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7384
2024.06.05 00:04
젠킬 + 크마 크오 
설정 날조 캐붕 주의
+ 일부 말투 수정함! (가만두지 않겠다 딪플...) 




 

월요일 아침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불펜에는 묘한 활기가 느껴지고 있었다. 단순히 기분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실제로 꽤 많은 요원들이 평소보다 일찍 출근해서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어떤 사람일 거 같아?”

 

“파일을 본 건 하치밖에 없어. 로시는 알아서 하라고 넘겼대.”

 

“그럼 일단 하치가 보기에는 BAU에 들어올 자질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는 소리군.”

 

“축하해, 스펜서. 드디어 막내에서 벗어나겠네!”

 

“그 서열을 들어온 순서로 따지는 거라면, 저는 진작에 막내자리에서 탈출했거든요?”

 

“그래요, 선배님- 제가 막내 탈출이라고 기뻐할 타이밍이네요.”

 

 

에밀리의 대꾸에 리드는 눈을 찌푸렸지만, 나머지 팀원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이제는 꽤 옛날 일이 되어버렸지만 -그리고 리드는 한사코 그런 적이 없다고 잡아 뗐지만- 리드가 저 나름대로 BAU에 먼저 들어온 선배랍시고 에밀리를 견제했던 기억이 모두의 뇌리 속에 생생했다.

 

아무튼 이번엔, 정말 오랜만에 팀장 승인을 받아 정식으로 들어온 진짜 신입이었다. 다들 곧 주인을 맞이할 빈 책상을 보며 신입은 어떤 사람일지 추정을 빙자한 수다를 떨고 있을 때였다. 가르시아가 잔뜩 흥분한 기색을 숨기지도 않은 채 불펜으로 들이닥쳤다.

 

 

“내가 뭘 찾았게! 지금 자기들이 제일 알고싶어 하는 정보가 뭘까?”

 

“뭐? 설마… 가르시아, 그거 하치한테 들키면—“

 

“어차피 1시간 후에는 공공연한 사실이 될 텐데 뭐. 보고 싶지 않아? 고결한 도덕성을 지키고 싶은 거라면 기꺼이 협조해주겠지만.”

 

“가르시아 말이 맞아. 어차피 한 팀이 될 텐데 뭐 어때? 나는 들을래.”

 

“좋아, 그럼— 우리가 미리 알아두면 좋을만한 중요한 사실 몇 가지만 슬쩍 공유할까?”

 

“후회하지 않을 거야.”

 

 

가르시아는 과장되게 서류 한 장을 펄럭였다. 잠깐, 서류 한 장? 리드가 코웃음을 치며 그 사실을 지적했다.

 

 

“아무래도 신입은 진짜 ‘막내’인가 봐요. 이력서에 적을만한 게 어지간히도 없던 모양인데요?”

 

“오… 천재 나으리. 내가 너라면 신입 앞에서 그런 식으로 잘난 척은 하지 않을 거야. 물론 너처럼 박사학위니 논문이니 하는 걸 잔뜩 적을 수 있는 대단한 사람은 굉장히 드물지만, 이 신입은…”

 

“신입은?”

 

“미 해병대, 그것도 특수부대 출신이거든. 리컨마린이었고, 무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 파병을 다녀온 진짜 군인이지.”

 

“…와. 리드, 가르시아가 네 목숨을 살렸네.”

 

“이게 우리가 알량한 도덕심을 버리고 살아야 할 이유지.”

 

“지, 진짜 군인이면 민간인을 때리면 안 되죠.”

 

“2년 전에 전역했으니까 그쪽도 서류상으로는 민간인이야. 아카데미 훈련을 수료하자마자 SWAT 팀에 배정됐고, 얼마 전 본인이 BAU에 지원했어.”

 

“사유는?”

 

“안 적혀있던데?”

 

“흠. 아무래도 대단한 마초맨이 들어올 모양인데….”

