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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15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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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부터 열까지 다 자기가 해줄 것 같음. 진짜 허니 손에 물 한방울 안 묻힐 기세로ㅋㅋㅋ허니가 어디 있든 데리러 가고 데이트 할 때마다 크고 작은 선물 같은 것도 꼭 챙길 듯. 매너도 좋고 험악해보였던 첫인상과 다르게 정말 다정한 사람이어서, 얼굴과 목에 무시무시한 타투가 보이는데도 그가 갱이라는 사실을 자꾸 잊게 됐음. 함께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허니는 그냥 평범한 사람과 연애를 하고 있다는 착각까지 들었음. 허니도 트래비스가 감옥까지 갔다온 사람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음. 하지만 그건 그의 잘못이 아니라 주변에 있는 나쁜 사람들 때문일 거라고, 트래비스에게 물어본 적도 없으면서 멋대로 그렇게 믿었음.

그렇게 깨가 쏟아지는 두 사람 역시 다른 연인들처럼 다투기도 했음. 그렇지만 트래비스는 그런 상황에서 허니에게 언성을 높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음. 싸움의 원인이 허니였을 때조차 그랬음. 그저 허니의 화가 풀릴 때까지 묵묵히 들어주고 그녀의 입장을 이해해줬음. 그럼 허니는 어느새 화가 풀려서 그의 품에 안겨 먼저 사과를 했음. 트래비스는 허니가 꿈꿔온 이상적인 남자였음. 잠든 그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허니는 평생을 이 사람과 함께 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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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얼마 안 가 그 환상이 깨지는 순간이 올 것 같음. 트래비스는 누구보다도 허니를 사랑하지만 결코 착한 사람은 아니었음. 그날은 평소와 다르게 허니가 트래비스를 찾아갔음. 일 때문에 늦어질 것 같다는 연락이 왔을 때 얌전히 기다렸으면 좋았을 것을, 트래비스가 보고 싶었던 허니는 주소를 알려주면 자기가 데리러 가겠다고 했음. 주소대로 찾아간 곳에는 커다란 물류 창고가 있었음. 창고 앞에는 트래비스만큼이나 험상궂은 남자들이 서있었음. 두려워서 나가는 것을 망설이고 있자 그 중 한 남자가 다가와서 창문을 두드렸음. 그는 트래비스에게 얘기를 들었다며 허니를 창고 안으로 안내했음. 창고 안에는 내용물을 알 수 없는 상자와 자재들이 쌓여있었음. 허니는 자신을 쳐다보는 갱 단원들에게 최대한 시선을 주지 않도록 노력하며 트래비스를 찾는 데만 집중했음. 창고 안쪽으로 걸어가자 트래비스가 누군가 얘기를 나누고 있는 것이 보였음. 잔뜩 긴장하고 있던 허니는 그제서야 작게 한숨을 내쉬었음. 바로 트래비스를 부르려고 입을 벌렸지만 그녀의 입에서 목소리는 나오는 일은 없었음. 허니는 그곳에서 트래비스가 맞은편 남자에게 총을 쏘는 것을 보았음. 처음 들어본 총소리에 귀가 먹먹하게 아려왔음. 총을 맞은 사람은 무너져내리듯이 창고 바닥에 쓰러졌음. 트래비스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쓰러진 사람을 발로 툭툭 건드리며 그가 죽었는지 확인했음. 트래비스에게 이런 일은 아주 익숙해보였음. 바닥에 번지는 피웅덩이를 보며 허니 역시 그 남자가 죽었음을 알았음. 허니를 창고 안으로 안내해준 갱단원이 트래비스에게 다가가 귓속말을 했음. 그러자 방금까지 무미건조하던 트래비스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음. 그는 다른 갱단원에게 총을 넘겨주면서 시체를 치우라고 시켰음.



"왔어?"



