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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20 02:16
루스터행맨 윌데이비스찰리영 텔러파월 알오ㅈㅇ 캐붕ㅈㅇ 오타비문ㅈㅇ 뇌절ㅁㅇ

십나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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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 이 낡은 침대에서 뭘 시도해봤자 삐그덕대기만 하겠지. 아니야, 손만 잡고 잔다는 것도 이상한데? 다섯 살이나 연상인 저를 어리게만 보는 것 같아서 살짝 기분이 상해버린 찰리였음. 정말 손만 잡고 잘 거냐고 물어보려고 옆을 쳐다봤을 땐 윌은 벌써 두 눈을 감고 있었음. 윌은 베타보다 서너 배는 체력이 뛰어난 우성 알파였음에도 고작 이틀 만에 입술이 부르터있었음. 한마디로 지치고 피곤으로 찌든 직장인1로 보였음. 찰리는 이 모든 것이 다 제 탓인 것 같아서 윌이 더 깊은 잠에 빠지기 전에 어깨를 흔들어 깨웠음.

 “윌? 생각해봤는데 나 팔이 불편해. 안 되겠어, 넌 너희 집에 가서 자.”
 “응? 난 너랑 같이 자고 싶은데?”
 “몰라, 어서 집에 가. 난 편히 자고 싶다고.”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내뱉으면서 찰리는 아쉬운 표정을 숨기려고 애를 썼음. 윌은 팔을 다친 찰리가 불편하다고 하니 어쩔 수 없었음. 찰리는 윌을 얼른 돌려보내고 밤새 이삿짐을 꾸릴 생각을 했음. 왜냐하면 내일은 쉬는 날이니까!

 "가기 전에 한 번만 안아보자." 찰리는 이 응석받이를 어떻게 해야 하나 싶다가도 윌의 품에 그대로 폭 안겼음.
 "됐냐?" 찰리는 윌의 넓고 따뜻한 품이 좋았음. 아, 헤어지기 싫은데.
 "아니, 조금만 더. 아 헤어지기 싫다." 찰리는 각인이라는 게 독심술이라도 할 수 있게 되는 건가 싶어서 흠칫 놀랐음.
 "내가 이사 가더라도 한 침대에서 자는 일은 자주 없을 텐데?" 일부러 튕겨보았지만 소용없었음. 윌은 찰리를 더욱 껴안고 볼을 비비기까지 했음.
 "그래도 너랑 떨어지기 싫어. 한집에 있는 거랑 다른 건물에 있는 건 다르다고. 그래도 네가 푹 쉬어야 빨리 나을 테니까. 갈게." 윌은 찰리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가다 서고 가다 서고를 반복하면서 자꾸 찰리를 돌아봤음.
 찰리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음. "너 뭐하냐? 얼른 가라고! 나 잘 거야. 졸려. 후아암." 윌이 제 이마에 입을 맞추었을 때 오감이 살아나는 느낌에 사로잡혔던 찰리였음. 오던 잠도 몽땅 달아난 찰리였지만 어서 윌을 보내기 위해서 졸린 연기를 하기 시작했음.


 윌이 문을 닫고 멀어지는 느낌이 들자마자 찰리는 이사용 상자를 한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짐을 꾸리기 시작했음. 기계적으로 짐을 싸다 보니 어느덧 새벽 세 시가 다 되었음. 마지막 상자를 만드는 도중에 모서리에 긁혀 멀쩡한 손에 상처가 났음. 그렇게 큰 상처는 아니었으나 진통제기운에 졸음까지 몰려온 찰리의 눈에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광경이 기괴해 보이기 시작했음. 찰리는 계속 떨어지는 피를 바라보다가 순간 머리가 아찔해졌음. 윌, 나 또 다쳤어. 어떡하지. 찰리는 잠시 윌을 떠올렸을 뿐이었는데 금세 윌이 곁으로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음. 아니나 다를까 윌이 비상계단을 올라오고 있었음. 창문을 넘어오는 윌의 얼굴을 보고 찰리는 놀랍기도 했지만 안심했음. 윌은 찰리의 손에서 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찰리를 와락 껴안았음. 그리고 찰리는 그대로 윌의 품에 고꾸라져 의식을 잃었음. 절대로 다치게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단 하루 만에 어겨버린 윌은 찰리의 부모님께 면목이 없었음. 하지만 이건 예상 밖의 일이었음. 찰리는 어느새 제 품에서 작게 코까지 골며 잠들어 있었음. 윌은 찰리를 보자마자 페로몬을 풀어 찰리의 놀란 마음을 진정시켰는데 그게 일종의 수면제로 작용하게 될 줄은 몰랐음.


