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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1 22:15
ㅇㅅㅈㅇ
ㅇㅅㅍ
여공남수 먹음
여남박ㅈㅇ
둘이 색사할 때 녕원주가 너무 크니까 여의가 억눌러서 한단 말임. 거기 짐승처럼 엎드려서 구겨진 자세로 하는데 하는 내내 정말 간헐적으로 앓는 소리 정도만 내고 녕원주한테서 딱히 반응이 없음. 종종 여의가 생각하는 거는 고문하는 거 같다는 거? 주의위에서도 심문을 하니까 가끔 이렇게 인내심 강한자를 만나는데 꺾이지 않고 끝까지 버티는 사람들이 이런 모습이었음.
여의가 느릿느릿 움직이다가, 창에 찔린 걸로 보이는 자국을 손으로 꾹 눌러봤음. 오랜 흉터라 피부색을 따라서 가지처럼 길게 뻗어있어서. 흉하다고 여기지 않고, 이런 상처에도 개의치 않고 여전히 육도당 당주로 살다니 대단한 사내라고 생각했음
원래 여의는 색사할때 목적이 임신 시키는 거 하나라 말이 전혀 없는데 이날은 나직하게 물어본 거.
이건 어쩌다 생긴거야?
녕원주는 여의가 자기한테 말 걸었다는 게 안 믿겨서 한참 후에나 대답했음. 오래전 오국과 북반의 전투에서 뒤로 창이 들어왔다고. 여의가 가만히 허리를 쓰다듬더니 육도당 당주가, 당연히 쉽지 않겠지만 이만한 상처를 겪고도 의연하다니. 대단하네.
혼자 중얼거리듯이 말하더니 유달리 작은 녕원주 골반 잡고 계속 움직이다 끝냄. 전희라고 할 것도 없고 녕원주는 딱히 쾌락을 못 얻는 관계지만 오늘은 여의가 돌아간 이후에도 멍하게 한참이나 앉아있었음.
여의가 춤 한번 춰줬으면 좋겠다
근데 그것도 양영 가르쳐준거임
앙영이 자기는 냉궁의 공주라서, 공주가 아니라 귀족 집안의 여식들이 받는 교육조차도 받지 못해 무엇하나 뛰어난게 없다고 말했는데 여의가 손 잡으면서 이제 내 제자가 되었으니 누구보다 뛰어나게 해주겠다는 얘기 하다가 그렇게 됐음
그때 머물던 숙소 내원에서 양영 가르쳐준답시고 둘이서 춤추는데, 녕원주는 반대쪽 건물 누각에서 보고 있었음. 원래 녕원주가 먼저 거기 앉아있었으니까 훔쳐본건 아님
뛰어난 건 당연하고 여태까지 여의가 춤을 췄을 땐 살인이 목적이었던터라 녕원주는 오늘 내가 죽나 그런 생각도 잠시 했음
원래도 아름다운 건 알았지만 춤추는 자태가 비범해서, 하긴 저런 여인이 저런 춤을 추는데 누가 살수라고 여기겠나 한참 바라봤음
종종 여인들은 사랑하는 이를 위해 춤을 춘다는 데..
마시던 찻물이 갑자기 너무 써서 내려놓았음.
여의가 만져준 허리쯤이 간지러운 것도 같았고, 명치 아래가 갑갑한 것도 같았고. 요즘 늘 여의를 보고 있는 기분인데 어쩌다 여의가 자길 한번 바라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겠지
근데 그걸 바란다는 걸 생각하고 나니까 심장이 그대로 빠져나가서 여의가 밟고 있는 돌길에 처박힌 기분이었음
그리고 이 환난한 가운데 드디어 회임 소식이 있었음
이날 녕원주는 아침부터 기분이 안 좋아서 사탕을 한주먹씩 먹고 있었는데, 아주 기이하게도 본인이 너무 좋아했지만 당시 현금이 부족해서 더 사지 못했던 그 꽃향기 나는 사탕 상자가 두 상자 더 들어왔다는 점을 의아하게 생각함
적자주색 주머니에 들어있었는데 먹을 것에 눈이 완전히 멀어 진지하게 생각하지 못했음. 오물오물 혀가 아플 정도로 먹고 있다가 전소가 질색한 표정으로 아침부터 꿀단지에 빠져서 뭐하냐고 밥 먹으라고 한마디 했는데 뭔가 그게 말도 안되게 서운했단 말임?
그것도 서운한데 갑자기 여의한테 자기는 안중에도 없다는 생각이 듦. 이렇게 큰데 여의는 자길 염두에도 두고 있지 않고 혼례를 올린 부부지만 남보다 못하고, 여의는 그 남보다 못한 거 아무렇지도 않은데.. 근데...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본인은 그거보다 더 원하는 거 같고... 슬펐던 건데 그 생각하니까 눈앞이 핑 돌았음
전소가 뭐라하는 거 갑자기 멍하게 물속에 처박힌 것처럼 아득하게 들리더니 쓰러짐
쓰러지면서도 그냥 좀 슬펐는데 왜 이러지? 했음
다시 눈 떴을 때, 녕원주가 제일 먼저 본게 여의였음. 만면에 웃음을 띈 여의.
