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32.

그 날 저녁 이후, 허니는 정말로 괜찮아진 것만 같아보였다. 언제나와 다를 것 없이 브레이디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기지 내부를 돌아다녔고 브레이디는 그런 허니를 세상 귀찮은 듯, 인상을 강하게 찌푸리면서도 차마 허니를 밀어내지는 못 했다.

그런 허니의 모습을 기지 내부에 돌아다니며 발견을 한 존은 어쩐지 복잡한 기분에 휩싸였다.

일단 제일 먼저 들었던 기분은 걱정이었다. 아무래도 허니가 그 날 저녁 누가 봐도 심란해보였으니까. 그리고 그런 허니의 반응을 존은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었다. 그건 허니 뿐이 아닌, 존과 게일과도 같이 임무 경험이 많았던 소령들도 겪은 것이었으니까.

사실 하나도 괜찮지 않은데 괜찮은 척을 하는 것은 아닐까? 그런 걱정에 존은 그 날 이후 며칠 동안은 계속해서 눈으로 허니를 쫓았다.

그리고 며칠 동안이나 그를 본 결과, 허니는 존에게 거짓을 고한 것 같지 않았다. 언제나처럼 잘 웃었고 씩씩하게 돌아다녔다. 그리고 그것이 며칠이나 계속되는 것을 보며 그제서야 존은 조금 안심을 했다.

솔직히 이야기를 하면 존의 마음 속에 들었던 감정이 이게 끝이 아니었다.

존의 마음 속에서는 그 날 저녁 허니가 제 앞에서 남에게 보여주지 않은 감정을 터놓은 것에 대해 남모를 우쭐감을 느끼고 있었다.

차마 남에게 입 밖으로 내뱉지는 못 할 감정이었다. 존과 가장 친한 친구인 게일에게도 말이다. 게일에게 말을 꺼냈다가는 그가 눈을 네모 모양으로 뜨며 지금 진심으로 하는 소리냐며 존을 경멸할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 이런 감정이 제대로 된 감정이 아님을 존 또한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자꾸만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흘러나오는 뿌듯함이 남모르게 존이 혼자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어쩌면 브레이디도 모르고 지나갔을 그 날 밤 허니의 감정. 그리고 그 옆에서 허니를 감싸줄 수 있었던 제 자신.

어쩐지 허니와 조금 더 가까워진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33.

가이딩 시간이 다시 돌아왔다.

존은 자신도 모르게 그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음을 그 날 아침이 되어서야 알아챘다. 그렇지 않고서야 아침에 눈을 뜬 그 순간부터 가이딩 시간이 될 때까지 시간이 얼마나 남았나 수시로 시계를 확인하지 않았을 것이다.

심지어 약속 시간보다 30분이나 먼저 도착한 것을 알아챘을 때, 존은 밀려오는 창피함에 조금 죽고싶었다.

지정된 가이딩실 문을 열고 들어가다가 너무 일찍 도착해버린 것을 알아챈 존은 다시 문을 닫고 되돌아 나갈까 잠시 고민했다. 괜히 이 가이딩 시간을 엄청 고민한 것 같아 보이는 게, 조금 창피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존은 다시 문을 닫으려고 할 때 쯤, 뒤에서 허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라 소령님, 일찍 오셨네요?"


이렇게 일찍 허니를 마주하면 죽고싶을 줄 알았는데, 웬걸 전혀 아니었다.

존의 머릿속에서는 설마 허니도 자신처럼 기대를 한 탓에 일찍 도착한 것이 아닐까 하는 착각이 제 주장을 펼치고 있었으니 말이다.

어쩐지 심장이 큰 소리를 내며 쿵쿵거리는 것만 같았다.



34.

"아, 소령님. 제가 저번에 가이딩 관련 책을 좀 읽어봤는데요."
"응."


가이딩 실에 들어온 이후에도 가이딩이 바로 시작되지는 않았다. 뭐라도 좀 마시면서 시작하자는 생각으로 존이 음료를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익숙하게 가이딩 실 한 쪽에 준비가 된 미니 바에서 존은 허니의 몫인 탄산수를 유리잔에 따랐다. 그리고 허니는 그런 존을 기다리며 자신이 읽었다는 책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가이딩을 받는 방식이나 위치에 따라 효율이 달라지기도 한대요."
"그래?"


존이 담백하게 대답했다. 그 모습이 어쩐지 건성으로 대답을 하는 것도 같았지만 사실 존 또한 정확하게 아는 것이 없어서 그런 것 뿐이었다. 말했듯이 지금까지 센티넬로 살면서 존이 제대로 된 가이드가 생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으니 말이다.

새로운 유리잔을 하나 더 꺼내며 존은 이제 그 안에 제 몫의 위스키를 채워넣으며 고민했다. 생각해보면 그런 말을 어디서 들었던 것도 같다. 예전에 플라잉스쿨에서 만났던 다른 센티넬이 비슷한 말을 했던 것도 같은데... 뭐라고 했더라...


