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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26 23:40
전편






*알못주의 뇌절주의;










화면에 잡히는 태웅과 백호는 육탄전을 벌이고 있었음. 물론 낯간지러운 브금과 슬로우가 걸린 덕에 분위기는 그냥 투닥투닥 거리는 걸로 보였지만 화면을 보던 패널들이 점차 경악하기 시작함. [저... 저거 서랍장 위에 액자 떨어지는데요. 백호씨가 팔 휘둘러서 치신... 거죠?] [아니 이거 저희 방송 나가도 괜찮은... 거에요...?] [와, 지금 두분 서로 멱살 잡으셨는데.] 패널들의 반응에 백호가 뒷목을 긁적였음.[우우, 섭섭이랑 다들 반응이 똑같아.] [섭섭이?] [...송태섭 선배.] 패널들의 질문에 답한 태웅에게 시선이 쏠림. 그러다가 패널 하나가 입을 떡 벌렸음. [아니, 저, 제가 운동계 그런 걸 잘 아는 건 아니지만. 그..., 그 쪽에선 좀, 선후배관계 따지고 그렇지 않나요...?] [그렇지만 저는 섭섭이보다 키도 크고 리바운드도 잘하고! 섭섭이도 칭찬해줬었는데!!] [멍청아, 조용히해.] 태웅이 종알거리는 백호에게 핀잔을 줬음. 그 모습에서 패널들은 어떤 깨달음을 얻었음. [...혹시 백호씨, 다른 선수들도 다 그렇게 부르시나요?] [다른 선수들이요?] [왜, 같은 팀에 정대만씨도 계시고,] [만만군!] [...오...] 동시에 패널들의 탄식이 터짐. [...와, 태웅씨가 그냥 동갑이라 여우라고 부르시는 게 아니었구나.] [네??] [얘는 원래 이랬어요.] [뭐! 너 지금 내 욕하는 거지?!] 시끌벅적하게 태웅에게 따지고 드는 백호를 뒤로 한 채 패널들의 질문이 이번에는 태웅에게 쏟아졌음. [태웅씨, 아니 태웅 선수. 지금 강백호 선수의 이런 행동들. 괜찮다고 보시나요?] 다분히 놀리려는 목적이 가득한 질문이었음. 하지만 태웅이 고개를 갸웃함. [괜찮지 않을 게 있나요.] 태웅의 말에 패널들의 야유가 쏟아짐. [그래도 친구라고 감싸주시는 거죠?! 저흰 진실을 알고 싶다니까요?!] [...멍청, ...강백호 저 녀석이 선배들을 그렇게 부른다고 농구 실력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고. 선배들도 별로 신경 쓰는 눈치는 아니니까 괜찮습니다.] 드물게 긴 문장으로 답한 태웅이 아, 뒤늦게 뭔가 생각난 얼굴로 말을 덧붙였음. [북산 선배들은요.] [그러니까 백호씨가 지금 특이 케이스라는 거죠? 저는 정말 제 상식이 잘못됐나 싶었다니까요.] [우, 지금 다들 저 놀리시는 거죠?!] [앗, 백호 선수. 들켰나요?] 스튜디오의 나름 화목한 분위기와는 다르게 화면에서 태웅과 백호는 여전히 치고박고 싸우는 중이었음. 백호의 박치기를 저지한 태웅의 손목을 백호가 틀어잡고, 손목이 잡힌 태웅이 다리로 백호의 종아리를 걷어차고. 그리고 돌연 화면이 두배속으로 빨라짐.  자막으로 [부부 싸움은 칼로 물베기] 따위가 뜨고, 화면을 보고 있던 백호가 새된 비명을 질렀음. [와아아악!! 부부라뇨! 저 자식이랑 제가!!! 무슨!!!!] 급기야는 발까지 동동 구르며 태웅의 어깨를 쿡 찌른 백호가 답답해 죽겠다는 듯 주먹을 꽉 쥐고 외쳤음. [피디님!! 편집을 이렇게 하시면 어떡해요!! 오해하잖아요!!!] 백호의 반응에 패널들이 음흉하게 웃었음. [백호씨, 저흰 그 오해, 아주 좋아합니다.] [아아악!! 다들 제정신 아니야!!] 그리고 그 모든 소란이, 태웅은 솔직히 말해서 좀 마음에 들었음. 밖에서 손이라도 잡을라 치면 거의 경기를 일으키는 백호에게 그동안 서운함이 들었던 거도 사실이라, 장난인 척 아주 사실만 콕콕 골라 집어내는 이 상황이 아주 흡족함.




