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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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달갑지 않은 손님의 방문은 탁부를 발칵 뒤집어 놨다. 탁익신의 어머니와 큰아버지가 거친 눈으로 집안을 헤집고 신방에 쳐들어가기 위해 두 소매를 걷어 올렸지만 아무가 그 앞을 가로막고 섰다. 이 집에서 가장 넓은 방이었지만 싸움을 대두하면 또 좁다면 좁은 곳이었다. 상대는 대요괴고 그만큼 요력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아무는 사실 저 두사람에 비해 작은 도련님을 그리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요력이 높으면 뭐하겠나. 그 대요괴를 죽일 수 있는 운광검이 작은 도련님 손에 있으니 당하지만은 않으리라 여겼다. 또한 대요괴의 태도를 보아 당장 탁부를 괴멸시키려 했다면 필시 문을 넘어서자마자 일이 나도 일어났을 것이었다. 게다가 안의 사정은 모르겠지만 바깥은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 무슨 일이 생겼다면 소란스러움이 바깥으로 새어 나와 집요사의 정예들이 집합했을 터, 아무는 단지 저 안에서 일어나고 있을 대화가 궁금할 따름이었다. 그는 곧장 신방으로 들어가려는 어르신들을 마당으로 끌어내렸다. 조용한 것을 보아 아무 일도 없는 것 같으니 두 분께서는 잠시 여기 계십시오. 괜히 나섰다가 혹여나 작은 도련님께서 다치시면 어찌합니까. 탁익신에 비해 침착하지 못한 두 사람은 대요괴에게 들으라는 듯 목청을 높였다. 요괴를 처단할 운광검이 있는데 무슨 걱정이 있겠느냐. 아무는 가두에게 빨리 말리라고 눈짓을 보냈다. 웬일로 이 눈짓을 알아차린 가두가 달려와 그를 거들어 두 사람을 진정시키려 애를 썼다. 아무는 날뛰는 어르신들을 진정시키면서 뒤를 돌아 걱정스럽게 신방을 바라보았다. 그날의 공포와 좌절감이 또 다시 도련님을 궁지로 몰까 걱정이었다.

 

한편, 이 소란을 고스란히 듣고 있었던 조원주는 침상 끝에 조금은 거만히 앉아 옆으로 눈을 굴렸다. 퍽 재미난 사람들이었다. 운광검 하나 있다 하여 그가 저를 단숨에 잡을 수 있으리라 여기는 그들의 아둔함이 재미난 것이다. 조원주의 시선이 다시 제 앞에 선 탁익신의 허리춤으로 내려갔다. 요괴를 알아보는 검이 푸른 빛을 빛내며 여태 웅웅 울리고 있었다. 원망이 가득 실려있는 검의 소리는 그의 가슴을 후벼파고 들어 고여있는 악기를 건드렸다. 그것이 따끔거리고 아파 미간이 좁혀지려 했지만 고개를 들어 익신을 보자 하면 또 그러고 싶지 않아졌다. 맑고 반짝이는, 허나 절망에 휩싸여있는 두 까막눈이 가슴을 아프게 조여왔지만 고개를 돌릴 수가 없다. 잊은 줄 알았던 그리움이 울컥 치밀어 올라왔다. 

 

탁익신은 어쩐지 저를 보고 슬퍼하는 듯 보이는 대요괴에 낯을 가렸다. 당장 이 검을 들어 저 가슴 중앙을 꿰뚫고 싶을 만큼 꼴도 보기 싫었지만 또 어딘가 익숙하다. 정말 어디선가 보았던 걸까. 그러나 저런 대요괴를 내가 어디서? 저딴 괴물을 내가 상대했을 리 없다. 그런데 왜 저리 슬픈 눈망울을 지니고 있는 건지 알 도리가 없어 숨이 막혀왔다. 당당하게 이 집 안에 발을 들여놓고, 실컷 저를 훼방하고 우롱하며 가지고 놀 적에는 내내 미소 띈 얼굴을 하고 있더니 지금은 왜 저리 다 죽어가는 얼굴인 것인지. 탁익신은 저를 아련히 올려다보고 있는 조원주의 눈을 피해 달아났다. 허나 머지않아 다시 붙잡혀 끌려오기는 했지만 달아나는 것을 멈추지도 않았다. 지끈지끈. 조금씩 두통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조금 전에는 손목이 따끔거리는 듯싶더니 이제는 두통까지, 아무래도 요괴는 요괴인 듯싶었다. 복은 커녕 해만 가져왔으니 그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확연히 보여주는 것 같았다. 탁익신은 옹골차게 꽉 다물린 그의 붉은 입술을 한껏 노려보았다. 흰 눈으로 보았다가 노려보기를 여러 차례 반복하더니 검집을 꽉 부여잡고 그에게 물었다. 

