금 전까진 꿀 떨어지는 눈으로 자신들의 수인을 바라보던 그들의 눈빛이 사뭇 진지해졌어 마치 전투에 나가는 것처럼 말이야
“우와 밤송이 신기해!”
“시시오 이것 봐 밤 되게 크다.”
“슌타로 빨리 까봐.”
처음엔 신이 나서 밤을 줍던 아이들이 장갑을 껴도 가시가 성가시고 혹시나 다칠까 옆에서 호들갑을 떠는 보호자들 때문에 금방 흥미를 잃고 말았어
어느새 밤은 뒷전이고 누가 더 예쁘고 신기한 단풍잎을 찾나 내기를 하느라 저만치 뛰어가는 아이들을 보며
노부와 츠지무라 시시오는 서로 시선을 교환했지
짧은 순간이었지만 파박 스파크가 튄것 같은 그 분위기와 함께 드디어 시작되었어 그들만의 밤 줍기 대회가
그래서 누가 이겼을 것 같아?
“우리 노부가 딱 봐도 많이 주웠으니까 1등이야!”
“시시오가 큰 밤을 많이 주웠으니까 1등이야.”
“슌타로가 예쁜 밤을 많이 주웠으니까 1등이지!”
여우와 고양이의 주장에 따라 결국 세 사람 모두 공동 우승이 되고 말았대
와아 멋지다 박수를 짝짝 치는 아이들을 보며 노부와 츠지무라 시시오는 그저 이기려고만 했던 자신이 부끄러워졌어 맞아 우린 나들이를 온 거였는데
그렇게 과열된 분위기는 가라앉고 주운 밤으로 군밤도 해먹고 군고구마도 먹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답니다~
+
“케이 그래도 내가 제일 많이 주웠으니까 내가 1등 맞지?”
“소라 양보단 질 인거잖아요. 이렇게나 밤이 큰데 제가 1등 맞죠?”
“쿄스케 예쁜 게 뭐든 제일 좋은 거잖아 그러니까 내가 1등이지?”
잘 마무리된 줄 알았지만 실은 미련을 버리지 못했던 세 사람이라 집에 돌아가서 자신의 아이를 끌어안고 한참 푸념을 늘어놓았다지 뭐야 마치다랑 쿄스케 소라는 조금 귀찮았대
노부마치
23
하늘은 높고 수인들이 살찌는 계절 가을
이맘때가 되면 부쩍 수인들의 체중이 증가하는 시기라 매체에서는 건강 관련 프로그램들이 쏟아져 나왔어
이를테면
‘수인의 털 찐 것과 살찐 것 구분하기’
‘수인 의사가 뽑은 체중 증가 간식 10가지’
같은 것들 말이야 츠지무라 노부 시시오는 이미 과체중 수인 캠프에서 호되게 데인 경험이 있다 보니 관련 내용을 필사적으로 외면 중이었지만 한 가지는 귀에 들어왔어
‘더위가 한풀 꺾인 요즘 주말이면 아이들과 혹은 수인 파트너와 함께 나들이 가시는 분들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적당한 야외활동은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만큼 이번에는 가을에 가기 좋은 관광지에 대해 … ’
바로 나들이였지 아무래도 여우와 고양이라 더운 여름엔 잘 안 움직이려 하던 아이들이 날이 풀리니까 어찌나 폴짝 거리던지 집에만 두기 미안할 지경이었어
그래서 이번 주말엔 다 같이 츠지무라네 시골 별장에 가기로 했지
뒷산에 밤나무가 많아서 단풍 구경도 하고 밤도 주울 수 있다지 뭐야 그소식을 들은 마치다는 전날밤부터 한껏 신이 났어
“노부야 나 밤 줍기 처음 해봐! ”
“나도 그래 케이 가서 많이 주워오자.”
제가 살면서 밤을 주우러 갈 거라곤 생각해 본 적 없던 노부지만 마치다의 기대된다는 표정을 보고 있자니 어느새 그는 내일 꼭 밤을 한 아름 따 제여우를 기쁘게 해주겠다는 의지에 활활 불타올랐어
다른 집들도 마찬가지였지
“시시오 우리 내일 밤 잔뜩 주워와요!”
“그럼요! 소라 저만 믿어요! 밤이 잔뜩 들어간 케이크 만들어 줄게요!”
그걸로 밤 조림도 만들고 스프레드도 만들자면서 시시오소라네 역시 한몫 단단히 챙길 생각으로 설렜어
“슌타로.. 그래도 우리가 그 산 주인인데 여우네들 보단 많이 주워야 하지 않겠어?”
