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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7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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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그게 덱스의 집착때문인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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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가 자신이 의식이 되돌아오고 있다는걸 깨달은 시점은, 폐를 채우는 공기가 차가운 콘크리트의 냄새를 머금고 있다는 걸 알아차린 순간부터였다. 바닥에서부터 서서히 올라오는 한기처럼 감각들이 몸으로 돌아오기 시작한다. 앉아 있는 상태로 손발이 자유롭지 않다는 걸 느낀 허니는 무의미한 몸부림 대신 조용히 눈을 떴다. 오랫동안 사용되지 않은 것 같아 보이는 벽과 바닥은 페인팅이 벗겨져 벽돌과 시멘트가 그대로 드러나 있었고, 천장은 뜯겨 나가 뼈대를 보이고 있었다. 주변엔 자신을 데려온 자들의 소유로 보이는 무기들과 온갖 장비가 보였다. 시선을 제일 가까운 곳으로 두니, 자신의 몸은 차가운 철제 의자의 팔걸이와 베이스에 손과 다리가 집 타이로 한 짝씩 묶인 상태였다. 그녀의 몸이 닿은 금속의 부위만 미지근하게 달아올라 있었다.

포인덱스터가 진짜로 온다고?, 글쎄 아무리 미친놈이라고 해도 자기 목숨은 소중하지 않겠어? 마침 구석에서 처음보는 남자들이 덱스가 정말 나타날 것인지에 대해 내기를 하고 있었다. 깨어난 것을 굳이 티내지 않은 채 남자들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허니를 제일 먼저 알아차린 것은, M이었다. 자신을 가만히 응시하는 남자를, 허니 역시 조용히 노려보았다. 그녀의 상태를 뒤늦게 알아챈 사내들이 당황하자, M은 그들에게 잠시 자리를 비울 것을 명한다. M의 말을 곧이 곧대로 따르는 사내들을 보고, 허니는 그의 지위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허니 앞으로 다가와 한 쪽 무릎을 꿇고 앉으며 그녀와 시선을 맞춘다. 처음 만났을 때 입고 있던 외투만 벗은 채, 각잡힌 셔츠 위에 입은 베스트는 단추까지 모두 채운 모습이었다. 보기에도 값이 나가 보이는 정장 바지가 지저분한 바닥과 닿으며 하얀 가루가 여기저기 묻었지만, 남자는 딱히 신경쓰지 않는 것 같았다. 그녀가 의자에 묶여있고, 잡혀 온 상황만 아니었다면 자상하다고 오해받을 법한 행동이었다. 

분명 초면이었지만 서로 상대의 존재를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 M은 허니와의 면대면은 일회성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쓸 데 없는 인사나 통성명을 할 필요를 전혀 느끼지 못했고, 바로 본론부터 말하기 시작했다. 자신들에게 덱스의 능력과 죽음이 절실히 필요했기에, 그를 이용한 뒤 가차없이 제거할 것이라는 잔인한 말따위를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아무렇지도 않게 했다. 모든 건 그들의 생존을 위해서란다. 이 일에 연루된 자들은 모두 덱스와 그의 등을 떠밀어서 해할 누군가의 목숨보다 자신들이 더 값지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이어서 덱스를 불러낸 시점부터 철저히 이용하고 버리는 과정까지, 그가 임무를 무사히 수행하도록 얌전히 협조만 한다면 목숨을 살려주고 자유를 주겠노라고 거래를 제안한다.



"내가 어째서 그 말을 믿어야 하지?"



"당신은 이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고, 우리의 후원인은 당신과 덱스를 미치도록 죽이고 싶어하니까."



당신들 모두 피스크의 개라는 소리군. 예리한 그녀의 한 마디에 무표정했던 M의 눈썹이 잠시 꿈틀거렸다.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덱스와 허니였기에, 둘을 모두 증오할만한 사람은 이 도시에 단 한 명이었다. 피스크의 개라는 것이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심기가 불편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불쾌한 것은 허니도 마찬가지였다. 덱스와 함께 피스크에게 반기를 들었던 자들이 왜 그와 함께 하는걸까? 피스크의 마수가 뻗치지 않은 곳이 없다는 사실을 다시금 체감한다. M은 안경을 고쳐쓰며 허니와의 물리적 거리를 좁혔다. 그 사이 잠시 피곤해보였던 그의 눈빛이 다시 날카롭게 재정비 된다. 아주 오래된 옛날부터 여자의 인생은 전부 남자들이 망가뜨렸어. 주제에 맞지 않는, 뜬금없는 소리에 이번에는 허니가 인상을 찌푸렸다.



