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서 이명헌 딸내미 만나는게 보고싶다.
 

1편 

2

 

 

*태섭대만도 등장함
 

*한국배경 au

*이것저것 다 주의

*농구 리그 시스템 대충 쓴다 알아서 봐주길

 

 

 

 

 

 

왔냐?”

 

포차의 천막을 걷고 들어오는 태섭을 보고 우성이 손을 흔들었다. 우성은 힐끔 포차 안을 둘러보았다. 다행히 다들 불콰하게 취해 둘에게 관심이 없었다. 그 모습을 보고 태섭이 능글맞은 한마디를 건넸다. 자의식 과잉이야, 우성아.

 

그 말에 긴장을 푼 우성이 웃음을 터트렸다.

 

태섭을 보는 건 2년만이었다. 태섭은 28살에 NBA를 은퇴했다. 우성이 그 때 국내 리그와 계약까지 마치고 귀국하는 태섭에게 무슨 말을 했더라. 그래. 나는 딱 30살까지만 채우고 따라 갈게.

 

사장님, 여기 소주 두 병이랑 어묵탕이요.”

 

니가 사라? 그렇게 말하며 태섭이 선글라스를 벗었다. 미국에 있을 때 너희 구단 너 때문에 샐러리 캡 뚫어버렸잖아. 우성은 황당하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 나 이제 실업자야.

 

실업자는 무슨. 계약 1순위가 말이 많다.”

진짜라니까. 나 아직 답변한 곳 하나도 없어.”

“...? 러브콜 안 갔어?”

오긴 많이 왔지. 근데 그냥...”

 

아휴 모르겠다.

 

따닥.

 

우성은 소주병을 돌렸다. 경쾌한 소리와 함께 빨간 뚜껑이 날아간다. 잔을 내미는 태섭에게 우성이 소주를 부어주었다. 투명한 액체가 아슬아슬한 높이까지 차올랐다. , 이 놈 봐라. 나 내일 훈련있어.

 

비 시즌인거 다 안다. 태섭은 그런 말을 하는 우성을 노려보며 단숨에 잔을 비웠다. 이번엔 우성의 차례. 사이좋게 잔을 한번씩 비운 둘은 타이밍 좋게 나온 어묵탕에 달려들었다. 씹는 맛이 있는 어묵을 하나 쿡 찝어 우물거리며, 둘은 다시 잔을 채웠다. 생각해보니 우성아. 우리 건배를 안했네. 그러네, 건배사 뭘로 하지. , 이건 어떠냐?

 

우리의 30대를 위해, 건배.”

 

태섭이 씩 웃으며 우성이 들고 있던 잔에 자기 잔을 쨍, 부딪혔다. 30대라. 벌써 그런 말을 쓸 나이가 되었나. 그게 참 새삼스러운 어감이라 우성은 잔은 한번 꺾어 마시는 와중에 태섭을 물끄러미 스캔했다.

 

미국에 살 때는 독기넘치게 머리도 빠글빠글 올리고 다니고, 태닝도 짙게 하고 다니던 놈인데. 그새 다시 얼굴이 뽀얘졌다. 롱디 생활을 청산하고 애인 곁에 찰거머리처럼 붙어다니더니 인상이 활짝 핀거다.

 

이젠 태닝 안 하나봐.”

. 할 필요가 없어서. 누구한테 쎄보일 필요도 없고.”

 

누굴 떠올린건지(사실 명백했다) 태섭은 실실 웃었다. 그러면서 괜히 휴대전화를 톡톡 두드렸다. 화면이 켜졌고, 딱 송태섭처럼 바보같이 웃고 있는 송태섭 애인 얼굴이 나왔다. 괜히 짜증이 난 우성이 태섭을 비꼬았다.

 

회춘하셔서 좋겠어요.”

너는 왜 이렇게 죽을 상이냐.”

몰라서 물어?”

