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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4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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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가 담배를 싫어하다 못해 혐오한다는 걸 안 이후로 마이크는 담배를 끊었다. 덕분에 무대 위에서의 컨디션은 더 좋아지긴 했는데, 금단현상 때문인지 가끔 두통이 찾아와서 인상을 찌푸리고 있곤 했다. 그래도 견딜 만했던 이유는, 연습 중에 가끔 금단현상이 찾아와서 관자놀이를 짚고 있으면 허니가 빼꼼 고개를 내밀고 괜찮냐고 물어왔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언젠가부터는 제 주머니에서 사탕을 하나씩 꺼내주곤 했다.



"그런데요, 뭐 하나 물어봐도 돼요?"



"못 물어볼 게 뭐 있어, 물어봐."



"갑자기 왜 금연해요? 공연할 때는 스트레스 받아서 다들 더 피우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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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네가 담배냄새 싫어한다며."



사탕을 쥐어주던 손이 멈춰 그대로 마이크의 손바닥 위에 얹혀졌다. 눈알 굴러가는 소리도 들리겠다, 하며 장난치고 싶은데 허니가 진짜 놀란 것 같아 마이크는 그대로 사탕을 쥔 채로 허니의 손을 잡았다. 제 쪽으로 끌어당기자 허니가 맥없이 끌려왔다. 팔을 이대로 더 당기면, 허리를 감싸면 품에 안길 것 같은데, 마이크는 꾹 참았다.



"네가 싫어하는 건 하기 싫어서."



"... 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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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걸 말해주면 내가 제이크가 아니라서. 공연 끝나고 말해줘도 돼?"



그 대답이 전부여서. 허니는 바짝 긴장했다가 끄덕거렸다. 배역 탓에 거의 하루종일 정장을 입고 있는데다가, 전과 달리 담배냄새가 사라지고 은은하게 향수 냄새만 나는 마이크는 더 좋아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못해 과하게 넘쳐 흘러서. 그럼에도 마이크가 공연 기간에는 제이크로만 존재하고 싶어하는 걸 알아서 허니는 웬만하면 거리를 유지했다. 그게 레이첼 배역을 맡은 배우와 더 가까워보여서, 저가 마이크에게 별 게 아닌 것 같아서 주춤하게 만들긴 했지만.



"... 알겠어요."



물론 오늘같은 대답은 허니를 달래주기에 충분했다. 마이크가 씩 웃어보이고는, 돌아서 사탕을 받아서더니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 떠나간 자리에 허니는 앉아서 잠깐 생각에 잠겼다. 이렇게까지 티내고 싶지 않았는데, 상황이 저를 몰아붙이고 있긴 한가 보다 싶었다. 공연을 올릴 때마다, 업계 관계자들이 찾아올 때마다 연출과 단장, 그리고 허니는 바짝 말라갔다. 배우들에게 자신들의 미래를 의탁한 것이나 다름없으니까.



"허니, 왜 이러고 있어?"



"... 아, 피곤해서."



"오늘은 집에 좀 일찍 들어갈래? 관계자들도 오늘은 온다는 사람 없었는데. 아, 맞다. 이거."



"이게 뭔데?"



"네가 쓴 커튼콜 배경곡, 좋아서 의뢰 맡기고 싶다고 어제 온 사람이 명함 주고 갔어."



허니는 끄덕거리고 명함을 받아들었다. 대학교 때부터 간간이 곡을 쓰곤 했고, 어쩌다가 운이 좋게 본국의 아이돌이 곡을 받아간 게 잘 되면서 그 후로 작곡가로도 간간이 활동했다. 아는 사람은 지극히 적었다. 다만 허니가 극작가 치고는 괜찮은 플랫에서 혼자 살고 있다는 게 알려져 한때는 허니가 부잣집 딸이라는 둥 헛소문이 돌기도 했지만, 그저 아르바이트를 열심히 한다는 말에 잦아들었다.



"나 한 며칠 안 나와도 되나?"



"어어, 그래. 일하게?"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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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라. 잘 챙겨먹고. 잠도 잘 자고. 어? 볼살도 복구해와. 네 생각주머니잖아."



"볼살이라니, 웃겨. 나는 그런 거 원래 없는데?"



