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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01 02:42
땅개
네이트 픽은 육군 진영으로 달려갔다. 허니비가 땅개 장교 막사로 갔다는 말을 한참이나 늦게 전달받은 탓이었다. 좆같은 캡틴 아메리카! 맥그로우 대위는 마치 각 잡고 노린듯한 타이밍에 네이트를 데려가서는 하등 쓸모 없는 하소연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네이트는 맥그로우와 자기 자신, 다임에 대한 욕을 번갈아서 내뱉으며 더욱 빨리 다리를 움직였다. 네이트가 허니비를 못 믿는 탓이 아니었다. 맹세코. 제가 아는 허니비는 하늘이 두 쪽 나더라도 제 올곧은 고집을 지킬 사람이었다. 다만, 혹시라도 허니비가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긴다면. 다만, 만약에라도 허니비에게 누군가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 닥친다면. 그때야말로 네이트는 어느 누구도 용서할 자신이 없었다.
네이트가 다임의 막사 입구에 도착함과 동시에 문이 열리고 그 안에서 허니비가 꿍얼꿍얼 혼잣말을 하며 걸어나왔다. 다행히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한 얼굴이었지만, 네이트는 턱 끝까지 차서 헐떡이는 숨을 제대로 고르지도 못한 채 허니비를 먼저 살펴보았다.
- 어디 계셨습니까? 말씀드리려 했는데 안 보여서 못 드렸습니다.
- 허니, 아무 일 없었던 거지? 괜찮은 거지? 맥그로우가, 갑자기 날 찾아서... 내가 너무 늦게 알았어.
- 아무 일 없었습니다. 기분은 좀 좆같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진심으로 기분이 좆같다기 보단 진이 빠졌다. 마치 거창한 심리게임이라도 한바탕 치르고 온 듯이. 긴장이 풀리며 얕게 한숨이 삐져나왔다. 프로파일러라던가 FBI수사관같은 양반들은 기껏 잘 배워놓고는 뻔질나게 이 짓거리를 하면서, 어떻게 홧병으로 요절하지 않을 수 있는거지?
- 돌릴 마음이 없는데 대체 뭘 어떻게 돌린다는 겁니까? 제가 네잇에게 앙금이 있던 것도 맞고, 솔직히 선자리에서 만났을 때도 좀 짜증나긴 했습니다. 결혼하고 나서도 한동안 불편했던 것도 맞고요. 근데 그건 단순한 불편이고. 이렇게 사람한테 휘둘리는 좆같은 기분은 아니었거든요?
- 휘두르지 않았습니다.
- 목말라서 허덕이는 사람한테 물 한컵 던져주면서 원하는 걸 받아내려는 심보가 휘두르는 게 아니면 뭡니까?
- 받아내려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기회를 달라 한 것 뿐입니다.
- 그 기회를 받아내려고 한 거잖아요? 이대로 계속 말꼬리나 잡고 놀까요?
- 아닙니다. 말씀하십시오.
- 솔직히 말해서 네이트 픽, 더럽게 서툴고 요령도 없거든요? 누구랑은 달리 맨입으로 다짜고짜 결혼하자고 들이민 인물이거든요. 근데 그래서 했어요. 사탕발림이 아주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최소한 자기 패를 깠으니까. 최소한 같은 입장이었다구요, 그 사람이랑 나는.
- 저는 아닙니까?
- 아니죠. 미끼를 던지고 바늘에 주둥이가 꿰이길 기다리는 걸 사람한테 하진 않죠, 보통. 물고기라면 모를까. 내가 만약 그쪽을 먼저 만났다 하더라도 결혼은, 글쎄. 도무지 할 것 같지가 않은데요.
다임의 눈이 가늘어졌다. 이유는? 그가 물었다.
- 그쪽은 잔대가리를 너무 굴려. 그래서 멋대가리가 없어요.
- 허.
코웃음이 나왔다. 단 하나의 망설임도 없고, 제 기분을 생각해서라도 돌려 말해주려는 일말의 성의도 없는 답변이 퍽 마음에 들었다. 살면서 저한테 이따위의 언사를 행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다임이 깍지를 풀고 등받이에 몸을 기대었다. 그리고는 옅은 미소와 함께 말했다.
- 그럼 기회를 달라고도 안 하겠습니다. 대신 선물은 계속 드려도 되겠습니까? 미끼를 무는 건 당신 마음입니다. 거절해도 됩니다.
- 허...
- 저는 비열하고 고리타분한 사람이라, 이런 방식밖에는 모릅니다.
- 한 놈은 속 좁고 찌질한데 다른 한 놈은 비열하데다 고집불통이고. 제가 남자 복이 지지리도 없나 봅니다. 혼자 살걸 그랬나 봐요.
