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헤이, 루스터. 어디 좋은 곳이라도 가나보지? 답지 않게 그 셔츠는 뭐야?“
”일찍 나왔네, 행맨.“
”? 무슨 소리야?“
”뭐가?“
”???“
”너 나랑 저녁 먹기로했잖아.“
”...뭐???“


행맨은 식은땀이 삐질 흐르는 걸 느끼겠지. 아무리 생각해도 자기는 루스터랑 약속을 잡은 기억이 없거든. 근데 루스터 표정이... 너무 무언가를 기대하는 눈빛이라 여기서 부정하면 자기가 나쁜 사람이 될 것 같은 거임. 대충 견적 내보니까 어제 코요테인줄 알았던 번호가 알고보니 루스터 번호였던 거 같은데, 여기서 루스터한테 코요테 번호인줄 알았다고 하자니... 루스터랑 사이 괜찮아진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그러면 왠지 이도저도 아닌 어색한 사이가 될 것 같은 거임.

심지어 루스터는 행맨이 화해의 손길을 내민줄 아는 눈치라서 도저히 거기다 대고 코요테인줄 알았는데;; 할 수가 없는 거. 행맨이 아무리 행쪽이라지만....

행맨이 어버버 하고 있으니까 루스터도 이쯤되면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긴 할 거임. 근데 그게 행맨이 자기를 다른 사람으로 착각했다<이쪽으로는 생각을 절대 못하고..ㅋㅋㅋ 행맨이 왜 저러나 생각하는데 행맨 차림 보니까 편하게 입고 나왔는데 자기가 너무 힘주고 나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거지. 그래서 아, 내가 너무 꾸몄구나, 행맨은 좀 가볍게 시작하고 싶었는데 내가 너무 급발진 했구나, 싶어서 루스터도 뒷통수 긁적이면서 "어.... 나 옷 갈아입고 올까?" 이렇게 말하는거지.

그 말에 행맨은 다시 현실로 돌아오겠지. 그러고는 일단 얘랑 밥을 먹긴 먹어야 할 것 같아서.. 어차피 행맨 관사 근처에서 만난 거라 자기가 옷 갈아입고 나오겠다고 하겠지. 루스터는 묭하게 행맨 쳐다보다가 그러라고 하고. 근데 여기서 행맨을 또 당황시킨건.. 루스터가 행맨을 관사 앞까지 데려다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행맨은 혼자 다녀오려고 했는데 루스터가 졸졸 따라오니까 얘 뭐지?? 왜이럼?? 상태 되는데 차마 왜 따라오냐고 묻지도 못하겠는거임. 평소라면 스토커냐? 하고 놀렸을 텐데 왠지 그럴 분위기가 아니라서. 아까부터 자기를 감싸고 있는 이 묘한 분홍생 하트가 대체 뭔지는 모르겠지만ㅋㅋㅋ

아무튼 관사 앞에 루스터 세워두고 후다닥 옷 갈아입는 행맨인데 그제야 정신이 다시 돌아오겠지. 어쩌다가 자기가 루스터랑 이렇게 차려입고 밥을 먹게 됐는지도 이해가 안 되는데, 그 전에 더 이해가 안 되는 건, 자기는 상대가 루스터인줄 몰라서 그랬다쳐도 루스터는? 행맨은 셔츠를 갈아입다 말고는 우뚝 서서 입을 떡 벌리겠지. 어제 코요테한테 보낸줄 알았던 사진. 그리고 대화 내용. 생각해보니까 루스터 입장에서는 완전 플러팅에 데이트 신청이라고 봐도 무방한거임. 근데 지금 하는 꼴을 보면... 루스터가 제 데이트 신청(사실은 친구와의 밥약이었던)을 받아들인 꼴이잖아?

그때부터 행맨도 고장나서 삐걱거리는거지. 그러니까 루스터는 지금 자기가 데이트 신청을 한줄 알고있고, 그래서 저렇게 차려입고 온 거고, 관사까지 데려다 준 거라고? 행맨 속으로 아 좆됐다;;;; 싶은데.. 사건의 내막을 알고 나니까 루스터한테 그 문자 잘못 보낸 거라고 더 말을 못하겠는거임. 쟤는 이미 나랑 썸탈 준비까지 마친 것 같은데ㅜ 거기다 대고 그게 실수였다고 어떻게 하냐고..

그래서 결국 행맨도 눈 딱 감고 저녁만 먹고 돌아와서 내일부터는 모른척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다시 나가겠지. 와중에 그루밍은 완벽하게 해서 향수 냄새 은은하게 풍기면서.... 그러니까 루스터가 어떻게 오해를 안 해요;; 루스터는 그 몇분 사이에 옷 갈아입고 머리도 정리하고 향수까지 뿌리고 나온 행맨 보고 또 오해하게 되는 거임. 얘 나 진짜 좋아하나보네.... 향수까지 뿌리고.... 하면서ㅋㅋㅋㅋ

"어디 갈 건데?"
"근처에 예약해놓은곳 있어."

그 말에 행맨은 또 죄책감 오지게 느끼겠지. 얘는 느려 터진놈이 무슨 저녁 먹자는 한 마디에 식당까지 예약해놓은 건지 싶어서.

"예약?"
"응. 해산물 레스토랑인데... 별로야?"
"어, 어? 아니, 괜찮아."
"그래? 다행이네."

그러고 정적이 내려앉는데 둘 다 이 분위기가 간지러워서 미칠 노릇임. 루스터는 루스터대로 그 행맨이 저를 좋아한다는 사실에 설레면서도 신기하고, 행맨은 그 루스터가 자기한테 다정하게 구니까 심장이 간질간질거리면서 죄책감도 느껴지고 그런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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