그래 말 나온 김에 허심탄회하게 물어나 보자. 그거 찐이냐? , 그렇게까지 막 나가진 않았잖아.”

, 유부녀?”

 

.

 

우성은 테이블에 머리를 박았다. 짓눌린 입술 사이로 우성은 말을 이었다. 유부녀라고 부르지 마. 제시카라는 이름이 있어. 우성은 착잡한 한숨을 내쉬었다.

 

진짜 뻔한 변명처럼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설마 몰랐다고? ...제시카씨한테 남편있는거?”

“....”

 

아아악! 진짜 몰랐다고! 우성은 젓가락을 내던지고 머리를 싸맸다. 정말이야. 아니 반지도 빼놓고 만나러 오는데 내가 그 사람이 결혼을 했는지 안했는지 어떻게 알아. 어떻게 애인을 그렇게 모를 수가 있냐고? 그거야...

 

애인이 아니었으니까 모르지!”

그럼 둘이 뭐였는데.”

파트너.”

“...”

 

태섭이 눈을 모로 떴다.

 

. 알아. 더 말하지 마. 하나도 안 당당하니까. 다 내가 잘못했어.”

어휴, 잘하는 짓이다. 섹파여도 바람은 바람이지. 미필적 고의. 뭐 그런거.”

쉬운 말로 해라... 나 귀국한지 얼마 안되서 아직 영어 0.6, 한국어 0.4 합쳐서 도합 1개국어 상태니까.”

니가 개새끼라고.”

 

맞아. 우성은 스스로 잔을 채웠다. 그러자 태섭이 한숨을 쉬었다. . 여기서 맞다고 하면 내가 뭐가 돼. 빨리 부정해. 그러자 우성이 도리질을 쳤다.

 

부정하면 뭐, 내가 개새끼인게 거짓이 되냐? 너도 알잖아. 개새끼, 창놈, 바람둥이. 그거 다... 내 이름 정우성이랑 붙어서 맨날 기사 헤드라인으로 뜨는 단어들인거.”

 

개새끼 정우성. 창놈 정우성. 바람둥이 정우성. 줄이면 바람피는 개창놈인가. ...나 왜 이러고 사냐? 땅굴을 파고 들어가기 시작한 우성을 떨떠름하게 바라보던 태섭이 나름 위로를 한답시고 미국 이야기를 꺼냈다.

 

그래도 너 덕분에 나 미국 생활 버틸 수 있었다. 니가 비록 누군가에겐 나쁜 놈이었을 수 있지만 나는 고마웠다고.”

그래. 다 기억나. 너 막 맨날 화장실에서...”

 

오늘따라 술기운이 더 빨리 돈다. 알딸딸...한 정신에 말 실수를 할 뻔한 우성은 어물쩍 입을 다물고 태섭의 눈치를 봤다. 그러자 황당하다는 듯 손을 내저은 태섭이 손을 뻗어 우성의 까까머리를 문질렀다. 괜찮아 임마.

 

토하던 거? 이제 나 안 그래. 뒤에 묻어두고 지나왔다. 이젠 선배랑 행복할 일만 남았어.”

 

극복했지. 거의? 그렇게 선뜻 말하는 태섭이 얄미워서 우성은 괜히 꼬투리를 잡아 톡 쏘아붙였다.

 

둘이 알고 지낸지가 언젠데 아직도 선배라고 불러?”

니가 할 말은 아니지.”

“...아오.”

 

맞네. 당장 어제도 이명헌보고 선배- 라고 부르지 않았는가. 하 태섭 쏭. 나를 너무 잘 알아. 태섭과 10년을(뭐 따져보면 그보단 짧지만) 미국에서 지지고 볶고 하면서 둘은 마치 가족처럼 친해졌다. 각자 다른 팀에 소속되어 있어서 만날 시간은 적었지만 외국에서 동향 사람을, 그것도 NBA에서 만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기 때문에 둘은 오프 때 마다 만나 친목을 다졌다.