- 아마 그 편이 현명할 지도 모릅니다.
- 그럼, 온 김에 배터리 몇개만 주시죠.
- 이렇게 바로 갈취할 줄은 몰랐는데.
- 선물이라 생각하십시오. 감사히 받겠습니다.
다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도 웃음 띤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 허니비가 요구한 것 몇개를 챙겨주었다. 덩치만큼 씀씀이도 좀 크게 쓰라는 핀잔에 "그럼 제가 얼굴 보러 갈 명분이 없잖습니까." 라며 능글맞게 맞받아 치기까지 하면서. 그렇게 평소보다는 찔끔 더 뜯어낸 배터리 몇 개를 네이트와 나눠들면서 허니비는 중얼대듯 말했다.
- 그래도... 나름 재밌었습니다. 오랜만에.
- 정말 별 일 없었던 거 맞지? 네가 그렇게 말하면 무슨 일인지 감도 못잡겠어.
- 네잇, 분발하세요. 상대가 만만치 않습니다. 물질 가는 데 마음 간다고, 저도 제가 이렇게 속물인지 몰랐습니다. 근데 저 새끼들 진짜 존나 부자예요! 배터리가 막 이렇게 쌓여있었다니까요?!
- 큰일 났네...
다소 시무룩한 목소리로 대꾸하는 입꼬리가 예쁘지 않게 쳐졌다. 허니비 말의 반은 농담이었지만, 네이트는 거진 진심이었다. 살면서 이런 식으로 부의 불평등을 체험할 줄은 몰랐는데. 그래도 각자 한 손에 배터리를 나눠 들고서 자연스레 남은 손을 맞잡고 걷는 허니비에 네이트는 더 묻고 싶은 마음도 잊어버리고 그냥 얌전히 손을 잡힌 채 쭐래쭐래 따라갔다. 쭉쭉 빠르게 걸어가는 발걸음이 퍽이나 유치하게도 서운해서, 잡은 손을 살짝 제 쪽으로 당기자 허니비가 피식 웃더니 친절히도 걸음을 늦춰주었다. 그리고는 험비가 가까워지자 들고 있던 배터리를 마저 와르르 쏟아주며 말했다.
- 알랑방구는 중위님이 뀐 걸로 해요. 저 대신 값을 치르겠다 하셨잖아요.
- 그런 거라면 네이트 픽이 육군 장교 데이비드 다임에게 프로포즈 했다 소문도 낼 수 있어.
답지 않은 흰소리에 킥킥대는 허니비의 어깨를 네이트가 한 팔로 살짝 둘러안았다. 가벼워진 공기처럼 조심스럽게 기대오는 머리와, 팔 안에 담긴 온감으로 안정을 삼으려 하다니 누군가의 평가대로 참 어리고 단순하기 짝이 없단 생각이 들었다.
- 이따가 만나러 가도 돼?
- 네.
그러나 짧아진 기다림과 한 마디 긍정만으로 기분이 좋아지는 걸 보면, 바보가 되는 것도 조금은 나쁘지 않을 지도 모르겠다.
다음날, 픽 중위는 몰래 육군 보급 막사로 들어갔다. 날고 기는 군인들의 눈과 귀를 피해 배터리에 윤활유, MRE까지 야무지게 한아름 안아들고 돌아오는 그의 심장이 생전 처음 비행을 저질러 본 모범생마냥 콩콩 빠르게도 뛰었다. 누가 봐도 합법적으로 구해온 것이 아닌게 분명한 스페–샬 플레이버 MRE를 당당하게 내미는 얼굴에 허니비는 깔깔거리며 배가 찢어져라 웃었다. 모래바닥에 주저앉아 머리를 모으고 봉다리 쪼가리에 든 음식이 뭐가 그리 맛있다고, 아마 몇 달 전의 타코가 이 장면을 목격했다면 서러움에 가슴을 퍽퍽 치며 오열했을 지도 모르겠다.
- 나나나, 여기는 그런 잘빠진 데쟈–트 수트 차림의 땅개가 올 데가 아니요.
- 그러지 마, 포크. 이분은 미스터 산타잖아.
- 커피 맛이 참 좋습니다. 혹시 어떤 원두로 내리는 지 알 수 있을까요? 돌아가면 저도 같은 걸로 구매하고 싶군요.
- 물론이죠, sir.
- 왜 육군 장교나 되는 사람이 자꾸 해병 기지에 들락날락하는지 모르겄네.
- 좋아하는 여자한테 눈도장 찍으려고 수작 부리는 겁니다.
- 허니비는 집에서 정해준 짝이 있을 텐디.
- 잘 아시네요. 가까운 사이인가 보죠?