그렇게 빠르게 흘러가던 화면이 뚝 멈추더니, [사건의 발단] 이라는 불길한 자막을 단 채 이번엔 뒤로감기가 시작됨. 패널들이 웅성거렸음. [뭐야? 뭐야??] 화면이 32배속으로 뒤로 휙휙 넘어가다가 어느 시점에서 멈춤. 카메라에 비친 건 태웅이었음. 분리수거통으로 보이는 것들 앞에서 서성이고 있었는데, 손에 빈 페트병과 테이프를 제거한 세로로 접은 박스 같은 게 잔뜩 있었음. 분리수거 통을 들여다보던 태웅이, 이내 플라스틱이 담긴 통에는 종이 박스를 넣고 종이가 차곡차곡 쌓여있는 통 안에는 빈 페트병을 떨어뜨렸음. "...흠." 한 발자국 떨어져서 자신이 해놓은 짓을 보던 태웅이 엄지로 턱을 몇 번 쓸더니 한 술 더 떠 플라스틱 통 옆에 담겨 있던 캔을 두어개 꺼내 종이가 가득한 통 위에 아주 잘 보이게 얹어놓음. 그 모습을 화면으로 보던 패널들이 얼이 빠져 태웅을 돌아보았음. [...태웅씨, 이게 무슨...?] [그러니까 지금 이거, 일부러... 그러시는 거죠?] 패널들의 시선은 그냥 그러려니 넘기면 됐는데, 문제는 백호였음. 태웅은 겉으로 보기엔 아주 평온한 무표정이었지만 사실 꽤 당황한 상태였음. 저건, 멍청이한테는..., 비밀이었는데. 어쩐지 지금 백호와 시선을 마주치면 안될것 같아 태웅은 필사적으로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봤음. 아까와는 상황이 아주 반대가 되어버렸는데 그걸 생각할 겨를도 없었음. 그리고 태웅은 이쯤 되니 살짝 불안해짐. 이 방송이 생각보다 정말 모든 걸 찍고 있었다는게 느껴져서. 




때마침 화면에서 태웅의 핸드폰이 울렸음. 화면을 확인한 태웅이 통화 버튼을 눌러 전화를 받음. "...네, 엄마." "어, 태웅아. 반찬 거의 다 먹어가지 않아? 엄마가 좀 갖다줄까?" "아니요, 안 그러셔도 되는데." "그러지 말고. 간만에 엄마가 백호도 좀 보고 싶어서 그래." "...걔한테 들려 보내실거에요?" "어머, 얘 좀 봐. 엄마가 갖다주는 건 싫고 백호가 갖다주는 건 괜찮고?" "......" "자식새끼 키워봤자 다~ 헛거라더니~ 어휴, 어디 서러워서 살겠니? 응?" "...그런거 아니예요." 모자의 통화소리에 패널들이 짓궂게 태웅과 백호를 놀려대기 시작했음. [에이~ 어머님도 인정하셨네~] [그러니까요. 그럼 이제 게임 셋 아닌가요?] 패널들의 놀림을 뒤로한 백호는 태웅을 무시무시한 기세로 노려보고 있었음. [...야, 여우. 너 이새x, 그러니까 여태 내가 갈 때마다 집 꼬라지가 저랬던게,] 태웅은 시선을 화면에 고정한 채 묵묵부답이었음. 백호가 저 얄미운 여우 자식을 탈탈 털어버려야겠다고 생각 한 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남. 물론 패널들의 우악스런 손짓에 태웅에겐 손가락 하나 까딱 못한 채 다시 앉아버리고 말았지만. [아악!! 다들 왜 나한테만 이래!! 저 녀석 여우 털을 아주 그냥 홀라당 뽑아버려야 한다니까요!!] 바락바락 소릴 질러대는 백호는 패널들도 당장 패대기 칠 기세였지만 제 어깨에 얹힌 손들 중 하나가 여자 패널인 탓에 어쩌질 못하고 주먹만 불끈 쥔 채였음. 



Q. 분리수거통을 공들여 다시 어지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대체 왜 그런 것인지?


"...찍혔나요? 음, 안되는데. 멍청, ...강백호가 알면 신경질 부릴텐데."


Q. 그러니까 대체 왜?


"...그래야 그 녀석이 집에 오래 있어요. ...이거 편집..., 안 되나요?"