"네, 사람마다 자기가 좋아하는 위치가 있대요. 손 말고 팔이라든지, 목이라든지?"


순간 허니의 말에 존은 손에 쥐고 있던 위스키잔을 떨어뜨릴 뻔 했다.

쟤가 지금 뭐라고 한 거지? 존은 제 귀를 의심했다. 하지만 정작 말을 뱉은 허니는 제 말의 문제점을 찾지 못 하고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래서 오늘은 좀 다른 곳도 만져볼까 하는데... 괜찮으세요?"


그리고 그 순간, 존은 제 플라잉스쿨 동기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뭐, 키스나 자는 게 가장 효과가 좋기는 하지만, 정 어려우면 성감대도 나쁘지 않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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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리고 존의 입은 제가 생각했던 것 보다도 본능에 충실하다는 것을 그제서야 알아챘다.



35.

난 쓰레기야. 그것도 아마 타지도 않는 쓰레기. 이제는 허니와 마주보고 앉은 존이 속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

입으로는 착실히 긍정의 답을 내놓고는 막상 허니의 손이 제 몸에 닿기 직전까지 오니, 존의 얼마 남지 않은 양심이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미친 놈아, 당장 멈춰! 비 중위는 네 가이드이기 이전에 네 부하 브레이디의 연인이라고! 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또 한 편으로는, 뭐 어쩔거야 꼬우면 지도 센티넬로 태어나서 애인이랑 매칭이 되던지. 따위의 악마도 울고 갈 생각이 존의 머릿속에서 어지럽게 뒤엉켰다.


"무스탕, 계속 입고 계실거예요?"


시끄럽던 존의 생각을 멈춘 것은 다름 아닌 허니의 질문이었다.순수하게 던지는 질문임을 알았지만 존은 그 질문도 뭔가 이상하게 들리는 것 같았다.


"아... 벗을게."


죽어라 존 이건. 진짜 혀 깨물고 죽어. 제 입에서 흘러나온 말을 제 귀로 다시 들으면서 존은 그런 생각을 하며 무스탕을 벗어 옆 의자에 대충 걸쳐두었다.


"천천히 팔부터 만져볼게요. 혹시 이상하면 말해주세요."
"...응."


존이 조금 망설이듯 대답했다. 허니가 말하고 있는 '이상하다'는 것이 어쩐지 제가 생각하는 것과 다를 것만 같았다. 진짜 좀 죽고싶어져서 존은 눈을 질끈 감았다.

정작 허니는 존의 생각을 전혀 듣지 못 했기에 조심스럽게 존의 왼팔을 양손으로 잡았다. 그 손이 어찌나 작은지, 양 손으로 존의 팔뚝을 잡아야 그의 팔뚝을 겨우 다 감쌀 정도였다.

아마 존이 평소 그와 같은 상황이었다면 그것을 보고 이상함을 감지했을 것이었다. 아무리 덩치가 작다고 하더라도, 남자치고 너무도 작은 손. 군인이 아니더라도 한 번쯤은 의심을 해 볼만한 모양새였지만 허니가 잡아오는 곳에서부터 퍼지는 가이딩과 이 모든 상황 탓에 존은 차마 알아채지 못 하고 있었다.


"어때요?"


허니가 조심스럽게 존에게 질문했다. 그 목소리가 꽤나 가깝게 들려와 존은 순간 제 귀에 열이 오르는 것을 느꼈다.

솔직히 말을 하자면, 가이딩 자체는 손을 잡는 것과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하지만 허니의 손이 제 손이 아닌 팔에 닿고 있다는 사실 탓인지, 존은 자신이 조금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을 알아챘다.

그리고 그걸 느끼자마자 존은 알 수 있었다. 큰일이다. 여기서 허니의 손이 조금이라도 더 올라오면, 진짜 큰일 난다.


"...괜...찮은 거 같아."
"그래요? 손보다 나아요?"
"...응."


그래서 존이 허니의 질문에 긍정으로 대답했다.

허니의 손이 조금이라도 다른 곳으로 움직이면, 정말이지 자제력을 잃고 달려드는 것은 본인이 될 것을 존은 알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36.

지옥인지 천국인지 모를 가이딩 시간이 끝이났다.

그래, 아마 지옥에서 하는 마약이 이런 맛이 아닐까 존은 생각했다. 그 무엇보다 달콤한 맛이지만 차마 더 맛 볼 수 없어 강제로 참아내야 하는 고통을 감내야하는 달콤함.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다음 주에 또 다시 반복이 될 것이라는 사실에 존은 아찔하면서도 기대를 하는 제 모습이 우스웠다.

비 중위에게는 애인이 있다. 그것도 제 대대의 대원 중 하나인 존 브레이디 중위. 그 사실을 존은 다시 한 번 제 머릿속에 세뇌하듯 되뇌었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괜히 욕심이 존의 마음 속에서 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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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늘 저녁에 뭐 해?"
"오늘요? 딱히 하는 거 없습니다."
"그럼 이따 저녁에 술 마시러 나갈래?"
"네?"
"나랑 벅이랑 커트랑 몇 몇 애들이랑 같이 가거든. 너도 같이 가자."