"여기 있는 인간들은 누군가의 아들이자 연인이고, 아버지이기도 하지. 당신의 잘난 인생에 덱스가 꼬이면서 피를 본 것처럼, 남자를 잘못 두면 여자들은 불행해져."



허니는 그가 하는 말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그는 자신에게 기회를 주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망가진 인생을 되돌릴 수 있는 기회, 원치 않는 죽음으로부터 도망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 세상은 여전히 덱스를 거부하며 내몰고 있었고, 더 이상 없을 줄 알았던 기회가 허니에게만 다시 한 번 찾아와 다시 생각해보라며 그녀를 흔든다. 단 한 사람의 죽음이면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다는 달콤하고 잔혹한 속삭임이, 그녀의 동의를 기다리고 있다. 실제로 덱스를 가까이 할 수록 탄탄대로가 보장되었던 허니의 인생은 계속해서 내리막을 향했다. 지금 이 순간도 자신은 어디까지 추락할 수 있는지 몸소 경험하며 가시밭길을 덱스와 함께 걷고 있다. 하지만 제 눈 앞의 남자가 진심으로 제시하는 제안이라고 해도 이런 상황에서 신뢰가 갈 리가 만무했고, 그건 M도 어느정도 인정하는 부분이었다. M은 자신의 속마음을 솔직히 털어놓았다. 허니와 M이 몸담고 있는 이 세상에서는, 벤자민 포인덱스터는 반드시 죽어야만 했다. 그래야 모든 일이 헬스 키친의 순리대로 돌아간다. 거창하게 순리라고 표현했지만 그건 이 곳의 왕이자, 이제 곧 신으로 등극할 윌슨 피스크의 뜻이라는 의미였다. 그의 죽음이 절대 불변의 전제 취급을 받고 있다. 그런 불가항력적인 일들을 제외하면, M이 덱스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사람 대 사람으로서 줄 수 있는 작은 배려. 이것은 그를 이끌었던 리더로서, 앞서 자신의 실수와 오판으로 그가 겪었을 고통에 대한 작은 피해 보상이라고 주장한다. M은 그가 사랑하는 여자가 원래 있던 곳으로 되돌아 갈 수 있도록, 새장의 문을 잠시 열어주기로 스스로를 설득시킨 상태였다. 



"그의 친구로서 갖는 죄책감인가?"



허니가 뱉은 질문에 M의 모든 행동이 잠시 멈춘다. 인식하지 않고 쉬는 호흡과 편하게 깜빡이던 눈꺼풀의 움직임까지도. 스스로에게 던져본 적이 있는 질문이었으나, 제 3자를 통해 듣자니 기분이 이상했다. 사실 아직 저 질문에 대해 온전히 수긍할만한 답은 내지 못했다. 내가 왜 그 자의 친구라고 생각하지? 그녀의 질문은 근본적인 오류가 있는 질문이었다. 세상 어느 친구 사이가 상대에게 총을 겨누고 죽으라고 종용하겠는가? M이 마른 침을 삼켰다. 별 일 아닌 상황인데 이상하게 입 안이 씁쓸했다. 허니의 답은 간단했다. 모두가 그를 '포인덱스터'라고 부르며 일말의 배려도 없이 떠드는데에 비해, M은 그를 '덱스'라고 편하게 부른다. 그에 대해 알고 있는 깊이가 다른 사내들과 달랐다. 덱스를 배신하고 제 살 길만을 찾는 모습은 친구라 부를 수 없지만, M은 무의식중에 계속해서 덱스를 신경쓰고 있기 때문이었다. M의 시선이 잠시 바닥을 향했다. 표정이 잠시 풀어졌지만 여전히 그는 너그러워보이는 인상은 절대 아니었다. 뭔가를 생각하던 그가 입을 열었다.



"아니, 우린 친구였던 적 없어. 덱스도 그렇게 생각 안할걸."