- 내가 그 놈 똥기저귀도 갈아준 사람인디, 모르는 게 더 이상하지 않겠습니까?
- 그렇습니까? 몰라봬서 죄송합니다.
- 예에에?! 파피가요?? 허니비를요???
태평한 다임의 대답과는 다르게 레이가 안그래도 큰 눈을 더더욱 벌리며 얼굴 표정만큼이나 호들갑스러운 목소리로 소리쳤다. 악명높은 주임원사와 견줄만한 토론부 출신의 목청에 다임이 아주 잠시 인상을 찌푸렸지만 짱짱한 어그로에 밀려 아무도 그것을 알아차리지는 못했다.
- 그게 진짜예요???
- 엉. 진짜야.
-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오늘은 못 뵙고 가는 줄 알았습니다.
반가운 목소리에 보기좋게 활짝 핀 다임과는 달리 허니비는 시큰둥한 얼굴로 3호차를 향해 걸어왔다. 그리고는 누구한테 뜯은 건지가 분명한 윤활유를 험비 지붕에 있는 파피에게 던지자, 파피는 그걸 또 한손으로 찰지게 받아 총기를 마저 손질했다. 뎀잇, 오일을 주고받는 행동 하나마저도 저렇게 자연스러운데 어떻게 여태 몰랐을 수가 있지? 저 이빨 사냥꾼의 대디가 인간 사냥꾼이라는 걸!
- 퍼킹 허니비, 너랑 파피가 그런 찌이인한 사이라는게 사실이야???
- 레이, 네녀석의 그 엿같은 말투는 도대체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냐? 우리 아빠 고향이 노스 캐롤라이나다. 나도 어릴때 잠깐 살았어. 동네에 유일하게 집 두채 있던 게 파피랑 우리집이었다.
- 무슨 일이야?
- 네잇. 오랜만에 보는군요. 잘 지내셨습니까.
- 여긴 어쩐 일이시죠?
시끌시끌한 분위기에 혹시 또 싸움이라도 났나 싶어 다가온 네이트는 반갑게 내미는 손을 잡지도, 물어보는 안부에 답을 하지도 않은 채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다임은 알만하다는 듯 허공에 덜렁 들린 손을 거두며 씩 웃기만 했다. 일부러 보란듯이 더 여유를 부리는 태도에 네이트의 인상이 보란듯이 구겨졌다. 잠시 오묘해진 공기에 다들 입을 다문 채 두 장교를 바라봤다. 한 놈만 빼고.
- 홀리 쉣! 엘티, 이 산타할아버지랑 그렇고 그런 사이였어요?
- 무슨 사이.
-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입니다.
다임은 친구라는 단어에 힘을 주며 말했다. 친구는 지랄. 허니비와 네이트, 파피가 동시에 생각했다. 어라, 왜 이 타이밍에 모 분대장이 떠오르는지...? 난너를믿었던만큼난내친구도
- 엘티는 산타랑, 허니비는 파피랑. 이거 완전 그룹 스와핑 포르노 스토리 아닙니까? 엘티도 알고 계셨어요? 허니비랑 파피랑 어릴때부터 깊은 사랑을 키워온...
- 레이, 한번만 더 나랑 허니비에 대해 그딴식으로 표현하면 대가리에 총구멍 날 줄 알아라.
- 맞아, 레이. 허니는 파피한테 여동생같은 아이인걸.
- 루디는 알고 있었나봐요?
- 난 알았지. 팹이랑 허니가 나한테 얼마나 귀한 사람들인데.
프루티한 커피만큼이나 프루티한 애정표현에 허니와 파피는 동시에 루디를 바라봤다. 네이트는 마찬가지로 처음 듣는 사실에 고개를 갸웃했지만 일단 그건 나중에 묻기로 하고.
- 이 땅개 장교가 아무래도 벌꿀에 퐁당 빠진 거 같은데요?
- 그건 이미 거절한 걸로 알고 있는데요.
- 네. 그렇지만 다행히 제 마음을 표현하는 것 정도는 허락을 받아서요.
- 웨옹, 멀쩡하게 생겨서 하는 짓은 저 병신같은 대위랑 똑같네...
- 다임. 잠깐 저 좀 보실까요.
육군 장교에게, 그것도 면전에다 대고 필터링따위 좆이나 준 욕을 내갈기는 파피에게 네이트는 가만히 손을 들어보이고는 그러나 여전히 딱딱한 말투로 다임을 불렀다. 다임은 루디에게 잘 마셨다는 인사를 건넨 후 파피에게도 고개를 까딱였으나 파피는 떨떠름하게 쳐다만 볼 뿐이었다. 환영할 수 없는 손님을 마주한 순간부터 내내 굳어있는 네이트는 물론 뒤를 돌자마자 웃음을 거둔 다임을 본 허니비도 두 사람을 따라가려 궁둥이를 들썩였지만, 네이트의 만류에 그저 살기가 등등한 등짝 두개를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남자들은 참... 좆같다고 생각하면서.
