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연갤 - 일본연예
- 일본연예
“말도마라. 어제 그 팀 부장이 신입 때문에 빡쳐서 책상 엎었다니까?”
아침부터 회사 로비가 시끄러웠어. 제 옆에서 들려오는 이야기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단번에 알아챈 오노즈카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음. 내 팔자야. 올해 운세는 대길이라더니. 그 돌팔이새끼 말을 믿은 내가 바보지. 평화로워보이는 얼굴과는 달리 오노즈카의 속은 부글부글 끓고있었어. 엘리베이터 버튼을 꾹꾹 누르는 손가락에 짜증이 가득 담겼음. 12F. 흘깃 층수를 확인한 직원들의 말수가 급격하게 줄어들기 시작했지. 시끄럽던 엘리베이터가 정적으로 가득차는건 순식간이었음.
[12층입니다.]
정적을 깨는 안내멘트가 들리고, 괜히 민망해진 오노즈카가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음. 뒤에서 수근대는 소리가 들렸지만 알게뭐야. 아, 진짜 들어가기 싫다. 당일 연차는 안되겠지..? 직장인에게 출근은 원래 고통이라지만 오노즈카가 유독 이렇게까지 출근을 힘들어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음.
“앗, 대리님! 안들어가시고 뭐하세용? 혹시 저 기다리신건가요?”
입사와 동시에 여기저기 미친 존재감을 뿜어내고 다닌 신입, 사토 칸타.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얘는 호랑이를 넘어서서 거의 귀신수준이네...내심 감탄한 오노즈카가 애써 입꼬리를 올리며 인사했어. 하지만 부들거리는 입꼬리까지는 감출수가 없었지. 그저 오늘 하루도 버티는 수 밖에.
전설의 신입은 입사 전부터 꽤나 유명인사였어. 평소 사내이슈에 별 관심이 없는 오노즈카의 귀까지 들려왔을 정도면 말이지. 회장님의 손주라더라, 낙하산이라더라, 실은 유명 연예인의 아들이라더라. 뜬구름같은 소문들이었지만 오노즈카는 이틀만에 어렴풋이 소문의 근원을 알 것 같았음. 신입은 뭐랄까, 남들과는 달랐거든. 조금 많이.
~스치는 입사 첫 날의 기억~
"안녕하십니까!!!! 오늘부로 같이 일하게 된 사토 칸타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림다!!!!!!!!"
평화롭고 고요하던 사무실을 가르는 우렁찬 목소리가 들렸어. 평소 조용한 분위기의 팀원들이었기에 모두 놀람 반 부담 반이었을거야.
오노즈카는 그저 그런 칸타가 신기했지. 신입이라 그런지 바짝 군기들어간 모습이 열정가득해 보이기도 했어. 제 신입시절이 생각나 그 모습이 좋아보이기까지 했지. 정확히 그날 오전까지는 말이야.
"아니 부장님!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 제가 대리까지 달고 신입 교육이라니요!"
"아니, 오 대리. 여기서 신입 가르쳐줄만한 사람이 오 대리말고 누가있어! 그럼 내가 가르치리?"
앞뒤가 꽉막힌 붕부장의 말에 자리에 돌아온 오노즈카가 깊은 한숨을 쉬었음. 아니 제 밑에 사원이 둘이나 더 있는데 왜 하필 제가 신입담당이냐고.
붕팔 주임은..새로 맡은 프로젝트 기획때문에 바쁘니 그렇다 쳐! 그럼 붕붕 사원...도 가만 생각해보니 입사한지 3개월도 안되니까 신입이나 다를바없네. 이제 빼도박도 못하게 신입을 떠맡게 된 오노즈카가 머리를 쥐어뜯었음.
"혹시 무슨 고민 있으신가용? 아까부터 자꾸 한숨을..."
"아...아무것도 아닙니다. 업무는 제가 오후에 차차 알려드릴게요. 지금은 드린 자료만 읽고계시면 될 것 같아요."
~잠시후~
(수북)
엇, 뭐야. 왠 초콜릿? 마침 당 떨어졌는데 잘됐다.
"그거 맛있어용?"
(뭐야...지금 자리에서 뭐 먹는다고 꼽주는건가? 아님 하나 달라는건가..?)
"아, 네....맛있네요. 하나 드릴까요...?"
"앗, 아니에용. 먹는것만 봐도 배부르네요! :)"
뭐야...이 자식 눈깔이 이상해....자꾸만 저를 빤히 쳐다보는 옆 자리 신입사원때문에 오노즈카는 초콜릿도 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실시간으로 체득하는 중이었음. 아니면 내 얼굴에 뭐가 묻었나..? 그러거나 말거나 밀린 업무처리하랴, 신입 교육자료 정리하랴 정신없는 오노즈카였음.
~그 날 오후~
"칸타씨, 메일은 보낼 줄 알죠?"
"넵! 그럼요. 맡겨만 주세요!!"
(타다닥)
"오 대리님, 아까 말씀하신 메일 건 완료했습니다!"
"아, 넵. 그거 우선 저한테 먼저 보내주세요. 피드백 드릴게요."
"네...? 이미 보냈는데요..?"
"네? 그럼 일단 저한테 보낸 메일 전달주시구요, 앞으로는 보내실 때 저 참조 걸어주세요."
~잠시 후~
"칸타씨...진짜...진짜 메일 이렇게 보냈어요?"
~칸타가 보낸 메일 전문 ~
[안녕하세용!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
받는 사람 : kanchobee@hagall.com
안녕하세용! 저는 이제 막 따끈하게 입사한 사토 칸타라고 합니당.
저 대표님 짱 팬이에요! 앞으로 자주 볼테니까 친하게 지내용 :)
P.S. 부탁하신 카탈로그는 첨부파일 열어보세용 ㅎㅎ
"넹! 왜용? :)"
"오노즈카 대리!!!!!!!!!!!!!!!!!!!!!당장 내 방으로 와!!!!!!!!"
(씨발...좆됐다......)
"에구...대리님 힘 내시구요 ㅠ 아까 제가 초콜릿도 드렸으니까 드시면서 쉬엄쉬엄하세요!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
...진짜 죽일까? 입사 이후 처음으로 살인충동을 느끼는 오노즈카였음. 하지만 이때까진 몰랐지. 이 날이 앞으로 펼쳐질 다사다난한 나날들의 서막이었다는걸.
칸타용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