이건 존의 작은 욕심이었다. 그렇지만 크게 티가 나지는 않는. 허니도 술 자리에 데리고 가고 싶지만 그렇다고 그에게 부담을 주는 것은 싫었다. 또 동시에 브레이디가 참석하지 않는 술자리에 허니를 데리고 가고 싶었다.

그래, 존은 알고 있었다. 브레이디는 오늘 저녁, 부대 밖 바에서 열리는 술자리에 참석하지 않는다. 그걸 잘 알고 있었던 존이 허니에게 제안을 한 것이었다.


"음..."
"크로즈랑 버블스 같은 애들도 올 거야. 와서 애들이랑 친해지면 좋잖아?"


허니가 고민을 하는 듯한 얼굴을 하자, 존이 재빠르게 설명을 덧붙였다. 그래, 이건 전혀 나쁜 제안이 아니지 않잖아?


"음, 그래요. 저도 갈게요."
"잘 생각했어."


그제서야 존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37.

존은 분명 30분 전까지만 해도 기분이 아주 좋았다. 허니가 술자리에 참석했으니까.

문제는 따로 있었다. 분명 오늘 저녁 술자리에 참석하지 않을 줄 알았던 브레이디는 허니가 기지 밖으로 술을 마시러 나간다는 말을 듣자 그 또한 따라나왔다.

솔직히 말을 하면, 존을 포함한 다른 대원들 모두 브레이디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 했다. 브레이디는 싫은 티를 잔뜩 내고 입으로는 불만의 말을 잔뜩 뱉으면서도 허니의 뒤를 따라 술집에 들어왔다.

웃긴 점은 그렇게 따라 나온 브레이디는 술집에 도착하자마자 허니더러 알아서 놀라며 떠밀어놓고 자신은 다른 장교들과 함께 익숙하게 술잔을 기울였다.


"뭐야, 아빠 노릇을 하기는 하는데 되게 애매하게 한다?"
"아빠는 무슨 얼어죽을 아빠."


커트가 브레이디를 보며 놀리듯이 말을 하자 이미 잔뜩 찡그리고 있던 브레이디의 인상이 더욱 찡그려졌다. 

그래,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정말이다. 존은 이때까지만 해도 그렇게까지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브레이디 또한 술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그의 계획 아닌 계획에 없었지만 그래도 브레이디가 허니의 옆에 딱 붙어있지는 않았으니까.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그리고 그 문제 탓에 존의 기분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세상에 중위님! 진짜로요?!"
"진짜라니까요, 릴!"


처음 보는 여자와 꺄르륵 웃으며 대화를 나누는 허니를 보며 존은 제 기분이 나빠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뭐가 그렇게 재밌는 이야기를 나누는지, 근처에 사는 민간인으로 추정이 되는 여자는 아까부터 몇 번이고 허니의 팔을 만지작거리며 존과 조금 떨어진 곳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존은 자신이 이제는 브레이디가 아닌 다른 여자한테 질투를 느낀다는 사실에 기뻐해야할지, 아니면 슬퍼해야할지 확실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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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한 것은 뭐가 됐든 조금 죽고싶다는 것이었다. 시발... 이제는 하다하다 남자만이 아니고 여자까지 의식해야한다니...







마옵에너붕붕 존너붕붕 칼럼너붕붕
2024.06.14 21:5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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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가 유죄다 유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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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4 21:5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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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에서 하는 마약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존 정신을 일단 차려봨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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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4 22:0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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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제목 보고 개처럼 달려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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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4 22:4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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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요즘 센세 기다리며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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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4 22:4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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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티넬의 지위를 얼른 악용해라 존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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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4 22:47
ㅇㅇ
ㅋㅋㅋㅋㅋㅋ 본인도 신경쓰고 나머지도 다 신경써야됔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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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4 22:4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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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센세 사랑해 너무좋앜ㅋㅋㅋ존ㅋㅋㅋㅋㅋㅋ허니 의도하지않게 넘 귀여움 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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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4 22:5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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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ㄱㅇㄱ 지금 존 지옥과 천국을 왔다갓다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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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4 23:5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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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라ㅋㅋㅋ존이건ㅋㅋㅋㅋ엌ㅋㅋㅋㅋㅋㅋㅋㅋ천국은 천국인데 자매품이 지옥불맛이야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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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5 01:1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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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존잼 사랑해 셍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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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5 07:3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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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ㅋㄱㅇㄱ 흥미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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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5 12:2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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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귀여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녀같은 사랑을 하는 거대한 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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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5 15:3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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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너무 재밌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어나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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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5 18:1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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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왜 7나더가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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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5 23:3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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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에서 하는 마약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마지막 짤글일치ㅋㅋㅋㅋㅋㅋㅋㅋㅋ존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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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6 02:0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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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미챳다 존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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