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https://hygall.com/609335140
2. https://hygall.com/609530124
3. https://hygall.com/609752332
4. https://hygall.com/610023952
5. https://hygall.com/610378396
6. https://hygall.com/610622497
7. https://hygall.com/610939877
8. https://hygall.com/611227458
9. https://hygall.com/611651932
10. https://hygall.com/612105022
11. https://hygall.com/612577926

오라사웨




일주일 동안 셋이서 사는 것은 나쁘지 않았음 아미카 엔듀라가 되는 서약은 함께 지내기 시작한 다음 날에 바로 마쳤고, 셋은 만족했음 보이지 않는 무언가로 촘촘하게 연결된 듯한 기분은 세 메크에게 신비한 안정감과 평온함, 든든함을 주었음

"사운드웨이브- 메가트론과- 아미카가-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함-"

"나도 마찬가지라네. 존경하던 메크와 아미카가 될 줄은 몰랐는데, 정말... 신기한 기분이야."

"이럴 수가, 영원한 우정의 맹세까지 마쳐놓고 이렇게나 격식적인 친우들이라니. 흠... 그래도, 나도 너희와 아미카가 되어 영광이라 말할 수 있겠군."

그렇게 말한 메가트론은 두 메크의 손을 잡고 시원하게 웃었음

하지만 여운을 오래 즐길 수는 없었음 오라이온과 메가트론은 바로 집으로 돌아가 밤낮 할 것 없이 책상에 앉아 수도의 빌딩만큼 쌓인 데이터 패드를 살피며 토론을 하고, 고위 평의회에 가서 할 말의 대략적인 준비를 해야 했음

"그래서, 이러한 경우에 네 신념이 내 이론에 보완책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오라이온, 네 의견은 어떻지?"

"음... 좋은 생각이지만 변수가 하나 있네. 73번 데이터 패드 36p를 확인해주겠나?"

"아, 이건 잘못하면 모순이 생기겠군. 고맙네, 기각하도록 하지."

.
.
.

"그게 아니야, 물론 예의 바른 건 좋지만 여기서는 자신감이 필요해. 그 정도로 겸손하게 말하면 얕보일 거고, 대등한 존재로 고려되지 않을 거야. 처음부터 명백한 상하를 만드는 건 좋지 않아."

"이해했네. 이런 때에는 조금 더 굳세게 보일 필요가 있겠군."

두 메크는 말이 잘 통했음 메가트론은 추진력과 통찰력이 있었고, 오라이온은 섬세함과 분석력이 있었음 무엇보다, 둘 다 끈기와 열정이 있었기 때문에 쉽게 지치지 않았고 지쳤더라도 티를 내지 않았음

사운드웨이브는 다른 방에 있는 콘솔에서 정보 작업을 했고, 식사시간에는 고생하는 두 메크를 위해 실력발휘를 했음

"저녁- 준비했음-"




메가트론이 미디움으로 익혀진 에너존 스테이크를 씹으며 말했음

"솔직히 네 실력이 꽤 그리웠다, 사운드웨이브"

널 만나기 전에는 검투사로 지내면서 아무거나 잘 먹을 수 있었는데 네가 내 입맛을 높여놔서 아무거나 먹는 거랑 별개로 잘 먹을 수는 없게 되었다고 주장하는 메가트론의 표정이 비극의 주인공과도 닮아있었음

사운드웨이브는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주문해도 된다고 답했음

자주 귀찮게 할 생각은 없다고 말한 메가트론의 시선이 오라이온에게 닿았음 사운드웨이브가 담백하게 끓인 에너존 스튜를 행복하게 먹는 오라이온을 본 메가트론의 입매가 호선을 그렸음 그는 즐거운 어투로 오라이온에게 물었음

"궁금한게 있는데. 내 최고의 친우이자 동료, 부하이자 셰프의 1순위 메크가 된 소감은 어떻지, 사운드웨이브 말하길 올곧고, 단호하고, 멋지고, 어른스러우며, 데이터 패드에 집중하면서 찌푸린 미간을 애인의 호출에 스르르 푸는 사서 양반?"

