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연갤 - 애니
- 애니
어둑한 현관에 불이 켜지고 드러난 얼굴에 호열이는 꽤나 놀라겠지.
정말 미안하다는 얼굴의 정대만이 현관등 아래에 서 있었거든.
얼마만에 보더라.
북산고 시절 이후로 모임에서 자주 보긴 했었는데 이 사람 감독 부임하고 난 후로는 바빠져서 그마저도...
그새 얼굴이 많이 상했네.
마지막으로 봤을때는 그래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눈에 띄게 헤쓱해진 얼굴의 정대만에 괜히 기분이 이상한 호열이었음.
대만이가 주저하며 꺼낸 말에는 더 기분이 이상해지고 말았지.
"저...호열아. 정말 미안한데, 당분간 신세좀 질 수 있을까. 나랑 우리 아이가 갈 데가 없어."
아이?
그제야 양호열의 눈에, 정대만의 다리에 대롱대롱 매달려서 말간 얼굴로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는 아이가 들어왔음.
순간 기분이 확 나빠지는 호열이.
정대만이 아기를 낳았다고?
대체 언제?
그간 연락도 없다가 갑자기 나타나서는,
이렇게 남의 집에 다짜고짜 찾아와서,
다른 남자의 아이를...
다른 남자의 아이?
내가 왜 그런걸 신경쓰-
그순간 머리가 찢어질 듯이 아파오면서 귓가에 들리는 이명에 너무나도 어지러워져서 그 자리에서 쓰러지고 만 양호열
아, 흣, 아! 호, 호열아...! 안에는, 안에는 안돼...!
제발...일어나...너 없이 내가 어떻게 살아...호열아...
쓰러진 자신에게 허둥지둥 달려와서 부축하는 정대만의 얼굴이 새파랗게 겁에 질려서 무언가를 확인하는 듯한 얼굴이라는 걸 깨닫기도 전에,
자신을 뚫어지게 바라보던 아이가...
"아빠?"
호열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