- 제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행동은 그만 해주십시오.
- 그저 필요한 물건들을 전하러 온 것뿐입니다.
- 그것도 이제 충분하다 생각합니다. 필요하시다면 저한테 청구하셔도 됩니다.
- 네잇이 왜요?
- 제가 허니비 남편이니까요.
- 그럼 더더욱 그쪽에게 받을 생각 없습니다.
- 허니는 저와 결혼한 사람입니다. 왜 자꾸 선을 넘으려는 겁니까.
- 제가 그쪽 허니와 부정한 행위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저 혼자 좋아하는 것도 안됩니까?
- 말 가려서 하십시오.
- 미안합니다. 너무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 같길래.
- 근본도 없는 개자식이 내 와이프에게 집적대는데, 어떤 남자가 이 정도의 반응도 안 할까요?
- 누가 보면 진짜 남편이라도 되는 줄 알겠습니다.
- 무슨 말입니까?
- 당신들이 하는 그거, 진짜라고 착각하지 말라는 말입니다. 아니면 부부사이에 연애라도 하십니까?
다임의 마지막 말에 네이트는 잠시 멈칫했다. 그걸 놓칠 리 없는 다임은 경솔하게 웃지는 않았지만, 오묘하게 고개를 젖혀 제 앞에 있는 애송이를 내려다봤다. 네이트 또한 그 시선을 지나치지 않고 안개낀 푸른 눈을 향해 고개를 빳빳히 세웠다.
- 네. 합니다. 연애. 그러니까 제 와이프이자 연인에게 그 좆같은 수작질 그만하시죠. 공식적으로 문제 삼기 전에.
- 듣기 싫은 말만 골라서 하는군요. 허니가 제게 마음이 있다면요?
- 일어날 리 없는 일을 제가 고민해야됩니까?
- 자신 있나 보네요. 믿는 구석이라도 있습니까?
- 허니비요.
일만의 고민도 없는 자신만만한 대답에 이번에는 다임이 눈썹을 까딱였다. 네이트가 입꼬리를 가늘게 말아올리며 이어갔다.
- 허니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을 오랫동안 가지고 있거든요. 그리고 저는 그 "좋아하는 것들"에 드는 데 성공했고요. 이대로 오랫동안 같이 지낼 예정입니다.
- ...... 그것 참, 확실히 믿을 만한 구석이군요. 꿈을 이룰 수 있길 바랍니다. 진심으로.
- 고맙습니다.
다임이 악수를 청하자 이번에는 네이트도 기꺼이 그 손을 맞잡았다. 건조한 손에 들어간 힘이 습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걸 네이트는 알았다. 찰거머리같은 새끼. 그가 속으로 생각했다. 타이밍 좋게 다임의 무전기에서 그를 찾는 소리가 나왔고, 막사로 돌아가던 다임은 무언가 생각난 듯 뒤를 돌아 네이트를 불렀다.
- 며칠 전 저희쪽 막사에 쥐새끼 한마리가 숨어든 것 같던데, 그쪽도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아주 깜찍한 쥐새끼더군요.
- 명심하겠습니다.
지어낸 듯 잘 빠진 웃음과 함께 건네는 경고가 멀어지고 난 후에야 어떤 쥐새끼 한마리는 참았던 긴 호흡을 내쉬었다. 기지로 돌아온 네이트는 곧바로 로벨을 찾아갔다.
- 허니비, 본부차량으로 이동한다.
- 갑자기요?
- 응. 로벨이랑 의논 마쳤어.
그렇게 허니비는 가서 다쳐 오면 죽여버린다는 살벌한 걱정이 어린 인사 하나와 로벨, 밥티, 스타이니, 티와 나눈 눈물이 쏙 빠지는 애틋한 작별인사 네개를 뒤로 하고 4호차로 향했다. 밥티스타는 진짜로 훌쩍훌쩍 우는 바람에 닥에게 염병한다는 소리를 들었고, 5호차 그 누구보다 의젓한 막내 홀시랑은 아끼는 펜을 선물로 주고받았다.
- 요, 벌꿀! 요즘 여기저기서 인기가 장난이 아니라며?
- 아름다운 사람은 피곤한 법이지...
- 스크루비~
그 피곤한 사람을 좋아하는 일도 만만찮게 피곤하다 생각하며 네이트는 조잘대는 목소리에 긴장했던 몸을 녹이고 잠깐이나마 눈을 붙였다.