고백 사건에 사운드웨이브가 말했던 오라이온의 좋은 점을 메가트론이 주르륵 읊자 사운드웨이브는 바이저 밑으로 집어넣던 에너존 샐러드를 후두둑 떨궜고, 오라이온은 스튜를 뿜을 뻔했음 사운드웨이브가 포크를 떨며 말했음

"메가트론- 그 얘기- 잊어주면- 안- 됨?"

"큽- 그래... 잊어주면 좋을 것 같네."

"왜 그러나? 매우 진솔하고 듣기 좋았는데 대체 뭘 부끄러워하는지 모르겠군."

두 메크가 이런 말에 내성이 없는 걸 뻔히 알면서도, 메가트론은 뻔뻔하게 말했음

"아무튼 소감은?"

오라이온은 스튜를 삼키고 메가트론을 약하게 쏘아보며 한숨을 쉬었음

"당연히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좋고... 이렇게 특별하고 사랑스러운 메크가 내 연인인 게 아주 행복하네. 그런데 내가 무슨 답을 할지 얼추 알고 있으면서 왜 묻는 건가?"

"생각만 하는 것과 실제로 듣는 건 다르지. 사운드웨이브를 봐. 네가 저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아는 것과 별개로 그 말에 활기가 돌잖나."

실제로 사운드웨이브는 그새 오라이온이 한 말을 녹음해 애정 표현 모음집에 집어 넣고 있었음 사운드웨이브는 3천개가 넘은 파일 목록에 흡족해하다가 단호하게 말했음

"하지만- 오라이온이- 이 정도로-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으면- 안 됨- 오라이온- 더 많은 것을- 가질 자격이 있음-"

"네가 이럴 때마다 과하다 싶으면서도 참 좋아. 이러다가 내 버릇이 나빠지면 어쩌려고 그러나."

"???? 전혀 문제없음- 사운드웨이브가- 애지중지- 모시고 살면 됨- 그리고 사실 오라이온도- 사운드웨이브의- 버릇을- 잘못 들이고- 있는 것 같음-"

메가트론은 스테이크를 썰며 조용히 웃었음 저 두 메크는 저러다가도 제가 있다는 걸 자각하는 순간 또 탁자에 머리를 박을 게 뻔했음 그럼에도 계속해서 무의식적으로 그들만의 세상에 빠지는 모습은 이상하고도 재미있었음

물론 메가트론은 계속 찔러대면 둘이 제 앞에서는 애정 표현을 의식적으로 억제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음 놀리는 횟수를 적당히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며 나머지 식사 동안에는 둘을 조용히 관찰했음

'하긴... 연극의 관객이라면 무대에 과도한 간섭은 삼가야겠지.'

메가트론은 오라이온이 냅킨으로 사운드웨이브의 바이저에 묻은 에너존 드레싱을 닦아주는 것을 보며 마음속으로만 박수를 보냈음

'평점 ★★★★★, 관객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의 몰입이 훌륭하다.'

메가트론은 별점을 매기며 만족스럽게 식사를 마쳤음




메가트론의 집에 머무른 지 5일째, 늦은 밤, 일이 거의 막바지에 다다랐기에 조금은 편해야 할 오라이온은 리차징 베드에 누워서 자신과의 싸움을 하고 있었음

메가트론의 말이 브레인모듈을 맴돌고 있었기 때문이었음

"방음이 잘 되는 곳으로 줄 테니 난 신경 쓰지 말고 할 거 다하게."

'메가트론은 왜 그런 소리를 해서...'

메가트론의 말대로 그들에게 주어진 방은 사운드웨이브가 판단하기에도 방음이 뛰어난 곳이었음 리차징 베드도 튼튼했고, 샤워실도 갖춰져 있었음 심지어 서랍에는 페인트 제거제를 포함한 인터페이스를 위한 도구들도 있었음

'...어째서 이렇게까지 판이 깔려 있는 거지.'

솔직히, 하고 싶긴 했음

하지만 두려운 게 있었기에 할 수가 없었음 옵틱 딱 감고 허가가 떨어졌으니 된다는 마음으로 사운드웨이브와 몸을 얽은 다음 날이 문제였음

'티가 나잖아...'

리차징 베드를 청소해도 명백한 흠집이 남을 테고, 액체를 청소한 헝겊이 쓰레기통에 남을 테고, 페인트 제거제를 사용한 흔적이 남을 테고, 힘이 풀린 다리가 티가 날 테고...

'메가트론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옵틱 앞이 선하군.'

