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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를 헷갈려서 엉뚱한 곳에 취직해 난감해진 너붕붕 bgsd
주소를 헷갈려서 엉뚱한 곳에 취직해 난감해진 너붕붕 2
주소를 헷갈려서 엉뚱한 곳에 취직해 난감해진 너붕붕 3
레이 사장님 시점으로 보자면 허니는 정말 운좋게 얻은 귀한 막내직원임. 레이 사장님은 필기체를 정말 멋있고 우아하게 쓸 줄 알고, 결벽증이 정말 병적인 수준이긴 해도 웬만한 일들은 모두 프로답게 처리하는, 믹키 보스님의 하나뿐인 오른팔이지.
하지만 독수리타자임. 엑셀도 뭣도 못 하고 그냥 빡치기만 하는데 밑에 놈들이라고 할 줄 아냐 하면 배울 의지도 없는 놈들임. 어떻게 허니 같은 인재를 만나게 됐는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음
그런데 그렇게나 귀한 우리 인재 허니씨가 서류작업 하나 끝낼 때마다 기가 쭉쭉 빨리는 안타까운 모습이 레이 사장님 눈에도 보이긴 하거든. 뭐 때문에 그러나 허약체질인가 싶다가 아..허니씨는 민간인이었지(과거형).. 범법행위를 방관하는 걸 넘어 톡톡히 일조하고 있다는 압박감이 상당하겠구나 라는 걸 뒤늦게 알아챈 사장님이었음
“일찍 출근했네요?” (당신의 성실함을 칭찬합니다.)
“네? 네! 아..죄송합니다!” (아침 명상 시간이라도 있나봐 좆나게 눈치없는 나새끼는 곧 뒤지겠구나)
“..죄송할 건 없고.. 오늘 날씨도 좋던데 업무 정리되는 데로 일찍 퇴근하는 게 어때요? 요즘 공원에서 피크닉 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이던데.” (낯선 회사생활에 이런 낙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닙니다! 절대 꾀부리지 않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마피아들이 결국 내게 사람을 붙여가며 외부로 기밀이 세어나가는 건 아닐지 피크닉까지 쫓아와 감시했구나)
“…그게 아니라.. 그래요..화이팅.” (…화이팅)
어쨌든 일반적인 회사들은 직원들의 복지를 어떻게 ‘평범하게’ 챙겨주는 지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음
알아보니 가장 중요한 건 연월차. 이건 당연한 건데 원하는 날 자유롭게 쓰는 분위기를 형성하기 어렵다는 점이 있다고 함. 그러고 보니 조금 눈치를 보면서 겨우 말한 것도 같고, 결국 입을 못 떼고 계속 이월시킨 거 같기도 함. 내가 무심했구나 싶은 사장님
휴가보너스. 이거는 조직원들에게도 꽤 높은 금액으로 진작 제공되고 있던 기본적인 복지사항이었음. 성과금도 당연히 있지. 돈에 관해서는 마피아들은 이미 잘 갖추고 있었음. 물론 허니씨에게도 당연히 제공되어야지.
그런데 위에 것들은 그냥 기본적인 거잖아. 뭔가 허니씨가 이 ‘회사’를 좀 더 평범하게 느끼고 편안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었음. 저런 인재를 놓쳐서는 안되지. 가뜩이나 라이벌 마피아 손에 들어갈 뻔한 허니씨인데 저쪽이 어느 날 제시하는 파격적인 조건에 홀랑 넘어가버리면 어케
더 알아보니 복지로 유명한 회사로 ‘구글’이 있대. 낮잠을 자는 공간이라든가 반려견 동반 가능 등이 있다고 함. 흠.. 안 그래도 압박을 느끼는 곳에서 낮잠에 들 수 있을 리가 없고, 기한이 있는 비자를 갖고 들어온 외국인이 반려동물을 키우기는 좀 힘들지 않을까. 좀 더 현실적인 게 없나 더 찾아보니 반응이 꽤 좋은 걸로 ‘다양한 간식 상시 비치’가 있었음.
“간식이라..”
레이 사장님은 맥주도 좋아하지만 커피나 차도 무척 즐기는 편인데, 그것들을 직접 내리거나 우리는 것도 좋아하시거든. 그래서 허니씨 몫도 꼭 만들어주고 있음. 이것도 간식 제공이라면 제공일 수 있을까 싶은데 그럴 리가 없지. 그러고 보니 허니씨의 커피 취향을 묻지도 않고 자기 취향에 맞춰서 줬던 거 같아.(그냥 직원이 직접 타 먹을 수 있다는 선택지란 없음.) 이런, 정말 무심한 사장님있구만. 자기반성을 해보는 사장님. 앞으로 더 좋은 사장님이 되어줘야지 다짐해봅니다
“허니씨, 지금까지 이월 된 월차들 휴가처럼 몰아 써도 괜찮습니다. 언제든 편하게 사용해요.”
“꼭 써요. 다. 아, 그리고..간식 좋아해요?”
“간식이요.. 네, 좋아하긴 하는데.. 나가서 뭣 좀 사올까요?”
“아니아니. 앉아요, 제발. 내가 다녀올 거에요. 어떤 걸 좋아하는지 말해주면 사올 테니까.”
“음..젤리..?” (싸고 간단한 거 대충 말하기)
“…진.짜 좋아하는 걸 말하라니까. 그럼 이렇게 생각해봐요. 이 세상에서 단 한 가지 간식만 평생 먹을 수 있다면 뭐가 좋겠어요?”
“그럼..아이스크림..?”
“아이스크림이면, 그냥 다 좋아요? 종류 상관없이?”
“네! 네..그..엄청 좋아하긴 해요.”
“또 다른 건?”
허니는 레이 사장님의 안색을 힐끗 거리며 대답을 망설였어. 도대체 무슨 의도로 그러시는지 모르겠는 거야. 왜 저러시지..
“하..그럼 허니씨가 구글에 입사했다고 가정하고, 회사에서 뭘 해줬으면 좋겠어요?”
아! 뭔가 복지를 해주려고 하시는 구나! 하고 그 때 알아챘지. 직원 입장에서 레이 사장님은 꽤 좋은 사장님이니까ㅇㅇ
그리고 동시에 한국에 있는 친구가 했던 말도 떠올랐어. 회사마다 복지 예산이 따로 있는데 그걸 다 거덜내는 게 꿈이라나 뭐라나. 열심히 일한 직원은 그럴 자격이 있다면서 말이야. 또 동시에 떠오른 건 어떤 회사의 꿈 같은 복지 중 하나인..
“..자판기? 그런 게 있어요? 아이스크림..자판기?”
“네.”
무척 단호한 허니였어.
또 바라는 거 없냐는 말에 커피는 직접 내려 먹고 싶다는 바람을 소심하게 꺼내는 허니에 레이 사장님 족굼 마상ㅎ
휴 하겐다즈와 함께 할 수 있다니 정말 다행이야. 암거래니 밀거래니 암살이니 뭐니 하겐다즈 한 입 녹일 때 같이 달콤하게 녹여버릴 수도 있을 것 같았어. 막내직원 허니의 회사생활 화이팅! 하겐다즈 화이팅! 스트로베리 프로즌 요거트맛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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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남너붕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