단장의 말에 어깨를 으쓱이더니 뻔뻔한 표정을 짓는 허니를 보고 단장도 헛웃음을 터뜨리더니 격려하듯 허니의 등을 두들겨줬다. 허니는 웃었다. 그래, 뭐, 오늘 대충 좋아한단 말도 들은 거 같고. 내가 여기 있는다고 배우들이 더 잘하는 것도 아니고, 돈 벌어야지, 돈. 내가 없어야 이입도 더 잘되겠지. 제 생각이 어떤 영향력을 미칠지 모르고 허니는 극단의 화이트보드에 대충 '작가 잠깐 휴가 감. 보고싶어도 다들 참고 기다리세요 :>' 라고 휘갈기고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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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야?"



공연을 기분 좋게 끝내고 나온 마이크가, 화이트보드를 보자마자 황당한, 조금은 격앙된 목소리로 물어왔다. 단장은 당황했지만, 이내 침착하게 대답했다. 허니 휴가 다녀온대. 컨디션 복구한다고. 뭐가 단단히 잘못된 것 같았다.



"... 나한테는 그런 말 없었는데. 너한테만 말하고 갔구나."



"아, 너네 공연하고 있을 때 잠깐 한 이야기라서. 내가 가라고 했어. 애가 컨디션이 영 별로여보여서. 그래도 공연은 다 보고 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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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겠어. 알려줘서 고마워."



허니가 대충 무슨 생각으로 간 건지는 알았다. 허니는 공연 내내 곤두서있었고, 사실 작가의 몫은 끝난지 한참 됐고. 여기서 맥없이 매일 초조해있는 것보다야 뭔가 업계 연락이 오면 그때나 되어서 나와도 늦지 않으니까. 그리고 사실 허니가 없는 게 마이크의 몰입에 더 도움이 됐다. 그럼에도 마이크에게 한마디 언질도 없이 사라진 건 서운했다. 



기분이 영 좋지 않아보이는 마이크를 보고 다들 조금은 눈치를 봤다. 이젠 숨길 생각도 없구나. 허니가 휴가를 갔다는 이야기를 듣고나서부터 저 꼬라지라니. 메세지가 왔음을 알리는 진동 소리가 울리자 마이크가 다소 신경질적으로 핸드폰을 확인했다.



'화이팅:)'



한 마디와 함께 푸르디 푸른 숲과 강이 찍힌 사진 한 장이 도착해있었다. 발신인은 허니였다. 확인하자마자 화색이 돈 마이크의 표정을 보고 다들 허니한테 연락이 왔나보다, 짐작했다. 마이크는 제이크를 연기하다 못해 제이크가 되어버린 게 확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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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지금 표정 진짜 바보같아. 그리고 우리 모두가 네가 왜 그런지 알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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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알아. 이런 건 좀 모른 척 좀 해줘."



허니의 머리카락 하나도 보이지 않았지만, 일렁이는 윤슬에 허니가 비치는 것 같기도 해서 마이크는 사진을 배경화면으로 설정했다. 허니가 어떻게 제이크를 만들어낸 건지 지독하리만치 이해되었다. 저의 부재로도 상대방으로 하여금 더 빠져들게 할 수도 있는건가. 손에 쥔 것 같으니 훌쩍 떠나버리는데, 더 좋아질 수가 있는 거냐고. 마이크는 발끝으로 땅만 툭툭 차대며 공연 시간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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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스트너붕붕
파월
2024.06.14 20:13
ㅇㅇ
모바일
미친 단장님 강파월이였냐 나도 저 극단 취직시켜줘ㅠㅠㅠㅠ
허니 이야기에 허니가 쓴 이야기가 같이 움직이는게 너무 좋다,, 둘 다 자기 일에 진심인것도 개좋음
[Code: 820a]
2024.06.14 20:22
ㅇㅇ
모바일
으아아 파월도 나오네ㅠㅠㅠㅠ너무 행복한 곳이었어
[Code: 1d80]
2024.06.14 21:26
ㅇㅇ
모바일
저기 극단 미쳤네 ㅋㅋㅋㅋㅋ 단장님 !!!!
[Code: a3ec]
2024.06.14 21:26
ㅇㅇ
모바일
말안하고 가서 섭섭해 하는거 왜 좋지 ㅋㅋㅋㅋㅋㅋ
[Code: a3ec]
2024.06.14 21:41
ㅇㅇ
악! 섭섭할만 하잖아ㅜㅠㅠ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네...
[Code: b30a]
2024.06.14 22:09
ㅇㅇ
모바일
아 간질간질해... 센세 사랑해
[Code: de74]
2024.06.14 23:13
ㅇㅇ
모바일
허니 한 마디에 예민 처연 햅삐해지는거 귀엽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7984]
2024.06.15 02:03
ㅇㅇ
모바일
너무설레ㅜㅠㅜㅜㅜ
[Code: 978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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