 

. 솔직히 말하자면 친목이라는 미명 하에... 각자의 망한 사랑 자랑 대회? 이런 걸 했다. 그 땐 국제전화 값이 오질나게 비쌌다. 그래서 고국에 남겨두고 온 사람들에게 한낱 연애 상담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우성과 태섭은 만나기만 하면 전애인인지, 현애인인지, 죽고 못 살 놈인지, 그냥 죽이고 싶은 놈인지 모를 사람들에 대해 집단적 독백을 했다. 그 때 태섭은 비행기로 20시간이 넘는 롱디 연애에 지칠 대로 지쳐 있었고 우성은...

 

하하.

 

선배라고 안 부르면. 뭐라고 할까. 자기라고 부를까? 아님 형아? 공주님?”

아 씨발 진짜. 작작해라.”

. 이왕 니가 말실수 하나 한 김에, 나도 궁금한거 하나 물어봐도 되냐?”

그래. 뭔데.”

 

말을 꺼내 놓고도 태섭은 잠시 어묵탕을 홀짝이며 머뭇거렸다. 아 왠지. 뭐 물어보려는지 알 것 같은....

 

아직도 그 선배 사랑해?”

 

아님 이렇게 물어봐야 하나.

 

아직도 미워해?

 

숟가락을 들고 있던 우성의 손이 툭 떨어졌다. 막 우성이 입을 벌리려는데, 정신 사나운 벨소리가 울렸다. 미간을 찡그리던 태섭은 화면에 뜬 이름을 보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 미안. 진짜 잠시만. 하나도 안 미안한 표정으로, 태섭은 전화를 받았다.

 

. 선배.”

 

ew. 우성은 태섭의 낯간지러운 목소리 톤에 토하는 시늉을 했다.

 

응응. 아까 연락했잖아요. 나 정우성이랑 약속있다고. . 포차. 거기서 목구멍 조금만 적시고 들어간다고. . . 누구요? ...??”

 

갑자기 태섭이 비명을 질렀다. 벌떡 일어난 태섭이 뒤를 돌았다. 덩달아 우성도 입을 쩍 벌렸다. 여어- 어슬렁. 동네 아저씨같은 몰골의 정대만씨가 포차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그런데 정대만이 아저씨스럽다는 건, 정대만에 대한 콩깍지가 전혀 구비되어 있지 않은 우성에게만 해당되는 말인가 보다.

 

예상치 못한 등장에 잠깐 선채로 마비되어 있던 태섭의 입꼬리가 비죽, 올라갔다. 아 뭐야. . 뭐야. 서프라이즈예요?

 

예에, 그렇습니다. . 정우성이. 오랜만이다? 미리 얘기 못해서 미안. 나만 오면 아쉬울 것 같아서 너네 애들도 불렀어.”

그게 무슨...”

 

. 잠시만. 대만의 뒤를 이어 모습을 드러낸 사람들을 보고 우성의 머릿속이 하얗게 비워졌다. 흉포한 기세의 신현철이 그를 향해 성큼 걸어오고 있다. 그 뒤로 김낙수와 최동오까지. 셋은 다 비슷한 비언어적 표현을 하고 있었다.

 

딱 걸렸어, 정우성.

 

신현철이 가타부타 말도 없이 우성의 목에 암바를 걸었지만 말리는 사람이 없었다. 심지어 그 최동오까지 팔짱을 낀 채 가만히 둘을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태섭은? 낄낄 웃으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니까. 우성은 찔끔 눈물을 흘렸다. , 현철이 형. 아아, 미안해요! 이거 좀 으악! , 놔줘요!

 

 

 

 

“...우성아. 우리가 남이니?”

아닙니다! 낙수 형!”

나는 귀국하고 나서도 답장 한 번 안하는 동생 둔 적 없는데?”

잘못했습니다!”