 

 

다시 한 번 빈 책상을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은 아까와 조금 달라져 있었다. 여전히 기대감이 가득하기는 했지만, 누군가의 시선에는 염려가, 누군가의 시선에는 경쟁심이 섞여들었다. 어쨌거나 그들이 새로운 사람을 궁금해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때였다. 언제나와 같은 시간에 문이 열리며 언제나처럼 지나치게 요원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애런 하치너, 그들의 팀장이 출근했다. 그는 평소답지 않게 일제히 쏟아지는 팀원들의 시선에도 놀라기는 커녕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작은 한숨을 쉬어보였고, 쓸데없는 설명 대신 옆으로 한 발자국 비켜 서서 그의 뒤를 따라오던 낯선 이를 팀원들의 앞에 내보였다.

 

그리고 그렇게나 기다리던 신입을 맞이한 팀원들의 얼 빠진 표정은… 하치너로 하여금 약 3분 전, BAU 사무실로 올라가기 위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 신입과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긴장되나?”
 

“아무래도 그렇죠. 새로운 집단에 소속된다는 건 늘 어려운 일이니까요. 이미 유대감이 공고한 그룹에 들어가는 건 더더욱 그렇고요.”
 

“어려워하는 사람치고는 대부분의 사회생활을 그런 집단에서 했던데.”
 

“하하.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 그리고- 직접 겪어봐서 잘 아는 것들도 있지 않습니까?”

 

배타적인 시선과 외견을 보고 갖게 되는 편견같은 것들이요. 그래도 군대에서 지긋지긋하게 시달리고 나니까, FBI에서의 차별은 훨씬 더 견딜만 하더라고요. 부디 여기서도 큰 어려움 없이 적응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그 말에 하치너는 그러기를 바란다고 무미건조하게 대답했다. 무작정 다정하게 격려하기에는 두 사람도 유대감이랄 게 없는 사이여서도 있었지만, 그 또한 신입을 맞이했을 때 동료들이 어떻게 반응할 지는 장담할 수가 없어서였다.

 

누군가는 같은 해병대 출신이라는 점에서 로시라면 신입을 후하게 쳐주지 않겠느냐, 는 의견을 던지고 가기도 했으나…
 

 

“여자네요?”

 

“리드, 입 다물어.”

 

“가르시아!”

 

“내가 말 안 했나? 리컨마린 출신에, 두 번이나 파병을 다녀온 진짜— 여군이라고?”

 

“누가 리컨마린이라고? 이 아가씨가?”

 

 

…때맞춰 등장한 로시의 한 마디는 신입으로 하여금 BAU에 대한 첫인상을 결정짓기에 충분했다.

 

누가 보면 미리 짜고 준비한 연극이라도 하는 줄 알겠다고 생각하며 하치너는 눈살을 찌푸렸다. 아니, 이건 촌극에 가까웠다. 전세계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을 범죄분석의 전문가들이 신입이 전직 군인출신의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동물원 원숭이 구경하듯이 눈을 굴리다니.

 

물론 하치너 본인 또한 구시대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고, 그렇기에 신입의 등용에도 평소보다 더 많은 고민을 했던 것이 사실이었지만— 적어도 그건 본인 사무실에서 은밀하게 이루어졌던 행위였다. 그는 동료들이 사회인으로서 최소한의 품위는 유지해주기를 바랐지만 언제나 믿음직하던 그들은 오늘따라 전학생을 맞이하는 초등학생처럼 굴며 그를 실망시켰다.

 

뒷목이 뻐근해진 하치너가 계속 입을 다물고 있는 바람에 불펜에는 곧 적막이 찾아왔다. 그 어색한 침묵 속에서 입을 연 건 다름 아닌 신입, 그러니까 오랜만에 맞이하는 BAU의 막내였다.

 

 

“다들 저에 대해 잘 알고 계신 것 같아 자기소개를 따로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허니 비 입니다.”

 

“미안해요. 너무 정신이 없었죠? 다들 뉴페이스를 엄청 기대했거든요. 난 제니퍼 자로예요. 편하게 JJ라고 불러요. 만나서 반가워요.”

 

 

신입, 허니 비는 긴장된다던 소감이 무색하도록 여상한 표정으로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그녀의 말에 제일 먼저 정신을 차린 건 역시나 사람 대하는 게 가장 익숙한 JJ였다. 두 사람이 악수를 하고 나자 나머지도 각자의 이름을 말하며 간단한 자기 소개를 마쳤고, 로시는—

 

 

“파병을 갔었다고. 사병? 장교?”

 

“병장 복무 중 전역했습니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 있었습니다.”

 

“그 머저리들 사이에서 잘도 버텼군 그래.”

