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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27 15:44



??? : 야 옆부서 잘생긴 신입 봤어?



요즘 날의 오노즈카 대리는 몰골이 말이 아니었지
. 며칠은 못 잔 듯 푸석한 피부 하며 눈 밑에는 짙은 다크써클이, 미간에는 주름이 팍 잡혀있었어. 그런데도 살이 통통하게 올라 전보다 얼굴이 빤질 해 보이는 건 그저 기분 탓이 아니었음. 몸이 엄청나게 좋은 건 아니었지만 꾸준한 운동과 타고난 기초체력 덕에 늘 건강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던 오노즈카였는데. 어느 날 문득 샤워하고 마주친 자신의 모습은 더 이상 전에 알던 늘씬한 몸이 아니었음. 그리고 어렵지 않게 이 몰골과 몸뚱이를 만들어준 사람을 떠올려냈지.

 
 

~얼마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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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님! 이거 드세요!"

 

아무것도 모른다는 얼굴로 양팔 가득 간식거리를 안고 온 칸타에 불쑥 울화가 치밀었어. 어느새 책상 한구석에는 칸타가 내민 달다구리들이 한가득 쌓여갔지. 버리면 벌받으니까. 아까운 마음에 야금야금 간식을 먹고 있으면, 그런 저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칸타가 있었어. 뭐야. 지가 준거라고 생색내는 거야? 속내를 알 수 없는 신입은 다른 부서 심부름뿐만 아니라 화장실만 다녀와도 출처 모를 간식을 잔뜩 가지고 돌아오곤 했어. 그도 그럴 것이 입사 세 달이 넘은 지금, 칸타는 전과 다른 의미로 유명 인사였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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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만 해주시면 안 될까요? 제발요...?"

 

부러 울망한 눈망울로 3초간 쳐다보면 남녀노소 홀린 듯이 고개를 끄덕였음. 일명 예스맨 제조기. 저거 분명 거울 보고 연습했을걸. 심지어는 악명높은 옆 부서 김 부장님마저 넘어갔다니 말 다 했지, . 이걸 노린 붕 부장이 일부러 여기저기 결재 심부름을 보냈고, 결과는 역시나 만사 오케이. 가뜩이나 유명했던 신입의 잘난 얼굴까지 알려지니 인기가 치솟는 건 자연스레 따라오는 덤이었지. 아무래도 저건 악마의 환생이 틀림없음. 제 생각하는 건 어떻게 알았는지 눈을 번뜩거리며 달려오는 얼굴에 오소소 소름이 돋은 오노즈카였어. 게다가 당연하다는 듯 제 책상이 아닌 오노즈카의 책상에 간식을 올려놓는 저 뻔뻔함까지! 침착하자 침착해. 화내면 나만 손해다. 속으로 참을 자를 새겨나간 오노즈카가 이를 악물고 말했음.

 

"칸타씨.. 나 당분간 간식 주지 마. 안 먹을 거야."

"네? 왜요?"

"살쪄서."

"네? 하나도 안 찌고 귀엽기만 한데...."

 

이것 좀 보라고! 두 번째 열받는 포인트. 칸타는 아무렇지 않게 얼굴 화끈대는 말을 내뱉곤 했음. 가령 오늘도 멋지시네요.’ ‘역시 오노즈카 대리님밖에 없어요!’ 따위의 칭찬들 말이야. 사실 처음에는 이런 말들이 어색하긴 했지만, 썩 나쁘지는 않았음. 살면서 이런 극진한 대접을 언제 받아보냐는 말이지. 문제는 사무실 사람들의 귀 역시 쫑긋했다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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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귀여운 오노즈카씨~ 좋은 아침~”

회사에서 제일 멋진 오노챠 선배님~이것 좀 부탁해용~”

 

그렇게 순식간에 사무실의 놀림거리로 전락해버리고만 오노즈카였음.

 

어우. 생각하니까 벌써 열받아. 오늘도 얼굴을 마주할 깜찍한 후배 놈을 생각하니 출근 전부터 혈압이 올라 휘휘 고개를 저으며 애써 생각을 떨쳐냈어. 그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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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단결근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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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대리가 사수니까 한번 가봐. 여기 주소.”

 

어째 조용하다 했더니 출근 시간이 한참 지나도 채워지질 않는 옆자리에 괜히 신경이 쓰이던 차였어. 이미 몇 번이고 전화했지만 받지도 않았고. 무슨 일 있나? 저도 모르게 온종일 다리를 떨고 있었나 봐. 퇴근이 가까워진 시간에 붕 부장이 저를 호출하는 소리가 들렸어. 잠시 후, 한껏 어두워진 얼굴을 하고 나온 오노즈카가 주소가 적힌 종이를 손에 꽉 쥐었음.

