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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29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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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적인 행동이었지. 방어하려고. 본능적으로 고개가 옆으로 틀어졌고 어깨가 움츠러들었음. 너무 놀라는 바람에 두팔이 얼굴을 지키려 올라온 것까지. 하지만 나오토의 그 모습에 되레 놀란 사람은 나오키였겠지. 이젠 덜덜 떨기까지 하는 사람 앞에 손을 올린게 무색해 이도 저도 못하는거. 어색하게 손을 끌어내린 나오키가 잔뜩 겁을 집어먹은 나오토에게 천천히 말을 건넸음.

-내가 때릴 거라고 생각했어요?

얼어붙었던 나오토는 그제야 정신이 들었지. 부러 멀리하던 사람이 찾아오는 바람에 당황하기도 했고, 갑자기 성큼성큼 다가온 남자의 손이 높이 올라가길래. 연락을 피하고, 만나자는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아 그런줄 알았어. 그래서 그만 예의없이 굴고 말았지. 바보같이. 얼굴앞까지 올라갔던 팔을 가까스로 끌어내린 나오토가 나오키와 눈을 마주쳐. 그 눈동자에 비친 감정은 읽을 수가 없어서 주춤 발이 뒤로 밀렸음. 화가 났으면 어떡하지. 마른 목덜미 목울대가 울렁거리는게 나오키의 눈에도 훤히 보이겠지. 그게 온통 겁을 먹은 사람의 행동이라 나오키의 미간이 좁아졌음. 뒤로 물러선만큼 다시 다가온 나오키가 두려운데 또다시 실례를 범할 수 없으니까 이를 꾹 깨무는 나오토였겠다. 나오키는 자기보다 머리하나는 작은 사람의 행동 하나하나가 모두 눈에 들어오는 중이었지. 기다란 팔을 뻗어 나오토를 보자마자 하려는 행동을 끝내는 나오키였겠다. 머리카락에 묻은 커다란 티끌을 떼어내주는 것. 작게 몸을 떤 나오토는 나오키에 손에 묻은 걸 보고 나서야 아-낮게 신음했지. 현장이었고, 먼지투성이였으니까. 옷이며, 머리카락. 얼굴에 묻는 건 당연한 곳이었는데 그걸 떼어내주고 싶었던 모양이야. 그것도 모르고 꼴사납게.

-만에 하나라도 당신한테 손댈 일 절대 없어요. 

나오키의 말에 얼굴에 훅 열기가 끼쳤어. 이미 나는 당신에게 일어나는 일을 모두 알고 있다는 선전포고 같기도 했고. 아직도 집안의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으며 폭력의 대상이 된다는 게 창피해서. 참아보려고 했는데 툭, 눈물이 떨어지는 바람에 고개를 숙이고 입술을 깨물어야했지. 눈물로 어룽진 시야에 들어오는 구두코. 뭘, 하려고..? 생각이 미치기도 전에 안긴 품이 예상외로 따뜻해서 나오토 왈칵, 참고있던 설움이 터졌으면. 소리내지 않으려 입술을 앙 깨문 나오토의 작은 몸을 조심스레 힘주어 안은 나오키가 커다란 손으로 느릿하게 등을 문질러 주었음.

-도와주고 싶어서 그 선자리도 만든 게 맞고. 그러니까, 날 좀 믿고 의지해도 돼요.

나오키는 그제야 깨달았지. 이 사람에게 자기식으로 다가가는건 잘못된거였다고. 충분히 설명하고, 손을 붙들어주어도 망설이는 사람일텐데. 너무 자기 방식으로 밀어붙이고 있었던거야. 나오키의 옷이 축축해질만큼 눈물을 쏟은 나오토였지만, 그 후로 나오키의 연락에도 역시 답을 하진 않는 나오토였지. 그날의 실례가 떠오르기도 했고, 지옥같은 집구석에서 자길 구해주고싶다는 말에 마음이 혹하기도 했어. 하지만 사람을 믿기엔 아직 서툴러서. 차곡차곡 쌓이는 메시지에도 선 마음을 열수 없었던거. 그러면서도 변함없이 연락을 해오는 나오키의 메시지에 조금씩 마음이 기우는 건 혼자서만 모르겠지. 

사무실의 문이 부셔져라 열리는 바람에 깜짝 놀란 나오토가 자리에서 일어섰음. 한동안 잠잠하다 싶었지. 일에 있어서는 아버지역시 인정해주는 편이라 열심히 해나가는 중이었어. 현장일이 즐겁기도 했고. 하지만 제 큰형의 입지가 좁아지는걸 모르는 바가 아니라. 언제 터져도 터질 게 지금이었나봐. 커다란 덩치를 해가지고 성큼성큼 다가오는 성인남자는 늘 자기를 숨막히게해. 하지만 우습게도 저에게 다가오고 싶어하는 그 남자보다는 작아서 흐릿하게 웃고마는 나오토였지. 

-웃음이 나와?
-우선 앉으세요. 앉아서...