 

우성은 포차 구석에 서서 팔을 들고 있었다. 아니 내가 이 나이 먹고, 벌까지 서야 되나. 그런 생각을 하며 은근슬쩍 팔을 내리는데, 찌릿. 낙수가 날카로운 눈빛을 보냈다. 우성의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우성은 복화술로 중얼거렸다. .... 동오 형. 나 좀 도와줘요. 동오는 우성의 간절한 sos를 못 들은 척 낙수를 거들었다.

 

, 낙수야. 더 해줘. 지금 그림 딱 좋다.”

어휴.”

 

현철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야근을 하다 급하게 달려온건지 사원증이 목에 그대로 걸려 있다. 신현철. 제일건설. 무역1. 그 옆에 앉아있던 태섭이 어묵탕에 빠질 뻔한 현철의 사원증을 낚아채서 가슴에 달린 주머니에 넣어주었다. 어이쿠, 어묵탕에 환경호르몬 들어갈 뻔.

 

그 모습을 지켜보던 대만이 입술을 삐죽였다. 이미 반쯤 취해 얼굴이 붉어진 채다. . 섭섭이. . 외간남자의 목걸이를. 그렇게 나 보는 앞에서 건드려도 되는거냐. 그러자 태섭은 피식 웃으며 휴지를 두어장 뽑아다 대만의 가슴에 떨어진 어묵 국물을 문질러 닦았다.

 

우성은 속이 타들어갔다. 아까 속도감있게 들이부은 소주 덕에 목구멍과 위가 화끈거렸고, 팔도 아팠고. 낙수 선배는 무서웠고, 현철 선배는 이왕 온 거 뽕이나 뽑아야지 하면서 부대찌개에 계란말이까지 추가해서 흡입하고 있었고. 거기에 물 만난 물고기처럼 염장을 지르는 태섭과 대만까지.

 

부럽다...

 

섭섭과 만만 커플을 내려다보던 우성의 얼굴이 티가 나게 어두워지자, 동오가 낙수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그러자 쩝. 입맛을 다신 낙수가 우성을 불렀다.

 

우성아.”

“...”

정우성씨?”

“.... ! !”

 

앞으론 연락 꼬박꼬박 받아라. 낙수가 플라스틱 의자를 끌고 왔다. 가가각. 그리고 그걸 탁탁 친다. 마치 우성 앉으라는 것 마냥. 그제야 우성은 살짝 미안해 눈썹을 늘어트리면서도 헤헤 웃으면서 낙수의 옆에 달라붙었다. 우성이 머뭇거리며 물었다.

 

형들. 요즘은 뭐 하고 지내요?”

 

그걸 지금 물어보냐! 현철이 우성의 머리에 꿀밤을 먹였다. 머리를 문지르는 우성을 보며 한바탕 웃음을 터트린 그들은 우성을 위한 간결한 근황 토크를 시작했다. 가장 먼저, 현철이 사원증을 들어보였다.

 

나 작년 하반기에 승진했다. 현필이는 이번에 다른 구단으로 이적했고. . 동오야. 남은 건 니가 말해라.”

낙수는 공무원이야. 고등학교 선생님. 성구는 결혼해서 벌써 애도 있어. 나는 현철이처럼 회사원이고.”

 

이야기를 들어보니 서점 회사였다. . 거기. 저도 아는데. 우성이 바보같은 소리를 하자 대만이 꼽사리를 꼈다. 그럼 알겠지이, 유명하잖냐. 거기가 어? 이번에 만화책 팔아서 떼 돈 벌었잖아. . 거기 주식을 샀어야 했는데.

 

휘청하던 대만이 포차 벽에 머리를 박았다, 아니 박을 뻔 했는데 태섭이가 그 사이에 손바닥을 끼워넣어선 자기 어깨에 대만이 머리를 기댔다.

 

걱정마. 이 형 주식같은 거 못해. 내가 잘 단속시키는 중. 이미 알겠지만 우리 근황도 말할까?”

