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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03 01:50

소설체 ㅈㅇ
노잼 ㅈㅇ 
장병란각 의식의 흐름대로 쓰다가 많이 많이 길어짐  
붕붕이의 지루함을 책임져 주지 않음

1. 란각의 작은 웃음 소리에 묵문은 절망을 느꼈다 - > https://hygall.com/529136836
2. 욱동은 란각의 고민이 장병 때문일거라 확신했다 - > https://hygall.com/529976732
3. 욱동의 한 마디에 란각은 얼굴을 붉히고 장병은 답지않게 시선을 피했다 -> https://hygall.com/534099402


묵문 왕연이 대리사로 전직한 후 대리사에서는 매일 말 그대로 곡소리가 흘러나왔다
몇 년 동안 대리사에서 대충 시간을 보내며 녹을 먹던 이 들은
묵문 왕연과 형부에서 수족으로 일하다가 자청해서
묵문을 따라 대리사로 전직했다는 그의 수하들이 
사람이 아니라 사람의 가죽을 쓴 괴물들이 아닌가 의심스러웠다
그렇지 않고서야 밥 먹고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예전 사건 까지 들춰가며 저렇게 사람이 일만 할 수는 없는 거다


더군다나 묵문 왕연이 직접 황제를 독대해 태후와 관련하여 
대리사에서 대충 처리한 사건 보고서를 가져가
당분간 조정 조회는 불참하고 조사에 집중하겠다고 보고한 것을
황제가 윤허한 터라, 하루 종일 묵문이 대리사에 있으니 
더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심지어는..


"예부시랑 란대인은 요즘 많이 바쁘신가? 두 분이 돈독한 사이라 들었는데
 어찌 대리사에는 한번을 안 오시는 게야"
"란대인은 지금 20년 전 사건 때문에 어제도 여러명의 목이 날아갔다네
 그분이 지금 왕대인을 만나러 대리사에 오실 틈이 어디 있나?"


저녁을 먹고 이어 일을 하려던 묵문은 제 귀에 들려오는 우울한 목소리에 
양미간을 찡그렸다..  예부시랑 란대인 란각..
억지로 잊고 있었던 이름을 듣자 저도 모르게 숨이 막혀왔다

며칠 전 제 오랜 연심을 고백하러 란부로 찾아갔다가 고백은커녕
그가 이미 다른 사내에게 안겼다는 걸 알았다

차라리 여인을 마음에 품고 안았다면 
처음부터 안 될 일이었다고 제 마음을 추슬렀을 텐데,
란각은 저와 똑같은 그것도 어리고 가진 것 없는 어린 사내에게 빠져
제겐 그리 어려웠던 마음도 몸도 모두 열었다

장병이 의평현으로 떠나던 날 몇 번 이나 그를 쫓아가
그의 목을 베고 란각 앞에 가져가 
이 세상엔 더 이상 널 안았던 사내는 없다고 알려주고픈
잔혹한 충동을 참느라 하루 종일 몸을 혹사 시켰다

장병과 란각이 서로를 못마땅히 여겼을 때 오해를 풀도록 도와주고
죽어가던 장병을 구한 일을 죽도록 후회했다  
처음 만난 그날부터 무조건 그의 편에 되어 주었음에도
제게 연정을 느끼지 못한 란각이 원망스러운 만큼 보고팠다

차를 따라주며 제 기분을 살피는 눈빛
낮고 울림 있는 목소리.  은근히 제멋대로이고 감정적인 심성

그 어느 하나 제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없었던 란각을 떠올리며
묵문 왕연은 저도 모르게 멍하니 대리사에서 빠져나와
대리사와 조금 떨어져 있는 란부로 발걸음을 향했다

란부 문 앞으로 거의 다 오던 순간 닫힌 문이 열리고 
열흘 만에 처음으로 란각이 묵문의 눈에 들어왔다


평소 란각은 집밖을 나갈 땐 단정히 머리를 올리고 
그림자처럼 욱동이 그의 뒤를 따라 다닌다
그러나 지금은 그의 집에서 만났을 때처럼
칠흑 같은 긴 머리를 반묶음하여 늘어트리고,
미색의 늘씬한 몸을 감싸는 가벼운 차림으로 홀로 밖으로 나왔다
한 팔에는 나무 바구니를 걸고서..
몰래 란각을 바라보던 묵문의 눈빛이 흐려졌다

십여 년 전이 아닌 오늘 처음으로 란각을 만났더라도 
그날과 똑같이 묵문은 란각에게 마음을 뺏겼을 것이다


'패지 자네가 조금만 덜 고왔으면 좋았을 것을..' 