태웅의 인터뷰 화면에 스튜디오가 다시 난리가 남. [와, 와!! 나 백호씨가 태웅씨 왜 여우라고 부르는지 알 것 같아!!] [태웅씨 진짜 의외의 모습 많이 보여주신다 정말.] 그리고 백호는 백호대로 얼굴이 뜨끈뜨끈해짐. 아니 저 자식은 그냥 좀 집에 있다 가라고 말로 하면 되지 꼭 저렇게 되도 않는 수작을..., 까지 생각하던 백호가 태웅과 시선이 마주침. 안그런척 해도 저게 서로 수줍어 하는 얼굴이라는 건 알았음. 그 낯간지러운 분위기를 참지 못한 백호가 놀려대는 패널들을 피해 의자째로 슝 몸을 날렸음. 그리고 힘 조절을 못한게 문제라면 문제였음. 의자째 벽에 충돌한 백호가 그만 그 반동으로 의자에서 튕겨져 나왔고 패널들의 짤막한 비명과 함께 바닥으로 떼굴떼굴 구르려는 찰나 태웅이 번개같이 달려옴. [이 멍청이가 진짜...!] 백호가 바닥으로 추락하기 직전에 백호를 붙잡아 올려 다시 의자에 앉혀놓은 태웅이 까득 이를 악물었음. 백호는 당황한 모양인지 태웅에게 건져진 모양새 그대로 눈알만 도륵 굴릴 뿐이었음. 뒤늦게 달려온 패널들이 다들 백호에게 다친데는 없냐며 질문공세를 퍼부어댈 때 쯤 뒤로 빠진 태웅이 후, 한숨을 길게 내뱉었음. 한바탕 소란이 지나간 후 패널들이 조금 진정된 모양새로 다시 옹기종기 모여앉았음. [어후, 정말 백호씨 오시자마자 정신이 없네요.] [에너지 넘친다는게 뭔지 몸소 보여주시고 있어요, 백호씨.] [진짜 괜찮으신거에요? 어디 아프시면 꼭 말하셔야 해요. 몸이 재산이신데!] [아하핫, 넵, 괜찮습니다! 이깟 걸로 뭐어.] 몇 번이고 계속해서 백호의 안색을 살피며 몸 상태를 걱정하던 패널들이 이상 없어 보이는 백호의 모습에 다들 가슴을 쓸어내렸음. 그리고 다시 대화의 화두에 태웅이 오름. [저 태웅씨 농구 선수가 아니라 육상 선수신줄 알았어요.] [맞아요, 진짜 무슨 총알 나가듯이 튀어나가시는데 실제 경기에서 저런 스피드로 달리신다는 거잖아요? 경기 한 번 보러 가야겠다 진짜.] [태웅씨 백호씨 떨어지려는거 보자마자 막 초스피드로 달려오시는데 저 딱 그거 생각났다니까요. 완전 히로인 구하러 달려오는 주인공.] 한 패널의 말에 와하하 웃음바다가 터졌음. [맞아요, 맞아요!! 저도 딱 그 생각 들었어요!] 다같이 하하호호 떠들다가, 패널들이 다시 백호를 놀려대기 시작했음. [자 백호씨, 구해주신 태웅씨에게 감사의 말씀이라도 한마디 하시죠?] 백호가 입을 삐죽 내밀고 툴툴거렸음. [칫, 히로인처럼 생긴 건 저 여우 자식, 헉.] 잠시동안 고요한 침묵이 스튜디오를 감돌고, 패널들의 비명에 가까운 웃음소리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져나왔음. [와하하학! 백호씨 안 그런척 하셔도 태웅씨 얼굴은 인정하시네요~] [아 피디님, 그거 깔아주셔야죠. 그거, 숨겨왔던 나~의~] [으으으윽, 아니, 아니!! 말이 헛나왔어요!!!!] [그럼 백호씨가 히로인 하실래요?] [얘기가 왜 그렇게 되는 건데요?!] 그리고 태웅은 생각도 못한 뜻밖의 수확을 얻었음. '멍청이는 서태웅의 얼굴을 예쁘다고 생각한다.'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왁왁대는 백호의 모습을 보건대 저건 진심이었음. 태웅은 속으로 언젠가 이 사실을 꼭 써먹으리라 다짐했음.








