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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20 01:38
아무리 생각해도 그 대상에 사람은 없었을거같음
탱백파고 이 생각은 좀처럼 바뀌질 않네ㅋㅋ

농구나 잡지나 음악이나 자전거같은거 좋아하면 하면 되고 즐기면 되고 가지면 되니까 지금까지 살면서 자기 기호를 콘트롤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을거같단 말임

근데 처음으로 사람이란걸 농구만큼 좋아하게 되고 말았는데 이건 뭘 어떻게 할수 있는것도 아니고 갖고 싶다고 가질수 있는것도 아니고 그저 당황스러운거임
자기 감정에 어쩔줄 몰라서 답지않게 삽질도 하고 때리기도하고 맞기도 하면서 하루종일 좋아하는 애랑 주먹다짐을 신나게 하고 집에 옴ㅋㅋ
그렇게 걔랑 얽혀서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집에 돌아와서는 문득 생각하는데 어쩌다가 좋아하는 애를 때리고 말았지 하고(선빵 맞은건 본인인데) 현타만 오고 난생처음 후회같은것도 해보고

그치만 담날 등교해서 보면 이 빨간머리 또 자각도 없이 아무 선배 후배 동기한테 치대는데 그냥 부아만 치밀고 근데 또 같이 원온원 하면 서툰 와중에도 듣도 보도 못한 날카로운 어떤게 언뜻언뜻 보여서 가슴만 두근두근하고 그러다 연습하던거 성공하면 애처럼 방방거리는 모습보고 귀여워서 가슴만 쥐어짜임

하여튼 안그래도 관계란거에 미숙한 태웅이 처음으로 좋아하게 된 상대가 저 망나니라니 스스로도 혼란스러워서 초반에 제법 헤맸을거라는 생각...ㅋㅋ가끔 감정이 주체하기 힘들다 싶으면 입만 댓발 나와서 따지는게 다임

''너 뭐야?"

그럼 밑도끝도 없는 물음에 백호 황당해서 '?' 하고 보고 '뭐야?'하고 똑같이 되묻는데 태웅이 말도 못하고 '하...'하고 신경질적으로 머리만 털다가 가버림ㅋㅋ 그 모습에 백호 쿠와앙!!하고 달려들려는거 태섭이랑 대만이가 잡아서 말렸겠지ㅋㅋ

그러다 차츰 깨우쳐가는거임 나는 쟤를 좋아하고 좋아하는애의 마음을 얻으려면 잘해줘야 됨 잘해준다는건 일반적으로 상대가 좋아하는걸 주는거니까 쟤가 뭘 좋아하는지 탐색도 하고ㅋㅋ 살면서 처음으로 생각해보는 타인의 기호...ㅋ 근데 걔는 좋아하는게 한두개가 아님 일단 먹는거 좋아함 지금은 농구도 엄청 좋아해
그래서 태웅이 자기가 할수 있는거 하겠지 농구부 연습 끝나고나서 걔 혼자 하(게 농구부룰로 정해져있)는 기초훈련도 다 마칠때까지 기다렸다가 원온원 꼭 해주고 같이 하교하면서 피드백도 해주고 가면서 맛있는거 먹이기


그렇게 꾸준히 한달 두달 했더니 걔가 어느날 은근슬쩍 뭔가를 내미는데 보니까 러브레터인거지 백호 얼굴은 머리색마냥 시뻘개져가지고 달달 떠는 모습에 태웅이도 놀라서 다시 봤겠지 그렇게 잠깐이지만 체감상 오조오억년의 시간이 지나는데 태웅이 아무 반응이 없으니까 백호만 죽을맛임 결국

''흐눗~! 싫으면 싫다고 해라 난 괜찮으니깐...''

하고 울먹울먹울먹하겠지ㅋㅋ 근데 여전히 태웅이 얼음이라서 노반응이라 백호만 몸이 달아서 한번 더 주절거릴듯

"그치만 쉬운놈이라고 생각하진 마랏! 나도 고민 마니 한거야..흐눙...."

근데 그소리에 태웅이 순간 정신이 번쩍 든거임
쉬워? 몇개월을 니놈 눈빛하나 손짓하나에 애태우고 정신 못차렸는데! 원래 9시 취침이었던걸 하교도 같이하고 먹이고 놀아주느라 11시 넘어서 취침하고! 용돈 아껴가면서 먹이느라 좋아하는 밴드 신보 사는거 미루고 스트리밍만 듣고있는데! 농구실력 늘면서 보는 눈도 좋아져서 자꾸 딴놈 보려는걸 잡아두려고 얼마나 기교를 넣어서 플레이 했는데! 친구는 좀 많냐고 오만 인간들하고 말섞으려는거 단속하느라 한번 더 건드리고 시비까지 털었는데......쉬워??????

"넌...진짜 사람 열받게 한다"
"....!!!"

태웅이 대답에 백호 개큰 좌절....결국 눈알 가득 그렁그렁 하던 눈물이 주루룩 흐르고
근데 태웅이 갑자기 슥 손 내밀더니 백호 손에 힘없이 들려있던 러브레터 홱 낚아채서 가져가버리고 백호만 앗! 하고 놀라서 외마디 비명을 질렀음
그렇게 황망한 멍청이가 된 백호를 친절하게 집까지 데려다주는 태웅이... 집에 와서도 좀 열받긴하지만 결국 좋아하는애 고백도 받아서 두근두근해서 잠도 잘 못자겠지
백호는 편지는 편지대로 뺏기고 또 퇴짜맞은 현실에 눈물만 흘리면서 역시 잠못잠ㅋㅋㅋ싫으면 싫은거지 뭘 열받을거까지 있냐며...


그리고 다음날 백호 등교하러 퀭한 눈으로 집을 나서는데 태웅이 와서 기다리고 있었음..백호 뭐야! 하고 깜짝 놀라는데 태웅이 태연하게

"같이 등교하는게 소원이었다며. 편지에 썼잖아"

이러니까 백호 기가차서

"누구 놀리냐!"

하고 박치기 빡~ 시전하고 그니까 태웅이 또 열받아서 왜 해줘도 지랄이냐고 성질내고 백호는 백호대로 내가 우습냐며 방방뛰고
뭐 그렇게 예전이랑 별다를거없는 관계가 이어지는데 달라진게 있다면 태웅이 어느날부턴가 은근슬쩍 스킨십을 요리조리 하더니 포옹이 너무 잦은데..싶던 찰나 입맞춤까지 가고 결국 어느 날은 백호네 집에서 같이 밤도 보내고ㅎ
그러니 그쯤해서 백호도 생각을 하게되겠지 아 이제 여우녀석도 나를 좋아하게됐나본데? 하고ㅋㅋ


그러다 둘다 프로선수 되고 태웅이 인터뷰할때 어떻게 백호랑 사귀었냐는 질문에 백호가 러브레터준거 받아주면서 사귀었다고 대답해서 뒤늦게 또 둘이 한바탕 하겠지 ㅋㅋㅋ
백호가 태웅이한테 자기가 그때 얼마나 상처받았는데 왜 거짓말하냐고 성질부리면 태웅이는 그게 도대체 무슨소린지 백호 반응이 어리둥절하기만 하고



슬램덩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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