누구에게 보일까 묵문이 발소리를 줄이고 
시선을 란각에게 고정시킨 채 그를 따라가니
예상대로 란각은 멀리가지 않고 란부 오른쪽으로 꺾어
담 아래 지어놓은 고양이집으로 걸음을 멈췄다

란각이 고양이집 앞에 서자 올 꺼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
주변에서 하얀 고양이들이 나타나 반갑게 다리에 머리를 비벼왔고
란각은 무릎을 굽혀 앉아 바구니를 열어 음식냄새가 나는 그릇을 꺼내고
고양이집 앞에 있는 빈 그릇들은 다시 바구니에 담았다

같은 배에 나온 듯 하얀 고양이들은 서로 하악 거리지도 않고 
란각이 가져온 음식을 먹었지만 그중 한 마리는 애교를 부린다
고양이를 바라보는 란각의 얼굴이 부드러운 미소가 떠오르며
앞에 고양이를 한참 쓰다듬으니 밥을 다 먹은 다른 고양이들이
다리에 머리를 부비거나 자기도 쓰다듬어달라며 애교를 부렸다

하얀 고양이들과 어울리는 란각을 지켜보던
묵문은 란각도 사실 고양이가 아닐까 라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어
저도 모르게 미소가 떠올랐다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는 겸 쓰다듬던 란각은 자리에 일어서서
고양이들과 조금 떨어져 외벽 한쪽에 서서 소매 에서 
서신을 꺼내어 뜯어 한 글자라도 놓칠까 천천히 읽었다 


'어제 진형과 함께 의평현에 도착했습니다
 의평현은 사람이 적고, 토지가 농사를 하는 데는 마땅치 않지만
 광물이 풍부해 광물을 팔거나 가공하는 것을 주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덕분에 장 을 자주 열어 옆마을의 식재료와 교환하는데,
 다음 장 서는 날 밀 을 구입하고, 
 주변에 닭을 키우는 아주머니와 빨리 친해져서
 광산 아래 국수 가게를 열면 광부들의 허기를 채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조용한 마을이라 큰 사건이 일어나지 않아 이전 현령도
 지병으로 퇴임할 때까지 마을의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하셨다고 하는데
 광물 장부를 보던 진형이 이 곳 계산법이 이상하다고 합니다
 진형과 잘 조사해 보겠습니다

 큰 어르신의 사건을 재조사 한다고 들었습니다
 현기의 집에서 가져온 증좌가 확실하고, 
 폐하께서는 올바른 분이니 
 곧 큰 어르신의 억울함을 풀어드릴 것이라
 란각의 얼굴에 그늘이 사라질 것 같아 기쁩니다
 
 어젯밤에도 당신이 준 향낭을 손에 쥐고 잠들었습니다
 향이 떨어질 때쯤 만나 당신을 닮은 란꽃을 채워주세요
 제가 옆에 없어도 식사 거르지 마시고, 아프면 꼭 의원에게 보이십시오' 


장병도 이제 막 낯선 의평현에 도착해서 적응 하고 일거리를 찾느라
정신이 없을 터 이다  그럼에도 하고 싶은 말을 빼곡히 적어 보낸 정성에
란각은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는 다시 한 번 꼼꼼히 서신을 읽고는
소매에 잘 접어 넣었다


란각의 표정만 보고도 묵문은 란각이 읽고 있는 서신이 
장병에게 온 정서 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란각이 저리도 들뜨고 말랑한 표정은 본 적이 없는 것이니까

가벼운 발걸음으로 다시 란부 정문으로 들어서 문을 여는 란각의 뒤에서
묵문이 팔을 뻗자 란각이 놀라 눈을 부릅뜬 채 뒤를 돌아서다
곧 눈동자에 힘이 풀리고 그저 놀란 눈으로 묵문을 바라본다


"패지, 불쌍한 친구에게 공짜 술 좀 내줄 수 있겠나?"  


한쪽 입술 꼬리를 올리며 장난스레 묻는 묵문의 잘생긴 얼굴을 대한
란각의 입매가 풀어지며 쿡 하는 작은 웃음을 터트린다


"오늘은 자네가 내 집에 있는 술을 다 비워도 장부에 적어두지 않겠네"


고개만 숙이면 바로 입술이 닿을 거리에도 란각은 긴장감 없이
미소를 지으며 문을 열었고 씁쓰레한 얼굴로 묵문은 그를 따라 들어갔다
그렇게 몇 걸음 묵문 앞으로 걷던 란각은 몸을 돌렸다

"그렇지 않아도 자네에게 할 말이 있어서 내일 대리사로 찾아가려고 했다네"
"할 말 이란 게 뭔가?"
"일단 술 을 내오고 이야기 하지"


