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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붕주의 날조주의 해포알못주의 샨나라알못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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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접시를 핥던 윌은 어느샌가 주변 분위기가 이상해짐을 감지하곤 눈치를 보며 주춤댔음. 윌이 하고 있던 모든 행동을 주시하던 테세우스는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오름. 그 인간같지도 않은 쓰레기들이 그간 이 어린애를 어떤식으로 대했는지 너무 알겠어서. 테세우스는 눈 앞에 보이는 눈망울이 이 아이가 그간 겪어왔을 고통에 비해 너무 티없이 맑아서 그게 더 마음이 무거웠음. 불법사육장에서 체포한 그새끼들을 어떻게 족칠까 궁리하며 화를 삭혀야 했음. 그 사이, 테세우스의 눈치만 보며 안절부절 하는 윌을 향해 사용인들이 다가와 식사를 도와주려 했음. 그러자 꼬마는 흠칫 놀라며 어쩔 줄 몰라함. 그러니 윌의 태도에 도리어 사용인들도 저의 주인 눈치를 보며 난감해 했음. 곁에 선 다른 사용인들이 접시에 스프를 조금 덜어서 먹여주려 해도 윌은 경계심 가득한 태도를 보임.


-내가 할테니 이리줘.


아무래도 안되겠다 판단했는지 테세우스는 윌에게 가까이 다가가 앉음. 그리고 스프가 덜어진 접시를 사용인에게서 건네받음. 그리고 윌을 향해 입을 열었음.

 
-아가. 착하지. 한 입만 먹어보자.


테세우스가 스프를 한숟갈 떠서 윌의 입 앞으로 가져감. 바른 식사예절과 식기 사용법을 알려주는것보다 차라리 이 편이 낫다고 판단함. 살살 얼러주는 목소리에 고개를 들고 테세우스의 얼굴을 한번 쳐다보더니 얌전히 입을 열었음. 테세우스가 주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도 못하면서... 아이는 순종적으로 그가 시키는대로 입을 열고 음식을 받아먹음. 그리고 곧 아이의 눈이 땡그랗게 커짐. 커다란 두 눈을 깜빡이면서 테세우스를 쳐다봄. 아이의 표정이 변하는 것을 기민하게 살피던 테세우스는 그렇게 한숟갈, 두숟갈 윌에게 스프를 떠먹여 주었고, 그가 숟가락을 내밀때마다 아기새마냥 덥석덥석 잘 받아먹는 윌이었음. 이걸 시작으로 빵을 조금 찢어 먹여주었고, 고기도 먹기 좋게 잘라 윌에게 먹여줌. 


-옳지, 잘먹네.


자신의 손길에 따라 입을 벌려 음식을 받아먹는 윌의 모습에서 묘한 기분을 느끼게 됨, 잘 받아먹는 모습이 흐뭇했음. 테세우스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인 윌은 그가 건네주는 감자덩어리를 베어 물었음. 아, 누굴 돌본다는게 이런 기분인건가. 지금껏 살면서 누군가에게 음식을 직접 먹여주는 행위 자체를 처음해봄. 물론 다른 생명체를 돌봐준 적이 없어서 비교군이 없었지만 오물오물 움직이는 윌의 통통한 입술을 보니 기특함이 마음속을 가득 채움. 

사실 윌은 태어나서 이렇게 맛있는 음식은 처음 먹어봄. 항상 차갑게 식은 음식을 먹거나 그도 아니면 상한 음식을 먹기 일쑤였음. 그렇게 엉망진창인 음식을 먹어도 엘프의 재생능력으로 금방 괜찮아지니까 포주들은 항상 엘프들에게 쓰레기 음식만을 주었던 것임. 그런데 이렇게 온기가 가득한 음식이라니. 게다가 처음 먹어보는 음식들은 하나같이 맛있기까지 함. 윌은 음식을 받아먹으면서도 틈틈이 테세우스를 올려다 봄. 눈이 마주칠때마다 부드러운 미소로 자신을 보고 웃어주었음. 윌은 그게 좋았고 안도감을 느낌.

그렇게 태어나서 제대로 된 식사를 처음 해보는 윌을 테세우스는 그의 식사가 끝날때까지 내내 아이에게 손수 음식을 떠먹여 주었음.

