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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2 19:19
ㅇㅅㅈㅇ
ㅇㅅㅍ
여공남수 먹음
여남박ㅈㅇ
녕원주도 무인인데 그렇게 넋놓고 오래 마차에 실려 있지는 않았을 거임. 가만히 있어야 할 침상이 움직인다고 느끼자마자 깼는데, 마차안에 있으니 이게 무슨일인지 순간 판단을 못한 거. 여의가 남긴 편지가 아니었던들 납치당했다고 여기고 탈출했을텐데 그거 보고 억장이 무너져버림
마음이 완전히 망가지는 기분이 들어서, 여태까지 믿고 의지했던, 약간이나마 있다고 착각했던 정이 다 가루가 되는 거 같아서 잠시는 울지도 못함. 너무 고통스러워서 눈물이 아예 안나왔음
숨도 쉬어지지 않았고
아직도 몸이 아물지 않아서 뭉근하고 비린 피비린내가 나는데, 몸 여기저기가 아픈데... 그러고 나니 아이 얼굴 조차도 못봤다는 생각이 들면서 가슴뼈가 가로 세로로 갈라지는 거 같았음
여의가 자길 이렇게까지 버릴 줄 몰랐으니까
이 마차는 주의위에 의해 호위되고 있었는데, 정말 운수 사납게 인근 마을까지 내려왔던 도적떼에게 걸린거였음. 주의위가 뛰어나지만 백여명에 달하는 산도적이 달려드는데다 안에는 갓 출산한 음인까지 있으니 정말로 운이 나쁘다고 밖에는 못함
개중에 양인이 있었는지 마차 안에 음인이 있다고 낄낄 거리는 소리를 들었는데 온몸에 소름이 돋았음
싸우려고 들었지만 지금 몸이 정상이 아닌데다 아예 전혀 추스르지 못하고 끌려나온 것과 다르지 않아서, 양인들이 풍기는 역겨운 향에 몸이 뒤틀리듯 너무 아팠음. 녕원주는 단 한번도 이런 경험을 해본적이 없단 말임? 체질이 튼튼했고 지위가 있었고 무공이 있었는데 이번엔 없음
마차 박살나고 누군가 안으로 기어들어와서 얼굴을 확인하는데, 녕원주 덩치가 크고 키가 너무 크니까 실망한 눈치다가 얼굴을 보곤 그럭저럭 괜찮다고 판단했는지 몸을 타오 오르려함
무기가 없어서 잠시 기다리던 녕원주가 반격하고 곁을 지키던 주의위가 어떻게든 떼놓으려고 사람을 죽이는 통에 녕원주 겨우 도망침
도망치는 거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게 없었음
싸울수도 없었고 그들을 다 죽일 수도 없었고
너무 쓸모없게 느껴졌음
단 몇시간 전에 아이를 낳았고, 냉담하더라도 혼인하여 인연을 만든 사람의 비호를 받으며 지냈고 위로는 황후가 계서서 아껴줬는데..
다 포기하고 죽어버릴까 생각한것도 사실이었을 거
그래서 산 쪽으로 도망쳐서 동굴을 찾음. 죽을 힘을 다해서 입구 무너뜨리고 안으로 기어 들어감. 들어가는 순간에 나올 생각이 없어서 그렇게 했겠지. 주의위는 하나하나 뛰어나니 뒷처리를 잘했기만을 바랄거임 죽을때 죽더라도 더이상의 모욕은 당할 수 없었으니까
녕원주가 동굴로 기어들어갈 결정을 했을때 이미 여의랑 다른 주의위가 따라 붙었음. 백여명중 반은 다 죽었지만 원래도 산속에 살던 도적들이니 쉽게 도망쳤고, 이제 여의 걱정은 녕원주가 혹 그들 손에 떨어졌을까 하는 거
소식듣고 길을 나서면서 머릿속은 기이할 정도로 침착했는데 그저 목적이 하나 뿐이었음. 녕원주를 찾는 거.