트래비스는 허니에게 다가와 반가운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음. 애정이 담긴 눈빛도, 뺨에 입을 맞추는 스킨십도 평소와 똑같았지만 허니에게는 그의 모든 것이 낯설게 느껴졌음. 살인을 목격한 충격으로 얼어붙은 허니와 다르게 트래비스는 어떠한 감정 변화도 보이지 않았음. 일을 망친 놈 하나 죽인 게 뭐 대수라고. 허니를 본 순간 이미 트래비스의 기억 속에서 그에 대한 것은 휘발된 지 오래였음. 트래비스는 잠깐 일 좀 처리하고 올 테니 기다려 달라고 했음. 등을 돌리고 멀어지는 트래비스의 모습과 익숙하게 시체를 옮기는 갱단원들의 모습은 조금도 다르지 않았음. 그 현실이 허니에게 꿈에서 깨어날 시간임을 알려줬음.

허니는 트래비스를 기다리지 않고 밖으로 뛰쳐나왔음. 그녀는 곧바로 운전대를 잡고 악셀을 밟았음. 봐서는 안 될 것을 보고 말았음. 허니는 자신 역시 그 사람처럼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사로잡혔음. 집도, 직장도, 목숨보다는 중요하지 않았음. 차가 도시 외곽에 접어들었을 때 조수석에 둔 폰이 울렸음. 화면에는 트래비스의 이름과 번호가 떠있었음. 허니는 아랫입술을 깨물고 잠시 고민한 뒤 창문을 열었음. 달리는 차 밖으로 던져진 폰이 도로 바닥에 부딪혀 박살이 났음. 그날 이후 허니는 현금만 사용하면서 가명으로 모텔을 전전했음.

그렇게 도피 생활을 한 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났음. 시간은 자정에 가까웠지만 허니는 여전히 도로 위에 있었음. 쉬지 않고 운전을 한 탓에 피로가 극에 달해 온몸이 뻐근했음. 끝이 보이지 않는 고속도로를 주행하던 허니의 눈에 드디어 모텔 간판이 들어왔음. 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파리한 얼굴에 화색이 돌았음. 허니는 바로 핸들을 꺾어 모텔 주차장으로 들어갔음. 카운터에 있는 직원에게 익숙하게 낯선 이름을 대고 방을 빌린 허니는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욕실로 직행했음. 불안과 두려움에 잠식된 몸 위로 따뜻한 물줄기가 흘러내렸음. 이 순간만큼은 허니도 생각을 멈추고 안식을 찾을 수 있었음. 그렇지만 머리를 말리고 옷을 입으면 정신은 다시 현실로 돌아왔음. 허니는 지친 얼굴로 침대에 걸터앉아서 지갑 안을 확인했음. 틈틈이 인출해둔 현금도 이제 바닥을 보이고 있었음. 허니는 답답한 마음에 한숨을 내쉬었음.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지? 이제 그만해도 되지 않을까? 트래비스도 나 같은 건 잊었을지도 모르잖아…. 고립된 환경 속에서 외로움은 사람의 마음을 갉아먹었음. 오늘도 끝내 결론을 내지 못한 허니는 힘없이 침대에 누웠음. 아침이 오기 전에 조금이라도 피로를 풀어야 했음. 눕고 나서야 불을 끄지 않은 것이 생각났지만 다시 일어날 기력은 남아있지 않았음. 허니는 그대로 눈을 감고 깊게 잠들었음.

허니가 방을 빌린 지 두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았을 무렵이었음. 어두운 주차장에 차 한 대가 들어왔음. 백미러로 보이는 모텔 간판은 허니가 보았던 것과 같았음. 차에서 내린 남자는 이미 자신이 향할 곳을 알고 있는 듯했음. 남자는 복도를 걸으며 눈만 굴려서 방 번호를 확인했음. 거침없이 나아가던 발걸음이 서서히 느려졌음. 이윽고 그 발이 완전히 멈추었을 때, 허니가 잠들어있는 방문의 문고리가 돌아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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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도 왔네."



