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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16 03:56
진정령 세계관 속 너붕남이 bgsd. 운몽강씨 편.
진정령 세계관 속 너붕남이 bgsd. 운몽강씨 편 어나더


날조ㅈㅇ
 

관례가 있은 후에 청은 운몽에서 사라졌어. 마치 처음부터 자신은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이었던 마냥 흔적도 남기지 않은 채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음. 청이 태어나면서부터 살았던 청령재는 청은커녕 유씨 종부인도 존재한적 없었던 듯이 비었음. 우자연이 청령재의 온갖 물건들을 팔아버리고 내다버리는 와중에 하나 남은 것이 선대 종주가 유씨에게 그려준 화접도와 유씨의 공작새 킷털로 된 부채였는데 화접도는 불타버렸고 부채는 청과 함께 사라졌음. 청령재에 남은 것은 단 하나, 모친의 유언에 따라 청 본인의 자()를 백밀(白蜜)로 해달라는 부탁을 적은 서신 한 장.

강풍면은 청이 사라졌음을 알고나서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를 깨닫고 청을 찾기 시작했음. 그러나 청은 쉽사리 찾아지지 않았음. 분명 청의 실력은 또래보다는 한발 앞선 수준이었지만 세가의 종주인 강풍면이나 우자연에 비하면 한참 못미치는 수준이었을 텐데 무슨 요량으로 숨은 것인치 청의 머리카락 한올 찾을 수 없었음. 그리고 운몽의 종주부인이 종주의 동생인 직계를 괄대하다 직계가 집을 나간 탓에 강씨 종주가 애타게 그를 찾는다는 소문이 수진계에 파다해지자 우씨가 운몽에 압력을 넣어 수색을 중지시킨 탓이기도 했음.

그렇게 결국 강풍면은 청을 찾지 못한채로 수색을 중단하게 됐고 청의 존재는 점차 잊혀져갔음. 그렇게 시간은 흘러서 강풍면과 우자연은 여전히 냉랭한 사이에서 아리와 아징을 낳았고, 무선도 강풍면의 손에 이끌려 운몽에 오게 되겠지. 청이 사라지고 없는 운몽에서 우자연의 솓아지는 울화를 받아내는건 이제 무선이 되었음. 청을 그렇게 보내고 난 뒤 수진계에서 자연의 평판은 바닥까지 떨어졌지만 청이 없는 탓에 화풀이할 대상도 없었던지라 속만 삭히며 살아오던 자연에게 무선은 그야말로 좋은 먹이감이었지. 그것도 남편의 잊지못할 첫사랑의 자식이며 남편 손에 이끌려온 군식구였으니 괄시할 명분도 딱 알맞았어. 수진계에는 또 다시 운몽 종주부인의 악명이 높아져만 갔지.

그러한 즈음에 수진계에 화제가 떠올랐음. 수진계가 도력을 쓰는 수사들의 세계이니만큼 그들의 최종 목표이자 최대 목표는 우화등선하여 신선이 되는 것이었음. 그렇게 신선이 되면 영예로운 명예를 얻게되는 것 뿐만이 아니라 수진계를 호령하고 다스릴 수 있었음. 수진계가 중앙 조정의 권력 밖에서 벗어나 있는 이유는 중앙과 강호의 암묵적인 규칙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장 직접적인 요인은 선계의 신령들이 수진계를 직접 호령하기 때문이었어. 그리고 불과 얼마전 수진계 동쪽의 등양산(登陽山)에서 어느 젊디젊은 수사가 등선하여 신선이 되었다는 소식이 수진계에 널리 퍼졌음.

내로라하는 세가에 속해있지도 않고서 초야에 묻혀있던, 아직 이립(而立)도 채 되지못한 수사가 등선하였다는 것도 놀랄만한 소식인데 그것도 그냥 신선이 아니라 주작왕의 자리에 오른 것이었으니 수진계는 발칵 뒤집혔음. 중앙 조정의 관료체계가 선계의 것을 본따 만들어진 만큼 선계의 체계도 그와 비슷했는데 주작왕은 남쪽 하늘을 관장하는 사향왕(四向王) 중 한사람이었음. 그냥 신선 나부랭이는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신선들의 왕이자 남천궁(南天宮)의 주인이었지. 이번 주작왕은 특히나도 더 특별했음. 등선하기 전의 그는 한쪽 눈이 먼 소경이었는데 극의 경지에 오른 수행 끝에 먼 눈이 개안하여 천안통(天眼通)을 얻었으며, 그 덕에 동쪽 하늘의 주인인 백호왕이 친히 그의 등선을 마중나왔기 때문임.

그는 왕의 자리에 오르자마자 그 천안통으로 수진계의 온갖 삿된것과 악행들을 찾아내 천벌을 내리고 다녔음. 새 주작왕의 등장으로 수진계는 바짝 긴장할 수 밖에 없었지. 운몽이라고 다를 것도 없었음. 운몽은 선부의 위치가 비교적 남쪽에 가까웠던 데다가 운몽 본부인의 악행은 노인아이 할 것 없이 수진계의 모두가 알고있었기 때문이지. 그 덕택인가 무선은 운몽에 오게된지 수년만에 겨우 한숨 돌릴 틈이 생겼음. 천하의 우부인도 그 주작왕의 눈치는 좀 보이는지 근자엔 적어도 사람들 앞에선 매질을 하지 않았음. 그 덕에 염리와 강징이 몰래 약을 가져다주기도 수월해져 비교적 살맛이 났지.

그렇지만 무선은 적어도 그 선에서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음. 우부인의 악행이 아무리 많아도 천하의 미산 우씨 적녀이자 운몽 강씨의 본부인인데, 사람은 보고 들은 것 만으로만 세상을 재단할 수 있다고 무선이 살면서 겪어온 우부인의 위명은 감히 쓰러트리지 못할 것이라 소문 자자한 주작왕이 돌연간 운몽 호수에 벼락을 내리면서 나타나 우부인을 규탄하고 자신을 구원해줄 것이란 상상은 할 수 없었음. 우부인이 누구인가? 온갖 패악질로 운몽의 직계마저 서자로 끌어내리고도 쫒아낸 사람이 아닌가? 그러고서도 우부인은 벌을 받지 않았는데 고작 저 따위를 괄대했다고 천하의 우부인이 스러질 리가. 무선은 그렇게 생각하며 다른날 이어지는 우부인의 학대도 묵묵히 견뎠음. 살면서 구원이란걸 받아본 적 없는 무선은 구원따인 바라지 못했지. 그러던 어느날이었어. 언젠가의 무선의 상상처럼 운몽의 호수에 커다란 벼락이 천둥 소리를 내며 내리쳤지. 그러더니 이내 하늘을 까맣게 덮은 구름이 열리고 향기로운 오색 구름을 타고서 하늘에서 신선들이 내려왔어. 운몽의 모든 이가 그 경이로운 광경을 바라보았고 강풍면과 우자연은 버선발로 부리나케 달려나왔어. 저 멀리 하늘 위로 젊은 신선이 뿔나팔을 불며 호령했지. 주작대태왕 행차시오-!

 

마침내 땅에 닿은 오색구름 위에서 선아한 걸음으로 내린 것은 익숙한 얼굴이었어. 청이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