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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3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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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틴브금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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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방을 하는 칼럼의 집은 꽤 외곽지역에 있었어. 커다란 호수도 보이고. 자연 환경은 마음껏 누릴 수 있지만 그만큼 완전 동떨어진 집이었지. 그때문인지 칼럼의 옆집은 꽤 오랫동안 비어 있었어. 사람이 안 사는 것 같진 않은데 자주 오는 것 같진 않았지. 그러다가 꽤 여러번 주인이 바뀌었어. 성질 사나운 말티즈를 키우던 할머니도 있었고, 늘 바빠서 출퇴근 외에는 밖에 나오지 않던 부부도 있었고, 소란스럽던 딸 다섯 쌍둥이 가족도 있었지. 칼럼은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아마도 이번이 어림잡아 칼럼의 기억에서 네번째로 옆집 주인이 바뀌는 날이었을 거야. 칼럼 터너가 열일곱을 바라보는 봄이었지. 볕은 따뜻한데 바람은 아직 차가운 그런 날씨 말이야. 칼럼은 열다섯살이 되자마자 면허증을 땄어. 워낙 집에 가는 길이 험하다보니 차가 없으면 진짜 곤란하거든. 미국 어딜 가도 그렇겠지만 이 동네는 더욱 그랬지. 칼럼은 이제 운전에 익숙해졌어. 그날도 마찬가지였지. 칼럼은 몸이 커지기 시작했을때 그를 알아본 선생님의 강력한 지지로 육상 클럽에 가입했어. 물론 미식 축구 클럽에서도 그를 데려가려고 성화였지. 하지만 칼럼은 미식 축구에는 관심이 없었어. 무엇보다 으스대고 부대끼고 싸우는 건 별로 관심도 없었고.

그날은 평범한 날이었어. 평소처럼 클럽 활동이 끝나고 귀가하는 길이었어. 학교 샤워실에서 대충 머리만 털고 나왔더니 물이 뚝뚝 떨어졌지. 바람에 물기가 날리는 게 시원하고 기분이 좋아서 가끔 하는 짓이었어. 한참 그러고 달리다가 문득 봐버렸지. 모르는 커다란 짐차가 옆집에 서있더라고. 칼럼은 문득 차를 집앞에 세우고 옆집을 바라봤어. 그때 보였지. 금발머리에 누군가의 뒤통수가 말이야. 강아지를 안고 있는데 칼럼은 이유도 없이 빤히 바라봤어. 그냥 궁금증이었을 거야. 옆집에 이사오는 사람 중에 또래가 오는 건 처음이었으니까. 아니다. 자기보다 좀 어린 걸까.

칼럼의 시선을 느끼기라도 했던 걸까? 아니면 너무 빤히 바라봤던 탓일까? 그 뒤통수가 뒤돌아봐. 칼럼은 순간 자기도 모르게 놀라서 시선을 회피하고 헛기침을 했어. 몰래 엿볼생각은 없었는데 마치 염탐하다가 들킨 것 같잖아. 칼럼이 머쓱해져서 괜히 시선을 피하는데... 이게 웬걸. 그 애가 칼럼을 향해서 걸어오는 거야. 왜 쳐다보냐고 물어보면 어쩌지. 옆집이라고 인사라도 할까, 싶어서 그랬다고 하면 되나? 칼럼이 고개를 다시 돌렸는데 그때 눈이 마주쳤어. 그 애가 자길 보고 베시시 웃는 거야. 칼럼은 진짜 순간 정지됐어. 학교에서 치어리더이자 퀸카인 여자애한테 조차 느끼지 못한 감정이었지. 이걸 대체 뭐라고 하면 좋을까. 숨이 턱 하고 막히는 것 같았어. 마치 그림이나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피조물 같잖아. 그 애는 칼럼을 향해 망설이지도 않고 걸어와. 그리고 칼럼을 보고는 빤히 바라보며 또 베시시 웃어. 칼럼은 머쓱해져서 먼저 말을 뱉었어.

"... 안녕. 난 칼럼 터너고 옆집이야. 넌?"
"어...?"

이게 무슨 일이지. 칼럼이 처음 보는 그 애한테 인사를 건넸는데 오히려 그 애는 충격받은 얼굴이 된 거야. 금방이라도 눈물이 터질 것처럼 눈망울로 자신을 바라보는데 순간 칼럼은 자기가 말실수라도 했나 싶었지. 아닌데. 말실수 한 거 없는 것 같은데... 칼럼이 뒷머리를 벅벅 긁으면서 말을 이어갔어. 그 애는 여전히 강아지를 안고서 놀란 눈으로 칼럼을 바라봤지. 칼럼은 잘 부탁한다. 이러고 그냥 그 애를 두고 집안으로 걸어갔어. 그 애는 한참을 그대로 있었지. 칼럼은 도무지 영문을 모르겠어서 뒷머리만 벅벅 긁었지. 이런 기분을 언젠가 느낀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저런 얼굴 언제 봤다고 잊어버렸겠어, 싶었겠지. 칼럼이 사실을 알게 된 건 그날 저녁이야. 어머니가 전시회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셨거든. 어머니는 오자마자 물 한 모금을 마시면서 말했어.