자신은 그의 인생에서 제일 소중한 것을 뺏어간 사람이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손대선 안되는 덱스의 역린. 그런 금단의 존재를 숨기고 훔쳐오기까지 한 자신은 되돌아 갈 수 없었다. 바닥에 있던 시선이 다시 허니의 시선과 맞붙었다. 허니는 연민과 혐오가 섞인 표정으로 M에게도 그 때문에 고통받는 여자가 있는지를 물었고, M은 그렇다고 대답했다. 선택의 권리 없이 운명의 장난으로 인해 불행히도 자신과 엮여 고통받는, 자신의 약점같은 사람이 있다고 고해성사하듯이 털어놓는다. M은 무미건조하게 사실만을 말했지만 거기엔 그의 사람이 겪는 모든 고통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모르고 있을, 그 연약한 존재에 대한 죄책감이 녹아 있었다. M이 무릎을 대충 털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개개인의 사정이 어떻든, 각자의 세상은 숨이 붙어있는 동안에만 돌아간다. 그 말은 죽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죽음 뒤에는 천국이나 지옥따위가 있는게 아니다. 아무것도 없다. 모든 것은 연옥처럼 느껴지는 이 땅 위에 존재하고, 천사와 악마가 끊임없이 난잡하게 뒤엉키며 구르는 것이 인생이다. M은 그녀에게 목숨이 귀하다면 협조하라는 말을 빼먹지 않고 남겼다. 자리를 떠나려는 그를, 허니가 다시 불러 세운다. 당신이 잘못 생각한 게 하나 있어. 그 말에 M이 뒤를 돌아 허니를 쳐다봤다.



"당신이 줄 수 있는 그 귀한 기회는, 당신을 포함해서 저 머저리들을 선택할 수 없었던 이들에게나 나눠줘."



벤자민 포인덱스터는 내가 선택한 남자야. 맞는 말이긴 했다. 재수없게 덱스의 맘에 든 것이 이 모든 비극의 시작이었지만, 결국 그에게 손을 내밀고 자신의 세계로 끌어당긴 것은 그녀가 스스로의 의지로 벌인 일이었다. 그녀의 당찬 마지막 말에 M은 기가 찼다. 잡혀와서 목숨까지 위협받는 주제에 자신이 베푸는 자비따윈 필요없다 말하고 있었다. 원래 이런 여자인건지, 아니면 미친놈과 지내면서 덩달아 미친건지 감도 오지 않을 정도로 당당하다. 그녀는 지금보다 더한 지옥에 처박히게 되더라도 본인의 선택이니 각오하겠다는 다짐을 대놓고 보이고 있다. 허니에게서 보이는 그 올곧은 사랑과 의지는 쓸모없는 객기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한 편으론 왜 덱스가 그녀에게 그렇게 목을 맸는지 알 것 같기도 했다. 폭풍우 치는 망망대해를 뗏목 하나로 표류하는 불안정한 포인덱스터와는 다르게, 비온 뒤 굳은 땅처럼 단단하고 강한 이 여자는 그에게 다이아몬드일 것이다. 필연적으로 덱스가 끌릴 수 밖에 없는 사람. M은 그런 인간을 데리고 살면서도 지금까지 망가지지 않고 버텨낸 그녀에게 경이로움을 느꼈지만, 쓸데 없는 존경심을 보이는 것이야 말로 정말 부질없는 짓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분명 경고했어. 경이로움을 표하는 것 대신, 으름장을 놓는다. 모든 것은 결국 목숨이 붙어있어야 의미가 있으니, 그녀가 똑똑한 여자답게 과오를 저지르는 멍청한 짓을 하지 않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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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세주의적이면서도 지나치게 현실적인 M은 종교에 뜻을 가져 본 적 없었지만 클래식 음악에는 나름 조예가 있었기에, 지금 인근 교회에서 여러명이 입을 모아 부르는 노래가 모차르트의 레퀴엠이라는 것을 알아 차렸다. 왜 이 노래가 들리는 건지, 어느 대단한 분이 명을 다 하신건진 몰라도 이것은 죽은 자들을 위한 미사곡이었다. 조용히 곧 생을 마감할 덱스와 어떤 의원을 애도하며 노래를 감상한다. M과 그의 일행이 숨어든 낡은 다층 건물은 근처에 가톨릭 교회를 두고 있었고, 곧 일부 시장 후보들이 설 연설 장소와 적당히 거리가 떨어져 있었다. 계획했던대로 장비들을 제 자리에 두자, 자신들이 타고 올라온 구식 승강기가 1층으로 내려가는 것이 보였다. 문자를 보낸 시점에서 1초도 지나지 않고, 정확히 24시간 후에 덱스가 M의 눈 앞에 나타났다. 오랜만에 보는 덱스의 모습은 가관이었다. 흥분과 분노로 피가 쏠려 몸 군데군데가 붉게 상기되어 있었고, 실 핏줄이 터져 새빨개진 눈엔 분노가 가득 담겨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지옥에서 올라온 악마 같았다. 