대체 자신에게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묵문은 속이 답답했다
그날 밤 자신이 왔다가 돌아간 것을 란각도 들었을 터,
분명 란각도 자신이 그와 장병 사이를 알게 된 것을 알고서
먼저 찾아오지 않았을 것이다 


란각의 집에서 내온 술도 안주로 내온 음식도 참으로 조촐했다
술이야 원래 란각이 즐기지 않아 적적할 때 마시는 용도로
한 번씩 구입하는 옅은 곡주가 다 이고,
안주는 경성 사람들에게 나눠줄 식재료를 상인들에게 사들이느라
란부의 사정이 좋지 않을 때라 평소보다 조촐했다

저와 눈을 마주치며 술을 따라주는 란각의 아름다운 얼굴을 안주 삼아 
편안히 앉은 묵문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며칠 사이 대리사에서 벌어졌던 일을 꺼냈고,
란각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을 듣다가 얌전히 제 이야기를 꺼냈다


"묵문  황상께서 아버지의 묘비를 세울 준비를 하라 하셨네
 적과 내통했다고 위증으로 충신이었던 
 란씨 가문을 몰살시킨 자들을 모두 처단하고, 
 명예 회복을 한 것을 온 천하에 알리겠다고 
 더 이상 그 일로 내게 마음 쓰지 말라 셨네"
"죄를 지은 자 들은 다들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몇 달 동안 폐하와 같이 전장에서 굴러보니 폐하께선 은근 폭군 기질이 있더군
 무섭다네"
"은근?"


되묻는 란각의 말에 묵문은 대답 대신 호탕하게 웃음을 터트리고,
묵문의 웃음소리에 란각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술을 한 모금 마셨다


"하지만 패지, 자네는 이대로 괜찮은 건가?"
"뭘 말일세?"
"어르신에게 왜 그런 누명이 씌어졌는지, 이대로 넘어가도 괜찮은 건가 묻는 걸세"
"아버지 에게 씌인 죄는 적과 내통 했다는 것 이지  
 위증을 한 자들 조차 왜 위증을 강요받았는지 당연히 몰라
 태후의 잔혹한 성정에 청렴한 아버지가 눈에 거슬려 누명을 씌었다 하지
 황상께서 누명을 벗겨주고 가장 먼저 백성을 걱정하시는 분이니  
 그걸로 된 거네  눈앞의 억울함과 진실이 어찌 나라의 안녕 보다 중요하겠나?"

나라의 안녕을 위해 황제의 관한 진실을 묻은 란각 이지만
태후를 언급할 때 갖춰야 할 예의를 모두 생략했고,
욕을 하지 않는 것 만으로도 묵문은 순수하게 감탄했다

"자네 진짜 란대인이 되었군..  
 어르신의 일이 해결 되었으니 혹시.. 사직할 생각인가?"

아버지의 억울함을 풀어드리면 사직하겠다는 말을 했던 것을 잊지 않고
농담인 듯 진지하게 묻는 묵문에게 란각은 술잔을 입에 털어 넣었다
술도 잘 못 마시는 사람이 저리 급히 마시면 취할 텐데..

"아니.. 사실 그 일 때문에 묵문 자네를 찾아가려 했었다네"
"....?"
"자네도 알다시피 아버지의 누명이 벗겨지면 조정을 떠나
 조용한 시골마을에 내려가 아이들 글 선생을 하려 했네
 하지만 마음이 바뀌었어.  며칠 후 황상께 전직을 청 할 걸세"
"상서 자리도 공석이라 곧 예부상서 자리가 자네에게 올 텐데
 사직도 아니고 뭐 하러 전직을 하려는 건가?"
"누명이 풀렸으니 경성에서 관직을 하는 건 중요하지 않네"
"그럼 뭘 하려는 건가?"
"순무사"
"순무사?"

순무사라는 대답에 묵문의 눈동자가 놀람으로 커지다가 
제 앞에 놓인 술잔을 급히 들이키자, 란각은 가만히 비워진 
묵문의 잔을 채우고 자신의 잔도 채우고
고개를 돌려 잔을 비웠다

잘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연달아 마시며 고개를 돌리는 
란각을 바라보는 묵문의 눈가가 붉어졌다


"장병.. 그 녀석 때문인가?.."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런 탓도 있겠지"


순간 숨이 답답해 크게 숨을 내쉬는 묵문의 눈치를 보며
따라 달라는 듯 제 잔을 묵문 에게 올렸다

그 모습에도 차마 묵문은 잔을 채우지 않고
대답대신 원망스러운 눈으로 란각을 응시 하자 
결국 잔을 내려놓고는 천천히 시선을 아래로 떨구었다


"장병과의 일은 차마 자네에게 이해해달라고 하지 않겠네
 다만 내 유일한 친구인 묵문 자네가 날 혐오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란각은 자신을 친구로 생각하면서도 장병과의 일은
회피도 그 어떤 변명도 하려들지 않는다
장병 때문에 관직을 옮기는 일 조차도 상의가 아닌 통보였다
그러면서 자신을 혐오해주지 않길 바라다니..
란각은 제멋대로인 것이 아니라 이기적이다

묵문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성큼성큼 다가서
단정히 앉아 있는 란각의 목깃을 양손으로 잡아채었다

"도대체 자네는 나를 뭐라 생각하나?
 그 똑똑한 머리가 왜 나한테는 아둔한가?"