 

대만 선배랑 나. 우리는 아직 농구 해. 현필이나, 너처럼. 그리고 잠깐 정적이 흘렀다. 현철이는 갑자기 팔짱을 꼈고, 낙수는 턱을 괴었다. 그리고 동오는 젓가락으로 바닥에 떨어트려서 접시 끄트머리에 치워놨던 계란 말이에 구멍을 내고 있었다. 태섭은...대만의 머리를 쓰다듬느라 여념이 없다. 끔직한 정적 사이로 포차에서 흘러나오는 발라드만 아련히 울렸다.

 

그 기현상은, 모두가 자리에 참석하지 않은 한 사람의 얼굴을 떠올렸기 때문에 발생했다. 우성은 소주잔을 내려다 보았다. 흔들리는 수면 위로 일그러진 자신의 얼굴이 비쳤다. 맞아요. 내내 궁금했어요. 현철이 형이랑 현필이는 잘 지냈는지. 낙수 형은 임용고시에 붙었는지. 성구 형은 어디서 결혼식을 했는지. 동오 형은 취업에 성공했는지. 근데 우성은 물어볼 수 없었다.

 

그를,

연상시키는 모두를.

 

처절하게 끊어내야 했기 때문이다. 잊고 살아가기 위하여. 그나마 멀쩡한 척 하기 위하여. 그래서 우성은 묻지 못했고, 또 알지 못했다. 그들의 중심에 서있던 누군가의 지난 10년을.

 

. 마셔.”

 

현철이 그의 생각을 끊어내듯 소주병을 내밀었다. 우성은 멍하니 잔을 가져다댔다. , 술이 달아요. 이게 달다고 느끼게 될 줄은 몰랐는데. 그렇게 중얼거리는 걸 듣고 잠깐 잠에서 깬 대만이 또 한소리를 했다. ? 정우성이! 니가 그런 말을 하고. 이제 다 컸네- 다 컸어-

 

“...아오. 이 형이 뭔 소릴 하는거야.”

 

분위기를 읽은 태섭이 다시 대만을 재웠다. 태섭은 미안한 기색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대만이 형이 원래 눈치없는거 알지? 내가 대신 사과할게- 같은 말은 하지 않는다. 태섭의 일순위는 대만이니까.

 

더 이상 울적함을 티 내다간 정말 분위기가 겉잡을 수 없이 망가질 것 같아, 우성은 애써 크게 웃었다. , 하하? 다들 왜 이래요.

 

내가 말 안했나? 이거 제가 쏜다구요. 다들 마음껏 드십쇼!”

짜식, 생색은.”

 

그리고 딱 한시간이 지나고,

테이블 위에 초록색 병이 수십개 놓였다. 그 사이로 의미없는 웃음과 뜻모를 독백이 쏟아진다. 이미 옛적에 취해 쓰러진 정대만. 본인도 취한 주제에 대만을 부축하는 송태섭. 멀쩡해보이나 아까부터 천장에서 흔들리는 조명을 바라보는 김낙수. 팔불출처럼 현필을 자랑하는 신현철. 본인이 담당하는 만화책의 명대사를 따라하는 최동오. 그 난리통에 앉아 박수를 치는 정우성.

 

, 슬슬. 끄흑. 가야하는거. 아니냐?”

택시 불러, 택시.”

우성아. 택시비는 형들이 낸다. . 택시비는 형들이 낸다. .”

맞다 너. 집 샀다며?”

 

낙수가 물었다. 그런데 질문은 우성에게 던져놓고 고개는 대만을 향해 있다. 취했네, 취했어. 우성은 술잔을 내려놓으며 황당한 웃음을 터트렸다.

 

아 낙수 혀어엉. 저 사람으은 정대만! 대만! 저어엉 대만씨예요. , 정우성! 이 아니라.”

미안. 같은 정씨라 헷갈렸나.”

그게 머야아.”