눈앞이 번쩍하더니 별이 보이는 것 같았음. 말이 통하는 상대가 아니었지, 잊고 있었어. 블라인드도 내리지 못해 사무실 사람들이 빤히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무차별적인 폭행이 이어졌어. 아버지는 그저 손을 올릴 뿐이었지. 나이도 있으시고. 하지만 형님은 아니야. 나오토는 이미 피가 흐르는 얼굴을 보호하려 동그랗게 몸을 웅크리곤 머리를 감싸안았지. 그저 제풀에 지쳐 얼른 끝나기만을 바랄뿐. 헉헉거리며 더운 숨과 욕지기를 뱉은 큰형이 나가고도 한참을 일어나지 못한 나오토였겠다. 이렇게 마구잡이로 얻어맞은게 너무 오랜만이라 무섭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하고. 천천히 아픈 몸을 일으켰을 때 제일 먼저 한 행동은 사무실 블라인드 리모컨을 집어드는 거였어. 이미 코피도 멎었고, 폭력을 행사하는 이는 사라졌는데 뭐가 이렇게 서럽고 속상한지 모르겠어. 터진 입술이 아파서 깨물지도 못하고 눈물을 삼키던 나오토의 핸드폰에 드르륵 진동이 울렸지. 늘 별다를 것 없는 인사와 메시지를 보내는, 자기를 돕고 싶다는 남자. 뺨으로 굴러떨어지는 눈물을 눌러닦은 나오토가 천천히 통화버튼을 눌렀음.

-...카타오카상?

먼저 전화가 걸려올리 없는 상대라고 생각했던 나오키라 전화를 받으면서도 놀랐던거. 그러면서도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긴건가 걱정이 앞서. 아니나 다를까. 조용한 침묵가운데 훌쩍이는 소리가 조금. 망설이는 상대를 재촉하진 않았지. 그리고 어렵사리 나오토가 꺼낸 말에 미간을 잔뜩 좁힌채 일어서는 나오키였지. 지금..와줄 수 있어요?

평소 속도를 즐기는 편은 아니야. 하지만 그 어느때보다도 가속페달을 밟은 발에 힘이 들어가는 거. 짧은 시간에 당도한 나오토의 회사 앞. 멀리서부터 조그마한 사람이 아슬아슬하게 인도 끝에 서있는게 보이긴 했어. 가까워질수록 보인 꼴에 나오키 혀를 차고 말았지. 푸르스름하게 올라온 멍자국과 덜 지워진 핏자국. 엉망인 꼴로 창백한 얼굴을 해서 서있으니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온통 받으며 서있는게 안타까워. 차에서 내리자마자 성큼 다가서자 찬찬히 올려다보는 눈가도 만신창이라. 생각같아선 이렇게 만든 놈을 찾아가서 면상이라도 날리고 싶었지만 이쪽이 먼저지. 어렵게 손을 내민 사람을 아니까.

-병원부터 갑시다. 
-가지 않아도...

말과는 다르게 몸이 휘청거렸겠지. 긴장이 풀리기도 했거니와 처음으로 도움을 청하고 마음 놓고 발을 뻗을 사람을 찾은 것 같아서. 

-괜찮기는, 내가 알아서 해요.

조금 화가 묻어나는 목소리, 커다란 손이지만 두렵지가 않아. 행여 닿기라도 할까 조심스레 벨트까지 채워준 나오키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나오토가 가만히 창가에 머릴 기대겠지. 차창에 기댄 머리가 흔들릴까 평소보다 부드럽게 운전하는 나오키는 말할 것도 없을 거고. 일차적인 처치를 받고 나와서야 나오토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했어. 그러면서도 충동적이었던 자기 행동에 놀라겠지. 

-고맙습니다. 갑자기...
-어디로 가요?
-...네?
-본가에 함께 살고 있잖아요. 오늘은, 아니 앞으로도 들어가지 않는 편이 낫겠어요.
-그럴 필요...
-방이라면 많아요.

나오토의 대답은 들을 생각도 없는 것 같았어. 조심스레 손을 뻗으려다 말고 눈을 마주치며 이야기해. 손, 잡습니다. 어어, 놀랄 틈도 없이 손이 붙들린채 차에 실려 그의 집 소파에 앉아서야 나오토가 느릿하게 눈을 깜박거렸지. 이 모든게 틈도 주지 않고 순식간에 일어난일이라. 근데 우스운건 싫지가 않다는 점이었어. 처음 그를 만났을 때 느꼈던 감정이 모두 거짓말같을 정도로. 고압적이고 서늘한. 산같던 남자라고 생각했는데. 

-약, 여러번 발라야 한다고 했으니까. 

커다란 손에 들린 형편없이 작은 약에서부터 마음이 흐물흐물 풀어졌는지도 몰라. 자기가 겁을 집어먹기라도 할까 약, 바를테니 놀라지말아요. 찍어누를 것 같던 목소리는 어디가고 다정하고 보드라운 목소리. 더듬더듬 터진 입술에 약을 바르는 손이 지독하게 서툴러서 비식 웃음이 새어나오고 말았어. 나오키 역시 제 손길이 어눌하고 미숙하다는걸 누구보다도 잘 알겠지. 낯부끄러운 일이긴 했지만 숨기고 싶진 않아서. 그래서 나오키 평소와는 다르게 굴테지.

-웃지말아요. 요령없는 거 나도 잘 아니까. 

그리고나서도 몇 번이나 서투른 손길에 나오토 소리내 웃고 말았고, 나오키 그때부터 나오토 깨어질새라 품에서 놓지 않고 살살 녹여 예뻐해주기만 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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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키나오토
어나더는 노잼이지만 오토가 웃을수 있는 계기가 있으면 좋겠어서 나오토 우는거 조아용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