제게는 낯설기 짝이 없는 묵문의 으르렁 거리는 듯한 목소리에
란각은 어떤 대답대신 가만히 묵문을 응시했고,
그 시선에 묵문은 지독한 갈증을 느꼈다

묵문은 그를 처음 만나던 그날을 그려내듯 기억한다
말을 멈추고 뒤를 돌아 서생이었던 란각을 처음 보던 순간,
그가 여인이었다면 그대로 그를 데려가
다른 사람이 그를 보지 못하도록 자신의 아이를 갖게 했을 것이다

적어도 지금처럼 제 손으로 살짝 벌어진 옷깃 사이로 보이는
목덜미에 다른 사내가 흔적을 남기게 두지 않았을 테지,
떠난 지 열흘이 지났건만 아직도 남아있는 검붉은 자국은
어린 사내의 집착과 소유욕의 결과물이지만,
결국 어린 사내에게 몸을 내준 건 란각 이다


차라리 저 목을 꺾어버릴까 고민하려던 때 
란각의 따뜻하지만 힘이 들어간 손이 그의 손목을 쥐었다


"놓아주게"


냉랭한 목소리 불쾌함을 숨기지 않는 날카로운 시선
묵문은 그제야 란각의 목덜미에 꽂힌 시선과 함께
목깃을 놓아주며 란각의 굳은 눈을 달래듯 들여다보았다

"란각 자네에게 어떤 일이 생겼다한들 
 어찌 진심으로 자네를 미워할 수 있겠나?
 내게 하고 싶은 말은 숨기지 말고 말하기만 하면 돼"
"....."


아무 말 없이 시선을 아래로 떨구다 고개를 끄덕이는 
란각을 시선으로 쫓으며 묵문은 피식하는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도 사내로서 자존심이 상하는군"
"....?"
"장병 그 녀석 보다 내가 더 잘생기고, 능력 있고 집안도 좋은데,
 어찌 란각 자네는 나와는 친구로 지내면서 
 그 녀석에게 빠졌나?"

농담조로 껄렁 거리며 묻는 묵문에게
란각은 그제야 입 꼬리를 올리며 눈동자를 반짝였다


"장병은 어리지 않는가? 출신이야 자네보다 부족해도
 황상께서 장병에게 나라의 재상의 될 인물이라 하셨으니
 다른 건 묵문 자네보다 부족한건 아니네"


제게 대꾸하는 란각에게 묵문은 제 속이야 어떻든 
겉으론 콧방귀를 뀌며 자리에 일어섰고, 란각도 함께 일어서
욱동을 불러 묵문을 모셔다 드리라 했으나 거절했다


터벅터벅 발걸음으로 집을 향하면서도 
묵문 왕연의 시선은 무심히 덩그라니 떠있는 달을 바라 보며
화내다가도 금세 입 꼬리를 올려주던 아름답고 잔혹한 이를 떠올렸다
눈가가 붉어지며 눈물이 흘러 나왔다

'란각 그대는 어쩌면 내 마음을 알고 갖고 노는 게 아닐까?'


묵문이 돌아간 후 란각은 문단속을 하는 노비에게 
욕조 물을 준비하라 이른 후 물이 데워지자 옷을 벗고
실오라기조차 걸치지 않은 나신을 뜨거운 물에 담갔다

열흘이나 지났건만, 떠나기 전 밤마다 제 몸을 물고 빨은 
장병의 흔적은 란각의 몸 곳곳이 남아 있었다
검붉게 변한 목덜미며 가슴 돌기는 아직도 옷이 닿을 때면 따끔했고
은밀한 허벅지 안쪽은 짐승이 물었나 싶을 정도로 처참했으며
실컷 희롱당한 성기에도 손자국이 남아 있다가 사라졌다

나른히 눈을 감으며 차마 물에 젖을까 가져오지 못한
장병의 서신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그토록 다정히 제 온몸에 입을 맞추고 애달프게 저를 불렀지만
몸을 갈랐을 때는 조금도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하지만..

'네 흔적들이 영원히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어'

제 몸에 상처를 낸 어린 사내가 란각은 몹시도 그리웠다






군자맹 장병란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