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599032757
view 504
2024.08.02 16:59

여기서부터 재업

아래는 링크



보고싶다

어나더

어어나더




보급형으로 신뢰 못 받는 텀이 보고싶다 4나더

텀은 그냥... 멍하겠지. 사실 그렇게 큰 잘못은 아니었고 다른 후궁들도 몇 번씩 하는 그런 실수인데도 텀한테는 엄청난 죄로 느껴질 거야. 조금이라도 신뢰받고 싶은 소망을 자기가 무너뜨렸다고 생각해서 자책만 하겠지. 이 일은 밤이 다 돼서 들어온 다른 총애 받는 후궁 때문에 흐지부지되는데 그 후로 텀은 외출 허락 자체를 안 받겠지. 그저 시들은 채로 장서고도 안가고 정원도 안 가고 자기 궁에서 나오질 않을 거야. 자기 처소 앞마당을 몇 바퀴 돌다가 방에 들어가서 쓰지도 않을 자수를 놓고 방 한켠에 쌓아두겠지. 탑이 찾아왔을 때는 또 그 재료인 음식을 해 두고, 죄송하다고 고개 숙인 후에 탑한테 봉사하다가 탑이 원하는 게 있냐고 물어보면 주저주저하다가 내쳐달라고 할 것이다. 이 나이 먹도록 임신도 못 하고 약속도 못 지키는 쓸모없는 후궁이라고 자기도 안다고. 탑은 건방지다고 뿌리치고 근신하라고 소리친 뒤에 나오긴 했는데 이미 텀 생활이 좋은 거라곤 아무것도 없으니까 근신이라고 해도 사실 크게 다를 것도 없겠지.

탑이 내궁 연말 정리한 거 보고 신년 예산안 보는데 유난히 텀이 적게 쓰고 적게 배정된걸 볼 거야. 매년 씀씀이가 조금씩 작아져서 잘 몰랐는데 이제 보니 눈에 띄게 적겠지. 그도 그럴 게 텀은 요새 미움받는구나 하고 트집잡힐 것 같은 건 아예 허락 구할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었음. 근신하라니까 곧이곧대로 받아들인 텀이 정원도 안 나오고 장서고도 안 가고 정사 끝나면 보여줘야 하는 장부나 다시 쓰면서 줄일만한 거 다 줄이고 있겠지. 겨울이니 식자재도 비싸지는 때여서 기름을 많이 쓰는 과자나 쌀을 많이 쓰는 떡은 먹지 않았고 과일과 고기는 따로 요청하지 않고 받는 대로만 먹었어. 외출했다 지각했던 일 이후로 텀은 정말 조용하고 눈에 띄지 않게 살았지. 쓰는 건 줄어드는데 장부만 점점 두터워져 갔어. 겁이 많아진 텀이 최대한 꼼꼼하게 장부를 적으려고 애썼거든. 올라온 보고서 보고 있던 탑은 혀를 찰 거야. 좀 답답하긴 한데 굳이 안 쓴다는 거 더 줄 필요도 없으니까 그냥 넘기겠지.

또다시 탑이 텀 찾아가는데

그거 보고 싶다. 탑이 텀 장부 안 보려고 하는 거. 탑은 그냥 이제 별로 볼 필요 없다고 생각하니까 안 보려는 건데 텀은 완전히 겁에 질리겠지. 정사 끝나고 나서 장부 주섬주섬 꺼내고 있는 텀한테 처음으로 장부 안 보여줘도 괜찮다고 하는데 하얗게 질린 텀이 바들바들 떨다가 발작적으로 빌겠지. 숨기는 거 하나도 없다고 다 써놨고 허락 맡은 것만 했으니 제발 한 번만 봐달라고. 잘못한 거 있으면 다 고치겠다고 비는 거지. 말 더듬으면서 저 정말로 숨기는 거 없어요 한 번만 읽어주세요 하고 빌면서 우는 텀 보고 싶다... 그게 다 착오로 몇 번 텀이 거짓말했다고 몰리거나 장부가 조금이라도 틀리거나 궁내 외출 허락 안 받았는데 받았다고 착각하거나 해서 사달 난 거랑 맨 처음에 텀이 잘못했을 때 신문 받은 게 트라우마로 남아서 그렇겠지. 텀이 일부러 거짓말을 하려고 했었던 적은 없지만 당황해서 말이 헛나오거나 착각해서 문제가 생겼을 때는 있을 거야. 그때마다 비난받으면서 감시 속에 장부 다시 쓰느라 굶으면서 밤새우고 그랬겠지. 탑이 다시 장부 보고서 그만 됐다는 허락 내려올 때까지 계속 쓰고 또 쓰고 악몽으로 남아있음.



텀은 정신이 날아가서 미친 듯이 비는데 탑은 좀 잘 대해주려는데 지랄하는 것처럼 보여서 빡쳤으면 좋겠다. 비는 텀 뺨 때리고 일어나서 나가겠지. 텀은 또 잠도 못 자고 언제 잡으러 오려나 매일 불안하게 있겠지. 그러다 신경쇠약으로 몸살 나는데 잘 먹지도 못하니 골골댈 거야. 탑이 다시 찾아왔을 때는 비쩍 마른 몸으로 열 오른 채로 누워 있었겠지. 탑 왔다니까 텀은 자기 신문하러 온 건지 자러 온 건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면서 비척비척 일어나서 옷 갈아입고 탑 맞이하고 아프다고 죄송하다고 고개 푹 숙이고 있는데 탑은 또 화가 남. 아프다는 텀이 탑 눈치 보면서 안절부절못하는 게 짜증 나겠지. 왜 화가 나는지는 자기도 잘 모름. 사실은 텀이 아픈 게 걱정되고 싫은 건데 그냥 빡친 건 줄 암. 그래도 아픈 사람 앞에서 화내기가 뭐하니까 약값 들이지 말고 미리미리 건강 알아서 챙기라고 하고 가면 텀은 또 의기소침하게 배웅하다가 쓰러지겠지.

내가 보고 싶은 거 다 넣어야지 텀이 쓰러지니까 검진하겠지. 근데 난데없이 임신 판정 났으면 좋겠다.



--------
읽어줘서 고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