"아맞다. 아들. 내일 오스틴이랑 같이 등교하는 거 잊지마. 그 애 아직 면허가 없대. 첫 등교니까 네가 좀 챙겨주고."
"...? 나 바빠. 그리고 내가 왜?"
"... 아들? 모르는 척 하는 거야? 아까 인사도 했다며."
"옆집? 아니 처음 보는 애를 내가 왜 태워."
"대체 무슨 말 하는 거니? 어릴 때 그렇게 물고 빨고 난리를 치더니."
"내가? 걔를? ... 엄마야 말로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내가 언제 걔를 봤다고..."
"진짜 너 기억 안나? 우리 공방에 왔었잖아. 네가 열 살때 였나."

그 순간 머리에 유리돌이 스쳐지나갔어. 아 미친. 그 애가 그 애라고? 칼럼은 진짜 야구배트로 뒤통수를 한 대 세게 얻어 맞은 것 같았어. 칼럼이 놀라서 입을 다물지를 못하니까 어머니는 오히려 칼럼의 반응이 어이 없다는 얼굴이었지. 얼굴 하나도 바뀐 게 없는데 어떻게 그런 걸 잊냐고. 그런데 칼럼은 상상도 못했어. 칼럼 기억 속에 그 애는 인어공주 같은 이미지 였거든. 그 애가 저렇게 자랐다고? 은연중 기억의 편집이라도 있었던 걸까. 칼럼의 기억 속에 그 애는 훨씬 작고 소중하고 뭔가...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데 아무튼 지켜주고 싶은 그런 이미지였단 말이야. 그런데 지금 상태로 학교에 갔다간 그대로 퀸카네 어쩌네 소위 잘 노는 애들 무리에 낄 것 같은 그런 화려한 얼굴이 됐잖아. 그걸 어떻게 동일 인물이라고 생각하냐고. 칼럼은 그날 제대로 잘 수가 없었어. 걔를 데리고 학교에 갔다가 무슨 일이 벌어질지 상상도 안가. 아니지. 못 본 사이에 잘 노는 애가 됐을 수도 있잖아. 이제는 사실상 형아놀이 같은 거 무의미할 거고. 칼럼은 애써 자기 마음을 억눌렀지. 

아침이 됐지. 칼럼은 제대로 자지도 못해서 눈이 반쯤 내려왔는데 졸리진 않았어. 기억 속에 그 애랑 동일인물이란 걸 알자마자 쭉 각성상태였거든. 옆집에 차를 대고서 오스틴이 나오길 기다렸어. 쭉 홈스쿨링을 하다가 거의 처음으로 하는 등교라고 들었어. 갑자기 왜 그런 생각을 한 건진 모르겠지만. 여러 가지 사정이 있었겠지. 복잡해진 생각을 애써 누르고 있는데 오스틴이 현관을 여는 소리가 들려. 칼럼이 고개를 들었지. 둘은 눈이 마주쳤어. 오스틴은 놀라서 토끼 눈이 됐어. 칼럼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한 얼굴이야. 칼럼은 머쓱하게 뒷머리를 긁다가 자기 조수석을 가리켰어. 오스틴은 천천히 칼럼을 향해 걸어왔어. 그리고는 말했지.

"...진짜로 기다릴 줄 몰랐어."
"너 안 데려다주면 우리집에 누군가때문에 집에 못 들어갈 걸."
"억지로 하는 거면 안 해도 돼."
"누가 억지로 라고 했냐. 난 너 기다린 건데."
"...하지만."
"늦겠다. 얼른."

오스틴은 망설이다가 칼럼의 차에 올라. 칼럼은 운전하는 내내 오스틴을 힐끗힐끗 쳐다봤어. 긴 속눈썹부터 시작해서 뽀얀 볼까지. 그래. 기억 속에 그 애도 저런 얼굴이었지. 아니 왜 못 알아봤지. 진짜 기억력이 어떻게 된 게 분명해. 그리고 살짝 걱정이 됐지. 학교가 처음이면 분명 저 얼굴에 온갖 이상한 녀석들이 다 들러붙을 텐데. 얘는 거절도 못할 거고. 어떡하지 진짜. 온갖 생각에 사로 잡혀서 말이 나오질 않았어. 오스틴도 딱히 말이 없었고. 그게 정말 옛날에 그 애 다운 점이었지. 칼럼은 그제야 툭 하고 웃음이 터졌어. 칼럼의 새어나온 웃음에 놀란 오스틴이 칼럼을 쳐다봐. 동그란 눈을 흘끗 본 칼럼이 헛기침하면서 대답해.