처음 만났을 때 웃으면서 인사했고 척을 지기 전까지는 저렇게 좋은 얼굴로 종종 식사나 같이 하자고 말 걸곤 했는데 막상 그걸 잃었다는 걸 생각하고 있었음. 웃으면서 원주, 하고 못 믿을 정도로 다정하게 불러줬을 거임. 딱 그 순간 자기 마음 알아차렸겠지. 이미 뿌리를 내려서 가지를 치고 꽃피기만을 기다렸던 것처럼 여의에게 푹 빠져 있었음. 그렇게나 여의를 길게 바라보고 그렇게나 여의를 신경쓰고 하루종일 생각했으면서..
누운채로 멍한 녕원주 보면서 마침내 결실이 있으니 다행이다. 그렇지? 하고 무심하게 녕원주 머리칼 넘겨주면서 뺨 한번 쓰다듬었는데 잠깐 닿았다가 사라진 그 온기까지 붙잡고 싶었음
황후마마께서 그렇게 오랜 시간 나에게 말씀하셨는데, 이제야 황후마마께서도 안심하시겠지.
여의가 그렇게 즐거운 이유는 결국 황후냥냥인 것임
그말듣는데 마음이 좀 아프면서도 동시에 이유가 생긴거 아님. 아이가 있으면, 지금부터는 그래도 여의와 녕원주는 적어도 삶에서 남남이 될 수 없는 연결 고리가 생긴 거니까
오국 떠난지는 좀 됐고, 안국 들어온지 한달여 되었으니까 혼인 하자마자 회임한거라 보기에는 좋을 듯. 둘이 뜻이 맞아 노상에서 예를 다하고 일찍 부부가 된 것도, 그리고 그 길에서 첫 아이까지 품었으니 이렇게만 설명하면 정말 죽고 못사는 애정이 두꺼운 부부임
여의와 주의위가 녕원주를 정말 잘 보필하긴 했음
육도당은 전부 남자라 이런 일에는 전혀 뭘 해줄수가 없는데 입는 옷, 쓰는 물건, 깔고 앉을 방석 같은 자질구레 한것들까지 다 부드럽고 좋은 것으로 가져다 줌. 배고플 틈이 없을 정도로 늘 맛있는 것도 가져다 주고 오랫동안 녕원주 보필한 전소와 머리 맞대고 탕약도 끓임.
당연히 제일 보기 좋은 반응을 보인 건 양영과 원록이었는데, 토끼 같은 자식을 낳겠네요 왜냐면 녕거거는 토끼처럼 생겼으니까! 맞아요 거대토끼! 하고 둘이 꺙꺙 거림
여의는 사탕 먹는 토끼가 어디있담 하고 혼자 생각함
녕원주 기대도 안했는데 여의가 이때부터 되게 잘해줄 듯. 자길 어디로 보내버릴 걸 염두에 두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너무 무거웠는데, 매일 찾아와서 몸은 어떻냐고 묻고 식사도 같이 하기 시작하는 거
처음에 만났을 때 여의가 웃는 얼굴로 제의하던걸 받아들였다면.. 하고 혼자 후회하던 삶에 드디어 들어온 거 같았음
안국은 오국보다 더 춥고 더 더운 나라라 식재료를 저장하는 버릇이 있으니, 이렇게 오래 쑨 죽같은 걸 많이 먹는다면서 이런 저런 얘기도 해주고 잘 먹는 거 같으면 뿌듯하게 웃으면서 쳐다보고 있기도 하고
사탕 좋아하는 건 알지만 애한테는 그런 직접적인 당류가 좋지 않으니 좋아하는 사탕은 여의가 직접 한두개 정도만 준비해줄거임. 물론 녕원주는 모르고. 대신 과일 많이 준비해주는데 아침부터 단거 먹고 싶어서 비파 까먹고 있으니까 조용히 들어온 여의가 어미가 아침부터 부지런하니 아이가 얼마나 좋겠어. 하고 옆에 앉아서 대신 까줌
둘이 서로 할 말이 그렇게 없는데..
여의가 작은 비수로 대수롭지 않게 비파 껍질 까서 작은 접시에, 딱 한입에 들어갈 정도로 잘라서 주면 녕원주가 그걸 조심스럽게 들어서 먹음. 먹는 속도가 빠르니까, 몸은 크지만 입은 작으면서 열심히도 먹네 생각하게 되는 거지. 그러고 보니 양영 말이 맞음. 전투적으로 그러나 하찮게 풀떼기를 씹어먹는 토끼처럼 지금 녕원주도 무척 패기를 보이며 먹고 있긴 한데 딱 사납기가 토끼수준임
사실 녕원주는 매우 강해서 토끼치고는 흉폭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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