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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붕, 날조ㅈㅇ 문제시 칼삭


 

얘기를 들어보니 매장소가 랑야산과 양나라를 오가게 된 건 그리 오래 되지 않은 모양이었다. 못마땅하시면 금릉에 따라가지 그러시냐는 연화의 말에 린신이 도끼눈을 떴다.

 

나도 그러고 싶지만 장소가 좋아하겠어? 나를 다시는 안 보려고 할지도 모른다. , 나만 애달픈 모양이지그리고 내가 가면 너 혼자 랑야각을 지키고 있을 수 있겠느냐?”

지금이라도 제가 따라가겠다고 말씀드려볼까요?”

됐다. 눈치는 빨라서 내가 시킨 줄 알 거다. 그리고 양나라에서 너를 못마땅하게 여겨 괴롭히면 어떡하려고.”

의부님, 제가 몇 살인지 아십니까?”

 

이립은 족히 넘었습니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고 엉엉 우는 꼬맹이가 아니라고요, 연화가 린신의 눈앞에 손가락 세 개를 들이밀었다.

 

그리고 어찌 되었든 저는 매 의부의 사람 아닙니까? 본인의 정인이 데리고 있는 자인데 황제도 함부로 할 수는 없겠죠. 그러니까 이상한 생각일랑 하지 마세요. 제가 금릉에 가야 할 일이 생기면 말씀하시고요.”

 

의부님 말씀처럼 제가 랑야각을 지키고 있을 수는 없으니 양나라라도 다녀와야죠, 세상 모든 근심을 떠안은 표정의 사내를 보며 연화가 덧붙였다.

 

*

날씨가 쌀쌀해지기 무섭게 금릉에서 마차와 사람을 보내왔다. 제법 화려한 문양이 새겨진 마차를 본 연화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약속 한 번 칼 같네, 정인을 데려오는 데 있어서는 한시도 늦추고 싶지 않다는 건가, 린신 못지않게 매장소에게 목매는 사람이 양나라에도 있다고 생각하니 어쩐지 소름이 돋았다.

금릉에 가는 사람은 매장소인데 어찌 된 게 매장소의 처소에서 나가는 짐보다 린신의 방에서 나가는 짐이 더 많았다. 약재와 차()만 해도 그 양이 상당해 연화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의부님, 저게 다 뭡니까?”

장소가 평소 마시는 탕약이 아니냐. 금릉에서 지낸다고 지병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니 약은 꾸준히 먹어야지.”

그러면 저건요?”

보면 모르느냐? 대추와 모과, 생강이다. 장소가 추위를 많이 타니 수시로 차를 달여 마셔야지.”

혹시 양나라가 북쪽 변방에 있는 국가입니까?”

 

탕약은 의부께서 직접 지으신 거니 가져가는 게 당연하지만 과일이나 약재는 그곳에도 다 있을 텐데요, 누가 보면 변방으로 딸 시집보내는 줄 알겠습니다, 진심을 반쯤 섞어 농을 건네자 린신이 도끼눈을 떴다.

 

너는 이 상황에서 농담이 나오느냐?”

하지 못할 이유는 또 무어란 말입니까? 매 의부께서 영영 가버리시는 것도 아닌데요. 좋은 차와 약재는 금릉에도 많을 테니 이렇게 많이 챙기실 필요 없다는 겁니다.”

 

그리고 부족하게 보내야 제가 양나라에 다녀올 구실이 생기지 않겠어요, 얼굴을 바짝 붙이고 은근한 목소리로 덧붙이자 린신의 눈이 가늘어졌다.

 

이 녀석, 그 와중에도 잔머리를 굴리고 있었구나.”

겨우 이 정도로 잔머리라고 하시면 좀 서운한데요.”

 

의부님께서는 제가 그 정도 기지도 발휘하지 못하는 사람 같아 보이셨습니까, 연화가 미간을 살짝 좁히며 짐짓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그나저나 황궁까지는 매 의부 혼자 가십니까?”

금릉에 도착하기 무섭게 황제가 버선발로 뛰어나올 거다. ? 혼자 간다고 하면 네가 따라갈 테냐?”

, 그러면 제가 양나라 국경까지만 따라가도 되겠습니까? 매 의부 혼자 보내려니 영 마음이 놓이지 않네요.”

그건 네가 장소한테 직접 물어보려무나.”

 

기다렸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는 연화를 보며 린신이 웃음을 터뜨렸다. 어린 녀석들이 하나같이 매장소를 잘 따르는 걸 보면 아무래도 양육에 소질이 있는 모양이지, 금릉에 갔다가 하나 더 달고 오면 어떡하나, 큰일인데 말이야.

 

*

의부님과 처음으로 하는 바깥 구경이 다른 사내에게 의부님을 보내는 길이라니 너무 비극적이지 않습니까?”

 

마차와 나란히 말을 달리던 연화가 상체를 바짝 굽히며 작은 소리로 말을 건넸다. 장난기 가득한 말투에 매장소가 웃음을 지었다.

 

말을 하는 모양새가 린 각주를 닮아가는구나.”

그분과 시간을 보내는 일이 부쩍 많아져서 그런가 봅니다.”

이런 식으로 린신의 뒤를 이을 줄은 몰랐는데

혹시 제가 린 의부를 닮아간다는 이유로 금릉에 더 오래 머무르실 건 아니지요?”