 이른 아침 찰리는 침대 옆 바닥에서 제 손을 잡고 잠이 든 윌을 보고 새벽의 일을 떠올렸음. 아, 내가 또 바보 같은 짓을 했구나. 찰리는 윌이 깨지 않게 조심스럽게 이불을 윌에게 덮어주고 화장실에 가서 상처를 확인했음. 정말 작은 반창고가 붙어있었음. 고작 이것 때문에 윌을 찾았다고? 어떻게 갈수록 정신연령이 더 어려지는 것 같지? 찰리는 한숨을 푹 쉬고 양치를 시작했음. 칫솔을 잡은 손가락이 따끔했지만 얼른 씻고 윌이 일어나기 전에 윌이 먹을 만한 뭔가를 만들어주고 싶었음. 그때 익숙한 느낌과 걸음 소리가 동시에 들렸음. 

 "뭐야, 먼저 일어났으면 나 좀 깨워주지. 너 약 먹어야 하니까 아침은 내가 해줄게." 윌은 찰리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부엌으로 향했음. 찰리는 정말 자괴감이 들었음. 나는 왜 이럴까, 왜 이렇게 허술하기 짝이 없을까. 입을 헹구고 대충 수건으로 얼굴의 물기를 닦고 나왔음.

 부엌에선 달짝지근한 시럽 향이 풍겼고 팬케이크가 구워지고 있었음. 처음 만나던 날에 썩은 음식을 대접하던 괴짜 같은 윌이 아니었음. 자신이 모르는 윌의 모습에 찰리는 놀라울 따름이었음.

 "왜 그러고 서 있어. 얼른 앉아. 시럽은 메이플 밖에 없던데, 이것만 먹어?"
 "응, 근데 너 요리도 할 줄 알았어?"
 "당연하지. 그동안 좀 폐인처럼 살긴 했어도 LA에 살았을 때부터 기본적인 건 다 했다고."
 "너 LA에 살았었어?"
 "응, 뉴욕에 온 지는 1년도 안 됐어. 그래서 너한테 배울 게 많아. 얼른 먹고 기운 내자." 윌은 찰리의 볼을 살짝 꼬집고 다시 달궈진 팬에 반죽을 붓고 뒤집고를 반복했음.


 찰리는 설거지까지 마친 윌의 등을 보면서 듬직하단 생각을 했으나 저 때문에 피곤한 건 아닐까 걱정스러웠음.
 "윌, 있잖아. 내가 새벽까지 짐은 거의 다 쌌거든? 그러니까 내 침대에서 더 자. 나는 공과금이랑 서류 정리하고 있을게."
 윌은 찰리의 부탁을 딱히 거절하지 않았음. 이틀 동안 거의 잠을 못 잔 상태에다 오늘도 새벽까지 작업을 하다가 문득 불길한 예감이 들어서 창문을 열고 냄새를 맡았더니 제 오메가의 피 냄새가 풍겨서 곧장 찰리의 곁으로 달려온 것이었음. "음, 그럴까? 좀 졸리긴 해. 요 며칠 동안 너무 걱정했다고. 이제 위험한 일은 안 하는 거다?" 위험한 일이라니. 찰리는 콧방귀를 뀌었음. 고작 상자에 긁혔을 뿐인데 비상계단을 타고 와서 페로몬으로 기절을 시켜버리는 게 어딨어. 그래도 윌이 찾아와주어서 고마운 찰리였음. 윌이 침대에 누워 느리게 자신의 동선을 쫓는 걸 느끼고 침대로 다가가 윌의 등을 토닥여주었음. "어서 자라고.  윌, 어서 잠들어."  윌은 쉽게 잠이 오지 않는지 찰리를 바라보고만 있었음. "네 향기가 맡고 싶어." "뭐?" 찰리는 적잖이 당황했음. 하지만 새벽의 일을 생각하면 그리 놀랍지도 않았음. 자신도 윌의 페로몬을 느끼는 순간 순식간에 잠이 들었으니 말이니. 찰리는 아주 조금씩 달달 하면서 은은한 꽃향기를 풀어냈음. 윌의 입술에 한번, 콧잔등에 한번, 이마에 한 번 입을 맞추고 다시 등을 토닥였음. 신기하게도 윌 역시 금세 곯아떨어졌음. 찰리는 각인이라는 게 그리 나쁘지만은 않은 거라는 걸 깨달았음. 평화로운 표정으로 잠든 윌의 얼굴을 보는 건 처음이라는 생각에 얼른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을 찍었음. 그 사진은 바로 개인 전화의 배경 화면이 되었음.


 윌이 잠든 사이 여기저기 온 집안을 뒤적거리며 공과금 용지를 찾아 배회하며 계산기를 두드리던 찰리는 윌이 벗어놓은 바지춤에서 계속 진동하는 전화를 받았음. 수화기 저편에서 웬 여성이 격앙된 목소리로 자신을 윌로 착각했는지 쏘아붙이기 시작했음.