찾아서, 다시 데리고 오는 거.
애초에 그러면 안됐다는 생각을 너무 늦게 함
갓 태어난 아이가 어미도 없이 불안정해서 찢어지게 우는데 그 소리를 들으면서 여의는 자기가 틀렸다는 생각을 처음했고, 밤길을 달려 속이 새까맣게 타는 것 같은 느낌을 받고 나서야 일을 그르쳤다는 생각이 소름이 돋고 손끝 발끝이 차갑게 저려왔음
잠깐 정신을 차리고 보면 다시 그 산실에서 녕원주 손을 잡고 있기를 바라게 됨
그러면, 지친 사람을 잘 위로하고 아이를 다독이고 평온하게 다음날을 맞이할텐데 장간의 일이 도저히 감당이 안되게 돌아가고 있음. 원흉이 본인인 걸 아니까 누구에게도 투정하지 않겠지만 눈앞이 그렇게나 막막함
아무리 그래도 녕원주는 여의의 아이를 가졌던 사람이라 미미한 향이라도 여의가 가장 잘 찾을 거임
산길을 따라 도망간 걸 알고 쫓아갔는데, 이게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여의와 녕원주의 불화 탓에 벌어진 일이라는 건 자명했음
전소, 손랑, 우십삼 셋다 전에 없이 여의에게 도끼눈을 뜨고 있는데 이걸 생각할 겨를도 없었음
사내들 기척이 들리자마자 모두 고요해졌는데 얘기를 들어보니 이들이 지독하게 녕원주를 여기까지 쫓아온 거. 녕원주가 동굴 입구를 무너뜨리지 않았다면 벌써 일이 벌어졌을텐데, 한밤중의 일이라 도적들도 패검이라고 들고 다니는 그 조잡한 검 몇자루 말고는 방법이 없으니 맨손으로 동굴 입구를 트고 있었음.
말이 몇마디 오가기도 전에 여의가 달려들어서 비명 소리도 나지 않게 다 끔살시켰겠지
이들이 노리는게 녕원주였고, 녕원주의 뭘 노리는지 생각하자마자 그냥 머릿속에 다른 생각은 안들었음 죽더라도 두 번 세 번 죽이는 방식으로 다 없애버리고 보니, 입구가 여의 몸 정도는 되어야 겨우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구멍이 좀 뚫렸음
여의가 뒤도 안 돌아보고 그가 상태가 좋지 않을테니, 먼저 들어가 살피겠다고 함. 입구를 터서 들어오는걸 기다리겠다고 몸이 긁히고 찢어지는 걸 개의하지 않으면서 억지로 기어 들어감
동굴 자체가 그리 깊은 곳이 아니어서, 좀 가다보니 눈에 새빨갛게 핏발이 돋은 녕원주와 마주함
녕원주가 긴장하고 경계하는 것은 당연한데 여의 얼굴을 보고도 그 긴장을 풀지 않는 거. 여의가 뭐라고 말을 하려다가 사실 해줄 말이 없어서 그냥 다가가는데 주춤주춤 물러남. 어딘가 다쳤는지 핏자국 보이고, 얼굴은 하얗다 못해 파랗게 질려서 입술이 파들파들 떨리는데도 한사코 멀어지려고 함
얼굴이 분명해지는 거리까지 가고 나니까
눈물이 어딘갈 찔러서 나오는 피처럼 뚝뚝 흐르는거.
