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523884793
view 5218
2023.02.04 06:56

 

진정령 세계관 속 너붕남이 bgsd. 운몽강씨 편.
진정령 세계관 속 너붕남이 bgsd. 운몽강씨 편 어나더
진정령 세계관 속 너붕남이 bgsd. 운몽강씨 편 삼나더


날조ㅈㅇ

운몽은 지금 뒤집어졌다. 수해전 우부인이 서자라고 괄시하며 학대하다 쫒아낸 강백밀이 등선하여 주작왕의 관을 쓰고 나타났기 때문이다. 주작왕의 행차 앞에 운몽의 종주인 두 부부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강풍면은 청의 눈치가 보여 임도 벙긋하지 못했고 우부인은 그야말로 사색에 질렸다. 청의 눈에도 그런 두사람의 모습이 보였지만 개의치 않았다. 청은 그런 그 둘을 무시한 채 강징과 염리의 뒤에서 겁에 질려 떨고있는 아이에게로 다가갔다.

 

기해년 무진월 임오일 생.”

…….”

장색산인과 위장택의 독자.”

…….”

위무선. 네가 맞느냐?”

 

어리고 약했던 무선에게 하늘에서 내려온 주작왕은 그야말로 태산같았고 창호같은 사람이었던터라 겁에 질려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그러나 우부인 앞에서라면 이렇게 대답이 늦게 터질 때 마다 곧잘 매가 날아오곤 했는데 위대하다는 주작왕은 위압적인 풍채로 서있긴 했지만 무선의 울망한 두 눈을 지그시 바라보면서도 대답을 재촉하지 않았다. 그런 그를 한참을 바라보다가 무선은 겨우 눈물을 삼키고 자그마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 만으로도 대답이 되었던 듯 그는 살며시 눈을 감았다 떴다. 그러자 줄곧 주작왕의 뒤에서 시위하던 시졸들이 돌연 무선에게로 다가와 그를 주작왕의 곁으로 모시고갔다. 무선은 불안안 눈빛으로 여지껏 자기를 감싸주었던 강징과 염리를 돌아보았다.

 

, 그 아이는 왜?”

운몽의 종주라면 포산산인의 이름 쯤 들어보았겠지.”

 

청의 시졸들이 무선을 모셔가는 것을 보고 강풍면이 황급이 물었으나 채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청이 돌연 물었다. 난데없는 질문에 강풍면이 말문이 막혀 아무런 말을 못하자 청은 조금 전 대답하기를 망설였던 무선의 앞에서 지었던 표정과는 사뭇 다른 노여운 표정으로 강풍면을 보았다. 그는 그제서야 고개를 숙이며 황급히 대답했다.

 

, 들어보았습니다! 이 수진계에 몸담고 있는 수사라면 어찌 포산산인의 고명을 들어보지 못했겠습니까! 어우를 포에 뫼 산자를 쓰는, 산 하나를 어루안을 정도로 고매한 신선의 경지에 올랐다는 선인이 아니십니까.”

그럭저럭 알고있군.”

 

청은 무릎 꿇고 엎드린 두 부부쪽은 처다도 보지 않고 무심결에 말했다. 그보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청을 바라보고있던 강징은 무심한 듯 보이는 그의 한쪽 눈에 연화오의 풍경이 담겨진 것을 보았다.

 

뭐 정보를 차단한 이가 그 스스로이니 어쩔수는 없나.”

?”

반은 맞았으나 반은 틀렸다. 포산산인은 신선의 경지에 오른 이가 아니라 신선이다. 심성이 좀 괴이한 치라 우화했다는 사실을 숨기고 등선하지 않은 채 있을 뿐이지.”

 

무심한 청의 한마디에 강풍면은 물론이고 그 자리에 모인 수사들이 크게 술렁였다. 포산산인의 고매한 이름이야 알고 있었으나 우화하였다는 것을 숨긴 채 지상에 남은 신선이었을 줄이야.

 

그러면 본왕이 한가지만 더 묻겠는데.”

, 하문하시옵소서.”

이 아이는 누구인가?”

 

청은 안대로 가려지지 않은 한쪽 눈을 빙그레 접으며 미소를 짓고 물었다. 청의 수려한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에는 시졸의 앞에서 여즉 불안안 눈빛으로 서있는 무선이 있었다.

 

? , 그 아이는 오래전 저의 하졸이었던 위가 장택이란 수사의 아들로.”

다시 묻겠네. 이 아이는 누구인가?”

 

강풍면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듯 청은 그의 말을 잘라버린 채 노여운 표정으로 내려보며 되물었다. 그런 청의 눈치를 보며 무엇이 그의 비위에 맞는 대답일까를 한참을 고민하던 강풍면은 이내 무언가 떠오른 듯 단말마 같은 신음성을 내더니 이내 얼굴이 하얗게 질려 고개를 떨궜다. 무선을 등진 채 서있던 청은 그런 강풍면과 그의 옆에서 아직도 한마디 내뱉지도 못하며 사색에 질려있는 우부인을 한번씩 흘겨보다니 나지막히 한숨을 뱉고선 말했다.