그리고 다시 화면이 전환됨. 미친듯이 흔들리는 화면 저 끝에 작은 점으로 보이는 빨간 머리통. 아예 사라지나 싶던 빨간점이 별안간 멈추더니, 백호가 뒤를 쓱 돌아보곤 뒷목을 긁적임. 그리고 그 자리에서 서서 VJ가 오기까지 기다린 백호가 불쑥 물었음. "어, 카메라 제가 들고 뛸까요? 저 좀 늦어서, 더 뛰어가야 하는데..." "...그냥 차를 타고 가면 안될까요?" "아!" 백호와 VJ의 대화에 스튜디오에 다시 웃음꽃이 피었음. [백호씨 하여간에 진짜 캐릭터 독특하시다.] [농구 하는 모습만 보면 너무 멋있는데, 일상 생활은 뭐라고 하지. 좀,] [바보네, 바보.] 패널들의 놀림에 백호가 빽 소릴 질렀음. [천재한테 지금 바보라뇨!] 그 엄청난 데시벨에 패널들이 다들 손을 들어 얼얼한 귀를 매만졌음. [백호씨 성악가 했어도 성공했을 것 같아요...] [저는 농구가 좋다니까요.] 툴툴대는 백호를 뒤로 한채 패널들이 화면을 가리켰음. [어, 차타고 가셨네요.] [뛰어서 가려면 갈 수 있었는데, 카감님이 너무 힘들어 하셔가지고요.] 백호의 부연 설명대로 화면 속에선 택시에 그 큰 몸을 구겨 넣는 백호가 비춰지고 있었음. "A체육관이요! 빨리요 아저씨!!" "덩치 보니 운동 선수 같은데, 경기 같은 거 있으면 단체로 버스타고 가지 않어? 늦잠이라도 자서 버려진겨?" 택시기사가 넉살좋게 건네는 말에 백호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음. "경기는 아니구 무슨 행사라고 고릴라가 그랬었는데, 으윽, 까먹었다!" "젊은 사람이 벌써 그럼 어떡혀." "일단 빨리 좀 가주세요!!" 그리고 택시가 달리는 장면은 편집된 모양인지 바로 뒤 택시에서 내리는 백호가 보였음. "카레이서 해도 되겠던데!! 아저씨 조심해서 잘 가요!! " 택시 문을 잡고 택기 기사와 뭐라뭐라 몇마디 더 주고 받던 백호가 문을 닫고 슝 떠나는 택시의 뒷꽁무니를 향해 손을 흔들었음. 옆에서 VJ가 작게 타박함. "...늦으셨다고 하지 않았어요, 백호씨?" "악! 맞다! 그래도 다 왔으니까 괜찮아요!!" 성큼성큼 걷는 백호의 뒷모습이 비춰지고, 백호의 걸음이 멈춘 곳은 무슨 행사 준비 중으로 보이는 한 체육관이었음. 체육관의 문을 열고 백호가 안으로 쓱 한 발자국 딛자마자 누군가의 불호령이 떨어짐. "강백호! 이제 오면 어떡하냐, 이녀석아!" 물론 백호는 인상을 찌푸리며 귀를 틀어막았음. "어쨌든 왔잖아, 고릴!!" "이녀석이 뭘 잘했다고 소릴 질러!" 백호의 머리통을 쥐어박던 치수가 백호의 뒷편에서 카메라를 들고 어정쩡하게 서 있는 스태프를 발견하고 멈칫했음. 백호가 해맑게 외침. "아, 고릴!! 나 나HON산 촬영중이야!!" 치수의 미간이 꿈틀했음. "이 똥강아지 같은게, 그런 건 전화로 미리미리 연락을 하던가 사전에 미리 말을 했어야 할 거 아니냐!!" "아 핸드폰 까먹고 집에 두고 왔다고!!" "아니! ...하, 됐다. 너랑 무슨 말을 하겠냐. 얼른 옷이나 갈아입고 와." 그러면서 치수가 백호의 머리통을 북북 쓰다듬고 어깨를 팡 쳤음. "1분에 체육관 한 바퀴!" "악덕 고릴라!!" 라커룸으로 쓱 사라진 백호가 눈 깜짝할 새에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나타남. 