고요한 방안에 나른한 목소리가 울렸음. 결코 들려서는 안 될, 그토록 사랑하던 사람의 목소리였음. 허니는 전기 충격이라도 받은 것처럼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음. 그리고 방문에 기대고 서있는 트래비스와 눈이 마주친 순간 허니는 저도 모르게 크게 숨을 삼켰음. 갑작스러운 상황에 귀울림이 나면서 심장이 터질 듯이 뛰었음. 여길 어떻게 알고 왔지? 날 죽이러 온 걸까? 겁에 질려 이가 덜덜 떨렸음. 트래비스는 팔짱을 낀 채 핏기가 가신 허니의 얼굴을 가만히 응시했음. 허니. 이름을 부르는 익숙한 음성에 허니의 몸이 움츠러들었음. 트래비스는 천천히 그녀가 앉아 있는 침대로 다가왔음. 당장 일어서서 도망쳐야한다고, 머리로는 알고 있었으나 몸은 침대에 묶인 것마냥 꼼짝도 하지 않았음. 침대 앞까지 다가온 트래비스는 삐딱하게 서서 허니를 내려다봤음. 먹이를 앞에 둔 포식자와 같은 눈빛을 도저히 마주볼 자신이 없었음. 허니는 두려움에 눈을 질끈 감았음. 그 짧은 순간 동안에도 이제부터 무슨 일이 일어나게 될지 끔찍한 생각들이 스쳐지나갔음. 하지만 허니의 예상과 달리 트래비스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음. 그는 침대에 걸터앉아서 헝클어진 허니의 머리카락을 다정하게 정리해주었음. 걱정했다고, 보고싶었다고 말하는 목소리에는 애정이 물씬 담겨있었음. 트래비스의 행동은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와 똑같았음. 그가 우리 사이에 공백 따위는 없었다는 양 행동하자 허니도 점차 그 분위기에 휩쓸렸음. 어느새 허니는 고개를 들고 트래비스를 바라봤음. 그는 시트 위에 올라가 있는 허니는 손에 자신의 손을 겹쳤음. 뜨거운 체온이 손에서부터 가슴 언저리로 퍼지면서 이제는 다른 의미로 가슴이 뛰기 시작했음. 트래비스의 얼굴이 허니에게로 다가왔음. 맞잡은 손에도 힘이 들어갔음. 하지만 입술이 닿기 직전, 그날의 총소리와 바닥에 번지던 피웅덩이의 기억이 되살아났음.



"그만해!"



허니는 소리를 지르며 있는 힘껏 트래비스를 밀쳤음. 트래비스는 밀쳐지는 대로 쉽게 밀려났음. 그는 조금 아쉬운 듯 혀를 찼지만 딱히 화가 난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음. 허니는 자기 머리를 감싸고 흐느꼈음. 더는 견딜 수가 없었음. 이런 생활도, 눈을 감을 때마다 떠오르는 끔찍한 참상도. 차라리 트래비스가 무슨 변명이라도 해준다면,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말이라도 해준다면 조금이나마 마음을 짓누르는 돌덩이가 가벼워질 것 같았음. 그래서 애원하듯 트래비스를 바라봤지만 돌아오는 말은 잔인하기 그지 없었음



"내가 뭐하는 사람인지 알고 만났잖아."



그러니 자신이 한 짓도 당연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트래비스는 허니에 그렇게 말하고 있었음. 그 말에 울고 있던 허니가 소리쳤음. 사람을 죽일 줄은 몰랐다고, 어떻게 그런 일을 받아들일 수 있겠냐며 악을 썼음. 그리고 또 한참을 흐느껴 울다가 트래비스에게 헤어지고 싶다고 말했음. 그만하고 싶다고. 말을 꺼내기가 두려웠지만 평범한 생활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더 간절했기에 용기를 낸 것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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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래비스는 복잡한 표정으로 고개를 두어번 주억거렸음. 허니는 이대로 자신과의 관계가 끝난다면 모든 게 원래대로 돌아갈 것이라고 믿고 있는 것 같았음. 그런 순진함 역시 트래비스가 그녀를 사랑하는 수많은 이유 중 하나였음. 하지만 이제 허니도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아야 했음. 트래비스가 다시 허니를 바라봤을 때 그는 화가 난 것 같지도, 슬퍼보이지도 않았음. 그저 허니가 걱정되어서 견딜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음



"나랑 헤어지면, 그 다음은 어쩌려고?"