그럼, 내가 너를 얼마나 곁에 두고 싶어 했는지 너도 잘 알지 않니.”

 

연화야 손 좀 다오, 마차 장막 사이로 조심스럽게 팔을 뻗자 서늘한 것이 손바닥에 쥐어졌다. 매장소가 연화의 손을 가볍게 감싸 주먹을 쥐도록 만들었다. 슬그머니 손을 거두어 확인해보니 옥으로 만든 나비였다.

 

금릉에 올 일이 생기거든 황궁의 경비병에게 그걸 보여주렴. 그러면 내가 있는 곳으로 안내해 줄 거란다. 랑야각의 옥패도 출입하는 데 문제는 없지만 그걸 가지고 있는 게 더 수월할 거야.”

제가 수시로 드나들면 어쩌시려고 그러세요?”

자식이 찾아오는 걸 싫어하는 아비도 있더냐? 나야 말벗도 생기고 무료하지 않아서 좋은 일이지.”

황제가 싫어할 겁니다. 의부님과 함께 있고 싶어서 부른 것인데 웬 사내가 자꾸 드나들면 기분이 언짢지 않겠어요?”

그렇게 속 좁은 이는 아닐 거다.”

 

그랬으면 좋겠네요, 나비 조각을 만지작거리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매장소가 선택한 자이고, 린신의 적대감도 순전히 질투 때문이다. 그의 인품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막상 이별할 시간이 가까워지니 괜히 마음이 복잡미묘해질 뿐이었다. 그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매장소가 나지막이 연화를 불렀다.

 

연화야.”

.”

그동안 산에서 지내느라 갑갑했을 텐데 내려온 김에 바람도 쐴 겸 금릉까지 같이 가는 건 어떠니.”

괜찮습니다. 린 의부 혼자서 적적하실 텐데 얼른 가야죠.”

 

지금도 랑야각에서 혼자 울고 계실지 어찌 압니까, 익살스러운 목소리에 마차 안에서 낮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반년이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생각보다 많은 정이 들어버린 것인지 당분간 제 의부와 떨어져 지낸다는 게 어색하면서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이별을 한두 번 겪어보는 꼬맹이도 아니고 의부께서 영영 가버리는 것도 아닌데, 연화가 속으로 혀를 찼다.

어렴풋이 보이는 국경 너머로 대여섯 명의 장정을 등 뒤에 거느린 남자가 보였다. 국경까지 사람을 보낸 걸 보면 의부께서 귀빈은 맞나 보군, 저도 모르게 불퉁한 목소리가 나왔다.

 

의부님, 곧 양나라 국경이네요. 이렇게 이별이라니 너무 아쉽습니다.”

영영 못 보는 것도 아니지 않니. 언제든지 내가 보고 싶어지면 나비 조각을 가지고 찾아오거라.”

, 그럴게요. 몸 건강히 잘 지내고 계세요.”

 

국경에 다다르자 마차가 잠시 멈추었다. 말에서 내려 마차를 향해 다가가자 커다란 눈을 가진 남자가 쏜살같이 나타나 가로막았다.

 

처음 보는 얼굴인데, 강좌맹 사람인가?”

랑야각 사람입니다. 맹주가 먼 길을 떠나시니 걱정이 되어 양나라까지만 바래다 드리려 합니다만,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맹주라내 지금까지 소 선생을 맹주라 부르는 이는 보지 못했는데

 

그대가 랑야각 사람이라는 것을 내가 어떻게 믿지, 남자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고개를 비스듬히 했다.

 

그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장군께서 어떤 분인 줄 알고 저희 맹주님을 보내드린단 말입니까?”

 

팔짱을 낀 채 눈을 가늘게 뜨자 남자가 눈에 힘을 주고 이를 앙다물었다. 두 남자가 말없이 신경전을 벌이자 마차의 장막이 걷히며 매장소가 모습을 드러냈다.

 

경염, 오랜만일세. 내가 이전에 서신을 보내지 않았나. 이 청년이 내 양자 이연화일세.”

 

매장소의 말 한마디에 남자의 표정이 순식간에 풀어졌다. 방금까지만 해도 나를 찢어버릴 것처럼 쳐다보더니, 연화는 제 의부가 마음만 먹으면 양나라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화야, 이 자가 내 친우이자 양나라의 황제인 소경염이다.”

실례가 많았습니다. 이연화라고 합니다. 혹여라도 의부께 해가 되는 일이 생길까 긴장을 늦출 수 없었으니 너그러이 용서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실례는 무슨, 이 선생 덕분에 랑야각에서 잘 지내고 있다는 소식은 들었소. 이렇게 국경까지 동행해주어 마음이 놓이는군.”

폐하께서 직접 마중을 나와주셨으니 황궁까지 무사히 도착하실 거라고 믿고 저는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연화가 두 손을 맞잡아 공수했다. 제 의부가 린신이 아닌 다른 사람과 있는 걸 보면 속이 뒤집힐 줄 알았다. 그런데 소경염과 함께 있는 매장소의 모습이 무척 편안해 보여, 이제는 그가 양나라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오기를 바랄 뿐이었다.




랑야방 연화루 각주종주 정왕종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