 

 

"하려던 말이나 계속해 보거라."

 

 

아련했던 두 눈에 다시 생기가 돌자 탁익신은 후회했다. 괜히 물었어.

 

 

"방금 전 다 했소."

"그러니까···!"

 

 

탁익신이 높아진 목소리에 저 스스로 놀라더니 다시 목을 가다듬고 닫힌 문을 급히 살폈다. 체면이라도 차리는 듯한 모습에 조원주가 조용히 미소 지었다. 다 자랐다 생각한 작은 도련님에게 아직도 어린 면이 남아있는 듯싶었다.

 

 

"내가 왜 너를 내 아내로 맞이해야 하냔 말이다. 고작··· 네 몸에 이름 하나 있을 뿐인데."

"날 죽이고 싶어 하는 줄 알았는데."

"당연한 것 아니더냐. 넌 내 원수다. 그것도 아주 철천지 원수지."

 

 

하도 이를 갈아 이제는 톱날로도 사용해도 될 것이다. 대요괴는 저와 이 집안 식구들의 원수였다. 아마 그를 죽인다하여도 원수에 대한 한은 풀어지질 않을 것이 뻔했다. 그만큼 한이 견고하고 대요괴의 업은 씻을 수 없을 정도로 짙었다. 조원주가 부드러운 얼굴로 시선을 내리고 뭔가를 삼키듯 입술을 슬쩍 말아 깨물었다. 대체 무슨 속셈으로 발길을 한 것인지 탁익신은 그 연유가 궁금했다. 1년 동안 사랑을 해달라니, 저 자에게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것도 우스운 일인데 요괴를 사랑하라고? 대황을 지키고 세상을 떠난 자신의 조상 빙이가 통곡하며 다시 이 세상으로 강림할 것 같은 소리였다. 차라리 그래 버릴까, 조상님이 다시 내려올 수 만 있다면 차라리 그래 버리고 저 대요괴의 목숨을 그에게 맡길까. 애먼 생각을 하던 그는 한숨을 길게 내쉬는 조원주를 다시금 노려보았다. 준비가 된 듯 조원주가 눈을 들어 올렸다. 

 

 

"내가 죽으면 대황과 속세로 들어온 모든 요괴들이 소멸할 것이오."

 

 

조원주가 말했다. 탁익신은 잠시 숨을 멈추고 거짓 하나 담기지 않은 그의 두 눈과 마주했다. 잘 못 들은 게 아니다. 그리고 저 요괴는 거짓을 말하고 있지 않다. 허나 왜? 그리되면 저 자에게 무슨 이득이 된다고. 진심을 담은 대답에 탁익신은 뭐라 물어야 할 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다만 제 목이 막히고 조이는 듯해 고통스러울 뿐이었다. 죽음을 자초하려는 건 대요괴인데 내가 왜 이리 고통스러운 것인지. 탁익신이 참고 있던 숨을 터트리고 다시 크게 들이마셨다. 조원주는 다리 옆 부드러운 비단 이불을 손 끝으로 매만지며 그가 입을 열기를 잠시 기다려 주었다. 

 

 

"모든 요괴들이 너와 연결되어 있는 것이냐."

"내가 그들의 아버지이자, 어머니라서."

 

 

빙그레 미소 띈 얼굴에 탁익신은 이를 부득 갈았다. 볼수록 곱디고운 미소였다. 그들은 나의 악기로부터 태어나 대황을 누리고 다녔소. 의도치 않은 결과였지. 나에게서 그리 많이 태어날 줄은 몰랐소. 이해가 되질 않는 소리였다. 의도치 않은 결과? 그럼 어느 날 갑자기 떡하니 태어났단 말인가. 

