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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21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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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사귀는 상태에서 태섭이 멀리 간다는 소리 들은 대만이면 대가리 멍해지다가 소리 지르고 싶을 듯...... 이렇게 귀엽고 섹시한 애를 저멀리 미국이란 어마무시한 곳으로 혼.자. 보내야한다고?????? 그 사이에 누가 채가면 어떡할 건데????????????

사실 졸업식 때 대만이가 태섭이한테 고백했단 말임. 정대만도 송태섭이 좋고 송태섭도 147% 정대만 좋아하는 것 같길래 고백했는데 까여버림... 진심 까일 거 1도 생각도 못해서 너도 날 좋아하는 거 아니었냐는 말이 저절로 나갔는데 송태섭이 한참 뜸들이더니 맞대. 선배 좋아하는 거 맞는데 사귀고 싶진 않대. 지금 이 관계가 자기한테 너무 소중해서 더 나아가고 싶지 않대..... 정대만 입장에선 이게 무슨 개소리야 싶은데 태섭이가 워낙 단호했고 좋아하는 애가 그렇다는데 어쩌겠음.... 알겠다고 해버리고 맘. 그런데 ‘그러니까 선배도 저 그만 좋아하는 게 좋을걸요.’ 하고 애써 웃는 애한테는 또 그러겠지. 너 좋아하는 것까지 네 맘대로 할 수는 없다고. 이건 내 마음대로도 안 되는 거니까 난 너 계속 좋아할 거라고. 그럼 태섭이 좀 놀라더니 금세 표정 다 지우고 마음대로 하라고 하겠지.

그렇게 대만이가 졸업하고도 대만이는 태섭이를 보러가고, 전화도 자주 하고, 어쩔 땐 저녁도 같이 먹으면서 반년을 선후배도 아니고 연인도 아닌 애매한 관계로 만나다가 여느 날처럼 대만이가 태섭이를 보러 북산으로 간 날, 태섭이가 대만이한테 이따 선배한테 할 얘기가 있대. 솔직히 기대했음.... 아직도 태섭이가 저를 보는 눈빛에서 좋아하는 마음을 드러내고 있었으니까. 이제야 답을 주는 건가 싶어서 훈련이 끝나길 기다리며 들뜬 마음으로 있었는데 라커룸에서 태섭이가 하는 말은 가을 즈음에 미국으로 가버린단 말이라 대만이 순간 누가 망치로 자기 머리 친 것 같은 기분인 거야. 그 뒤로는 태섭이가 뭐라고 하는 지 들리지도 않아. 귀는 멍하고 기분은 계속 바닥으로 처박히기만 했어. 빈말로라도 축하한다는 말을 해야했는데 지금은 도저히 안되겠는 거지. 그래서 조근조근 말하는 태섭이 말 끊고 미안한데 다음에 얘기하자고 하고 먼저 가버림.

본가에 와서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문득 이대로 가버리면 진짜 송태섭은 못 보겠구나, 라는 생각이 뒤늦게 든 대만이었음. 그러니까 아직 눈 앞에 있을 때 잘해줘야되는데. 왜 그 순간에는 몰랐는지. 대만이는 얼른 전화기로 가서 태섭이 집 전화번호를 눌렀음. 이제는 하도 전화해서 친해져버린 아라의 목소리가 들렸고, 태섭이를 찾으니 “작은 오빠!” 하고 불러주겠지. 조금 기다리니 여보세요, 라는 익숙한 목소리가 넘어왔고 순간 태섭이가 보고싶어서 참을 수가 없었지. “너희 집 앞으로 갈게. 20분 뒤에 나와.” 혹시나 안 나온다고 할까봐 바로 전화를 끊어버리고 태섭이 집으로 가는 대만이었어.

15분 만에 도착했는데도 태섭이는 이미 나와있었어. 그게 왜 그렇게 벅차올랐던지. 대만이는 도저히 뛰지 않을 수가 없었고 태섭이를 안지 않을 수가 없었음. “왜, 왜 그래요?” 당황한 태섭이가 어쩔 줄 모르고 있는데 대만이는 더 꽉 안으면서 네가 안 갔으면 좋겠어, 라는 말을 삼켰지. 대신 다른 말을 했어. 이제 좀 나랑 사귀자고. 태섭이 몸이 굳는 걸 느꼈지만 대만이는 계속 말했어. 너 이렇게 보내면 나 멀쩡하게 못 살 것 같다고. 네가 내거라는 확신이 있어야 그나마 좀 나을 것 같다면서 미국 가고싶으면 자기랑 사귀고 가라고 고집을 피웠지. 가만히 말을 듣기만 하던 태섭이는 선배는 자신 있냐고 작게 물었음. 사귄다고 해도 나랑 멀어질텐데, 몸도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데 나는 솔직히 자신 없다고. 내가 미국가서까지 선배 계속 좋아할 지 모르겠다고. 그렇게 거짓말을 하는데 대만이가 못 믿겠으면 나만 믿고 따라오라고, 여태도 좋아했는데 앞으로도 못 할 것 같냐고. “너 내가 누군지 몰라? 난 포기를 모르는 남자라고.” 그렇게까지 얘기하니까 결국 백기를 들고 두 팔로 대만이를 감싸안는 태섭이겠지. 대만이가 이거 내가 오해해도 되냐고, 송태섭 내거라고 생각해도 되냐고 묻는 말에 태섭이는 웃으면서 그러겠지. “그래요, 정대만이 송태섭 가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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