정말 즐거워할 것 같았음 정말로. 그뿐만 아니라 엄청나게 놀려댈 것 같았음 그렇게 된다면 사운드웨이브와 자신은 온종일, 아니 한참 동안 삐거덕거릴 거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음

'그래. 이틀만 더 버티고... 평의원 분들을 뵙고 난 후에 우리집에서 하는 게 낫겠어. 그냥 참자.'

메가트론을 만나기 전날에도 인터페이스를 했으니 그리 오래된 것도 아니었고, 나름 견딜만(...) 했음

그때 샤워실에서 나온 사운드웨이브가 오라이온의 옆에 누웠음 방금 씻은 동체에서 좋은 향이 났음 자신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애인의 모습에 오라이온은 미소를 지었고 사운드웨이브의 오디오리셉터에 입을 맞추며 속삭였음

"피곤하겠군. 일찍 잘 건가?"

사운드웨이브는 고개를 저었음

오라이온이 사운드웨이브를 토닥이며 물었음

"그럼 대화를 나누다가 자겠나?"

사운드웨이브는 다시 고개를 저었음

"대화도 좋지만- 지금은- 궁금한 게- 있음-"

오라이온의 옵틱이 약간 커졌음 하지만 곧 따스한 목소리로 말했음

"무엇이든 최선을 다해 답해주겠네."

사운드웨이브가 양손의 검지를 톡톡 맞부딪치며 수줍게 물었음

"오라이온--- - 인터페이스- 생각 없음?"

계속해서 사운드웨이브를 토닥이던 오라이온의 손이 공중에서 굳었음

"사운드웨이브- 솔직히- 인터페이스- 하고 싶음-"

사운드웨이브는 바이저에 하트를 뛰웠음

오라이온은 헛기침을 했음 그는 정신을 갈무리하며 답했음

"어, 그, 사운드웨이브, 나도 하고 싶긴 하지만... 메가트론이 눈치채고 놀리기라도 한다면 내일 맨정신으로 일에 집중할 자신이 없다네."

사운드웨이브는 시무룩해졌지만 그저 끄덕였음

오라이온은 자신만큼 부끄러워할 게 뻔한 사운드웨이브가 어떤 이유로 인터페이스의 유혹에 넘어갔는지 궁금해졌음

"너도 여기서 인터페이스를 하는 건 꺼리는 것 같았는데 어쩌다가 생각이 바뀐건지 말해주겠나?"

사운드웨이브는 살짝 멈칫했음 그리고 슬금슬금 동체를 둥글게 웅크렸음 그는 창피하다는 듯이 작은 소리로 말했음

"사운드웨이브- 스파클링처럼- 약간- 질투를- 했음-"

그리고 오라이온은 어리둥절해졌음 그는 사운드웨이브와 시선을 마주치며 물었음

"왜... 질투한 건가?

"사운드웨이브- 며칠 동안- 생각해봄- 오라이온이랑- 메가트론- 아미카 엔듀라임- 오라이온이랑- 사운드웨이브- 아직- 콘적스 아님- 깊은 스파크적 연결- 아직 없음- 아쉬움- 그리고- 업무인 건- 알지만- 지난 닷새 동안- 오라이온과- 메가트론의- 대화반경은- 바로 옆- 사운드웨이브- 다른 방에서 근무- 사운드웨이브- 최근- 메가트론에 비해- 오라이온이랑- 붙어있지- 못함- 사운드웨이브- 오라이온이랑- 연결이- 필요함"

그리고 사운드웨이브는 고개를 푹 수그렸음

"오라이온과- 다르게- 성숙하지 못한- 태도였음- 사운드웨이브- 반성할 것-"

그리고 오라이온은 멍해졌음

'그러니까... 최근에 내가 메가트론이랑 계속 붙어있으니까 자기도 지금보다 더 잔뜩 붙어있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는 건가?"