여의는 거기서 아 이거 아니다.. 라고 생각함. 이러면 안됐음. 이랬으면 안되는데.. 여의는 남한테 그렇게 잘못을 하는 사람이 아님. 남한테 관심도 없고 타인이라고 선 그은 사람들한테 기대도 안하고 해서. 근데 지금은 이게 잘못됐다는 생각만 머릿속에 분명히 들어옴
자꾸 뒷걸음질 치려다 삐끗해서 넘어질 뻔 하는 녕원주보고 미칠 거 같겠지 뭘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르겠는데 이건 아닌거지
여의가 멍하게 있다가 애 얼굴 안 보고 싶어? 하고 생각보다 냉랭하게 던짐
이게 본인 생각으로 나온 결과가 아니라 살수로 살던 임신이 사람의 가장 약한 부분을 공격하던 버릇이 나와서 그런거
망설이는 틈에 다가가서 손 잡고 끌어 당기니까 바로 품에 쏟아지듯이 기절해버리는데, 여의가 얼른 자기 피풍의 뜯듯이 벗어서 꼭 감싸줌. 열이 펄펄 끓어서 여의를 놀라게 함
다 끌어 안아지지도 않는 몸을 안고 여의가 내가 미안해..하고 작게 한마디 했는데 그걸 들었는지 어쨌는지는 모르지
좀 있으니까 육도당 형제들이 들어와서 데리고 나가는데, 얘들이 여의랑 녕원주를 떼놓으려고 했단 말임. 물론 당연함 ㅇㅇ 빡칠 상황이니까
옥신각신 하는 통에 깬 녕원주가 들어가더라도 부부가 함께 들어가야 이후의 일이라도 문제가 없다고, 아이가 태어났는데 경거망동해서 앞날을 망치면 안된다고 함. 당연히 군주부부는 오늘 첫 아이를 안았으니 이 둘은 사실 군주부에 있어야 하는게 맞음. 혹시나 따로 들어왔다면 무슨 구설수가 나올지 모르는 게 당연하니까
녕원주 그러는 거보고, 우십삼 얼굴 한번 보고 여의는 뒤늦게 우십삼 출정 문제는 녕원주랑 먼저 상의했어야 맞다는 생각이 들었음
얘를 이렇게 고생시킬 일이 아니었는데.
그러니까 다 글러먹은거임. 생각이 부족해서, 여의 스스로가 모자라서 일을 그르쳤다는 거 알고는 아무말이 안 나왔음
여의가 다시 돌아가는 동안 따듯하게 감싼 녕원주 꼭 안아주고 있었음. 흔들릴때마다 혹시 어디 부딪힐까 싶어서 감싸고
아까는 전혀 안들었던 생각이 이제야 드는 거 아이 낳은지 얼마 안됐는데 사람이 이렇게 힘들면 안 되는데 하는 거
속이 바싹바싹 탐
문제는 녕원주가 거의 사흘동안 정신을 거의 못차렸음. 황후도 순산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녕원주가 사경을 헤멘다니 어쩔 줄 몰라하고. 그나마 여의가 이번에는 자리를 지켜주고 잠깐잠깐 정신들면 약 먹이고 미음이라도 삼키게 하고 간호함. 태의가 아기를 못보게 해서 녕원주가 우울해 하니까 창밖에서라도 보게 해주라고 싸워서 멀찍이나마 얼굴이라도 보여주긴 했음
며칠동안 그렇게 다들 살얼음판을 걸었는데, 몸 좀 추스리고 아기를 딱 안아봤는데 태어나자마자 강제로 떨어지고 며칠간 아기도 너무 힘들었는지 녕원주가 안자마자 경기를 일으키면서 운거지
여의가 볼때 그때 녕원주 표정은 사람이 산채로 심장이 뜯기면 나올 수 있는 표정으로 보였음
여의가 얼마간 곁에서 챙겨주는데 녕원주가 거절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얼굴을 마주하고 얘기를 나누려고 하지도 않음
조용한 날에 내가 여기 있는 걸 꺼리면 가겠다하니,
자긴 안국의 불모와 다르지 않아서 주군과의 관계가 틀어지면 본인도 아이도 앞날이 좋지 않다고만 대답함. 해산날의 난리 때문에 몸이 크게 상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음.
아무리 상처가 크더라도 여의는 곁에서 화풀이라도 받아주고 싶었지만 애석하게도 출정이 다가옴. 지척에두고도 가까워지지 못한 사람을 두고 이렇게나 멀리 가버리면 여의는 둘의 인연이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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