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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3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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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절절 노잼 미안하다
급전개 ㅈㅇ
ㅋㅂㅈㅇ
다 주의
바로 눈앞에 보이는 상점들의 이름을 말하고 짧게 통화를 끝냈어. 결국 내가 마지막까지 기댈 수 있는 사람은 존밖에 없구나. 이제 다신 토마스를 보지 못하겠지. 그대로 주저 앉아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한껏 몸을 웅크리고 있을 거야.
얼마나 지났을까. 시끄럽게 멈추는 차 소리와 세바스찬, 하고 저를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들자 너무나 보고 싶던 얼굴이 보여. 과연 지금 보고 싶은 얼굴이 존인지, 토마스인지 모르겠지만 말이야.
"괜찮은 거야?"
정말 복귀하자마자 달려온 건지 존은 아직 정복 차림이겠지. 눈물이 그렁그렁한 얼굴로 그를 올려다보며 손을 뻗자 익숙하게 일으켜 세바스찬을 품에 안았어. 무슨 일이야, 키드. 마치 아이를 달래는 듯이 귓가에 속삭이고 등허리를 쓰다듬으며 달래주자 결국 울음을 참지 못했어.
"흑, 흐윽... 존."
"... 그래. 나 여기 있어."
"존은 나 떠나지 마요."
"그럴게."
"나한테 이제 당신밖에 없어..."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었지만 일단 진정시키는 게 가장 우선이라고 생각했겠지. 우느라 발갛게 상기된 볼을 쓰다듬으며 잔뜩 젖은 눈꺼풀에도 짧게 입 맞추며 달랬어.
시간이 지나면서 호흡이 조금씩 진정되자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고 차로 데려가 조수석에 앉힐 거야. 벨트를 채워 주려고 상체가 가까워지자 그대로 존의 넥타이를 당겨 입술만 살짝 맞닿은 채로 속삭였지.
"... 집에 들어가기 싫어요."
그 말이 끝나자마자 거칠게 입을 맞추는 존의 입술을 혀로 파고들며 손을 내려 그의 다리 사이를 부드럽게 쓰다듬었어.
-
정사가 끝나자마자 기절하듯이 잠든 세바스찬 온 몸에는 울긋불긋하게 깨물린 자국과 손자국이 가득했어. 창문 너머로 금새 어두워진 바깥 풍경을 바라보다가 존은 생각에 잠겼어. 안 그래도 며칠 전에 게일과 동료들을 우연히 만났거든. 마지랑 결혼하고 나서 얼굴이 더 좋아졌겠지.
나는 여전히 너를 놓지 못해서 겉만 번지르르한 엉망진창인 삶을 살고 있는데 말이야. 벅, 나는 도대체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걸까. 깊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돌려 세바스찬을 바라보는데 열이 식은 몸이 추운지 웅크리고 있을 거야. 이불을 덮어주려는 순간, 존의 귀에 너무나 익숙한 이름을 세바스찬이 잠결에 속삭이겠지.
"... 토마스."
“......”
존의 미간이 잔뜩 찌푸려졌어.
-
zipzip 해서 각자 집이랑 왔다갔다 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존이 아예 작은 집을 얻어서 동거 비스무리하게 시작했으면 좋겠다. 그 날이 있고 세바스찬이 조금씩 티나지 않게 바뀌었으면 좋겠음. 사소한 거에 깜짝깜짝 놀라거나 웬만하면 밖에 잘 안 나가려고 하고.
그때 있었던 일에 대해 넌지시 물어볼 때마다 세바스찬은 묵묵부답이었고 존도 더이상 알아내려고 하지 않았지. 토마스랑 그 일이 있고 난 후에 벌써 얼굴도 못 본지 한 달이 지나가면서 세바스찬은 서서히 마음 정리하려고 할 듯. 그래, 걔 인생을 위해서 내가 사라져 주는 게 맞아. 더이상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게끔.
토마스는 하루하루 말라가는 기분이야. 만약 꽃이었으면 이미 시들어서 죽어버렸을지도 몰라. 어머니가 충격으로 쓰러지셨던 이후로는 당분간은 어머니 집에서만 지내고 있겠지. 다시 또 안 좋아지실까 걱정도 되지만 홀로 사라진 세바스찬이 걱정이 되어서 미칠 것 같을 거야. 괜한 욕심 때문에 모든 게 다 끝났다는 자책감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에 대한 분노가 섞인 여러가지 감정들이 바늘로 콕 찌르면 터질 것 같았어.