 

 

 

-그 방 들어가기가 싫어?

-우응...

-무서워서?

-....

-그 방엔 내가 없으니까?

-ㄴ..ㄴㅔ..에....


윌은 식사 후에 다시 손님방으로 보내려하자 윌은 또 다시 고개를 도리 저으며 테세우스의 목에 매달렸음. 너를 버리는 것이 아니다, 이제부터 너만의 공간이 생긴거다, 불편한게 있으면 여기 사용인들이 언제든 달려와줄거다. 하고 설명을 했지만 이것도 저것도 다 싫다함. 솔직히 테세우스 역시도 윌을 혼자 놔둔다면 또 어떤 돌발상황이 생길지 몰라서 내심 불안해고 있긴 했음. 윌은 간절한 눈으로 테세우스를 올려다봄. 어찌나 간절하게 쳐다보는지 옆에 서있던 사용인들은 애절함마저 느낄 정도였음.

 
-그럼 나랑 같이 지낼까?


그의 말이 나오길 기다린 사람마냥 윌은 고개를 미친 듯이 끄덕거림. 테세우스는 군말없이 그를 안아들고 2층 자신의 방으로 성큼성큼 걸어감. 저러다 주인님 불편하신거 아닐까 집사는 걱정했지만 집사에게 괜찮다는 듯 눈짓 한번 하고 마는 테세우스였음.

손님방과는 비교도 안되는 사이즈의 테세우스 방에 도착한 윌은 눈이 휘둥그레 해질만큼 신기한게 많은 그의 방을 이리저리 눈으로 둘러보기 바빴음. 온통 테세우스의 품에서 나던 향기가 느껴지는 공간이었음. 방 한켠에 놓인 침대. 협탁, 장식장에 놓인 작은 액자들, 테세우스가 키우는 몇가지 화분들 등등이 그의 방을 차지하고 있었음. 그중 윌의 시선은 벽에 난 창문으로 향함. 손님방에서도 보았지만 테세우스 방 역시도 그 무서운 창문이 있었던것임. 손님방의 창문보다 훨씬훨씬 더 큰 사이즈로. 윌은 곧장 울상지음. 비록 창문이 닫혀있었지만 그 너머로 보이는 ‘밤’의 어둠이 너무 무서웠거든. 테세우스는 곧장 창문으로 커튼을 가려버림. 이미 그는 추적마법을 통해 꼬마가 어둠을 무서워한다는 것을 다 아는 상태였음. 아이가 이 집에 머무는 한, 아이가 무서워하거나 불편해할만한 것은 조금이라도 느끼지않게 해주고 싶었음. 


-괜찮아.. 커튼으로 가렸으니까 이제 무섭지 않지?


윌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달래줌. 안정을 되찾은 윌은 다시 방 구경은 이어감. 그 와중에 특히 윌의 눈길을 사로잡는게 있었는데 그건 바로 벽난로였음. 온통 새빨갛고 노란 빛으로 가득한 부분이었음. 낯설고 신기한 눈을 하고서도 그저 방 한가운데 가만히 서서 눈만 도록도록 굴리며 구경하는게 다였던 윌이었지만 벽난로를 보고는 호기심이 동함.
저건 뭐지? 뭔가 타닥타닥 소리를 내는데 정체모를 빨간 것이 이리저리 움직이며 온기를 내뿜자 윌의 고개가 갸웃거림. 자신도 모르게 벽난로쪽으로 걸음을 옮김. 가까이서 보니 여간 신기한게 아님. 그래서 한번 만져보고 싶다는충동이 들었고 손을 뻗는 순간,

 
-이런, 다칠라.

 
테세우스가 커다란 손으로 윌의 손을 거두어냄. 만에하나 윌이 화상을 입게 되더라도 엘프의 치유능력으로 상처는 금새 아물겠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아이가 다치는 일 따위를 테세우스는 두고 볼 생각은 조금도 없음.

 
-저건 불이라는거야. 멀찍이 있을때는 따뜻하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다칠 수 있어.
-우음....
-불 구경이 하고 싶은거라면 우리 이쯤 떨어져서 구경할까?
-...ㄴ..ㅔ에......
-여기는 뜨겁지 않고 따뜻하지?