젠킬 스탘 중위님너붕붕 네잇너붕붕 약가렛너붕붕 약다임너붕붕 철렁
네이트 픽은 육군 진영으로 달려갔다. 허니비가 땅개 장교 막사로 갔다는 말을 한참이나 늦게 전달받은 탓이었다. 좆같은 캡틴 아메리카! 맥그로우 대위는 마치 각 잡고 노린듯한 타이밍에 네이트를 데려가서는 하등 쓸모 없는 하소연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네이트는 맥그로우와 자기 자신, 다임에 대한 욕을 번갈아서 내뱉으며 더욱 빨리 다리를 움직였다. 네이트가 허니비를 못 믿는 탓이 아니었다. 맹세코. 제가 아는 허니비는 하늘이 두 쪽 나더라도 제 올곧은 고집을 지킬 사람이었다. 다만, 혹시라도 허니비가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긴다면. 다만, 만약에라도 허니비에게 누군가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 닥친다면. 그때야말로 네이트는 어느 누구도 용서할 자신이 없었다.
네이트가 다임의 막사 입구에 도착함과 동시에 문이 열리고 그 안에서 허니비가 꿍얼꿍얼 혼잣말을 하며 걸어나왔다. 다행히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한 얼굴이었지만, 네이트는 턱 끝까지 차서 헐떡이는 숨을 제대로 고르지도 못한 채 허니비를 먼저 살펴보았다.
- 어디 계셨습니까? 말씀드리려 했는데 안 보여서 못 드렸습니다.
- 허니, 아무 일 없었던 거지? 괜찮은 거지? 맥그로우가, 갑자기 날 찾아서... 내가 너무 늦게 알았어.
- 아무 일 없었습니다. 기분은 좀 좆같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진심으로 기분이 좆같다기 보단 진이 빠졌다. 마치 거창한 심리게임이라도 한바탕 치르고 온 듯이. 긴장이 풀리며 얕게 한숨이 삐져나왔다. 프로파일러라던가 FBI수사관같은 양반들은 기껏 잘 배워놓고는 뻔질나게 이 짓거리를 하면서, 어떻게 홧병으로 요절하지 않을 수 있는거지?
- 돌릴 마음이 없는데 대체 뭘 어떻게 돌린다는 겁니까? 제가 네잇에게 앙금이 있던 것도 맞고, 솔직히 선자리에서 만났을 때도 좀 짜증나긴 했습니다. 결혼하고 나서도 한동안 불편했던 것도 맞고요. 근데 그건 단순한 불편이고. 이렇게 사람한테 휘둘리는 좆같은 기분은 아니었거든요?
- 휘두르지 않았습니다.
- 목말라서 허덕이는 사람한테 물 한컵 던져주면서 원하는 걸 받아내려는 심보가 휘두르는 게 아니면 뭡니까?
- 받아내려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기회를 달라 한 것 뿐입니다.
- 그 기회를 받아내려고 한 거잖아요? 이대로 계속 말꼬리나 잡고 놀까요?
- 아닙니다. 말씀하십시오.
- 솔직히 말해서 네이트 픽, 더럽게 서툴고 요령도 없거든요? 누구랑은 달리 맨입으로 다짜고짜 결혼하자고 들이민 인물이거든요. 근데 그래서 했어요. 사탕발림이 아주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최소한 자기 패를 깠으니까. 최소한 같은 입장이었다구요, 그 사람이랑 나는.
- 저는 아닙니까?
- 아니죠. 미끼를 던지고 바늘에 주둥이가 꿰이길 기다리는 걸 사람한테 하진 않죠, 보통. 물고기라면 모를까. 내가 만약 그쪽을 먼저 만났다 하더라도 결혼은, 글쎄. 도무지 할 것 같지가 않은데요.
다임의 눈이 가늘어졌다. 이유는? 그가 물었다.
- 그쪽은 잔대가리를 너무 굴려. 그래서 멋대가리가 없어요.
- 허.
코웃음이 나왔다. 단 하나의 망설임도 없고, 제 기분을 생각해서라도 돌려 말해주려는 일말의 성의도 없는 답변이 퍽 마음에 들었다. 살면서 저한테 이따위의 언사를 행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다임이 깍지를 풀고 등받이에 몸을 기대었다. 그리고는 옅은 미소와 함께 말했다.
- 그럼 기회를 달라고도 안 하겠습니다. 대신 선물은 계속 드려도 되겠습니까? 미끼를 무는 건 당신 마음입니다. 거절해도 됩니다.
- 허...
- 저는 비열하고 고리타분한 사람이라, 이런 방식밖에는 모릅니다.
- 한 놈은 속 좁고 찌질한데 다른 한 놈은 비열하데다 고집불통이고. 제가 남자 복이 지지리도 없나 봅니다. 혼자 살걸 그랬나 봐요.