언제 폭발할 지 모를, 한 번도 본 적 없는 그의 모습에 M을 제외한 모두가 하던 일을 멈추고 제 자리에 얼어붙었다. 그는 성난 황소처럼 거칠게 숨을 쉬고 있었다. 정말 덱스가 제 발로 죽으러 찾아 올 것이라고 내기에 걸었던 남자도, 자신이 이겼다며 신나하려던 것까지 까맣게 잊고 식은땀만 흘리며 그의 눈치만 볼 정도였다.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긴장감만이, 그들의 사이를 채웠다. 아무렇지 않고 평온한건 M뿐이었다. 벤자민 포인덱스터라는 사람에게 허니가 어떤 존재인지 잘 알기에, 그는 자신들이 시키는대로 아무런 무장도 하지 않고 왔을 것이다. 덱스의 손에는 박살난 휴대 전화만이 들려 있었다. 처참하게 부숴진 휴대 전화가 그가 얼마나 화났는지를 보여준다. 손에 집히는 물건이 무엇이든, 무기가 되는 남자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하지만 말썽을 부리면 자신들이 그의 여자를 기꺼이 해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을 터.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덱스를 두려워 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말이었다. M은 한심해하며 하던 일을 마저 이어 나갔지만 분위기는 여전했다. 그렇게 불안하면 전화기까지 뺏으라는 M의 말에, 겨우 용기를 낸 한 명이 덱스에게 다가갔고, 나머지는 긴장한 얼굴로 들고있던 총기를 덱스에게 겨눴다. M은 그 모습을 보고 한 숨을 다시 쉬었다. 말썽부리지 말고 앉아. M은 임시로 마련한 자신의 테이블 앞에 의자를 두고 덱스에게 권했다. 덱스는 그의 예상대로 순순히 전화를 뺏기고 거칠게 M의 맞은 편에 앉았다.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나는군. 그 때도 넌 까칠했지. 지금보단 신사적이었지만."



