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855
2024.12.12 22:15

https://hygall.com/614128130

아련한 전남친 
혐관된 썰 푼다



이명헌은 정우성을 이렇게 빨리 다시 만날 줄 몰랐음.
정우성은 이미 이전 아시안게임에서 군면제를 받았고
구단에서도 한창 최고가를 경신 중이었으니 당연히 소집에 응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선수촌에 들어가자마자 본 건
자기보다도 먼저 짐을 풀고 형형한 얼굴로 기다리고 있는 정우성이었음.

-명헌이형!

정우성이 자연스럽게 이명헌의 손에 들린 짐을 가져가 들었고
이명헌은 잠깐 고장이 나서 멍하니 그 모습을 지켜보다 정신을 차렸음.

-우리 할 얘기 있죠?
-...할 얘기 없는데.
-난 있어요. 잠깐 이야기 좀 해요.
-나중에.

이명헌은 정우성 손에 들린 짐을 다시 가지고 가면서 속으로 제발제발제발 그 망할 영상을 정우성이 보지 않았기를, 리그 최고가를 갱신하는 그 몸값에 걸맞게 바빠서, 시시해서, 정신 없어서 한국에서나 인기동영상으로 떴던 그 술주정뱅이 영상을 보지 않았기를 간절히 바랐으나

-내가 상탈하고 운동장 열바퀴 뛰고 와야 나랑 이야기할 거예요?

시발.
신은 없다뿅.

이명헌은 잠깐 눈을 감고 한숨을 길게 쉬었음.
하지만 그 순간 감독님이 이명헌을 불렀음.

-명헌아, 왔냐. 너 와서 기자회견 원고 좀 봐라.

...신은 있다. 감사합니다 하느님.


농구 빼고는 매사에 느려터진 이명헌이 백코트하러 가는 수준으로 감독님에게 뛰어가는 모습을 보며 정우성은 입술을 꽉 깨물었음.

그 뒤로 이명헌은 죽도록 곁을 안 내줬음.
밥을 먹으러 갈 때도 꼭 산왕팸도 아닌 해남 출신 이정환, 윤대협이랑 다녔고
분위기 좀 잡을라 할라치면 후배들을 무슨 친위대처럼 데리고 있었고
훈련 마치고 나서 마사지도 꼭 나가서 받았고
방은 꽉 잠그고 틀어앉아서 간식이나 일지를 들고 가도 앞에 두고 가라고만 했음.

[ 형, 진짜 이러기 있어요? 우리가 어떤 사이인데! ]

[ 선후배. 국대 동료. 비즈니스 파트너. ]

[ 자꾸 이러면 나 국대 불화 기자회견 해버린다 ]

[ 그날 나 은퇴 기자회견 뿅. ]

[ 나랑 진짜 할 말 없다 이거죠?  형 저번에 보니까 나한테 할 말 많아 보이던데. ]

[ ㄴ ]


개빡친 정우성 
그날 광고주에 연락해서 이명헌 방 앞에다가 자기 입간판 배달시켜 놓음.
다음날 저녁 정우성 입간판 머리 가슴 배로 세동강 나서 선수촌 쓰레기장에 굴러다님.






슬램덩크
우성명헌



 
[Code: 886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