 

 

"천년 묵은 대요괴에게서 갑자기 태어났다고?"

 

 

조원주가 음? 하고 그를 멀뚱히 올려다보았다. 천년이라니, 난 천만년을 살아 온 대요괴요. 그러니 대요괴라는 수식어가 붙었지. 천년은 고작 걸음마를 뗀 어린 아이에 불과하다오. 탁자에라도 엉덩이를 좀 붙여볼까 움직이던 탁익신이 멈칫거렸다. 천만년. 그리고 보니 대요괴라 불릴 만큼이면, 천년은 '고작' 수준에 불과하다. 탁익신이 주춤거리며 다시 똑바로 서고는 시간을 짐짓 계산해 보았다. 수를 세어보니 제 조상인 빙이와 나이가 엇비슷했다. 셀 수도 없는 나이가 짐작되자 그는 괜스레 목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다시 힐끔 쳐다보니 조원주가 한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뒷받침하며 말했다. 나이가 많긴 해도 미모는 출중하지 않소? 이리 잘생긴 대요괴는 본 적 없을 것이오. 세월이 흐를 수록 사람은 지혜로워지고 자신을 내려놓는 법이거늘 아무래도 요괴라 그런지 자만심이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탁익신이 듣기 싫다는 듯 도리질을 치며 말했다. 

 

 

"헛소리 집어 치고 대답이나 하거라. 그리해서 네게 좋을 것이 무엇이냐."

 

 

또 다른 속셈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조원주가 이에 대답했다.

 

 

"살아가고자 했으나 외로웠고 사랑받고자 했으나 세상이란 박해가 있었으니 당신만큼은 내 삶의 이유가 되길 바라오. 태어남에 이유가 분명하고 내 삶이 헛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 이유."

"······."

"당신은 이 세상의 평안을 원하고 그대의 아버지와 형을 죽인 요괴이자 원수인 나를 죽이고 싶어 했으니 이만하면 좋은 거래가 아니겠소."

 

 

요괴 따위가 외로움을 싫어하고 사랑받고자 한다고. 그리고 삶의 이유. 머리가 어지러웠다. 삶의 이유를 찾는 대요괴도 신기한데 그 이유를 죽음에서 찾고자 한다니. 탁익신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똑바로 말하거라. 넌 아까도 내 형을 죽인 원수는 네가 아니라 주염이란 자라고 했다. 그런데 너는 왜 또 그자가 너라고 말하는 거지?"

"주염은 또 다른 나요. 내 악기로부터 떨어진 이지. 그런데··· 뜻하지 않게 수 만 년 전 그를 내 안에 봉인한 일이 있었소. 그리고 적월이 뜨던 그 어느 날, 봉인되어 있던 주염이 폭주 해 그대의 아버지와 형을 헤친 것이지."

"적월···."

 

 

잊을래야 잊을 수 없었던 그날, 탁익신은 고통스럽기만 하던 과거의 일을 잠시 떠올렸다. 형이 죽던 바로 그날. 조원주의 말대로 피처럼 붉디 붉은 달이 밤하늘을 훤히 밝히고 있었다. 익신, 아우야. 도망쳐···! 비명 같은 형의 목소리에 탁익신은 황급히 현실로 도망쳐 나왔다. 잠시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탁익신은 괴로움에 마른침을 삼키고 뜸을 들이다 물었다. 

 

 

"적월이 뜨는 날이면 그의 봉인이 풀리는 것이냐."

"그날은 내가 악기의 그릇이 되어 이성을 잃게 되오. 세상 모든 악기들이 나에게로 몰려 들어 이성을 잃게 만들고 폭주하게 만들지. 그럴 때 잠시 주염의 봉인이 풀어져 날뛰는 것이오."

"막을 방법은."

 

 

입이 마르는지 조원주가 혀로 제 입술을 축이고는 말했다.

 

 

"내가 죽는 것 뿐이오."