 "당신이 아무리 증거를 들이밀어도 멋대로 뛰어내린 건 멍청한 비서 놈이라고. 난 이미 변호사 선임했어. 어디 갈 때까지 한번 가보자고."
 "저기요, 당신 이름이 뭐였는진 잊어버렸는데 대체 무슨 일이에요?" 찰리는 윌이 어제 불같이 화를 냈던 것을 떠올렸고 그게 바로 이 여자와 관련된 것이라는 걸 직감했음.
 "뭐야? 아아, 그 멍청한 비서야? 역시 그럴 줄 알았어. 둘이 붙어먹는 사이였네. 당신 상사가 말을 안 해줬나 본데, 그날 옥상 문을 잠근 게 바로 나야. 그래서 그게 뭐? 내가 뭘 잘못했는데? 당신들이 사람들 앞에서 먼저 망신 줬잖아!"
 언제 일어났는지 찰리의 손에서 윌이 전화기를 낚아채 툭 던져버렸음. "미친 여자야. 완전히 제정신이 아니더라고. 신경 쓰지 마. 찰리, 나 목마른데 우리 집에 가서 시원한 주스 마시자. 여기 냉장고에는 주스가 없더라." 찰리는 분노로 착 가라앉은 윌의 눈동자를 보고 순순히 그러자고 했음.


 "그 많은 걸 너 혼자 다 옮기려고?" 찰리는 주스를 마시다 도로 뱉을 뻔했음. 운동복으로 갈아입으며 짐을 다 옮길 동안 이 집에 얌전히 있으라는 윌의 말을 듣고 찰리는 그저 황당했음.
 "뭐 몇 개 없던데? 정 도와주고 싶으면 침대 밑에 있던 작은 상자만 네가 옮기게 해줄게." 뭐? 뭐지? 언제 본 거야. 젠장! 찰리는 귀가 새빨개졌음.
 "너 내가 잠들었을 때 본 거야?"
 "뭐 못 봐줄 것도 아니던데, 그 알파들이랑은 아무 일도 없었잖아. 그냥 네 판타지 속의 알파가 궁금해서 다 읽어보긴 했는데 너희 부모님께서는 교육을 절반만 시키셨더라고." 찰리는 덤덤하게 말하는 윌이 야속했음. 오메가로 태어나 베타로 숨어지내야만 했던 지난날의 억울함이 불쑥 튀어나왔음.
 "그래, 나 제대로 못 배웠어. 그쪽으론 관심이 없는 건 아니었는데 그렇게까지 말할 필욘 없잖아. 윌 데이비스 너 진짜 나쁜 놈이야. 내가 왜 너 같은 애랑 각인했는지 모르겠다." 홧김에 내뱉은 마음에도 없는 소리였음. 하지만 그 말은 윌에게 좀 크게 다가온 것 같았음. 윌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짐 들고 올게."라며 집을 나섰음.


 덩그러니 윌의 집에 남겨진 찰리는 앞으로 지내게 될 방에 놓인 침대에 앉아 상처받은 것 같은 윌의 표정을 계속 떠올렸음.

*

🐤🔥🐇

알콩달콩 투닥투닥 보고시퍼서 짧게 끄적거림
루행비들 혐요일 잘 보내자! 읽어줘서 ㅋㅁ! 
 
2023.03.20 07:0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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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윌아 그거 허락도 없이 읽은거 걍 말해버리면 어떡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5635]
2023.03.20 11:28
ㅇㅇ
모바일
ㅋㅋㅋㅋ일기읽어버린거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근데 또 그걸 말해버리는 노빠꾸근성.. 찰리도 화낼만 하긴했는데ㅋㅋㅋㅋ그래도 말넘심 찰리😂
[Code: c203]
2023.03.20 17:1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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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연애초에 싸우고 호ㅏ해해서 더 단단해지는 관계가 되는것도 나쁘진않아...(ᵕ̣̣̣̣̣̣﹏ᵕ̣̣̣̣̣̣)얘드라 화해해...
[Code: b891]
2023.03.20 21:34
ㅇㅇ
모바일
찰리의 일기장 읽은거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닠ㅋㅋㅋㅋㅋ어떡햌ㅋㅋㅋㅋㅋㅋ화낼만했네ㅋㅋㅋㅋㅋㅋㅋ그치만 윌 상처받았어ㅠㅠㅠㅠㅠㅠ윌은 비상계단으로 찰리 보러오고 문 잠근 사람이랑도 싸우는데ㅠㅠㅠ윌같은 알파 없다 찰리야ㅠㅠㅠㅠ화해해ㅠㅠㅠㅠㅠ
[Code: 1a0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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