화면을 보던 패널들이 눈을 동그랗게 뜸. [어라, 북산고 유니폼이네요?] [모교 행사 가신건가?] [뭐, 따지자면 그렇죠.] 백호가 어깨를 으쓱였음. 화면 너머에선 백호를 비롯해 치수, 대만, 태섭이 서로 뭐라뭐라 얘기 중이었음. 화면을 보던 패널들이 어, 운을 띄움. [아무리봐도 북산고 모임인데, 태웅씨는 없네요?] [전지 훈련이라도 가셨나?] 백호가 입을 삐죽였음. [여우 그 자식은 그날 국대 소집일이었어가지고 안 왔어요.] 태웅이 백호의 말에 삐딱하게 눈꼬리를 올림. [너 저런 행사 있다고 말도 안했잖아.] [아 고릴라가 한 줄 알았지!!] [...아무한테도 연락 안 왔는데.] 태웅의 말에 스튜디오가 일순 숙연해짐. 한 패널이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음. [그, 하하, 무슨 사정이 있었겠죠, 그죠?] [맞아요, 사람이 살다 보면 깜빡할 수도 있고 그런거지!!] [아니면 태웅 선수 국대 소집 가신거 알고 바쁘겠거니 생각해서 일부러 연락 안 할 거일수도 있고.] [오, 신빙성 있어.] 그리고 계속해서 화면을 시청중이던 패널들이 눈을 깜빡였음. [...저거 이정환 선수..., 아니에요?] [옆엔 전호장 선수인것 같은데.] [오! 다들 잘 아시네요!!] 백호가 신이나서 외치자 패널들이 씩 웃었음. [농구 선수분들 나오는데 저희도 다 공부하죠~] 





한편 화면 속에선 호장과 백호가 만나자마자 미친 데시벨로 서로 삿대질을 하며 대화인지 시비인지 모를 것을 이어가는 중이었음. 물론 얼굴을 맞붙이고 으르렁대려는 찰나 호장은 정환에게, 백호는 치수에게 꿀밤 한 대씩 맞고 떨어짐. 백호는 열이 올라 치수에게 왜 때리냐고 아득바득 대드는 반면 호장은 머리를 감싸쥐고 '힝ㅜ' 하는 중이라 패널들 웃음보 터짐. [아, 호장 선수랑 백호 선수랑 동갑이죠. 많이 친하신가봐요!] [친하다기보단 뭐냐, 그거죠. 지기피지 백전백승!] [...지피지기 백전백승이에요, 백호씨.] 패널들과 소란스레 대화를 이어가는 백호를 보고 태웅은 여전히 뚱한 채였음. 저 멍청이 자식은 자신이 애인이란 사실을 가끔 까먹고 있는 것 같은데, 진짜 마음 같아선 넌 애인을 도대체 뭐라고 생각하길래 저런 일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냐고 멱살 잡고 물어보고 싶었음. 치수나 다른 선배들이 제게 연락 안한 건 아 그렇구나, 넘어갈 수 있는데 멍청이가 연락 안 한 건 섭섭함. 짜증도 좀 나고 근데 그거보다 더 크게 느껴지는 건 서운함임. 저 멍청이는 제 생각을 하긴 하는 걸까 싶어서. 태웅의 마음도 모르는 야속한 애인은 화면을 보며 패널들과 꺄르륵 대기 바빴음. 그리고 태웅은 조용히 속으로 다짐함. 카메라 꺼지면 보자 강백호. 





행사는 북산고 학생을 대상으로 한, 북산고를 졸업한 현직 농구선수와의 미니게임 비스무리한 거였음. 근데 선수들 개인 사정도 있고 해서 졸업생 내에서는 선수들 충당이 안되자 선수들 개인의 인맥에 기대서 충원을 하다보니 미친 인맥의 강백호 빨로 전호장-이정환 매치가 이루어진 거였음. 여튼 체육관에 입성한 정환과 호장의 모습에 잠깐 분위기가 너네가 왜 거기서 나와? 였다가 백호의 성대한 환대(를 가장한 시비)에 다들 정신을 차림. "오!! 애늙은이!! 진짜 왔네!! 야생원숭이자식이 바쁘다고 뒤지게 튕긴다고 했는데!" "야 이 빨간원숭이자식이, 내가 언제 튕긴다고 그랬어!! 정환이형이 워낙 바쁘니까 될지 안될지 모르겠다고 했지!!" "그게 그말 아냐?" "정환이형! 이 녀석이 이렇다니까요!! 이 녀석말 그대로 들으시면 안돼요!!" "하하, 여전하구나, 강백호." 그리고 정환이 치수와 눈을 마주치고 서로 눈인사를 까딱함. 그 모습을 보던 패널들이 박수를 짝짝 쳤음. [와, 저거 서로 티안나게 스캔한거죠?] [옆에서 실제로 보면 위압감 엄청날 거 같은데.] [근데 이정환 선수, 채치수 선수보다 체격은 작은 거 같은데 기백이 장난 아니다. 하나도 안 밀려요.]






