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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15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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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붕, 날조ㅈㅇ 문제시 칼삭

 

방다병과 적비성을 만난 이후로 너무나 많은 사건들을 겪어 더 이상은 놀랄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산전수전 다 겪어 웬만한 일에는 내성이 생긴 줄 알았는데, 강호 제일 방파의 주인은 사람을 놀라게 하는 방법도 남다른 모양이었다.

매장소가 연화의 낯빛을 살폈다. 당황스럽긴 해도 싫은 기색은 아니었다.

 

선생께서 눈치채셨다시피 저와 각주는 반려 사이입니다. 사내 사이에 후사가 생길 리 없으니 저희가 떠나고 나면 랑야각과 강좌맹은 주인을 잃겠죠. 강좌맹이야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흩어지든 새로운 이를 맹주로 삼든 할 수 있겠지만, 랑야각은 그게 쉽지 않습니다. 지금껏 린() 가가 이어왔거니와 랑야각에 몸담은 제자 중에 각주의 성에 차는 이도 없으니까요.”

그래서 저를 차기 각주로 삼고 싶으신 겁니까?”

맞습니다. 선생의 영민함으로 사건을 여럿 해결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문파의 수장으로 계셨으니 인재를 쓰는 법도 아시겠죠.”

 

인재를 썩히는 것은 제가 바라는 바가 아니라서 말입니다, 매장소가 무심하게 덧붙였다.

쉽게 결정하고 건넨 제안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그러니 가벼운 마음으로 수락할 수도 없다. 한 세력의 우두머리가 되는 것은 쉽게 결정할 일이 아니다. 이곳 사람들에게 자신은 엄연히 외부인이고, 내부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치기 어린 시절에는 내가 세상의 제일이라 믿으며 살았지만, 수장이라는 이름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모르는 나이는 오래 전에 지났다. 연화가 손가락을 맞비비며 생각에 잠겼다.

 

부담스럽다면 거절하셔도 좋습니다. 각주 자리는 선생을 잡아두기 위한 명분에 불과하니까요.”

저를 잡아두기 위한 명분이라면맹주께서 제게 원하시는 바가 따로 있는 겁니까?”

 

그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 매장소의 입가가 잔잔하게 올라갔다.

 

선생이 자신을 중히 여기지 않는 것이 마음 쓰일 뿐입니다. 방금 전에도 말씀 드렸다시피 저는 인재를 중히 여기는 사람이니까요.”

 

그런 사람이 본인 몸은 아까운 줄 모르셨나, 옆에서 린신이 구시렁거렸으나 아무도 시선을 주지 않았다.

 

지금의 저로서는 이 선생이 선택한 길에 참견할 자격이 없습니다. 스승이라도 되어 말을 얹을 수밖에요. 선생께서 충분한 자질을 가진 것도 맞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제가 차기 각주를 제안했을 때 린 각주가 가만히 있지 않았겠죠.”

만일 제가 이대로 떠나겠다고 하면 어쩔 생각이셨습니까?”

제가 어떤 명분으로 선생의 선택을 막겠습니까. 다만 인재를 잃게 된 점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매장소가 눈을 내리깔며 덤덤한 얼굴로 찻잔을 들었다. 그의 얼굴에서는 한 치의 미련과 아쉬움도 읽을 수 없었다.

 

린 각주가 제안한 방법이 하나 있긴 했습니다만, 너무 무모하고 터무니없어서 제가 거절했습니다.”

기억을 잃게 하는 방법 말씀인가요? 기억을 지워서 저를 랑야각 사람으로 만들려고 하셨던 겁니까?”

그런 셈입니다. 린신은 선생을 양자로 들이고 싶어 했으니까요. 선생이 거절할 것 같으니 속여서라도 붙잡아두고 싶었던 것 아니겠습니까.”

 

참으로 소름 끼치는 방법이지요, 매장소가 덧붙인 말에 린신의 눈이 동그래졌다. 설마 자네 지금 나를 파렴치한으로 보는 건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지 않나, 둘의 가벼운 실랑이를 지켜보는 연화는 머리가 멍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매장소가 연화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당황스러우실 거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저 역시 선생을 곁에 두고 싶답니다. 선생은 저의 과거와 많이 닮아있으니까요.”

각주께서도 비슷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바라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본인 몸을 중히 여기지 않으신다고요.”

나를 살게 했던 사명과 분노는 더이상 의미가 없고, 삶에 미련도 욕심도 없이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자꾸만 누군가 숨을 붙여놓더군요그래서 이제는 그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살고 있습니다.”

맹주를 살게 하는 그분이 각주입니까?”

 

고작 나 하나를 위해 살겠어, 저 치를 흠모하는 인간들이 한둘도 아니고, 린신이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매장소는 덤덤한 얼굴로 차를 마실뿐이었다.

 

선생이 탐나는 인재이긴 하나, 사적인 욕심을 앞세우고 싶진 않습니다. 오래 머물면서 고민하신 후에 결정하셔도 늦지 않습니다.”

아닙니다. 이미 마음의 결정을 내렸습니다.”

 

연화의 말에 잔잔하게 미소 짓던 매장소의 입가에 살짝 힘이 들어갔다. 긍정적인 결정이면 좋겠군, 린신이 사뭇 긴장한 표정으로 자세를 고쳐 앉았다.

 

랑야각의 차기 각주도, 양자도 제게는 과분한 자리입니다. 하지만, 허락해주신다면 이곳에 머물며 두 분께 가르침을 청하고 싶습니다.”

저희의 제안을 받아주는 겁니까.”

, 의부님.”

 

연화의 대답에 매장소의 얼굴이 한결 편안해졌다. 자네 이제 각오해야 할 거야, 린신이 장난스러운 얼굴로 엄포를 놓았다.
 



랑야방 연화루 각주종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