어머니 약을 타온다는 핑계로 겨우겨우 나오는 날마다 세바스찬 집에도 가보는데 역시나 아무런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고 오늘은 일하던 바에 가보니까 이미 그만 뒀다고 하겠지.
젠장... 피우던 담배를 던져버리고 연기를 뱉으면서 머리를 거칠게 쓸어올리는데 건너편 도로에 익숙한 금발의 남자가 마스크를 쓰고 서둘러 걸어가는 게 보여.
"세바스찬...?"
처음에 긴가민가 했는데 뭐에 홀린 듯이 신호 바뀌자마자 남자가 들어간 골목 쪽으로 뛰어갔어. 누군가를 기다리는지 서있을 때 그를 부르려는 순간에 저멀리 다가오는 남자의 얼굴을 보고 서둘러 벽 뒤로 몸을 숨겼어. 그 옆에 다가오는 남자는 바로 제 아버지, 존이겠지.
누가 봐도 연인 사이인 것처럼 존은 익숙하게 세바스찬의 허리를 끌어안았고 세바스찬은 그 끌어안은 손을 쓰다듬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기 바빴어. 마지막으로 봤던 얼굴과 지금 제가 좋아하는 미소로 웃고 있는 얼굴은 마치 전혀 다름 사람 같았어.
나는 네가 보고 싶어서 죽을 것 같았는데 너는 아무렇지도 않았어?
결국 너도 누군가를 대신해 줄 사람이 필요했던 거야?
그래서 아버지와 닮은 껍데기일 뿐인 나를 사랑에 빠진 그런 눈으로 바라보고 그랬어?
그 모습을 지켜보니 머리가 더욱 복잡해졌어. 빌어먹을...... 알 수 없는 분노와 서러움으로 가득차서 손톱 자국이 남을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어. 원래 집 방향과 다르게 향하는 그 둘을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천천히 뒤따라 갔고 결국 끝까지 따라가서 결국 둘이 사는 집 위치를 알아내겠지.
-
"존, 잠깐, 잠깐만요..."
"키드, 사랑한다고 말해 줘."
"......"
"빨리, 응?"
"... 사랑해요."
최근들어 존은 이상할 정도 본인이 누구인지, 사랑을 확인받고 싶어했고 스킨쉽이 더욱 잦아졌어. 집 앞에 도착하자마자 누구라도 마주칠까 썼던 마스크를 벗겨버리고 입을 맞춰오는 존을 살짝 밀어내자 씩 웃더니 달아오르지 않은 제 귓가를 매만졌어. 얼른 들어가자고 말하려다가 어디선가 자신을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져 급하게 뒤를 돌아봤을 거야.
"왜?"
"아뇨. 누가 쳐다보는 것 같아서..."
"아무도 없는 거 알잖아. 괜찮아. 들어가자."
"응..."
마음에 뭔가 걸린다는 듯이 우물쭈물하는 세바스찬의 등을 감싸며 집 안으로 들여보냈어.
사실 이미 감각적으로 꽤 멀리서부터 토마스가 뒤따라온다는 걸 눈치챘을 거야. 그래서 일부러 반은 계획적으로 또 반은 충동적으로 세바스찬을 집 앞에서 끌어안고 입맞춘 거겠지. 존은 토마스가 숨어서 그 둘을 바라보고 서있었던 곳을 슬쩍 바라보곤 문을 세게 닫았어.
-
아버지, 제가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 저에게 하셨던 말, 기억하세요?
"토마스, 평생 놓치고 후회할 것 같은 사람이면 고민하지 말고 꼭 잡아. 네 아빠는 겁이 너무 많았거든."
저는 아버지와 달라요. 그래서 절대 포기 못해요. 이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걔를 꼭 내 걸로 만들 거예요.
세바스찬, 어떻게 하면 널 가질 수 있을까.
내가 아버지 아들이 아니었더라도 너는 날 좋아했을까?
내가 아버지 아들이 아니었더라면......
우리는
괜찮았을까?
칼럼오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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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세바스찬
존세바스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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