 
 

-

 
 

어라. 여기가 아닌가? 몇 번이고 초인종을 눌러댔지만 아무런 기척이 없는 집 앞에서 잠시 주춤하는 사이, 뒤에서 묵직하고 느린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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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노즈카상..?”

 

딱 봐도 기운 없어 보이는 얼굴. 평소와 달리 잔뜩 흐트러진 머리와 생활감이 보이는 편한 옷차림. 약국에 다녀온 건지 손에는 약 봉투가 들려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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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말도 없이 회사에 안 나오면!”

 

가까이 다가간 오노즈카가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열감에 놀라 말을 잇지 못했음. 저도 모르게 짚은 칸타의 이마는 이미 절절 끓는 듯 뜨거웠음. 그 손길에 어리광 부리듯 그대로 무게를 실어 온 칸타가 입꼬리를 올린 채 가만히 입을 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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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보러 와주신 거예요?”

 

아픈 거 뻥이지 너. 그 와중에 저를 보고 배시시 웃어오는 풀어진 얼굴에 마음 한구석이 찡, 울려오는 오노즈카였음. 문고리를 돌릴 기운도 없는지 힘없이 건네오는 열쇠로 들어간 칸타의 집은 난장판 그 자체. 종일 앓았던 건지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물병 하며, 푹 젖은 수건이 그가 얼마나 아픈지 알려주고 있었음. , 짧은 한숨을 내뱉은 오노즈카가 이내 소매를 걷어 올렸어. 일단 넌 누워서 좀 쉬고 있어. 가만있는 게 도와주는 거다. 사뿐히 침대까지 밀어주니 이내 풀썩하고 엎어지는 칸타였음. 약을 먹고는 바로 잠들었는지 고새 색색거리는 소리가 들렸어.

 

손에 잡히는 것부터 차근히 치워나가니 금세 정리가 끝났음. 부잣집 도련님이다 뭐다 하도 소문이 무성해서 번쩍거리는 집에 살 줄 알았더니만. 생각보다 작고 정갈한 집이었음. 어지르고 살 줄 알았는데 너저분하던 바닥 이외에는 깔끔하고 반듯했지. 문득 제 마음대로 칸타를 재단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음. 근거도 없는 말을 내뱉던 회사 사람들처럼 말이야. 그런 생각을 하며 더 치울 건 없나-하고 둘러보던 오노즈카의 눈에 반짝이는 무언가가 들어왔어. , 저건. 잘 아는 상자였지. 매일같이 오노즈카의 책상을 차지하고 있는, 어느 날에 혼잣말로 이건 별로 안 달고 맛있네-하고 되뇌었던 초콜릿 상자. 얘도 단 걸 좋아했던가? 그때, 정적을 가르고 한껏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려왔어방금 일어난건지 아직 목이 반쯤 잠겨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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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잠깐 옷 좀 갈아입을게요. 훔쳐보면 안돼요."

"어, .."

 

저도 모르게 고개를 푹 숙였어. 뭐야. 왜 얼굴이 뜨끈해. 심장은 또 왜 이렇게 쿵쿵 뛰어대는 거야. 아무래도 과도한 스트레스 반응임이 틀림없었음. 꼼질대는 제 발끝만 보고있는 오노즈카의 옆으로 툭, 하고 뭔가 떨어졌어. 그리고 또 툭. 제 발 옆에 쌓여가는 것들은... 칸타의 옷가지였지. 잠깐만. 이건 티셔츠, 이건 바지고, 이건- 그렇다는 건 지금 제 뒤에 있는 사람은 저도 모르게 살색의 이미지가 떠오른 오노즈카가 재빨리 고개를 저어댔음. . 평소라면 들려오는 웃음소리에 버럭하며 반응해야 했지만, 지금의 오노즈카는 그럴 정신이 없었어. 오늘의 칸타는 뭔가 달랐음. 기운이 없는지 조용했고, 유달리 낮게 깔린 목소리와 약 기운에 나른한 눈빛이 조화를 이루며 이상한 분위기를 풍겨댔음. 이를테면... 뇌쇄적이랄. 내가 미쳤지. 지금이라면 칸타가 무슨 말을 해도 고개를 끄덕일 것만 같았어. 서둘러 가봐야겠다고 생각한 찰나,

 

“...저 좀 많이 아픈데.”

,. 그래 보여.”

밤에 갑자기 쓰러지면 어떡해요?”

?”

그러니까, ......”

 

잠깐의 정적이 흐르고, 칸타가 오노즈카의 눈을 깊이 들여다보며 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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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만 자고 가면 안 돼요, 오노즈카상?”

 

 

마음속에선 수십 개의 목소리가 저마다의 의견을 외쳐대고 있었지만, 그렇기에 오노즈카는 아무런 말도 뱉지 못했어. 그저 말하는 법을 잊어버린 사람처럼 귀까지 새빨갛게 물들인 채 눈만 끔뻑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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