덱스는 M을 죽일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허니는 어디있지? 혼신의 힘을 다해서 분노를 억누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덱스의 목소리가 낮게 떨렸다. 사람의 말이 아닌, 흡사 짐승의 발성같단 생각이 들 정도였다. M은 아무 말 없이 어디론가 영상 통화를 걸기 시작했다. 전화가 연결되자 상대에게 허니를 바꾸라고 명령한다. 그가 전화기를 돌리자 덱스의 눈에 의자에 결박되어있는 그의 북극성이 보였다. 자신을 부르는 그녀의 모습과 목소리에 덱스의 인상이 빠르게 누그러지고 살기 가득했던 눈이 풀어지며 촉촉해지는게 보인다. M은 단시간에 휙휙 바뀌는 그의 표정에 이상함을 느끼고 소름이 끼쳤다. 정상적인 현상일리가 없었다. 이 구제불능 살인병기를 이렇게까지 길들인 여자가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허니가 절대 시키는대로 하지 말라는 말을 하려하자 M은 불시에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녀가 무사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안도하는 덱스의 태도가, 그제서야 조금은 풀어지기 시작했다. 그녀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각오하는게 좋을 거라는 그의 말에, M은 너만 잘하면 아무 일도 생기지 않을 것이며 그녀는 무사할 것이라고 맞받아친다. 덱스의 호흡이 안정을 되찾자 M의 숙련된 가스라이팅이 시작되었다. 그의 죽음으로 완성될 계획을, 투어 패키지 안내하는 가이드처럼 아무렇지 않게 설명하기 시작한다. 안락사도 아닌, 끔찍한 고통과 치욕을 안게 될 죽음에 대해 덱스는 조용히 설명을 들으며 단계에 대해 숙지하는 것 말곤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임무는 어렵지 않았지만, 이 과정들 속에서 자신이 조금이라도 실수를 한다면 허니가 다칠 수 있다는 것은 죽기보다도 싫었다. 돌파구를 찾기 전에 허니의 안전을 위해 시키는대로 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런 M과 덱스를 지켜보는 사내들은 상식적이지 않은 이 상황을 불편하게 여기며 오싹함을 느꼈다. 임종을 앞둔 노인을 데려다 앉혀놓고, 시한부 인생에 대해 죽음이 어떻게 다가올 것인지 설명해도 덱스보다 덤덤할 순 없을 것이다. 계획에 차질이 생기지 않길 원하는 것은 M도 마찬가지였기에, 그는 계속해서 암묵적으로 덱스에게 최면을 걸었다. 그가 무슨 일이 있어도 임무를 이행하고 죽음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도록. 자신들을 위해, 세상을 위해, 그녀를 위해. 덱스는 그저 텅 빈 눈으로 자신이 제일 잘 하는 것을 착실히 하고 있었다. 정해진 틀에 자신을 짜 맞추는 것. 덱스는 자신의 관을 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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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니의 얼굴을 본 덱스가 안정을 찾은 것과 반대로, 허니는 굉장히 불안하고 심란해졌다. 덱스가 나타나지 않길 바랐지만, 역시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자신이 덱스를 위해 죽음도 불사하는 것이 당연한 것과 별개로, 지금 상황에 그가 이런 식으로 나오면 안됐다. 덱스가 있는 곳이 어딘지는 모르지만 더 이상 이 곳에 있을 수 없었다. 자신을 지키던 괴한들은 두 명만 남고 나머지는 모두 덱스가 있을 곳으로 M을 따라 나섰다. 허니는 자신을 감시하는 남자들의 시선이 다른 곳을 향할 때마다 결박을 조금씩 풀었다. 부술 수 있는 나무 의자였다면 좀 더 수월했겠지만, 철제 의자라 하더라도 시간만 더 걸릴 뿐, 바뀌는 것은 없었다. 의자를 뒤로 기울여 양 발목을 묶은 타이가 고정된 의자 다리 끝으로 빠지도록 했다. 두 다리가 자유로워지자, 이번에는 몸을 굽혀 집 타이가 손목으로 가게 한 뒤 이빨로 잡아당겼다. 손목이 조금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결박이 단단해졌다. 이 상태로 타이밍을 재다가 지렛대의 원리로 팔뚝을 강하게 쳐들면 결박은 끊어질 것이었다. 허니는 태연하게 여전히 양 팔과 다리가 결박당한 척을 하고 있었다. 자신을 감시하는 두 남자 중 한 남자가 계속 그녀에게 눈길을 주며 주변을 맴돈다. 은근슬쩍 바라보던 시선은 점점 노골적으로 변했다. 탈출 시도를 들킨 줄 알고 긴장했지만, 자신의 몸을 위 아래로 끈적하게 훑어보는 시선에 다행스러움과 동시에 역함을 느꼈다. 한 명이 흡연을 위해 밖으로 나가자, 남아 있던 남자는 들고 있던 총을 허리춤에 꽂으며 허니에게 다가왔다. 그녀 앞에 몸을 기울이며 손 끝으로 허니의 뺨을 건들다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준다. 그 음침하고 재미없는 포인덱스터 자식이 이렇게 여자 보는 안목이 좋을 줄이야. 칭찬같지도 않은 말을 칭찬이랍시고 떠들어댄다. 그 손길이 불쾌해 고개를 젓자 남자가 소름끼치게 미소 짓는다.



"설마 M이 정말 당신을 살려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건 아니지?"   



남자는 도도한 것도 마음에 든다며 손 끝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계속 만지작 거렸다. 훤히 드러난 그녀의 목덜미를 보고 입맛을 다신다. 그 목덜미에 코를 묻으며 덱스에게만 허락한 그녀의 체향을 감히 들이 마신다. 허니가 다시 몸부림치다 머리로 들이 받자, 남자는 피가 흘러나오는 코를 쥐어 잡으며 신음하다 더욱 환하게 웃는다. 이내 표정을 굳힌 남자는 그녀의 뺨을 내리치고 머리채를 잡으며, 지금의 처지를 망각하지 말라고 협박을 한다. 터진 입 안에서 피 맛이 느껴졌다.



"지금부터 줄을 잘 서는 것이 좋을거야. 네 남자친구와 같이 있는 놈들 모두, 곧 죽을거거든."



그 말에 허니의 눈이 동그랗게 뜨여진다. 이 미친놈이 도대체 뭔 소리를 하는거야 라는 표정인걸? 남자의 눈이 희번뜩해진다. 허니의 표정이 겁에 질리자 남자는 신나서 혼자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자신만만하던 여자를 굴복시킨 것 같아 아래로 피가 쏠리는 것을 만끽한다.