오라이온은 상상도 못한 심쿵 공격에 옵틱을 감고 제 입을 막았음 잘못하면 크게 웃을 것 같았음 사운드웨이브가 더욱 부끄러워할 수도 있으니 참아야 했음

사실 오라이온은 그동안 질투라면 자신이 더 많이 하지 않을까 하고 추측했음 연애 초반에 사운드웨이브가 뜬금없이 메가트론을 칭찬할 때나 둘이 연습 경기를 하며 웃을 때, 오라이온은 스파크가 따끔거리는 느낌을 받았음 거기에다 사운드웨이브의 고백 사건 때 메가트론이 사운드웨이브의 길고 긴 첫사랑이었음을 알게 됐으니 질투는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음

그동안 오라이온의 질투가 크게 티 나지 않았던 건 연애 초반에는 오라이온 스스로 애인의 향한 배려와 존중 그리고 인내를 유지한 덕이 컸고, 사운드웨이브의 진실 고백 사건 이후에는 자신을 향한 그의 애정이 너무 선명한데다가 메가트론을 향한 건 정말 우정이나 신뢰, 존경 같은 것만 남은 게 확실했기 때문이었음

또한 사운드웨이브는 자신의 성숙함과 온화함을 멋지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사운드웨이브에게 잘 보이고 싶다는 마음으로 어느 순간부터 질투의 표현을 억누르고 있었던 것도 있었음

그런데 사운드웨이브는 자신이 메가트론이랑 조금 가까이에만 있어도 '나도 저렇게 더 붙어있고 싶은데...' 같은 생각을 한 거였음 그리고 그걸 또 고스란히 표현하고 티 내고 있었음

오라이온은 이성의 끈이 간당간당해지는 걸 느꼈음

사운드웨이브를 안심시켜주고 싶은 마음 + 애인의 유혹 + 업무의 피로감에 따른 안도감 추구 + 흔들리는 이성의 결과는 강력한 추진력이었음

'인터페이스 말고... 연결과 관련된 것,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거 뭐 없나?'

있었음

오라이온은 동체에 남는 흔적은 인터페이스보다 훨씬 적지만 효과는 더욱 강렬하며 사운드웨이브와 해본 적 없는 일을 떠올렸음 그들이 지금 할 수 있는 것 중에 가장 강력하고 대단한, 그가 항상 하고 싶어했지만 적절한 시기를 기다리느라 아직 얘기하지 못한...

스파크 결합, 바로 스파크 결합이었음

오라이온은 긴밀한 연결을 상상하자마자 회로가 뜨끈해지는 걸 느낄 수 있었음 그리고 그는 상상을 현실로 만들기로 했음 그의 옵틱이 번뜩였음

오라이온은 웅크린 사운드웨이브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음 그리고 사운드웨이브가 고개를 들자 조심스럽게 속삭였음

"사운드웨이브... 인터페이스 말고 스파크 결합은 어떤가?"

사운드웨이브가 멈칫하더니 바이저에 'Error' 표시가 떴음 그리고 5초 후, 푸쉬식-하고 연기가 올라왔음 평소의 300% 밝기로 빛나는 바이오라이트가 사운드웨이브의 현상태를 표시했음

"오라이온- ㅡㆍ? 이게 -- -ㅎ-환청?"

오라이온은 사운드웨이브의 두 손을 잡고 부드러움에 결단력이 섞인 미소를 지었음

"환청이 아니라네. 네가 우리의 연결을 원하는 거라면,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연결 중에 가장 깊은 것은 역시 스파크 연결이지 않나?"

"사운드웨이브-- 좋고- 항상 하고 싶었지만- 오라이온- - 이렇게ㅡ 급하게- 정한 것- - 후회할 수도 있음-"

오라이온은 고개를 저었음

"나도 너와의 스파크 결합은 항상 하고 싶었네. 그게 오늘이 된 것뿐이고."

오라이온은 사운드웨이브의 손을 조물락거렸음

"나는 언제나, 너를 더 알아가길 원한다네."

사운드웨이브는 바이저 밑에서 입술을 꽉 깨물었음

"오라이온-- - 반칙임-"

"응? 왜 그러나?"

"오라이온- 정말로- 연애 처음이라는 거 ㅡ 너무-- 거짓말 같음- --- 능숙함-"

오라이온은 사운드웨이브에게 환한 미소를 지었음 오라이온은 사운드웨이브의 손을 제 양 뺨에 붙여 꽃받침을 만들고는 달콤하게 속삭였음

"네가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우니, 나도 모르게 말이 이렇게 나오는 거라네."

오라이온은 동체를 배배꼬는 사운드웨이브의 손바닥에 입술을 대었음

"하지만,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내 무고함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더더욱 스파크 결합을 하고 싶군."