아니 그래서 집이 어딘데? 야아. 얘들아. 괘씸한데 잘 됐다. 우리 정우성 집 놀러가자. 집들이, 집들이.”

.”

 

주소가 어떻게 되더라. 우성은 멍한 머리를 억지로 굴려봤다. 사실 아파트 이름이 어떻게 되는지도 잘 몰랐다. 뭐지. 뭐였더라. ...에듀. ! 맞다! 정우성은 흐느적거리며 손가락을 들었다.

 

에듀포레시티그린빌3차더테라스 아파트요.”

그게 뭐야! 하하학.”

, 요즘 아파트들은 다 저렇게 지어.”

 

동오가 웃음을 터트렸고, 와중에 건설사를 다니는 현철이 말을 보탰다. 현철은 휴대전화를 꺼내 주소록에 저장된 택시 기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 15분 후에 오신다구요. 지금 사람이 하나, ... 6명이거든요? . 부탁드립니다. 주소요? 에듀포레시티...

 

근데 거기 위치가 잠깐만. 그 놈 집이랑 가깝지 않나. 문득 떠오른 생각에 현철은 전화를 잠시 귀에서 떼고 우성에게 물었다.

 

야 근데 그 아파트...”

 

아닌가? 혹시라도 물어봤다가 아니면 어떡해. 괜히 긁어부스럼 만들지 말자는 생각에 현철은 다시 전화를 했다. 다시 말하자면 현철도 이미 취한 상태였기 때문에 정상적인 사고가 안됐다. 아무튼 현철은 15분 후 도착한 커다란 승합차(이런 차종으로도 택시를 한다고?) 안에 술에 꼴아버린 사람들을 밀어넣었다.

 

그렇게 우성은 아주 늦어버린 집들이에, 모두를 초대하게 되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서 바닥에 덩그러니 깔려 있는 매트리스에 모두를 앉히고 냉장고를 열어서 냉장칸을 채우고 있던 소주와 맥주를 전부 꺼냈다. 아아, 미안합니다들. 내가 안주르을 미리 안사놨네에. 대충 이거. . 이온음료 마셔요. , 외롭지 않아. , 기분 좋아. 형들 더 웃어줘요. 더 떠들어줘요. 텅 빈 집안을 가득 채운 사람 냄새에, 우성은 한참을 떠들다 까무룩 잠들었다.

 

 

 

 

 

 

.”

 

짹짹.

 

새소리가 들린다. 이 시간에 새소리가 들릴 리가 없는데. 우성은 눈을 번쩍 떴다. 뜨끈한 한낮의 햇볕이 그의 몸을 뒤덮고 있다. 아니 내가 창문도 안닫고 잤나. 대체 몇시지. 우성은 끄응, 몸을 뒤집어 더듬더듬. 휴대전화를 찾았다. 그리고 꺼진 화면을 톡톡 두드리는데, 어라리요.

 

휴대전화는 꺼져있었다. 화면에 손등을 대어보니 약간 미지근하다. 왜 꺼진거지. 그렇게 의문을 가지는데 뒤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아악!”

“...깼냐.”

 

천천히 고개를 돌리니 꽤죄죄한 몰골의 세사람이 식탁 의자에 앉아있었다. 현철, 태섭, 그리고 대만.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태섭과 현철이 대만을 바라본다. 그리고 바닥을 향해 고갯짓을 한다. 그 행동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우성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머리를 느리게 헤집던 대만이 의자에서 내려와 대뜸 머리를 쿵 박았다.

 

! 미안하다!”

. 이 형 왜 이래. 송태섭! 너희 형 왜 이러는거야?”

“...”

 

그런데 태섭도 말이 없다. 착잡한 한숨을 연신 내뱉더니 태섭도 내려와 머리를 박았다.

 

미안.”