Q. 백호 선수와 스스럼 없는 친분이 의외였다. 경기로 다져진 친분인지?



"그 녀석이 워낙 시끄럽잖아요. (뒤에서 스태프가 '호장씨도 만만치 않아요...'하는 말이 작게 자막으로 깔림) 뭐라고요! 제가 어딜봐서 그녀석보다 시끄럽다는 거에요!! (백호씨보다 시끄럽다는 말은 안했는데...) 이익, 하여튼! 그녀석 꼭 시선을 끈다니까요! 경기 중에서도 무시해야지 말려들지 말아야지 생각하는데 정말 초짜도 안 할 실수를 가끔씩 하면 어이가 없어서 제 폼이 무너진다구요. 진짜 어쩜 정말 그런 말도 안되는 실수를 할 수 가 있는지 내참 이해가 안가서..."(여기까지 말한 호장의 인터뷰 화면이 잘렸음.)





그리고 스튜디오에선 다시 패널들의 박장대소가 터짐. [와, 인터뷰 화면 잘린 거 저 처음 보는거 같은데...] [호장씨랑 백호씨랑 왜 친한지 알겠다.] [안 친하다니까요!!] 그리고 이제 학생들이랑 현직 선수들이랑 섞어서 대충 경기 하는데 백호 존나 진심임. 자기 어깨에 올까말까한 앳된 애들 한테 프로 리그처럼 파울하려다 태섭에게 귀를 꼬집히고 치수에게 꿀밤 맞고 대만한테 삿대질을 받음. 정환은 피식 웃었고 호장은 자기가 부끄러워함. 오죽했으면 심판도 주의를 주었음. 자신을 향해 일제히 퍼붓는 비난과 타박에 백호가 입을 비죽 내밀고 툴툴거렸음. "흥, 얘들도 대충 하는 거 안 좋아할걸." 경기를 보던 패널들이 탄성을 흘렸음. [백호씨 농구하니까 사람이 좀 달라보인다고 해야하나, 확실히 좀 더 바짝 조여진 느낌? 그런 게 있네요.] [눈빛부터가 좀 달라지지 않나요?] [선수들 다 그런 것 같아요. 오, 멋있다 스포츠맨.] [흐흥, 제가 좀.] 자신과 제가 좋아하는 형들을 향한 칭찬에 백호가 얼굴을 붉히고 몸을 배배 꼬았음. 화면 속 경기는 하이라이트만 쭉쭉 보여준 뒤 어느덧 막바지였음. 서로 정렬한 채 악수를 나누고, 이제 현직 선수들이 학생들을 향해 조언이나 요청대로 같이 사진을 찍어주거나 하는 중이었는데 그 중에서도 백호는 유독 바빴음.  

치수에게 이거 이렇게 하는거 맞냐고 물어봤다가 정환에게 표정을 그렇게 굳히고 찍으면 더 늙어보이게 나온다는, 딴에는 충고랍시고 던졌다가 그 말에 정환이형 그렇게 안 늙어보인다고 왁왁대는 호장과 데시벨 경쟁을 벌이고, 그 등쌀에 눈치 보던 학생들을 긴 팔로 끌어당겨 학생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단체사진을 찍어버린다거나. 한마디로 정신 없는 난장판이었음. 스튜디오에서도 그 정신 없는 현장을 보며 웃다가 문득 여태 조용한 태웅이 타겟이 되었음. [태웅씨, 설마 아직까지 화가 안 풀리셨다거나...] [화난 적 없습니다.] [에이, 근데 너무 조용하시다~] [쟤 그냥 졸려서 그런거에요, 잠탱이라서. 이거 촬영한다고 아마 제대로 못 잤을 걸요.] [오 백호씨~ 그래도 친구라고 챙겨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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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중에 나HON산 하차한 탱백 나중에 결혼 소식 터지고 동상2몽 나오고 나HON산에서 열애 중이었다는 증거들 싹 다 시청자들이 수집해서 쟤네는 말만 안했다 뿐이지 걍 공개 연애중이었다고 결론나면 좋겠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