오라이온은 부탁했음

"부디 스파크 챔버를 열어주겠나?"

그리고 사운드웨이브는, 곱게 휘는 오라이온의 눈매를 바라보며 무의식적으로 체스트 플레이트와 스파크 챔버의 잠금 시스템을 해제했음

딸깍-

오라이온은 활짝 열린 사운드웨이브의 체스트 플레이트 아래에 드러난 스파크 챔버의 틈 사이로부터 은은히 새어나오는 군청색의 빛을 바라보며 옵틱을 빛냈고, 자신도 체스트 플레이트와 스파크 챔버를 열었음




불을 끈 방에서 두 메크의 스파크가 어둠을 밝히고 있었음 사운드웨이브는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된 건지 알 수 없었지만 깊은 생각과 고민은 이미 날아간 상태였음 그는 그저 좋다는 느낌에 빠져 눈앞의 광경에 혼을 빼앗겼음

오라이온의 스파크는 눈부신 별을 닮은 그와 잘 어울리는 청백색이었음 일렁이는 스파크는 사운드웨이브의 스파크에게 더 가까이 와달라며 파동을 보내고 있었음

사운드웨이브는 그 빛에 홀려 자각없이 조금씩 자신의 흉부를 오라이온의 방향으로 움직였음 두 스파크는 자석이라도 달린 것처럼 스파크 챔버의 앞쪽으로 이동해 서로를 이끌기 시작했고 사운드웨이브는 입속에 고이는 냉각수를 삼켰음 이론으로만 접했던 일을 실행하려니 브레인모듈 안이 미친 듯이 시끄러웠음

'지금 바로 가져다 붙이면 되겠지? 아닌가? 역시 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나? 아닌가? 뭐가 적절한 속도지?'

전전긍긍하는 사운드웨이브의 긴장을 인식한 오라이온은 본인이 적극적으로 움직이기로 했음

오라이온은 서보를 펴고 사운드웨이브를 붙잡으며 고개를 끄덕였음 그리고 그를 꼬옥 껴안으며 단번에 두 스파크의 만남을 주선했음

우웅ㅡ 우우웅ㅡ

일정거리가 되자마자 청백색의 스파크는 기다렸다는 듯이 군청색의 스파크로 제 스파크 파동을 흘려보냈고, 군청색의 스파크는 저항 없이 받아들이면서 조심스레 제 파동을 전달했음 두 스파크의 빛깔이 이리저리 뒤섞였고 두 메크의 기억과 감정, 그리고 감각이 공유되었음

"- ㅡ - ----"

".......!"

두 메크에게선 아무런 소리도 나오지 않았음

상대와 동화되어가는 느낌과 함께 주변의 배경은 모두 하얗게 지워졌고 온 세상에 단둘만이 남았음 처음부터 하나였던 것처럼 온 회로를 장악하는 충족감, 완전함, 그리고 일체감이 압도적이었음

하나가 된 두 스파크는 격렬한 파동을 내뿜으며 제 짝을 붙들었고, 이곳저곳을 헤집었음 그러면서도 둘 다 제 주인을 닮아 다른 방식으로 움직였음 하나는 호기심이 넘쳐 상대방에 대한 모든 것을 알아내겠다며 구석구석 휘감고 있었고, 다른 하나는 질질 끌려가면서도 얻을 수 있는 모든 정보를 체계적으로 탐색하고 있었음

오라이온도 사운드웨이브도 동체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았으나 결합된 스파크는 그들이 쓰러지거나 분리되는 걸 허락하지 않았음 끈끈하게 합쳐진 스파크에 의해 그들은 서로에게 기댄 채로 감전된 듯 떨었음

서로의 유년 시절과 성장, 고난과 성취, 행복과 불행, 둘의 첫 만남부터 현재까지의 기억이 생생하게 느껴졌고, 그 삶에 따른 기쁨, 슬픔, 분노, 고통, 설렘, 죄책감, 신뢰, 부끄러움, 신념, 절망 그리고 사랑이 그들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게걸스럽게 삼켜갔음 오라이온과 사운드웨이브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받아들이는 것 뿐이었음

시간이 지나면서 두 메크는 힘이 완전히 빠져버린 채로 정신을 놓아버렸음 그렇게 되자 떨어지기 싫다며 애원하던 스파크들도 주인의 한계를 눈치챘음 둘은 아쉬움을 표했지만 또 만나자고 공명하며 분리되었음 스파크들이 스파크 챔버의 원래 자리로 돌아가자 체스트 플레이트가 자동적으로 철컥 잠겼고, 두 메크는 리차징 베드 위에 쓰러졌음




"흐으..."