- 아마 그 편이 현명할 지도 모릅니다.
- 그럼, 온 김에 배터리 몇개만 주시죠.
- 이렇게 바로 갈취할 줄은 몰랐는데.
- 선물이라 생각하십시오. 감사히 받겠습니다.
다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도 웃음 띤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 허니비가 요구한 것 몇개를 챙겨주었다. 덩치만큼 씀씀이도 좀 크게 쓰라는 핀잔에 "그럼 제가 얼굴 보러 갈 명분이 없잖습니까." 라며 능글맞게 맞받아 치기까지 하면서. 그렇게 평소보다는 찔끔 더 뜯어낸 배터리 몇 개를 네이트와 나눠들면서 허니비는 중얼대듯 말했다.
- 그래도... 나름 재밌었습니다. 오랜만에.
- 정말 별 일 없었던 거 맞지? 네가 그렇게 말하면 무슨 일인지 감도 못잡겠어.
- 네잇, 분발하세요. 상대가 만만치 않습니다. 물질 가는 데 마음 간다고, 저도 제가 이렇게 속물인지 몰랐습니다. 근데 저 새끼들 진짜 존나 부자예요! 배터리가 막 이렇게 쌓여있었다니까요?!
- 큰일 났네...
다소 시무룩한 목소리로 대꾸하는 입꼬리가 예쁘지 않게 쳐졌다. 허니비 말의 반은 농담이었지만, 네이트는 거진 진심이었다. 살면서 이런 식으로 부의 불평등을 체험할 줄은 몰랐는데. 그래도 각자 한 손에 배터리를 나눠 들고서 자연스레 남은 손을 맞잡고 걷는 허니비에 네이트는 더 묻고 싶은 마음도 잊어버리고 그냥 얌전히 손을 잡힌 채 쭐래쭐래 따라갔다. 쭉쭉 빠르게 걸어가는 발걸음이 퍽이나 유치하게도 서운해서, 잡은 손을 살짝 제 쪽으로 당기자 허니비가 피식 웃더니 친절히도 걸음을 늦춰주었다. 그리고는 험비가 가까워지자 들고 있던 배터리를 마저 와르르 쏟아주며 말했다.
- 알랑방구는 중위님이 뀐 걸로 해요. 저 대신 값을 치르겠다 하셨잖아요.
- 그런 거라면 네이트 픽이 육군 장교 데이비드 다임에게 프로포즈 했다 소문도 낼 수 있어.
답지 않은 흰소리에 킥킥대는 허니비의 어깨를 네이트가 한 팔로 살짝 둘러안았다. 가벼워진 공기처럼 조심스럽게 기대오는 머리와, 팔 안에 담긴 온감으로 안정을 삼으려 하다니 누군가의 평가대로 참 어리고 단순하기 짝이 없단 생각이 들었다.
- 이따가 만나러 가도 돼?
- 네.
그러나 짧아진 기다림과 한 마디 긍정만으로 기분이 좋아지는 걸 보면, 바보가 되는 것도 조금은 나쁘지 않을 지도 모르겠다.
다음날, 픽 중위는 몰래 육군 보급 막사로 들어갔다. 날고 기는 군인들의 눈과 귀를 피해 배터리에 윤활유, MRE까지 야무지게 한아름 안아들고 돌아오는 그의 심장이 생전 처음 비행을 저질러 본 모범생마냥 콩콩 빠르게도 뛰었다. 누가 봐도 합법적으로 구해온 것이 아닌게 분명한 스페–샬 플레이버 MRE를 당당하게 내미는 얼굴에 허니비는 깔깔거리며 배가 찢어져라 웃었다. 모래바닥에 주저앉아 머리를 모으고 봉다리 쪼가리에 든 음식이 뭐가 그리 맛있다고, 아마 몇 달 전의 타코가 이 장면을 목격했다면 서러움에 가슴을 퍽퍽 치며 오열했을 지도 모르겠다.
- 나나나, 여기는 그런 잘빠진 데쟈–트 수트 차림의 땅개가 올 데가 아니요.
- 그러지 마, 포크. 이분은 미스터 산타잖아.
- 커피 맛이 참 좋습니다. 혹시 어떤 원두로 내리는 지 알 수 있을까요? 돌아가면 저도 같은 걸로 구매하고 싶군요.
- 물론이죠, sir.
- 왜 육군 장교나 되는 사람이 자꾸 해병 기지에 들락날락하는지 모르겄네.
- 좋아하는 여자한테 눈도장 찍으려고 수작 부리는 겁니다.
- 허니비는 집에서 정해준 짝이 있을 텐디.
- 잘 아시네요. 가까운 사이인가 보죠?
- 내가 그 놈 똥기저귀도 갈아준 사람인디, 모르는 게 더 이상하지 않겠습니까?