 

“복무할 때는 다들 뇌를 빼놓고 있지 않습니까. 말하는 감자한테 희롱 당한다고 해서 불쾌해 할 사람은 없죠.”

 

“그런데 왜 굳이 전역하고 FBI로 왔지?”

 

“어… 간단히 말하자면, 그런 지휘체계 아래에서 세 번째에는 멀쩡히 살아돌아올 자신이 없어서 그만뒀습니다. FBI가 된 건 명절에 친척들을 만났을 때 말할 수 있는 직업 중에 가장 멋있어보여서였고요.”

 

“하! 나 이 친구 마음에 들어.”

 

 

우려와는 달리, 허니에게 꽤나 빠르게 호감을 가진 듯 했다. 평소라면 늙은이인 걸 굳이 과시할 필요가 있냐며 웬만해서는 먼저 말하지 않는 월남전 파병에 관해서 언급하는 걸 보면 알 수 있었다. 전선에서 굴렀다는 공통된 경험 덕분인지 로시를 대하는 허니의 표정 또한 눈에 띄게 부드러워졌고, 두 사람이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자 다른 동료들 또한 어렵지 않게 대화에 끼어들어 말을 보태기 시작했다.

 

하치는 버릇처럼 손목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아직 10시 브리핑까지는 시간이 조금 남아있었다. 그는 팀원들에게 이만 자리로 돌아가서 회의 준비를 하라는 잔소리 대신에 그들이 친밀감을 형성하는 과정을 묵과하기로 했다. 그건 하치 나름대로 팀장으로서 신입에게 베풀어줄 수 있는 소소한 친절이었다.

 

 

 

 

 

*

 

 

 

 

 

BAU의 신입, 허니 비 요원은 여러모로 특이한 인간이었다. 매일 하나로 질끈 묶여있는 긴 머리나 화장기 없는 얼굴은 차치하고라도, 왜소한 체격이나 -가능하다면 그곳이 어디든- 늘어져있고 싶어하는 나른한 성격은 도저히 그녀를 특수부대 출신의 군인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게 만들었다. 점심시간을 틈타 비품 창고실에 쪼그리고 누운 채 잠들어있던 허니를 우연히 발견한 리드가 새된 비명을 지른 날, 사실은 그녀의 이력서가 조작된 것이 아니냐는 진지한 의문을 제기할 만큼.

 

그러나 FBI는, 그 중에서도 SWAT는 의욕없는 군인이 활동할 만큼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었다. BAU 팀은 새로 들어온 요원이 여러 의미에서 ‘쓸만한 전력’이라는 걸 그녀의 첫 출장날 바로 알 수 있었다.

 

 

“…비. 자네가 범인을 쏠 필요는 없었어.”

 

“범인은 무장하고 있었고, 경고를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고 있었습니다. 저격수의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범인이 상황을 통제하고 있었나?”

 

“…….”

 

 

하치는 잔뜩 인상을 찌푸린 채 책상 앞에 서있는 팀원을 노려보았다. 콴티코로 복귀하자마자 하치너의 사무실로 호출당한 허니는 마치 군인들이 그러하듯 뒷짐을 지고 고개를 숙인 채 말 그대로 혼이 나고 있었다. 그녀의 죄목은 과잉진압이었다.

 

그나마 하치너가 허니를 더 모진 말로 질책하지 않은 것은 그녀가 내린 판단이 결코 잘못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허나 도의적인 판단이 가능한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어느 한 쪽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기계적 판단을 내리는 건 하치너의 방식이 아니었다. 그는 동료들이 어떤 상황에서든 다양한 경우의 수를 생각할 수 있기를 바랐다. 결국 그러한 습관이 쌓여 최악의 미래를 피할 길을 마련해줄 테니까.

 

 

“무조건 우리가 위험을 감수하며 사건을 조용히 마무리 짓자는 게 아니야. 자네를 포함한 팀의 안전을 추구하는 방향을 일치하자는 거지.”

 

“이해했습니다.”

 

 

…좋아. 이만 가서 쉬도록 해. 하치너의 훈계가 끝난 후 허니가 제 자리로 돌아왔을 때, 동료들은 피라냐 떼처럼 그녀의 근처로 모여들었다.