"아니. 넌 날 알아봤으면 말이라도 하지."
"네가 날 잊어버린 줄 알아서..."

조곤조곤하게 아픈 곳을 때리는 군. 칼럼은 피를 토하는 심정이었지. 이렇게까지 이뻐질 줄은 몰랐다고 말해야되나. 아니다. 남자한테 그런 말은 또 실례인가. 칼럼은 생각이 복잡해졌어. 그런 칼럼의 속을 모르는지 아는지. 오스틴은 베시시 웃으면서 안전벨트만 만지작 거리다가 칼럼에게 말해.

"그래도 네가 날 완전히 잊지는 않아서 다행이야."

와 진짜 얘를 그 짐승들만 가득한 학교에 어떻게 데려가냐. 칼럼은 정말 이대로 차를 돌리고 싶은 지경이었어. 지금까지 홈스쿨링을 해서 다행이다 싶을 지경이었지. 그런데 제 손으로 이미 운전은 하고 있었고. 칼럼은 그때 결심했어. 진짜 얘가 이상한데 물들지 않게 내가 어떻게든 해야겠다. 뭐 그런 거지. 오스틴은 칼럼이 무슨 생각하는지 알았을까. 그건 모르지. 그냥 칼럼이 이것저것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열심히 칼럼이 운전하는 팔과 옆 얼굴을 훔쳐보는 수밖에. 아마도 칼럼은 믿어주지 않을지도 몰라. 난생처음 가는 학교보다 칼럼의 옆자리에 더 설렜으니까. 칼럼은 오스틴의 속도 모르고 내내 오스틴 걱정을 했지. 그리고 결심했지.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짐승들이 가득한 학교에서 이 순진한 애 만은 지켜야겠다고. 그게 양심적인 행동이라고 믿었어.


그게 다시 사랑에 빠진 순간이라는 건 꿈에도 몰랐지.
그때만해도 그렇게 믿었어.





칼럼오틴버
2024.04.23 01:1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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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센세 오셨다!!!!!!!!!
으아아 너무 설레요ㅠㅠㅠㅠㅠㅠㅠㅠ 못 알아봤지먼 반했잖아!!! 완전 반했자나!!!!
[Code: 2cf4]
2024.04.23 01:33
ㅇㅇ
모바일
아 진심 너무너무 좋다ㅠㅠㅠㅜㅠ학교에서 칼럼이 계속 오스틴 돌봐주겠지????ㄷㄱㄷㄱ 존잼이에 ㅠㅠㅠㅠㅠ
[Code: ca22]
2024.04.23 01:52
ㅇㅇ
모바일
하 진심 오진다 지금 내가 왜 저 차 안에 같이 타고있눈거같은 이 숨막힘ㅠㅠㅠㅠ 공기 습도 온도 어쩌구 간질간질 도라버려
[Code: 0336]
2024.04.23 02:0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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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요오오오옷 간질간질하다ㅋㅋㅋㅋ 안그래도 이쁜애가 수줍게 웃는거 가까이서 보는데 어케 두번 사랑에 안빠지겎냐고ㅠㅠㅠㅠ 이상한 애들안꼬이게 꼭 붙어다녀라ㅠㅠㅠ
[Code: 8d85]
2024.04.23 02:3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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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같고 사슴같은 오스틴 두고 불안해서 어떻게 수업 듣냐
[Code: 17c2]
2024.04.23 02:49
ㅇㅇ
모바일
하 너무 좋아 칼럼 이미 오스틴 껌딱지 예약했네ㅜㅜㅜㅜ
[Code: 1084]
2024.04.23 04:0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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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내 센세가.성실수인이라니.. 칼럼이 짐승들의 소굴에서 오스틴을 지켜내는 걸.보고.싶어요 센세!!!
[Code: dd72]
2024.04.23 08:5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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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왜 내가 설레냐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8d6c]
2024.04.23 09:3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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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랑뽀둥한 토끼아기오리사슈미 지켜!!!!!!! ㅠㅠㅠㅠㅠㅠㅠㅠ 아오 간질간질해ㅠㅠㅠㅠㅠ 심장에 손 넣고 박박박 긁고 시펑여ㅠㅠㅠㅠㅠ
[Code: 2f65]
2024.04.23 15:0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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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났다!!!!!!!!!!!! 두번이나 오틴버에게 반한 칼럼.... 심장 간지러워ㅜㅠㅜㅠ
[Code: 2d47]
2024.04.23 15:37
ㅇㅇ
다시 사랑에 빠진지 모르고 순둥한 오스틴 지키겠다고 다짐하는 칼럼이라니ㅜㅜㅜㅜ 둘다 왜케 귀엽냐ㅜㅜㅜㅜㅜ
[Code: 1e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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