 

 

내가 소멸하면 주염 또한 없어지니. 조원주가 검지로 그의 운광검을 가리켰다. 탁익신은 온전히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이해한 듯했다. 그래서 나를 찾아온 것이구나. 그가 조용히 속삭였다. 조원주가 그렇다 고개를 끄덕이자 탁익신은 검집에서 손을 뗐다. 만족하시오? 만족하지 않을 수 없었다. 원수를 죽임과 동시에 이 세상 모든 요괴들이 사라진다니, 그건 아버지와 형 그리고 자신이 바라던 세상이었다. 그러니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인 쉬운 편이었으나 한 가지가 마음에 걸렸다. 바로 그를 사랑해 주는 일이었다. 그는 주염이 아니었으나 이 세상의 적이었다. 사람을 헤칠 수도, 이 세상을 멸망케 이를 수도 있는 대요괴. 사람을 많이 죽였든 아니든 적을 사랑하는 일은 그 누구도 쉬이여기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저 안에 주염이 봉인되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치가 떨리는 일이었다. 탁익신은 보기 좋게 미소 짓고 있는 얼굴에서 등을 돌렸다. 그가 웃고 있는 것이 싫었다. 미소 지을 수록 알 수 없이 가슴이 무거워진다. 등을 돌리고 서 있던 탁익신이 말했다.

 

 

"적월은 또 언제 뜨는 것이냐."

"그건 나도 모르겠소. 적월은 주기 없이 갑작스럽게 찾아와서."

 

 

탁익신도 적월은 그날 이후로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보았더라면 아마 이 자리가 아닌 그가 폭주하고 있는 그 장소에서 보게 되었을 것이다. 차라리 그게 나았을 지도 모른다. 그렇담 사연도 모르고 운광검으로 그를 찔러 죽였을 것이다. 탁익신이 다시 입을 열었다.

 

 

"1년도 못 가 적월이 뜨면."

"대인에게 더 좋을 일이 될 거요. 그래서 대인에게 운광검을 제대로 다룰 수 있는 법을 가르쳐 줄까 하는데."

"필요 없다. 난 충분히···."

"그날이 찾아오면 대인이 상대할 요괴는 내가 아니라 주염이 될 것이오."

 

 

주먹을 거세게 그러쥐었다. 본래 운광검을 물려 받아 주인이 되었던 형 조차 감당해내지 못했던 요괴다. 나는 기꺼이 그대 검 끝에 내 목숨을 내어주겠지만, 주염은 아니오. 가만히 듣고 있던 탁익신의 고개가 그에게로 돌아갔다. 조원주가 말했다.

 

 

"죽음은 나에게··· 평안을 가져다 줄 것이오. 너무 오래 살아서 이젠 지치지."

 

 

탁익신이 눈에 힘을 주고 되받아쳤다.

 

 

"그럼 당장 내 손에 죽으면 될 일 아니더냐."

"나에게도 이름이 생겼으니 그 정을 한 번 느껴보고나 죽을까 해서." 

 

 

요괴가 정이라니, 황당하구나. 탁익신이 쓴 소리를 내뱉고 신방을 박차고 나갔다. 그러자 조원주가 자리서 일어나 그가 서 있었던 곳으로 가 손으로 바닥을 짚어보았다. 유독 그가 서 있었던 곳이 한겨울 내린 서린 눈처럼 바닥이 싸늘하게 차 있었다. 조원주가 그 자리를 여러 번 쓸어보고는 무거운 한숨을 내리 쉬었다. 

 

조원주와의 대화를 끝내고 나온 탁익신은 어머니와 큰아버지 식구들을 모아 놓고 아까 전 있었던 일에 대해 말해주었다. 당연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의자를 들었나 놨다, 꽃병을 멀찍이 던져 버리는 둥 온갖 행패를 부려댔다. 신분 없는 이를 신부로 맞아들인다 해도 이 정도의 반응은 아닐 것이다. 어머니는 자신의 아들을 죽인 요괴를 며느리로 받아들일 수 없다 울고불고 집안을 뒤집어놨다. 반면에 방금까지만해도 의자를 집어 던지려던 큰아버지는 의외로 차분한 모습으로 자리에 앉아 깊은 고뇌에 빠져 있었다. 탁익신이 그들에게 말했다. 고작 일 년입니다. 잠자코 있던 큰아버지가 말곁을 달았다. 그 시간만 인내하면 세상에 평안이 찾아올테지. 고통스러운 시간이 될 것이다. 원수인 요괴를 아내로 맞이했다 천도성이 수군거릴 테고 손가락질 받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비난과 고통을 견딜만한 가치가 있었다. 저녁때까지 이어진 대화에 결국 어머니는 할 수 없이 허락 아닌 허락을 내려주었다.  