그의 말에 의하면 피스크는 덱스의 손을 빌려 경쟁자를 제거할 생각이다. 후보가 죽으면 신고를 받고 출동한 척, 미리 준비해둔 경찰과 FBI를 투입시킨다. 음모를 저지하기 위해 찾아왔을 헬스 키친의 악마와 함께 덱스를 처리하고, M과 일행들은 FBI로 위장하여 사건 현장을 빠져 나온다. 내일자 아침 뉴스에는 파면된 전직 FBI 요원이자 사이코패스인 벤자민 포인덱스터가 교도소를 탈옥하고 테러를 일으켰고, 이를 도운 데어데블의 만행이 폭로될 것이다. 죽은 자는 말이 없으니 덱스의 손에 명을 달리 한 경쟁자 역시 무덤까지 꼬리표를 붙일 예정이었다. 정의를 지키겠단 명목으로 법을 어기는 자경단의 존재는 옳지 못하다는 피스크의 주장은 드디어 진리가 된다. 너무나도 이해관계가 복잡한 어둠의 세계로부터 헬스 키친과 뉴욕을 구원할 남자, 윌슨 피스크. 선을 베풀며 법을 준수하고, 철저한 자기 객관화와 반성까지 겸비한 이 지도자를 시민들은 놓치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다.

여기까지는 M도 알고 있는 부분이었지만, 남자는 그가 모르는 부분까지 허니에게 떠벌리기 시작했다. 권력자의 신임을 받는 자신이 대단하게 느껴졌고, 이 비범함을 어딘가에 털어놓고 싶었다. 그는 허니가 어차피 곧 죽을 여자이니 알아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피스크는 덱스만큼이나 허니 역시 죽이고 싶어한다. 그는 자신이 워싱턴 FBI에게 받은 치욕이 그녀때문이라는 망상에 빠져있다. 제 아무리 포커 페이스인 M이라해도, 그보다 여러 수 위에 있는 피스크까지 속일 수는 없었다. 그는 M이 허니의 생사를 두고 고민한다는 것을 진작에 알고 있었다. 아마 포인덱스터에 대한 죄책감과, 그가 보살피는 불쌍한 여자에 허니 비의 처지를 투영하는 까닭이 제일 클 것이다. 큰 일을 하는 자들은 사사로운 감정을 배제할 줄 알아야 한다. 그 점에서 피스크는 M에게 한계를 보았고, 언젠가 정리하려던 그와의 관계를 좀 더 앞당겨서 손보기로 결정했다. M의 조직에서 변절자를 만들어냈고, 그 변절자가 지금 그녀의 눈 앞에 있다.

경찰과 FBI 속에 숨어든 피스크의 사병들이 이 일과 관계된 인물들을 모두 제거할 것이다. 변절자는 M이 허니를 살려두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그녀의 곁에 남는다. 성적인 욕망에 눈이 돈 남자는 허니에게 자신의 말을 잘 들으면 피스크에게 잘 말해주겠다며 회유한다. 피스크에게 그는 M보다 훨씬 못한 쥐새끼였을 뿐이지만, 지금 자신이 뭐라도 된 줄 아는 수컷의 근본없는 자신감과 허세가 이 남자를 의기 양양하게 만들고 있었다. 자신의 대단함을 허니가 알아봤고, 그게 그의 내면의 정복욕과 가학심을 불러 일으켰다. 사실 현실의 남자는 피스크 앞에서 한 마디도 못할 찌질한 위인이었고, 제 욕구만 해소할 수 있다면 허니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었다. 자신이 덱스보다 여자 경험이 많을 것이라고 말하던 남자는, 덱스보다 기분좋게 만들어 준다며 서둘러 허니 앞에서 벨트를 풀기 시작했다.