"그 다음…?"

"허니, 잊었어? 넌 갱단이 벌인 살인 사건의 목격자야."



트래비스는 허니가 지금까지 무사한 이유는 자신의 보호 아래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음. 하지만 자신과 헤어지고 남이 되면 허니는 갱단의 처리 대상이 되는 것이었음. 그들은 절대 목격자를 살려두지 않았음. 네가 계속 도망 다닌다면 갱단이 가족을 납치해서 널 찾아낼 때까지 고문할 거라고, 트래비스는 허니에게 경고했음



"겨, 경찰에 신고하면…."

"허니…."



트래비스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한숨를 쉬었음. 그는 허니에게 지금까지 이런 일이 없었을 것 같냐고 말했음. 경찰들은 그런 일을 처리하기 위해 갱단으로부터 돈을 받는다고. 아마 그 자식들은 네 말이 끝나기도 전에 네 이마에 총을 쏠 거라고 말하자 허니의 얼굴은 하얗게 질리다 못해 쓰러질 것 같았음. 머리를 감싸고 지리멸렬한 말을 더듬거리는 허니는 지독히고 가여웠음. 트래비스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허니의 뺨을 감싸고 자신과 시선을 맞추게 했음. 그리고 언제나 그녀를 안심시켜주던 자상한 목소리로 말했음.



"허니 괜찮아. 내가 있잖아."

"트래비스, 나…."

"알아. 많이 무서웠지."



트래비스는 허니의 손을 조심스럽게 감싸잡았음. 자신이 지켜줄 테니 아무 걱정하지 말라는 그의 다정함에 허니의 마음이 일렁였음. 오랜만에 느낀 사람의 온기와 익숙한 체취, 다정한 위로는 그녀에게 무엇보다도 가장 필요한 것이었음. 허니는 어린 아이처럼 울음을 터뜨리며 트래비스의 품에 안겼음. 트래비스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녀의 몸을 세게 끌어안았음. 사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트래비스야 말로 허니의 인생을 망친 장본인이었음. 하지만 안타깝게도 벼랑 끝까지 내몰린 허니에게 이성적인 생각을 할 여유는 남아있지 않았음. 지금 그녀의 눈에 트래비스는 자신을 구해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으로밖에 보이지 않았음. 트래비스는 허니의 울음이 잦아들 때까지 등을 토닥여주며 가만히 기다렸음. 그리고 어느 정도 진정된 허니가 고개를 들자 두 손으로 얼굴을 닦아주며 말했음



"우리는 한 배를 탄 거야 허니. 알지?"



아직 울음을 완전히 그치지 못한 허니는 가늘고 가파른 호흡을 뱉으며 몇 번씩 고개를 끄덕였음. 맞닿은 눈동자 속에 절박함이 엿보였음. 허니는 자신을 지켜주겠다는 그의 말이라면 무엇이든 따를 준비가 되어있었음. 트래비스는 다시 한 번 허니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음. 아까와는 다르게 밀어내는 손길은 없었음. 허니는 떨어지고 싶지 않은 것처럼 그의 옷깃을 붙잡았음.



"헤어지자고 해서 미안해…."