- 그렇습니까? 몰라봬서 죄송합니다.
- 예에에?! 파피가요?? 허니비를요???
태평한 다임의 대답과는 다르게 레이가 안그래도 큰 눈을 더더욱 벌리며 얼굴 표정만큼이나 호들갑스러운 목소리로 소리쳤다. 악명높은 주임원사와 견줄만한 토론부 출신의 목청에 다임이 아주 잠시 인상을 찌푸렸지만 짱짱한 어그로에 밀려 아무도 그것을 알아차리지는 못했다.
- 그게 진짜예요???
- 엉. 진짜야.
-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오늘은 못 뵙고 가는 줄 알았습니다.
반가운 목소리에 보기좋게 활짝 핀 다임과는 달리 허니비는 시큰둥한 얼굴로 3호차를 향해 걸어왔다. 그리고는 누구한테 뜯은 건지가 분명한 윤활유를 험비 지붕에 있는 파피에게 던지자, 파피는 그걸 또 한손으로 찰지게 받아 총기를 마저 손질했다. 뎀잇, 오일을 주고받는 행동 하나마저도 저렇게 자연스러운데 어떻게 여태 몰랐을 수가 있지? 저 이빨 사냥꾼의 대디가 인간 사냥꾼이라는 걸!
- 퍼킹 허니비, 너랑 파피가 그런 찌이인한 사이라는게 사실이야???
- 레이, 네녀석의 그 엿같은 말투는 도대체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냐? 우리 아빠 고향이 노스 캐롤라이나다. 나도 어릴때 잠깐 살았어. 동네에 유일하게 집 두채 있던 게 파피랑 우리집이었다.
- 무슨 일이야?
- 네잇. 오랜만에 보는군요. 잘 지내셨습니까.
- 여긴 어쩐 일이시죠?
시끌시끌한 분위기에 혹시 또 싸움이라도 났나 싶어 다가온 네이트는 반갑게 내미는 손을 잡지도, 물어보는 안부에 답을 하지도 않은 채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다임은 알만하다는 듯 허공에 덜렁 들린 손을 거두며 씩 웃기만 했다. 일부러 보란듯이 더 여유를 부리는 태도에 네이트의 인상이 보란듯이 구겨졌다. 잠시 오묘해진 공기에 다들 입을 다문 채 두 장교를 바라봤다. 한 놈만 빼고.
- 홀리 쉣! 엘티, 이 산타할아버지랑 그렇고 그런 사이였어요?
- 무슨 사이.
-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입니다.
다임은 친구라는 단어에 힘을 주며 말했다. 친구는 지랄. 허니비와 네이트, 파피가 동시에 생각했다. 어라, 왜 이 타이밍에 모 분대장이 떠오르는지...? 난너를믿었던만큼난내친구도
- 엘티는 산타랑, 허니비는 파피랑. 이거 완전 그룹 스와핑 포르노 스토리 아닙니까? 엘티도 알고 계셨어요? 허니비랑 파피랑 어릴때부터 깊은 사랑을 키워온...
- 레이, 한번만 더 나랑 허니비에 대해 그딴식으로 표현하면 대가리에 총구멍 날 줄 알아라.
- 맞아, 레이. 허니는 파피한테 여동생같은 아이인걸.
- 루디는 알고 있었나봐요?
- 난 알았지. 팹이랑 허니가 나한테 얼마나 귀한 사람들인데.
프루티한 커피만큼이나 프루티한 애정표현에 허니와 파피는 동시에 루디를 바라봤다. 네이트는 마찬가지로 처음 듣는 사실에 고개를 갸웃했지만 일단 그건 나중에 묻기로 하고.
- 이 땅개 장교가 아무래도 벌꿀에 퐁당 빠진 거 같은데요?
- 그건 이미 거절한 걸로 알고 있는데요.
- 네. 그렇지만 다행히 제 마음을 표현하는 것 정도는 허락을 받아서요.
- 웨옹, 멀쩡하게 생겨서 하는 짓은 저 병신같은 대위랑 똑같네...
- 다임. 잠깐 저 좀 보실까요.
육군 장교에게, 그것도 면전에다 대고 필터링따위 좆이나 준 욕을 내갈기는 파피에게 네이트는 가만히 손을 들어보이고는 그러나 여전히 딱딱한 말투로 다임을 불렀다. 다임은 루디에게 잘 마셨다는 인사를 건넨 후 파피에게도 고개를 까딱였으나 파피는 떨떠름하게 쳐다만 볼 뿐이었다. 환영할 수 없는 손님을 마주한 순간부터 내내 굳어있는 네이트는 물론 뒤를 돌자마자 웃음을 거둔 다임을 본 허니비도 두 사람을 따라가려 궁둥이를 들썩였지만, 네이트의 만류에 그저 살기가 등등한 등짝 두개를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남자들은 참... 좆같다고 생각하면서.