15분 뒤에 오라이온이 먼저 정신을 차렸음 오디오리셉터에 들리는 게 온통 쿨링팬이 훙훙거리며 돌아가는 소리뿐이었음 하얗게 날아간 시야에 조금씩 사운드웨이브가 보이기 시작했고, 브레인모듈의 과부하도 안정되고 있었음

오라이온은 화들짝 놀랐음 김을 뿜고 있는 사운드웨이브가 너무 뜨거웠음 그는 방문을 해제하고 후다닥 뛰쳐나가 냉각수 팩을 챙겨 들고 돌아왔음 그리고 사운드웨이브의 동체에 철썩 붙였음 사운드웨이브의 열이 식기 시작하자 오라이온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음

'앞으로는, 스파크 결합 전에 미리 준비해놔야겠네...'

오라이온은 둘 다 너무 흥분했다는 사실을 인정했음 동의한 채로 진행되는 애인끼리의 스파크 결합에서 사고가 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역시 안전이 제일 중요했음 낑낑거리며 사운드웨이브를 리차징 베드에 바르게 눕힌 오라이온은 연인을 바라보며 아까의 감각을 되짚어보았음

사랑하는 메크와 영혼마저 하나가 되는 고양감이 아직 선명했음 제 내부를 훤히 공개하는 개방감과 저항 없이 열린 타메크의 깊은 곳까지 모두 읽어내는 쾌감도 마찬가지였음

'이래서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메크랑만 하라는 거였군.'

그순간 사운드웨이브가 온라인이 되었음 사운드웨이브는 고개를 휙 돌려 오라이온에게 시선을 고정하더니 흥분한 듯 빠르게 파일을 재생했음

"오라이온-사운드웨이브가-첫사랑임?정말로?"

오라이온은 뺨을 붉혔음

'내가 아직 말 안 했었나...?'

"그렇지. 네가 내 첫사랑이라네."

사운드웨이브는 정말 이보다도 행복할 수가 없었음 바이저에 기쁨을 표현하는 이모티콘 54개가 순식간에 지나가더니 그는 오라이온에게 안겨서 마구잡이로 부비적거렸음

"감동적임-좋음-행복함"

"정말로 행복해 보이네."

그들은 잔뜩 신이 나서 대화를 나누었음 하지만 고된 업무 후에 스파크 결합까지 하여 완전히 지쳤기 때문에 길게 이어지지는 못했음 그들은 오늘은 이만 자기로 결정했음

무리했던 사운드웨이브는 금세 잠들었지만, 오라이온은 옵틱을 감은 채로 자신이 읽은 것들을 조금 더 곱씹기로 했음 오라이온은 최근의 일부터 하나하나 되짚어가기 시작했음

'그 유리별을 조각하는 게 그렇게 힘들었다니... 내 선물은 좀 걸리는 건데 이를 어쩐담...'
'사운드웨이브는 내 옵틱을 정말로 좋아하네."
'그 아침에 이렇게나 패닉이었다니, 지금은 다 아무렇지 않게 넘길 수 있어서 다행-'

하지만 그때 오라이온이 읽은 사운드웨이브의 기억 중에 한 장면이 불쑥 튀어올랐고 오라이온은 잠이 확 달아나는 걸 느끼며 옵틱을 떴음 검투사 숙소에서 헐떡이는 사운드웨이브에 대한 기억이었기 때문이었음

'......'

'사운드웨이브가, 우리가 만나기 전에, 메가트로너스를 생각하며, 밸브를, 만졌군.'

'그래, 사운드웨이브는, 날 원하기 전에, 짝사랑을, 길게 했으니까, 그게 당연...'

'......'

사운드웨이브를 껴안은 오라이온의 서보에 힘이 조금 더 들어갔음 오라이온은 곤히 자는 사운드웨이브를 내려보며 생각했음

'우리집으로 돌아가면... 며칠 정도는 밤에 재우지 말아야겠군.'