입맞춤이 끝나고 허니는 속삭이듯이 그에게 사과했음. 트래비스는 피식 웃으며 허니의 코끝에 자신의 코끝을 비볐음. 그러자 허니 역시 작게 웃음을 터뜨렸음. 다투고 난 뒤 허니가 사과를 하면 트래비스는 코끝을 비비며 화답을 하는 것이 두 사람의 작은 버릇이었음. 잠시 서로를 바라보다가 이번에는 허니가 먼저 트래비스에게 입을 맞추었음. 닿았다가 떨어지던 입술은 횟수를 거듭할수록 농밀해졌음. 트래비스는 조심스레 허니를 눕히고 본격적으로 키스를 하기 시작했음. 내내 안고 있던 불안감과 두려움이 사라진 몸은 욕망에 충실해졌음. 트래비스가 제 목에 입을 맞추는 사이에 허니는 아래로 손을 뻗어 그의 바지 버클을 풀었음. 사랑하는 연인의 손길에 트래비스는 낮게 신음하며 이를 물었음. 급한 것은 자신 또한 마찬가지였지만 서두르고 싶지는 않았음. 트래비스는 허니가 자신을 얼마나 원하는지 느끼고 싶었음. 결국 허니가 트래비스에게 애원을 하고나서야 시작된 정사는 그녀가 지쳐 쓰러질 때까지 계속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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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의 정사가 끝난 뒤 트래비스는 나체로 잠든 허니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잠시 방에서 나왔음. 아직 어둠에 잠겨있는 새벽의 찬공기가 그의 뺨을 스쳤음. 트래비스는 주머니에서 전자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음. 한 달 사이에 많이 야윈 허니를 보니 마음이 아팠지만 이번만큼은 어쩔 수 없었음. 허니는 자신에 대해서 알 필요가 있었음. 모든 것을 알고도 자신을 사랑해야했음. 하지만 양지에서만 살아온 허니에게 그것이 가능할 리 없었음. 그러니 신중하게, 계획적으로 움직여야 했음.

그날, 트래비스는 일부러 허니를 창고로 불러 자신이 사람을 죽이는 것을 목격하게 했음. 제 본모습을 본 허니는 그가 예상한 대로 겁에 질려 도망쳤음. 폰을 버리고 현금만 사용하는 등 그녀 나름대로 머리를 썼지만 위치추적기가 붙어있는 차를 타고 다닌 시점에서 다 소용 없는 짓이었음. 트래비스는 지구 반대편에서도 허니가 어디 있는지 훤히 알 수 있었음. 그는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하며 허니의 뒤를 쫓았음. 그리고 허니의 몸과 마음이 한계에 다다를 때까지 참을성 있게 기다리다가 완벽한 타이밍에 그녀를 찾아갔음.

오랜만에 허니를 본 트래비스는 그립고 반가운 마음에 가슴이 벅차올랐음. 하지만 눈을 뜬 그녀가 자신을 두려워하자 뻔뻔하게도 서운함을 느꼈고 헤어지자는 말에는 화까지 났음. 그러나 이또한 필요한 과정이었음. 트래비스는 스스로를 타이르고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음. 그는 허니에게 지금 그녀가 얼마나 위험한 상황인지를 제대로 인지시켰음. 감정이 다 풀리지 않은 탓에 필요 이상으로 겁을 주고 말았지만 어차피 그녀를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자신뿐임을 각인시키기 위한 것이니 문제될 것은 없다고 생각했음. 트래비스의 어둠은 허니의 마음에 뿌리를 내리고 번져갔음. 불안을 조장해서 판단력을 흐트러뜨리고 자신의 죄악을 덧씌우며 아래로, 더 아래로 끌어내렸음. 자신과 같은 색으로 물든 허니가 두 번 다시 수면 위로 올라가지 못하도록. 제 곁을 떠날 수 없도록.

트래비스는 마지막으로 길게 연기를 뱉은 뒤 다시 방 안으로 들어갔음. 평온하게 잠들어있는 허니는 이제 처음 만났을 때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음. 트래비스는 그녀의 옆자리에 누워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넘겨주었음. 허니는 잠결에 칭얼거리며 그의 품으로 파고들었음. 그 사랑스러운 몸짓에 트래비스는 낮게 웃으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음. 해가 뜨면 허니는 트래비스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 그의 비틀린 애정을 받으며 눈 먼 사랑을 하게 될 것임. 이루 말할 수 없는 만족감이 트래비스의 전신으로 퍼져나갔음.



"사랑해 허니."



속삭이는 목소리는 열락에 취해있었음. 트래비스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춘 뒤 눈을 감았음. 안락한 어둠 속에 몸을 맡긴 그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음. 곧 두 사람의 숨소리는 하나가 되었음










윌스니너붕붕 트래비스너붕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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