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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령 세계관 속 너붕남이 bgsd. 운몽강씨 편.
날조ㅈㅇ
청은 형이 옛 마음을 정리하고 예의와 애정으로 부인을 대해주리라 생각했지만 강풍면은 전혀 그러지 못했음. 옛 마음은 정리하지 못했고, 자기가 맞아들인 아내는 강풍면의 냉대와 방치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냈음. 무언가 어그러지고 있었지. 그리고 수달간의 지독한 냉대 속에서, 운몽의 종주부인인 우자연은 자연히 노기를 품었음. 그러나 강풍면은 우자연에게 종주부인의 지위를 담보해주는 존재, 그 호기로운 우자연도 차마 본인의 부군에게는 패악질을 할 수는 없었지. 그러면 그 분노와 울화가 자연히 어디를 향했겠어?
“서자 주제에! 네놈이 지금 나를 거역하는 것이냐?”
1월 1일, 정월 초하루.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연화오에서 청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찻물을 뒤집어썼음. 우자연이 뿌린 것이었지.
우자연이 운몽에 시집온 이래 처음 맞이하는 영신회였어. 이미 우씨가 강풍면으로부터 지독히 냉대받고 있다는 소문이 수진계에 가득 돈 후였지. 우자연은 자기 위신과 안위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운몽의 종주부인으로서 위명을 떨쳐야했어. 그래서 자연은 아주 성대하고 화려한 영신회를 열어 세가의 부인들을 초청했지. 운몽에서는 유래없는 일이었어. 대대로 운몽의 영신회는 소박했는데 말이야.
우자연도 그것을 알고있었어. 하지만 무시했지. 그만큼 처지가 급했던 것인지, 아니면 운몽이 자신을 존중하지 않았으니 자신도 운몽을 존중하지 않겠다 마음먹은건지. 수진계에서 초대받아온 손님들은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영신회에 감탄했지만 운몽의 가신들은 아니었어. 전통을 운운하기도 전에 영신회를 빛내는 촛불 하나하나가 자신들의 상납품이었기 때문이지. 이 괴이한 영신회에 제일 먼저 항의를 한 것은 운몽의 가신인 유씨의 딸이었어. 청의 모친인 종부인의 일가였지.
유씨 소저는 익히 현명함으로 이름이 높았기 때문에 차분하고 조용히 운몽의 전통에 대해서 설명했어. 그리고 가신들의 고충을 털어놓으며 종주부인을 타일렀지. 그러나 자연은 유씨 소저가 간언을 하기 위해 앞에 나섰을 때부터 그녀를 좋지않게 바라보았음. 그 이유가 본부인인 자신의 행보에 토를 달아서인지, 아니면 그 유씨 소자가 자연과 함께 강풍면의 혼담 상대 중 하나였기 때문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자연은 소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자리에서 일어나 소저의 앞으로 갔어. 그리고 어린 소저의 뺨을 휘갈겼지.
장내는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우자연이 매서운 손길로 소저의 뺨을 때리는 소리만이 회장을 울렸음. 좌중은 침묵했지. 우자연은 표독스럽고 매섭게 소자에게 폭언을 쏟아냈어. 요지는 감히 종주부인인 자신에게 어린 소저 따위가 대드냐는 것이었지. 강풍면 조차도 너무 갑작스레 일어난 일에 가만히 앉아만 있는데 청이 자리에서 일어나 소저를 감쌌어. 몹시 실망스러운 눈초리로 우자연을 바라보면서.
청은 소저를 감싼채로 목소리 한번 높이지 않고 자연의 추태를 타일렀음. 처음엔 가소롭다는 듯이 듣던 자연은 청이 타당한 지적만 내놓자 점점 노기에 차서 얼굴이 벌개졌음. 그리고 당장 청을 연회장에서 내쫒으라고 소리쳤지. 청은 처음엔 가만히 있었어. 여기는 운몽이었고 자신은 운몽의 직계였으니. 제아무리 종주부인이라고 할지언정 운몽의 수사들이 그 명령을 따를리 만무했음. 그러나 청이 한가지 간과한 것이 있다면 풍면과 자연, 두 사람의 혼인은 애초에 반쯤 우씨의 강요에 의해서 이루어졌다는 점, 강씨는 우씨의 위명을 뒷배로 세를 불렸다는 점, 그래서 우씨의 입김이 강씨에 생각보다 깊게 미쳤다는 점, 마지막으로 그렇기에 자연의 곁을 지키는 수사들은 운몽의 수사들이 아닌 미산의 수사들이었다는 것을.
청은 순식간에 수사들에 의해서 연회장 밖으로 쫒겨났음. 그리고 우자연은 화가 머리끝까지 난 상태로 말석에 앉은 손님의 찻잔을 쥐어 청에게 뿌렸지. 청은 정월 초하룻날,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와중에 찻물을 뒤집어쓰며 모욕을 당했음.
청의 일상은 그날을 기점으로 완전히 달라졌음. 이제 더 이상 청은 운몽의 직계로 살 수 없었지. 우자연은 그날 이후 수시로 청을 서자라 모욕하며 학대했음. 처음엔 미산 우씨의 수사들이 우자연의 명령을 받고 청을 핍박하고 구타하더니 나중에는 운몽 강씨의 수사들도 거기에 동참했음. 절반은 종주부인의 명령에 어쩔수 없이 참여한 사람, 나머지 절반은 서자 태생인 주제에 적자로 대우받으며 자란 청에게 알게모르게 질투심을 품던 이들이었음. 아직 약관도 채 되지 못했던 청은 계속되던 학대와 괴롭힘에 나날이 말라갔겠지.
청의 하나뿐인 형, 운몽의 종주인 강풍면은 그걸 방관했어. 처음엔 강풍면도 자연의 행태를 말렸지. 그러나 영신회에서 청과 유씨에게 모욕당했다고 생각한 자연이 노기에 차서 그만두지 않았던 데다가 우씨와의 혼담으로 세를 불려놓고도 정작 자연을 냉대하고 방치한 전적이 있는 강풍면에게 미산에서 압력을 넣었기 때문에 강풍면은 점점더 청을 학대하는 자연을 말리기 어려워졌음. 그러자 결국 강풍면은 외면하기를 택했지. 애초부터 강풍면은 청과 모든 일상생활을 따로 하며 남보다도 더 가끔 마주했기 때문에 청을 외면하기는 더욱 쉬웠어.
청은 수년간 지독한 학대를 당했어. 하루는 자연이 휘두른 자전에 눈을 맞아 왼쪽 눈의 시야를 아예 잃기도 했었지. 감당못할 시련과 가슴을 죄는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위태롭게 버텨오던 청은 끝내 약관을 맞았어. 원래대로라면 운몽의 직계로서 청의 탄신날 홀로 관례를 치러야 했지만 우자연에 의해 천한 서자의 지위로 끌어내려진 청은 십수명의 평수사들과 함께 관례를 치뤘어. 평수사들의 사이에서 관례 의식을 거하는 청의 한쪽 눈은 검은 안대로 가려져 있었어. 청은 마르고 비쩍 곯아 볼품없는 모습이었지. 우여곡절만에 관례를 치른 청은 드디어 상투를 틀었어. 평수사들에게 형식적으로 쥐어지는 하사품 몇 개를 받고서 청은 이후에 벌어지는 연회에도 참석하지 않은 채 청령재로 돌아갔어.
그리고, 그날. 강청은 운몽에서 자취를 감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