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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22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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션이는 두청이 자기 잘 챙겨주는 거 알고는 있었겠지. 왜 그러는지 딱히 분석을 안했을 뿐.. 두청 퇴원하고 며칠 쉬기로 했는데 장서장님이 사흘간은 경찰서 주변에서도 눈에 띄는 일 없게 하라고 거의 쫓아냄. 일중독자 두청은 매우 분했지만 어쩔 수 없음 계급은 넘을 수 없음
서장님 션이랑 두청이랑 해결해야 할 숙제가 남았다는 거 아니까 넌지시 션이한테 문병가보라고함. 그리고 어쩌고 있는지 얼마나 나은 거 같은지 좀 지켜보고 자기한테 알려달라고. 반은 공적이고 반은 사적인부탁이었음
어차피 션이 옷도 가져다 줘야 하고 줄것도 있으니까 찾아감. 짐 많아서 자전거는 못타고 택시 타고 갔겠지.
괜히 좀 긴장되지만 서장님이 가라고 해서 온거니까 잠깐 망설이다가 전화 거는데 두청이 전화 받자마자 건물 입구랑 도어락 비밀번호 읊어줌. 어떻게 알았어요? 하는데 지금 보인다고. 베란다에서 션이 내려다 보고 있을 건데 션이는 좀 부끄럽기도 하고 눈 되게 좋네.. 라고 생각함. 자기 가만히 서있는 거 봤나 싶어서 약간 민망하기도 하고
올라가는 내내 두청이 전화를 안 끊는거임
뭘 그렇게 바리바리 싸들고 왔어 손주네 놀러온 할머니처럼
팀장님 옷 빌린거요. 팀장님은 손주보다 조부쪽에 가깝지 않아요?
애도 없는 미혼남한테 조부는 무슨
애도 없는 미혼남한테 할머니는 무슨..
둘이 실없이 주고 받으면서 전화 안 끊음. 비밀번호 누르고 들어가니까 두청이 베란다 쪽에서 거실로 오는데 뭔가 집에서 다쳐서 쉬는 사람 치고 말끔해보임. 그냥 티셔츠에 면바지 걸치고 있는거지만. 키가 커서 그런가 싶어서 힐끗 보고 팀장님 옷이랑 저번에 깨먹은거요. 하고 식탁에 가방 두개 올려 놓는데 옷은 안 쳐다보고 션이가 사온 거 꺼냄
깬거 반은 증정품인데 왜이렇게 좋은걸 사왔냐
하긴 두청 성격에 생활용품 꼼꼼하게 골라서 사는 게 상상이 안되긴 함. 션이는 두청이 저렇게 후줄근하게 다녀도 사실 있는집 자식이라는 얘기 많이 들었고 집도 좋아서 잘 사는 건 알았음. 괜히 백화점가서 비싼 거 사긴했을 거임. 집이랑 어울렸으면 좋겠어서
별말 안하고 그냥요.. 하고 넘김. 팀장님 저 차 한잔 주세요 하고 거실로 가버리겠지
두청 어이없는데 하 이게 공짜가 아니구만? 하고 션이가 사온 거 한번 씻어서 따듯한 차 타줌. 어쨌든 손님 대접은 잘 해야 문명인이라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약간 고리타분한 그런게 있음. 나름 복수라고 누나가 저번에 가져온 생강차 타서 가져다 줄거임. 예상대로 션이가 살짝 인상 쓰면서 미친놈인가.. 하는 표정으로 보는데 목적을 이뤄서 기분 좋고
손 쓰는거 보니까 아직 좀 불편해 보이는 거 같겠지. 집안일 해놓은 거 보면 알 수 있을 거 같았는데 두청은 무소유 체질이라 정리할 물건이 없으니 손을 쓰건 안쓰건 상관이 없어서 일부러 차 타달라고 한 거. 둘다 말없이 생강차 마시고 입 매워서 얼굴 살짝 찌푸리고 있음
그러더니 두청이 그럼
잘됐다 나가서 밥 좀 사와라 아니면 밥을 해주던가
할수는 있는데 먹을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어 밥사와
배달시켜요
코 앞인데 왜 배달을 시켜?
코 앞인데..
라고 하면서 어깨 잡혀서 끌려나감. 근데 원래 션이가 이렇게 두청한테 붙잡히면 엄청 긴장하고 무서워했는데 순간 본인도 잊고 있었음. 엘베 들어가고 나서야 어? 하고 괜히 자기가 더 어색해서 목덜미 주무르면서 그래도 팀장님이 편해지긴 헀나보다 혼자 생각하고
원래 의식하면 생각하게 되잖음?