오라이온은 자신의 성숙함과 온화함을 3g 정도 내려놓기로 했음 사운드웨이브의 질투심이 사라지자마자 자신에게 이런 현상이 발생한 걸 보니 어쩌면 질투 보존의 법칙이 있는 걸지도 몰랐음 오라이온의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가 떠올랐음




+

메가트론은 밤에 오라이온이 집을 뛰어다니는 기척을 눈치채고 잠시 깨어났음 다급한 발걸음과 쿨링팬이 요동치는 소리를 들은 그가 피식거렸음

'이제껏 빼더니 드디어 인터페이스를 했나 보군. 아침에 약간만 놀려줘야겠어.'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잠이 든 다음 날 아침, 실컷 기대하며 두 메크를 마주한 메가트론은 눈썹을 약간 기울였음 예상했던 흔적이 없었기 때문이었음

'이상하군. 페인트 제거제를 쓴 것 같진 않아. 다리도 멀쩡해 보이고. 그런데 태도는 또 묘하게 뚝딱거린단 말이지. 페인트가 묻지 않게 조심해서 한 건... 흠, 역시 아닌 것 같은데...'

옵틱을 굴리던 메가트론의 시선이 아주 희미하고 조그맣게 긁힌 흔적들이 있는 두 메크의 체스트 플레이트에서 멈췄음

언뜻보기에는 동체 이곳저곳에 있는 자잘한 흠집들과 다를 게 없어 보이는, 아무렇지 않게 넘길 수 있는 흔적들이었음

'......허?'

그러나 메가트론은, 눈치가 매우 빨랐음

'아니 진짜?'

메가트론은 순간 얼빠지게 변할 뻔만 제 표정을 가다듬었음 그리고 브레인모듈을 팽팽 돌렸음

'이건 전혀 예상 못 한 결과인데, 이 얌전한 녀석들이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었던 거지?'

그리고 메가트론은 아쉽지만 놀릴 생각을 접었음 입이 너무 근질거렸지만, 이건 놀리기는커녕 눈치챘다는 티만 내도 망하는 구조였음

'팝콘 땡기는데, 참아야겠군.'

그리고 메가트론은 처음으로 제 뛰어난 연기력을 타메크의 스파크 결합을 못 본 체하기 위해 발휘하는 경험을 했음 안면 부품들이 씰룩거리는 걸 참으며, 메가트론은 어이없어했음

'대의를 위해 수백 년간 갈고 닦은 내 인내심과 연기력이... 이런 일로 고비를 겪을 줄이야.'

아미카들의 정신 건강을 위해 미래의 프라임은 최선을 다하고 있었음 이런 제 노력을 제 친우들이 평생 모를 거라는 사실은 살짝 짜증이 났지만 재미있었으니 봐주기로 했음









tmi 1. 사운드웨이브가 더 맛이 간 이유는 오라이온의 스파크가 매우 적극적으로 사운드웨이브를 헤집었기 때문임 사운드웨이브는 정말 구석구석 다 털렸음 이제 오라이온은 자신이 읽은 걸 전부 기억하지는 못할지라도 사운드웨이브의 기억에서 안 읽은 건 존재하지 않음

tmi 2. 메가트론은 다행히 자신이 눈치챈 걸 들키지 않았음

tmi 3. 냉각수 팩은 재사용 가능 제품이라 오라이온이 원래 자리에 잘 가져다 놓음

tmi 4-1. 스파크 결합을 하기로 상호 동의한, 사랑에 빠진 메크들만이 원활하게 스파크 결합을 할 수 있는 설정으로 씀 상호 동의를 하지 않거나 사랑에 빠진 게 아닌 경우 반발력이 겁나 쎔 억지로 하려면 할 수는 있지만 고통이 미친 듯이 쎔

tmi 4-2. 사랑하더라도 애인에게 자신을 완전히 내보이는 게 두려워서 스파크 결합을 안 하는 연인들도 존재함

tmi 4-3. 스파크 성향이 메크 성향을 조금 따라가는 걸로 설정함

tmi 5. 아미카를 맺은 후, 메가트론은 두 메크가 완전히 자신의 망태기에 들어왔음을 몰래 기뻐했음 평생의 우정과 신뢰, 그리고 도파민을 확보한 자의 행복이었음
[Code: 2ea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