가까운 거리에서 남자의 두 손이 허리춤으로 향하고, 그의 바지가 허벅지에 걸치면서 움직임이 불편해졌을 순간, 허니의 눈빛이 바뀌었다. 그토록 기다리던 때가 바로 지금이었다. 허니는 다리를 들어 남자의 가슴을 양 발로 있는 힘껏 찼다. 무방비 상태였던 남자가 그대로 뒤로 넘어지자 팔꿈치를 한 쪽씩 강하게 힘을 주며 들었다. 그녀의 손목을 붙잡은 타이가 쉽게 끊어졌고, 드디어 그녀가 의자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졌다. 딱딱한 바닥에 머리를 그대로 부딪힌 남자가 어지러워하며 총을 찾자, 허니는 의자를 들어올려 남자의 머리를 내려쳤다. 그는 허니를 밀치려고 했지만 이미 머리에 강한 충격을 두 번이나 받아 몸을 가누기가 맨정신보다 힘든 상태였다. 그녀가 휘두르는 철제 의자에 남자는 뼈가 부러지고 피가 터졌다. 허니가 남자의 머리를 내리칠 때마다 남자의 방어는 점점 무기력해졌다. 밖에서 담배를 피던 다른 남자가 소란을 듣고 뒤늦게 총을 겨누며 들어왔지만, 문이 열리는 소리에 먼저 반응한 허니가 피떡이 된 남자의 허리에서 총을 꺼내 먼저 발포하는데에 성공했다. 깔끔하게 머리를 맞은 남자는 쓰러졌고, 머리가 으깨진 남자는 자신의 피로 물든 손으로 그녀를 허우적거리며 붙잡았다. 허니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총을 다시 장전해 남자의 머리에 쏘며, 그에게 과분한 안식을 주었다.

흉한 몰골로 죽은 남자의 손이 제 몸에서 힘없이 떨어지자 허니도 총을 떨어뜨렸다. 몸이 미친듯이 떨리기 시작했다. 이미 요원의 신분으로 수 많은 사람의 피를 묻혀 왔지만, 이렇게 통제를 벗어난 과격한 분노와 공포에 휩싸여 무자비하고 잔인하게 숨통을 끊어본 적이 있을리가 없었다. 처절했던 몇 분전, 자신의 행동과 결심이 의심되고 후회스러워진다. 가해자이지만 피해자이기도 한 자신이 원망스러웠고, 반감이 들었다. 남자의 부서진 두개골에서 뭉개져서 흘러나온 분홍빛 덩어리들이, 피와 함께 날 것의 냄새를 풍긴다. 이미 머리로 여러번 생각하고 능숙하게 대처했어도, 실제로 마주하고 겪은 현실은 상상을 초월했다. 겁탈 당할뻔한 상황에서의 생존의 공포, 절제하지 못하고 광기에 사로잡힌 자신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사랑하는 남자를 둘러싼 음모에 대한 분노가 그녀를 미치게 만들었지만, 허니는 자신이 초래한 이 결과가 정당하지 않다 느끼고 있었다.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괴로움이 그녀의 숨통을 짓누른다. 헛구역질까지 하던 그녀는 제 자리에서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살면서 이렇게 두려웠던 적이 없었고, 그 두려움은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닌, 스스로에게서 오는 공포였다. 자신의 모습이 너무 낯설게 느껴졌다. 그녀는 과호흡 증상까지 보이기 시작했고, 주변에 그녀를 진정시킬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앞으로의 일이 막막했고 온 세상에 저 혼자 남겨졌다는 생각만이 그녀의 뇌를 지배한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이 자리를 당장 도망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방금 사람을 잔인하게 죽인 자신의 모습과 스스로를 분리시킬 순 없었다. 내가 왜 이런 일을 겪어야 하지? 그 순간 한 남자의 얼굴이 그녀의 마음을 가득 채운다. 너무나도 무섭고 혼란스러운 와중에 자신이 지키고 싶었던 남자의 얼굴이 떠오르자 거짓말같이 점점 호흡이 진정되고 이성이 돌아오기 시작한다. 선명해지는 덱스와의 기억들이 차가운 바닥에 주저앉은 그녀를 감싸며 위로한다. 덱스는 허니가 절대 무너지고 싶지 않은 단 하나의 이유였다. 지금은 개인적인 감상에 젖어있을 시간이 없었다. 그녀는 입술을 꽉 깨물고, 끔찍한 몰골로 죽은 남자의 옷을 더듬기 시작했다. 그의 주머니에서 휴대 전화를 찾은 허니는 자신도 모르게 어느 순간부터 외우게 된 번호로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통화 연결음이 몇 번 가다가 상대가 받는다. 여자의 목소리였다. 여보세요? 오랜만에 듣는 그리운 목소리에 목이 메였고, 진심으로 이렇게 전화하고 싶지 않았기에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한참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하자 상대가 먼저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그녀를 알아본다. 허니는 휴대 전화를 쥔 손에 힘을 주며 덜덜 떨었다. 헤일리, 도와줘. 단 두 마디를 하는 것조차 너무 죄스럽고 미안하게 느껴졌다.