- 제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행동은 그만 해주십시오.
- 그저 필요한 물건들을 전하러 온 것뿐입니다.
- 그것도 이제 충분하다 생각합니다. 필요하시다면 저한테 청구하셔도 됩니다.
- 네잇이 왜요?
- 제가 허니비 남편이니까요.
- 그럼 더더욱 그쪽에게 받을 생각 없습니다.
- 허니는 저와 결혼한 사람입니다. 왜 자꾸 선을 넘으려는 겁니까.
- 제가 그쪽 허니와 부정한 행위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저 혼자 좋아하는 것도 안됩니까?
- 말 가려서 하십시오.
- 미안합니다. 너무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 같길래.
- 근본도 없는 개자식이 내 와이프에게 집적대는데, 어떤 남자가 이 정도의 반응도 안 할까요?
- 누가 보면 진짜 남편이라도 되는 줄 알겠습니다.
- 무슨 말입니까?
- 당신들이 하는 그거, 진짜라고 착각하지 말라는 말입니다. 아니면 부부사이에 연애라도 하십니까?
다임의 마지막 말에 네이트는 잠시 멈칫했다. 그걸 놓칠 리 없는 다임은 경솔하게 웃지는 않았지만, 오묘하게 고개를 젖혀 제 앞에 있는 애송이를 내려다봤다. 네이트 또한 그 시선을 지나치지 않고 안개낀 푸른 눈을 향해 고개를 빳빳히 세웠다.
- 네. 합니다. 연애. 그러니까 제 와이프이자 연인에게 그 좆같은 수작질 그만하시죠. 공식적으로 문제 삼기 전에.
- 듣기 싫은 말만 골라서 하는군요. 허니가 제게 마음이 있다면요?
- 일어날 리 없는 일을 제가 고민해야됩니까?
- 자신 있나 보네요. 믿는 구석이라도 있습니까?
- 허니비요.
일만의 고민도 없는 자신만만한 대답에 이번에는 다임이 눈썹을 까딱였다. 네이트가 입꼬리를 가늘게 말아올리며 이어갔다.
- 허니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을 오랫동안 가지고 있거든요. 그리고 저는 그 "좋아하는 것들"에 드는 데 성공했고요. 이대로 오랫동안 같이 지낼 예정입니다.
- ...... 그것 참, 확실히 믿을 만한 구석이군요. 꿈을 이룰 수 있길 바랍니다. 진심으로.
- 고맙습니다.
다임이 악수를 청하자 이번에는 네이트도 기꺼이 그 손을 맞잡았다. 건조한 손에 들어간 힘이 습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걸 네이트는 알았다. 찰거머리같은 새끼. 그가 속으로 생각했다. 타이밍 좋게 다임의 무전기에서 그를 찾는 소리가 나왔고, 막사로 돌아가던 다임은 무언가 생각난 듯 뒤를 돌아 네이트를 불렀다.
- 며칠 전 저희쪽 막사에 쥐새끼 한마리가 숨어든 것 같던데, 그쪽도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아주 깜찍한 쥐새끼더군요.
- 명심하겠습니다.
지어낸 듯 잘 빠진 웃음과 함께 건네는 경고가 멀어지고 난 후에야 어떤 쥐새끼 한마리는 참았던 긴 호흡을 내쉬었다. 기지로 돌아온 네이트는 곧바로 로벨을 찾아갔다.
- 허니비, 본부차량으로 이동한다.
- 갑자기요?
- 응. 로벨이랑 의논 마쳤어.
그렇게 허니비는 가서 다쳐 오면 죽여버린다는 살벌한 걱정이 어린 인사 하나와 로벨, 밥티, 스타이니, 티와 나눈 눈물이 쏙 빠지는 애틋한 작별인사 네개를 뒤로 하고 4호차로 향했다. 밥티스타는 진짜로 훌쩍훌쩍 우는 바람에 닥에게 염병한다는 소리를 들었고, 5호차 그 누구보다 의젓한 막내 홀시랑은 아끼는 펜을 선물로 주고받았다.
- 요, 벌꿀! 요즘 여기저기서 인기가 장난이 아니라며?
- 아름다운 사람은 피곤한 법이지...
- 스크루비~
그 피곤한 사람을 좋아하는 일도 만만찮게 피곤하다 생각하며 네이트는 조잘대는 목소리에 긴장했던 몸을 녹이고 잠깐이나마 눈을 붙였다.
젠킬 스탘 중위님너붕붕 네잇너붕붕 약가렛너붕붕 약다임너붕붕 철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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