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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8 07:57


 


 

 부생과 문덕의 대화가 얼추 마무리 되자, 문 너머에서 저녁 식사 준비를 마쳤으며 손님들 역시 연회장에 머물러 계신다는 말을 전해왔다. 시계를 확인한 두사람은 생각보다 꽤 많은 시간이 흘렀음을 깨달았다. 문덕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이동할 것을 제안하자 부생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서 문덕의 안내에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연회장은 응접실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었던 터라 부생과 문덕은 얼마 걷지 않아 금세 연회장에 도착했다. 두사람이 안으로 들어서자 먼저 앉아있던 이들의 시선이 두사람을 향해서 꽂혀왔다. 연회장에는 미리 도착한 특조처 팀들 외에도 일행들을 즙요사까지 안내해준 인도자와 도착해서 숙소로 안내해준 아곤 역시 자리하고 있었다. 그들이 둘러앉은 테이블에는 한눈에 보기에도 다양한 종류의 음식들이 올려져 있었다. 늦어서 죄송하다는 문덕의 사과와 함께 두사람은 준비된 자리에 나란히 앉았다.

 

 식사는 의외로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이루어 졌다. 물론 부생을 향한 특조처 팀원들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지만 팀원들은 즙요사의 사람들과 한데 모여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부생을 몰아붙일 생각은 없었는지 즙요사의 사람들과 사교적으로 대화를 나누며 식사를 이어나갔다. 부생 역시 식사 후에 몰려올 후폭풍이 걱정이었으나 일단은 배부터 채우자는 심산으로 간간히 문덕과 대화를 나누며 즐겁게 음식을 즐겼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식사자리가 끝나고 거듭 은혜에 감사드린다는 문덕의 말을 마지막으로 모두들 자신들이 머물게 된 숙소로 돌아왔다. 팀원들은 즙요사 사람들이 모두 물러가자 부생의 숙소로 우르르 몰려 들어왔다. 부생은 올것이 왔구나 싶어 눈만 도로록 굴리고 있었다. 그런 부생을 향해 한마디 하려던 추홍을 다칭이 서둘러 말리고는 먼저 말문을 열었다.


 

"그 날 우리와 즙요사 사이에 조약이 있다고 했어, 맞지?"


 

 다칭의 말에 부생이 대답없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나 눈치빠른 다칭은 전반적인 상황에 대해 알아챈 것 같았다. 추홍과 추슈지는 다칭의 말을 듣고도 조약에 대해 궁금한 기색이 없었는데 이미 다칭이 두사람에게 조약의 존재에 대해 언급을 한 듯 싶었다.
 

 

"즙요사는 비밀스러운 부서이고, 몇 조약 까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안에는 기밀사항에 관련된 내용도 포함이 되어있을거야. 그리고 너는 거기에 서명을 했을테니 우리에게 무언가를 말하긴 힘든 상황이고. 그러니 우리가 아무리 물어도 네 대답을 듣기는 힘들겠지. "
 

 

 부생은 긍정의 의미로 베시시 웃어왔다. 다칭 덕분에 상황이 생각보다 쉽게 풀려나가고 있었다. 싱글싱글한 부생의 모습에 다칭은 한숨을 쉬었고, 추홍은 괘씸하다는 듯 주먹을 들어올려 부생의 이마에 꿀밤을 내렸다. 얼얼한 감각에 잠시 울상을 짓던 부생은 이내 얼굴을 펴고 아픔 이마를 매만지며 추홍에게 애교를 부려왔다.


 

"정말! 너나 자오윈란이나 사람 걱정시키는데 아주 선수야!"

 

"이모~. 일부로 그런건 아니라는거 알잖아요~."


 

 조용히 부생의 등을 토닥여준 추슈지가 이제 그만 돌아가자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을 나서는 순간까지 걱정의 말들을 내려놓는 추홍의 모습에 결국 부생이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삼촌들과 이모들은 부생에게 있어 한없이 다정한 사람들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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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생은 별안간 감고 있던 두 눈을 번쩍 떴다. 왜인지 모르지만 주변에 흐르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재빨리 몸을 일으켜 능량으로 주위를 살피던 부생이 빠르게 밖으로 튀어나가 다칭과 추슈지가 머물고 있는 숙소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부생과 마찬가지로 이상함을 느낀 추슈지 역시 급한 손길로 다칭을 깨우고 있었다. 눈에 졸음이 가득한 다칭에게 황급히 다가간 부생이 다칭의 몸을 세게 뒤흔들며 부생이 속삭이듯 말했다.


 

"삼촌 정신차려! 상황이 심상치 않아, 무언가 삿된 것이 이 근처에서 해로운 기운을 떨치고 있는 것 같아! 얼른 추홍이모를 데려와줘, 난 추삼촌이랑 밖에 나가서 상황을 살펴보고 올게!"


 

 심각한 부생의 얼굴에 순간 잠이 확 달아남을 느낀 다칭이 빠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고양이로 변해 문밖으로 향했다. 그 사이 전투태세를 갖춘 추슈지도 부생을 향해 시선를 던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두사람은 조심스럽게 숙소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끈덕하고 습한 기운은 밖으로 나설수록 점점 더 짙어지고 있었다. 부생이나 추슈지가 겪어왔던 지성인의 능량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부생은 이것이 저번에 즙요사를 도우며 요괴들을 베었을 때 느꼈던 감각과 매우 유사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만 그때와는 기운의 질이 달랐다. 요괴에 대해 문외한인 부생조차 그저 평범한 요괴가 아님을 알아 챌 정도로 짙고 깊은 귀기가 즙요사의 이곳저곳에 흩뿌려져 있었다.

 

 두사람은 특히나 기운이 집중되어있는 곳을 향해 나아갔다. 가볍게 손목을 돌려 참혼도를 불러낸 부생은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기며 신중히 주위를 살폈다. 절기 상 오늘은 만월이 뜨는 날이건만 그 만월이 짙은 구름에 가려져 시야를 확보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부생과 추슈지는 능량의 힘을 두 눈에 집중시켰다. 두사람은 지금 즙요사의 사람들을 찾고 있었다. 이런 기운이라면 수장인 문덕이 벌써 기민하게 알아채고 맞대응에 나서고 있을텐데 이상하게도 즙요사는 아직까지도 고요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무언가 잘못된 방향으로 상황이 돌아가고 있는 건 알겠는데, 정확하게 파악하고 대비책을 세우기에 자신들에게 주어진 정보는 너무 적었고 또 제한적이었다. 일단은 문덕을 만나야 했다. 부생은 눈을 날카롭게 뜨며 다시금 기민하게 주위를 살폈다.

 

 별안간 두사람의 몸이 당겨지며 돌고있던 코너의 뒷쪽 벽에 밀어 붙여졌다. 생리적인 기침이 터져나오는 것을 애써 억누른 부생이 재빨리 참혼도를 들어 올렸다가 상대를 확인하고 이내 힘을 풀었다. 추슈지 역시 손에 모으던 능량을 풀어내고 조용히 긴 한숨을 쉬었다. 두사람이 그렇게 찾던 즙요사의 사람이었다. 수장이 모셔오라 명하였으며 나머지 일행분들은 이미 수장과 함께 있다는 말에 부생이 고개를 끄덕이며 길안내를 부탁했다. 서둘러 자리를 옮기는 세사람의 인영이 어둠속으로 빠르게 녹아들어갔다.

 

 




 

진혼 부생문덕 웨이란 주일룡백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