*



그녀는 이미 자신 때문에 죽음의 위기에 처했던 친구였다. 더 이상 그녀가 위험해지지 않길 바랐고, 그녀를 아끼는 만큼 가까이 다가가면 안되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정작 궁지에 몰리니 떠오르는 사람이 그녀 뿐이다. 사랑하는 남자를 지키기 위해서 혼자 힘으로 다 할 수 있을 줄만 알았다. 그 오만한 착각에서 벗어나니 무능하고 나약한 자신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다. 허니는 진심으로 이런 일로 연락해서 미안하다고 용서를 구한다. 많은 도움은 필요하지 않았지만, 이런 일에 연루되게 만드는 것 자체에 죄책감을 느낀다. 허니는 헤일리에게 FBI 요원들이 연설 장소 외에 호출 받은 곳이 어딘지 알려달라고 사정했다. 요청과 함께 끝까지 일에 휘말리지 않게 했어야 했는데, 이런 부탁을 해서 미안하다고 두서없이 말하는 그녀의 말을 헤일리가 중간에 끊는다. 그리고 가까스로 허니를 진정시켰다. 헤일리는 지금 냉철했던 자신의 친구가 불안정한 상태인 것을 알아보았다.



"저번처럼 나한테 아무런 연락이 없어서 나는 또.."



여전히 머리로는 허니의 모든 행동이 자신을 소중히 아끼기 때문인 것을 알아도, 서운하고 원망스러운 감정이 사그라들지 않았다. 한없이 평온하고 강한 모습만을 보여주었던 제 친구가, 이상한 남자 하나 때문에 위태롭고 약해져 있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 매일 아침 출근해서 그녀를 향한 수배령이 유효하다는 것으로 허니가 무사히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자신이 한심했다. 연락이 닿게 된다면 마음 고생 시킨 것에 대해 실컷 욕이라도 날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막상 그녀가 무사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자신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것을 알게되자 모든 원망이 형체도 없이 사르르 녹는다. 자신 역시 그녀를 아끼는 만큼, 제 친구의 안전과 행복만을 기원하게 된다. 헤일리는 자신의 직급과 능력을 발휘해 허니가 원하는 답을 주었다. 주소지는 예전에 허니가 임무로 나간 적이 있던 교회 인근이었다. 허니의 휴대 전화 위치를 추적해 그녀가 어디에 있는지도 알려주며, 어떻게 가야 빠르게 갈 수 있는지까지 알려 주었다. 덱스와 함께 떠나기에는 오늘만한 적기가 없었다. 두 번 다시 못 볼 사람인 것처럼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허니의 모습에, 헤일리도 그녀가 떠나려고 한다는 것을 눈치챘다. 전화를 끊으려던 허니를 부르며, 헤일리가 잠시 망설이더니 말을 이었다.



"그 건물은 교회와 연결되어 있어. 교회의 뒷문으로 통하는 길이 하나 있어. 저번에 가봤으니 알거야."



헤일리는 자신이 검문을 통과하는 것을 함께 도와주겠다고 말한다. 허니의 숨이 떨리기 시작했다. 더 이상 제 친구를 위험에 빠뜨릴 수 없었기에 말리려고 했지만 그녀는 들으려 하지 않았다. 뒷문에서 너 나올 때까지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기다릴거야. 그 남자 데리고 꼭 살아서 나와. 당당하게 말하는 것 같았지만 여전히 제 친구가 관련된 일에 대한 두려움으로 목소리가 떨렸다.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을만큼 공포스럽지만, 제 친구를 지키고 돕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거대한 음모 앞에 놓인, 본능적인 공포를 그녀를 향한 우정과 사랑, 연민으로 이겨낸다. 친구의 연인도 무서웠고 아직 그로 인한 그 날의 트라우마가 생생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친구를 돕고 싶었다. 그녀가 진심으로 행복하길 바랐다. 허니는 기꺼이 자신의 손을 잡아주는 헤일리가 고마웠다. 이따 보자는 평범한 인삿말로 전화를 마친 그녀들은 서두르기 시작했다. 허니는 죽은 남자들의 옷을 뒤지며 차키를 찾았다. 자신을 매번 찾아내던 그 대신, 이젠 자신이 덱스를 데리러 갈 시간이다. 허니는 자신이 제발 늦지 않기만을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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