 

여기, 내 앞에 있는 이 아이는 포산산인의 걸제(傑弟) 장색산인의 유일한 혈족이다. 하인의 자식도, 근본없는 천것도 아니란 말이지.”

 

청이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가 마치 천둥소리 같았다. 우부인은 날숨을 들이키며 숨이 멎었고 강풍면은 한겨울 버드나무처럼 시선을 떨면서도 차마 고개를 들지 못했다. 우부인의 뒤를 지킨 수사와 시녀들, 비단 그들 뿐만이 아닌 운몽의 거의 모든 이들이 숨을 삼키고 시선을 내렸다. 여기 서있는 이들 중 죄가 없는 이가 있으랴.

 

본왕이 아직 등선하기 전 구천 아래의 중생이었을 적에 불의의 사고로 왼쪽 눈을 잃었지. 세상의 절반이 암흑이었다.”

 

청은 마치 시를 읊는 듯 감미로운 목소리로 옛 이야기를 거냈지만 우부인에게 만큼은 그 목소리가 벼락소리처럼 느껴졌다.

 

허나 삼라만상의 진리를 깨닫고 별의 움직임을 읽는 법을 알아 마침내 우화등선하였을 때, 암흑갔던 세상의 절반은 본왕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더군.”

그거 참경사로운.”

그렇게 상제(上帝)의 거천을 받고 남향왕(南向王)의 관을 쓰니 본왕의 눈에 비치는 것은 등선을 목표로 한다는 치들의 추악한 짓거리들이었다.”

…….”

우부인.”

 

숨이 막혔다. 마치 형체없는 거대한 무언가가 어깨를 짖누르는 것 같았다. 존재없는 괴물이 이 장소를 집어삼켰다.

 

변명은 못 하겠지?”

 

청은 대답도 듣지 않고 몸을 돌려 무선에게로 다가갔다. 물론 청이 기다려줬다고 해서 우부인의 답을 들을 수 있었던 것도 아니었겠지만. 청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저 여태것 시졸의 품에 파묻혀있던 무선의 손을 잡았을 뿐이다. 청은 무선과 함께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려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무선은 울망한 눈으로 청을 바라보며 손을 꼭 부여잡고 있으면서도 걸음을 떼지 못했다. 청은 그런 무선을 지그시 바라보았지만 재촉하지는 않았다.

 

저기.”

…….”

저를구원해주시는 건가요?”

 

무선은 고개를 한 것 꺽은 채 청을 올려다보며 머뭇머뭇 말했다. 청은 그런 무선을 가만히 내려다보더니 무릎을 굽히고 무선과 눈을 마주쳤다.

 

아니.”

…….”

구원은 오로지 네 몫이야. 누군가를 구원해 준다는거, 그건 아주 어려운 일이란다.”

그럼.”

난 널 보호해 줄 뿐이야.”

 

청은 아주 무심히 말했다. 조금 전 청을 한껏 올려다보았던 고개는 꺼질 듯 숙여져 무선의 표정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청은 그저 그런 아이를 바라보다가 남몰래 한숨을 내뱉고는 일어났다. 다시 무선의 손을 잡고서 되돌아가던 청의 걸음은 몇걸음 가지 못하고 멈추었다. 조막만한 두 손으로 청의 한손을 부여잡은 무선은 걸음을 멈추고 청의 소매를 당겼다. 여전히 울것같은 얼굴이었다. 굳게 다짐한 것 같기도 한.

 

무언가 챙길 것이라도 있느냐?”

이랑.”

 

무선이 고개를 푹 숙이고 중얼거리는 터에 무어라 말하는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청이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무선은 청의 소매를 당기며 말했다.

 

염리누이랑아징도.”

…….”

같이같이 데려가주세요제발.”

 