 

 

“과잉진압. SWAT의 유구한 전통이지. 인상적이었어.”

 

“일부러 짓궂게 말하지 마, 모건.”

 

“너무 마음에 담아둘 필요 없어, 비. 물론 하치 말대로 안전하고 깔끔하게 마무리 지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대다수의 사건이 지저분해지는 거 알잖아. 너는 합당한 판단을 한 거야.”

 

“에밀리의 말이 맞아요. 범죄 현장 진압 과정에서 범인보다 경찰이나 FBI 요원이 사격을 한 경우가 더 많다는 거 알아요? 그리고 바디캠을 의무적으로 도입하기 전까지는 사건이 마무리 된 후에도 자진신고를 하지 않는—”

 

“리드, 그런 말이 지금 비한테 딱히 도움이 될 것 같진 않은데.”

“난 괜찮아.”

 

 

놀리든, 위로하든. 동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든 허니는 크게 동요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녀는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태평한 얼굴로 어깨만 한 번 으쓱해보일 뿐이었다. 마치 그녀의 총알이 범인의 무릎을 정확히 꿰뚫은 덕에 그가 평생 다리를 절게 되었다는 사실은 별로 심각하지도 않은 것처럼.

 

 

“그런데… 출장 다녀온 날에도 정시퇴근 해야해?”

 

 

사람을 총으로 쏘는 것보다 보고서 작성을 더 질색하는, 허니 비 요원은 그렇게 나름의 속도로 BAU에 적응해나가고 있었다.

 

 

 

 

 

*

 

 

 

 

 

“에밀리! 에밀리! 비상이야!”

 

“깜짝이야, 가르시아! 아침부터 무슨 일이야?”

 

“아침이고 저녁이고 그게 문제가 아니야. 내가 올라오는 길에 뭘 봤는지 알아?”

 

“흠. 내가 맞춰볼까? 키는 6.5피트 정도 되고… 밝은 금발에 푸른 눈, 군복을 입은 북유럽계 미남 아니야?”

 

“어떻게 알았어?!”

 

“지금 네 뒤에 서있거든.”

 

“아아악!!!”

 

 

가르시아의 비명소리에 불펜에 나와있던 모든 사람의 시선이 한 곳으로 모여들었다. 그리고 그 시선은 자연스럽게 피뢰침처럼 사무실 입구에 우뚝 솟은 장신의 군인에게로 향했다. JJ의 묘사대로 밝은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북유럽계 미남에게로.

 

 

“…실례합니다. 여기서 근무 중인 직원을 만나러 왔습니다만.”

 

 

남자의 말투에는 마치 노래와 같은 운율이 있었다. 미국 태생이 아니군. 어린 시절에 입양됐고. 유대계 집안인가? 에밀리가 반사적으로 그에 대한 특징을 가늠해보느라 대답할 타이밍을 놓쳤지만, 그건 그다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브랫?!”

 

 

더 큰 소란이 이어 벌어졌으니까.

 

맹세코 그때까지도, BAU의 동료들은 허니 비가 그렇게 큰 목소리를 내는 걸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근 3개월간 함께 했던 시간이 무색하게도 허니는 낯선 표정과 낯선 목소리로 방문자를 환영했고, 그걸로도 모자라서 2층 계단을 뛰어내려가 그의 품에 답싹 안겼다.

 

마치 애타게 기다리던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어린아이마냥 눈을 반짝이는 지금의 허니와 비품 창고실에서 낮잠이나 자는 무기력한 인간을 어떻게 동일인이라고 볼 수 있을까. 어느 쪽이 진짜 그녀의 모습인지는 물어볼 것도 없었다. 그러니까, 괘씸하게도 이 막내는 여지껏 FBI 동료들에게는 제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다는 뜻이었다.

 

…그 순간, BAU의 몇 요원들은 예상치 못했던 승부욕이 불타오르는 것을 느꼈다.

 

 









다음편 : https://hygall.com/596216351

---------------------------------

비에유 크루랑 브라보 게이들 만나면 재미있을 거 같아...
안 봐도 환장의 조합 아닌지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다 / 그래봤자 지금은 우리팀 소속이거든
하면서 허니 비 두고 소유권 분쟁 일어났으면 좋겠다
 
크마너붕붕
브랫너붕붕


 
[Code: f782]
글쓰기 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