 
윌은 끄덕임. 테세우스는 윌과 함께 자리에 앉아 근처에 있던 모포를 윌에게 둘러줌. 그리고 집사를 시켜 아이가 마실 따뜻한 음료수 한잔을 내오게 시킴. 아이는 모닥불이 타들어가는 소리를 들으며 테세우스가 쥐어준 코코아를 마심. 입안을 가득 채우는 달달함에 윌의 눈이 또 다시 커다래짐. 귀여웠음. 앞으로 이 표정을 얼마나 또 많이 보여주게 될까 싶어 조금 웃었음.

벽난로 안에서 타들어가고 있는 불은 신기했음. 아무 생각없이 멍하니 자꾸자꾸 바라보게 됨. 손에는 달달하고 따뜻한 코코아가, 무릎 위에는 역시나 따뜻한 모포가, 그리고 자신의 옆에는 지금 이 모든 것을 다 합친것보다 훨씬 따뜻한 테세우스가 함께 있었음. 두사람 사이에는 딱히 어떤 대화가 오가지 않았음. 아이는 연신 불을 구경중이었고, 테세우스는 불을 구경하고 있는 윌을 구경중이었지. 안락함과 나른함이 순식간에 윌에게 찾아옴. 아이의 고개가 이내 꾸벅꾸벅대기 시작했음. 그렇지만 아이는 잠들지 않으려 노력함. 잠들었다가 또 다시 테세우스가 없어지면 어떡해. 윌은 다시 또 고개를 드는 불안함에 테세우스의 품으로 꼼찔꼼찔 파고들음. 테세우스는 이미 졸음이 몰려온 아이의 눈꺼풀을 보고는 이만 재워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윌이 완강했음.

 
-졸리면 이만 자러 갈까?
-ㅇ...아..안...ㄷㅐ..요....
-왜?
ㅈㅏ며..는.....으음...또...
-또 내가 없어질거 같아?
-우웅..

 
음 역시나 갈길이 멀군. 테세우스는 윌을 토닥여줌. 안사라질게. 정말이야. 윌의 등과 머리를 연신 쓰다듬어주면서 테세우스는 아이를 달래줌. 이미 찾아온 수마와 테세우스의 손길에 아이는 당해낼 재간이 없었음. 그대로 잠에 빠져들고 말았지. 테세우스는 잠든 윌을 안아들고 침대로 감. 새액새액 숨을 쉬며 잠이 든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다 그 역시 잠이 들었음. 두사람의 다이나믹한 첫만남의 날이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음.
그리고 아침이 되자 전혀 예상치 못한 국면에 접어듦.
 

잠에서 깨어나 눈을 뜬 아이가 자신을 보며 울음을 터트렸음. 이건 자신만 보면 목에 매달리질 못해 환장하던 아이의 태도와는 정반대의 상황이었음. 밤새 옆에서 잘 자놓고는 아침이 되자마자 대성통곡하는 아이를 보니 왠만해선 당황하지 않는 테세우스더라도 이건 좀 당황스러움. 그냥 우는게 아니라 아예 침대 밑으로 내려가서 바닥에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아 싹싹 빌며 우는것이었음.


-자..잘모...태...탯어요... ㄷ..다시..는.. 흐읍...


대체 왜 우는건지 모르겠어서 환장할 노릇임. 아니 아침에 눈 뜨고나서 또 자신의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 불안해할까봐 그는 기상시간을 훨씬 넘기고도 여태 자신의 방 안에 붙어있었단말임. 그런데 왜 또 우는거란 말인가. 테세우스는 일단 아이를 일으켜주어야겠다는 생각에 손을 뻗음. 그러나 두껍고 큰 손이 불쑥 눈 앞으로 다가오자 흠칫 놀라며 이제는 아예 고개를 땅에 처박고는 벌벌 떨며 우는게 아니겠음?


-흑..흐읏.. 다시..는.. 흡....안..잘게..여...
-뭐....라고?


윌은 눈물 범벅이 되어 테세우스에게 빌고 또 빌었고 영문도 모른채 아이의 사과를 받게 된 테세우스는 눈 앞에 벌어지는 광경에 그저 멍해졌음. 아이는 눈물 범벅이 된 채로 자신의 옷을 하나하나 벗고 있었으니까.










테세우스윌
칼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