“그럼 걱정 마 내가 잘해볼게.”
고작 밤 줍는 걸 얘기하면서 지나치게 진지한 분위기가 되어버린 츠지무라쿄스케네는 어떻고, 지난 온천여행에서 금붕어 잡기에 참패한 굴욕을 잊지 못한 두 사람은 이번엔 꼭 만회하고 싶다 나 봐
그렇게 결전의 날... 이 아니라 가을 나들이 날이 밝았어
시골로 가야 하다 보니 아침 일찍 모인 보호자들은 각자 아직 눈도 못 뜬 제 수인들을 품에 꼭 안은 채였지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나름 자주 모이는 세 사람이지만 이들의 만남은 순전히 자신의 수인들에 의해 이루어진 만남이라 사실 지금처럼 아이들이 모두 잠들어 있을 땐 묘하게 어색했어
그렇다고 곤히 자고 있는 제 수인을 깨울 순 없잖아
짧은 안부를 몇 마디 나누다 거의 진공상태처럼 별장으로 향했지 뭐
“우와 여기 집 신기하다!”
“나도 시골 오랜만에 와봐.”
“역시 도시랑은 공기부터 다르다니까. 나에게 감사해라 여우들.”
차 안에서 세상모르게 잘땐 언제고 별장에 도착하자마자 여우와 고양이는 활기가 넘쳤어 당장이라도 산으로 튀어갈것 같은 아이들을 달래면서 세 사람은 챙겨온 모자며 장갑을 끼웠지
“케이 이거 벗으면 안 돼 밤송이머리로 떨어지면 아파 알겠지?”
“우웅.. 답답해.”
“소라 밤송이 가시 찔리면 안 되니까 장갑 꼭 껴야 해요.”
“응. 알았어.”
“아가 밤송이 가시 위험하니까 답답해도 하자 응?”
“불편해애.”
의젓한 소라와 달리 찡찡 거리는 마치다와 쿄스케를 어르면서 장비를 착용한 후 으레 하는 포토타임까지 가진 다음에 보호자들 역시 모자와 장갑을 꼈는데 방금 전까진 꿀 떨어지는 눈으로 자신들의 수인을 바라보던 그들의 눈빛이 사뭇 진지해졌어 마치 전투에 나가는 것처럼 말이야
“우와 밤송이 신기해!”
“시시오 이것 봐 밤 되게 크다.”
“슌타로 빨리 까봐.”
처음엔 신이 나서 밤을 줍던 아이들이 장갑을 껴도 가시가 성가시고 혹시나 다칠까 옆에서 호들갑을 떠는 보호자들 때문에 금방 흥미를 잃고 말았어
어느새 밤은 뒷전이고 누가 더 예쁘고 신기한 단풍잎을 찾나 내기를 하느라 저만치 뛰어가는 아이들을 보며
노부와 츠지무라 시시오는 서로 시선을 교환했지
짧은 순간이었지만 파박 스파크가 튄것 같은 그 분위기와 함께 드디어 시작되었어 그들만의 밤 줍기 대회가
그래서 누가 이겼을 것 같아?
“우리 노부가 딱 봐도 많이 주웠으니까 1등이야!”
“시시오가 큰 밤을 많이 주웠으니까 1등이야.”
“슌타로가 예쁜 밤을 많이 주웠으니까 1등이지!”
여우와 고양이의 주장에 따라 결국 세 사람 모두 공동 우승이 되고 말았대
와아 멋지다 박수를 짝짝 치는 아이들을 보며 노부와 츠지무라 시시오는 그저 이기려고만 했던 자신이 부끄러워졌어 맞아 우린 나들이를 온 거였는데
그렇게 과열된 분위기는 가라앉고 주운 밤으로 군밤도 해먹고 군고구마도 먹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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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 그래도 내가 제일 많이 주웠으니까 내가 1등 맞지?”
“소라 양보단 질 인거잖아요. 이렇게나 밤이 큰데 제가 1등 맞죠?”
“쿄스케 예쁜 게 뭐든 제일 좋은 거잖아 그러니까 내가 1등이지?”
잘 마무리된 줄 알았지만 실은 미련을 버리지 못했던 세 사람이라 집에 돌아가서 자신의 아이를 끌어안고 한참 푸념을 늘어놓았다지 뭐야 마치다랑 쿄스케 소라는 조금 귀찮았대
노부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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