아이는 기껏 잡은 동앗줄이 끊어질까, 다시 한번 내쳐질까 두려움에 떨면서도 용기내 말했다. 청의 소맷자락을 잡은 손이 볼품없이 떨렸다. 청은 세상이 적막에 빠지는 것을 느꼈다. 피를 나눈 숙부인 자신도 생각지 못했는데, 이 상처받고 자그마한 아이가 외쳤다. 청은 그런 무선을 내려보다가 고개를 들어 저 멀리 염리와 강징을 바라보았다. 미산에서 온 우씨 수사들 사이에 가둬져있는 두 아이는 눈물로 엉망이 된 얼굴을 하고선 아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만약, 이 아이가 데려가주세요 말고, 데려가주시면 안될까요 라던가 같이가도 될까요 라던가 그런식으로 말했다면 저 두 아이가 청의 눈에 들어왔을까? 한참을 그런 생각에 빠지던 청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런 가정이야 어찌되었던 아이는 데려가달라고 말했다. 눈앞에 내려온 동앗줄이 한사람 몫인지 세사람 몫인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아이는 셋이 함께 잡기를 택했다. 청은 조심스러운 손길로 무선의 손을 놓고 시졸에게 도로 맡긴 뒤에 돌아온 길을 되로 걸어갔다. 청이 한걸음씩 다가올 때 마다 우씨 수사들은 경계하며 주춤거렸지만 차마 그 걸음을 막을 수는 없었다. 청이 가까이 올수록 아이들을 가둬두듯 모여있던 수사들은 한걸음씩 멀어지더니 이내 청이 두 아이의 앞에 섰을때는 어느 누구도 아이들의 곁에 있지 않았다. 염리와 강징은 두려움과 공포와 죄가 서린 얼굴로 청을 올려다보았다. 청은 고개를 숙이고 가만히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두 아이의 용모는 자신의 일생과 한쪽 눈을 앗아간 어느 여인과 너무나도 닮아 있었다. 증오스러운 얼굴. 강징은 겁에 질려 있었다. 염리는 입술을 깨물고 두려움을 참은 채 작은 손으로 그보다 더 작은 동생의 손을 꼭 잡았다. 두 쌍의 새까만 눈동자가 두려움에 떨면서 자신을 올려다보았다. 언젠가 본적이 있는 눈빛이었다. 초상화에서밖에 보지 못한 아버지의 곧은 두 눈동자. 그리고, 그림 속 아버지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던 형의 눈빛이.

 

얘들아.”

…….”

너희 형제가 함께 가자는구나.”

 

청은 무릎을 굽히고 동앗줄마냥 서로 꼭 부여잡고 있는 두 손을 마주안으며 말했다.

 

함께 가겠느냐?”

 

청의 물음에도 아이들은 답이 없었다. 그러나 청은 무선에게 그랬던 것처럼 아무런 재촉도 하지 않고 그저 지그시 바라보며 기다려주었다. 한참만에 멀리서 무선과 눈이 마주친 강징이 세차게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 강징을 바라보며 머뭇거리던 염리도 고개를 끄덕였다. 청은 살며시 웃었다. 그리곤 두 아이를 안아들고서 다시 무선에게로 되돌아갔다.

 

안돼! 그 아이들은 내 아이야! 운몽의 적자들이라고! 어딜 감히!”

 

청이 강징과 염리를 안아드는 것을 보고 우부인이 뛰쳐나와 소리쳤지만 청의 시위들이 우부인을 막아섰다. 강풍면은 그런 우부인의 옆에서 안절부절 못하며 청과 우부인을 번갈아 볼 뿐이었지만 우부인을 막아서지는 못했다. 아니 막아서지 않았다. 청은 그런 그들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으며 아이들을 안은 채로 무선에게 갔다.

 

눈에 담지도, 귀에 담지도 말거라.”

…….”

떠나갈 인연이야. 너희들을 옥죄던 것은 이제 없다.”

하지만.”

 

강징이 멀리서 시위들에게 붙잡혀 핏발 선 눈으로 자신들을 부르는 어미를 바라보다 말을 흐렸다. 청은 그런 강징을 바라보다가 조심스러운 손길로 강징의 머리 위에 손을 얹었다. 이런 손길을 한번도 받아본 적이 없었던 듯 강징은 놀라움이 서린 발간 얼굴로 청을 올려다보았다.

 

천륜이란건 말이다, 모두의 예상만큼 쉽게 끊어지는 것이 아니란다.”

…….”

나는 너희의 구원이 아니야. 보호자일 뿐이지, 허니.”

 

청의 눈동자에 잔잔한 연화오의 물결이 담기는 것을 강징은 보았다.

 

너희가 자라서 어떤 모진 말에도 상처받지 않을 만큼 크면.”

…….”

그때 만나러 오거라. 그때까지는 내가 너희를 보호해주마.”

 

청은 그말을 끝으로 아이들을 품에 안은 채 옥좌에 올랐다. 무선은 청의 품에 안겨있어 자신을 괴롭히던 우부인을 보지 않아도 되었다. 한쪽이 가려진 시야 끝에는 연화오의 아름다운 풍경만이 비췄다. 청의 손을 붙잡은 강징과 염리는 무선과 함께 연화오를 바라보다가도 멀리서 아직도 자신들을 부르고 있는 부모를 바라보았다. 청은 그런 두사람의 머리를 한번씩 쓰다듬어 주면서도 부모를 쫒는 아이들의 시야를 가리지 않았다. 신선들의 뿔나팔 소리가 다시 울려퍼졌다. 주작왕을 태운 선계의 오색구름은 향기로운 연꽃 향취를 내며 날아올랐다. 운몽은 그 누가 다녀갔냐는 듯 다시 조용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