 

이쯤되니 우성은 조금 무서워졌다. 이러지 마. 나 무서워. 현철이 형! 뭐라고 좀 해봐요! 어제 무슨 일 있었어요? 그렇게 말하며 우성이 낑낑 둘을 일으켰다. 제자리에 귀신처럼 혼이 빠져 나가 우두커니 서있는 태섭과 대만을 놔두고, 우성은 휴대폰을 잡아들었다.

 

그리고 전원 버튼을 꾹 누르려는데 현철이 그를 만류했다.

 

잠깐. 기다려라, 우성아.”

?”

여기 와서 이것부터 확인해.”

 

우리가 너를 말릴 틈이 없었다는 것만 알아줘... 현철은 답지 않게 말 끝을 흐렸다. 우성은 영문을 모른 채 현철이 내민 그의 휴대전화를 받아들었다. 그가 보여준 것은 짧은 영상이었다. 유튜브에 올라온. 조회수가 벌써 300만이다.

 

이게 뭔데요?

 

일단 봐.”

, .”

 

, 잠깐만.

 

이거 우리네요?”

“...그래.”

어제 우리가 인스타 라이브를 했어? 그것도 태섭이 계정으로? , 얘 팔로워 많은데. 근데 대만 선배가 폰을 들고 있네. 저는 어딨어요?”

“...계속 봐.”

 

고개를 갸웃거리던 정우성은 영상을 계속해서 시청했다.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 정대만이 인사불성이 되어 뭐라 중얼거리다가, 송태섭의 뺨에 뽀뽀를 한다. 시청자수는 어후. 새벽 4시에 15만명?

 

대만은 간밤에 우성의 집들이에 초대된 인간들을 하나하나 소개하기 시작했다. 자 이쪽은, 딸꾹. 다 아시죠오. . 맞습니다! 이 정대만의 자랑스러운 애인! 송태서비~~~ 이쪽은 신현철씨! 저쪽은... 그리고 대만은 마지막으로 우성을 비췄다.

 

자 그리고! 쩌어기! 창가에 서있는 놈이 바로 정우성이라는 놈입니다. 아주~~ 얘 때문에 온 리그가 다 뒤집혔어요. 프로로 들어오면 아주 그냥 놀려줄 겁니다. 예에. 아무리 NBA에 다녀왔다곤 해도 프로에선 제가 선배니까요. 대만은 핸드폰으로 멀찍하니 떨어져 있는 우성을 비추면서 계속 헛소리를 지껄였다. 화면 속 정우성은 베란다에 서서, 밖을 쳐다보고 있었다. 시선을 한 곳에 고정한 채로. 그 시선이 향했을 곳은.... 나는 왜 저기서 청승을 떨고 있냐. 우성은 입술을 깨물었다. 캄캄한 어둠이 그를 감싸고 있다.

정우성이 난간에 기대 서있다가 한숨을 푹 쉰다. 난간을 두 손으로 붙잡고 휘청거리던 우성이, 갑자기 결연한 표정으로 앞을 보고 섰다. 여전히 시선은 그(우성은 단풍나무아파트702호404동이라는 정확한 주소를 떠올리지 않으려고 애썼다) 곳을 바라보고 있다. 

 

우성은 눈을 질끈 감고 현철에게 말했다.

 

.”

“....”

아니죠?”

 

. 설마. 제가 어제... 현철은 우성의 시선을 피했다. 그리고 타이밍 좋게, 우성의 손에 들려 있던 휴대전화에서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짖는 절규가 들려왔다.

 

 

!!!

 

!!!

!!!

!!!

 

 

 

 

 

 

*

 

 정우성 사고침.

 


 

 

 

우성명헌
태섭대만
슬램덩크

 

 

 
+)



가사 있는 노래라서 읽으면서 집중 안될까봐
위에다 링크 안 달고 여기다 달았음

추억속의 그대 라는 노래인데 혹시 들을 거면
우성이가 사고친 장면ㅋㅋㅋ 전까지만 같이 들어조우
오늘도 봐줘서 땡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