두청이 잘해준거 생각하다가 뭐그렇게까지 잘해줬는데 계속 긴장하는 것도 이상하지..... 잘해주는 이유가 뭘까 같은 팀이라서? 아니면 너무 약해보여서 그런가..... 본인이 생각해도 약해보이긴 함.. 사실 그렇게 약하지는 않은데 약해보이기는 해...
괜히 팔뚝 같은데 만져보는데 마르긴 말랐음
두청이 전화로 주문할테니까 받아오기만 하라고 한거라서 가자마자 봉투만 달랑 들고 나옴 뭔진 모르겠지만 냄새 되게 좋았음
다시 가니까 두 사람 마주보고 앉게 식기 차려놓은 거 보고 밥.. 먹고가라는 거구나.. 싶어서 앉겠지 두청 맥주 한손으로 까는거 쳐다보다가 멍한 표정 그대로 빼앗아버림.
다친 사람이 술을 왜 마셔요
깠는데 아깝잖아 그거만 마실게
두청이 손 뻗는데 대답도 안하고 션이가 대신 마셔버림. 맥주 한캔은 감당 되는 주량임. 밥 먹으면서 두청이 되게 살갑게 말 걸거 같음 너 학교는 어디 나왔어? 이런 거. 파일에 써있어서 알고는 있지만 얘기 듣고 싶은거라 이런거 저런거 션이 친구도 없고 딱히 취미생활도 그림 말고는 없고 해서 본인이 재미 없는 축에 속한다고 생각했는데 두청이 뭔 말만해도 웃어주고 반응 해주니까 긴장도 좀 풀림
션이 매운 거 잘 먹는데 두청도 입맛 비슷해서 되게 맛있게 먹고 앉아서 계속 얘기함 희한하게 대화가 안 끊김. 물론.. 션이가 자각 못해서 그러지 살짝 술기운 올라오니까 자기가 말 많아져서 그런 거
늦어서 션이가 이제 가보겠다는데 두청이 차키들고 어 데려다줄게 하고 먼저 나가버림 그것도 션이 가방 자기가 들고
약간 강도 당한 느낌으로 팀장님 왜 이러세요 하고 따라나오긴 하는데 보폭도 넓은 사람이 성큼성큼 가버리니까 어쩌겠음
운전하고 가는 동안 화기애애하던 분위기는 어디가고 두청이 무서울 정도로 조용해짐. 션이는 원래 차타면 조니까 처음엔 긴장했다가 꾸벅꾸벅 졸고 있음. 신호 걸렸을때 두청이 손 뻗어서 자기 손등 위에 션이 조그만 얼굴 올려서 천천히 좀 편하게 기대게 해줌 참새 부리처럼 입술 뾰족 나온 거 귀여워서 잠깐 보다가 신호 놓칠 뻔 하겠지
션이 깨워서 굳이 차에서 내리더니 문 앞까지 데려다줄거임 근데 가방은 계속 안줘.. 션이가 왜요, 하고 가방 꽉 잡으니까 두청이 그 손등 위로 겹쳐서 손 잡은 채로 조용히 말하는 거.
사과하려고. 그땐 감정 쏟아낼 곳이 없어서 너한테 화풀이 해서..
..그런말 안해도 돼요. 저도 잘한 거 없어요.
션이 너 나 그냥 불편한 거 아니잖아.
아무래도 좀 불편한 주제지만.. 션이도 두청이 팀장으로서 능력이 좋은데 아예 모를거라고는 생각 안했을거니까. 상담도 안 받고 혼자 묵혀두기만 한 상처라 감당이 안되는 상태가 된 거 같아서 딱히 어디서 부터 손대야 할지도 모르겠음. 신경쓰지 말라고 하려고 고개 들었더니 두청이 너무 가까이 와있는거지. 놀라서 아무것도 못하는데 진짜 한뼘 정도 떨어진 상황임
우리 앞으로도 계속 같이 일해야 되는데.. 일이.. 뭐 그렇게 쉬운 일도 아니고...
저 괜찮아요. 저.. 팀장님.. 이제 그렇게.. 안 불편해요.
그래?
그러더니 두청이 뒷목 한손으로 감아서 확 안아버림 션이가 목 부분이 예민하니까
심장이 이렇게 뛰는데 괜찮다고?
심장만 빨리 뛰는게 아니라 얼굴 새빨개진 션이가 두청 팍 밀치고 이거랑 그거랑 같냐고 웅얼거리다가 거의 두다다 뛰어서 들어가버림. 문닫히고 집 안에 불 들어오는거까지 확인하고 천천히 걸어가다가 션이가 창문으로 살짝 확인하는 실루엣 보이니까 거기다 대고 손 흔들어줌. 저럴 거 같아서 일부러 뒤로 걷고 있었겠지
두청 차 시동걸면서 씩 웃을거임
아예 가망없는 건 아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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