 

허락이 떨어진 후, 가두가 깨진 파편들을 쓸어 모으고는 크게 한탄하며 한마디 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는 의자에 앉아 회상에 젖은 듯한 탁익신을 보고는 가두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쿡 찔렀다. 그러자 가두가 자기가 못 할 말이라도 했느냐 짜증을 내었다. 그렇잖아! 사람들이 다 뭐라 그러겠어! 집요사의 통영이 요괴를 아내로 맞이했다 하면 얼마나 크게 손가락질 하겠느냐고! 게다가 주인 어르신과 큰 도련님을··· 드르륵. 탁익신이 일부러 의자를 소리 나게 뒤로 밀어 자리서 일어났다. 

 

 

"가두, 조용히 하거라."

"그렇지만 작은 도련님···."

 

 

가두의 말을 누군가 가로챘다. 

 

 

"내 편을 들어주는 것이오?"

 

 

고고한 자태로 본채에 들어선 대요괴의 등장에 가두가 몸을 사렸다. 몸을 덜덜 떨고 눈이라도 마주칠까 고개를 살며시 숙인 채 탁익신과 그의 눈치를 살폈다. 조원주는  그런 가두의 행동을 보고 살포시 미소 짓고는 뒷짐을 지고 안으로 들어가 사위를 두루두루 둘러보았다. 탁익신은 본채까지 납신 대요괴에 아주 불만스러운 얼굴로 팔짱을 끼었다. 아주 네 집인 양 행동하는 구나. 그러자 조원주가 말했다. 이제 곧 내 집이 될 수도 있으니까. 확신이 아니었다. 그럴 수도 있을 거란 불확실한 희망에 탁익신의 눈이 조금 흔들렸다. 여러모로 제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자다. 조원주가 화병에 꽂힌 어여쁜 꽃을 손끝으로 톡 건드리며 말했다. 

 

 

"그래서 식은 언제 올리는 건지 궁금하구려."

"식은 무슨···!"

 

 

정말 황당하다는 듯 탁익신이 눈썹 새에 내 천자를 그렸다. 바라는 것도 많구나. 한 마디 쏘아붙이자 조원주가 가증스럽게도 가련한 얼굴로 대꾸했다. 남은 생이 일 년, 혹은 그 보다 못 살 수도 있는 요괴지 않소. 오래 살았다 한들 그래도 여한 없이 생을 마쳐야··· 탁익신이 발을 한 번 구르고는 말을 막아버렸다. 대충 준비할 테니 알아서 하라 하고는 본채를 나가버리자 조원주가 조용히 속삭였다. 예나 지금이나 순한 건 변함이 없구나. 허나 그가 왜 어린 시절 속 저를 잊어버렸는지 의문이 들었다. 제 미모에 대해 온갖 찬양을 할 때는 언제고. 그게 조금은 얄미워 걸어가고 있는 탁익신에 장난을 걸었다. 넘어져라. 두 손가락을 올리고 주문을 외자 멀쩡히 걸어가던 탁익신이 갑자기 뭔가에 부딪힌 듯 철퍼덕 넘어지고 말았다. 아무것도 없는 길 위에서 넘어졌으니 당연 대요괴의 짓이라 정확히 짚은 탁익신이 뒤로 휙 돌아 씩씩거렸다. 너···! 조원주는 얄미운 얼굴로 어깨를 으쓱이고는 뒷짐을 진 채 집안 구경에 나섰다. 성난 탁익신을 뒤로하고 집안을 천천히 거닐던 조원주는 저를 피해 달아나는 객식구들을 보며 잔잔히 미소를 머금었다. 아무짓 하지 않아도 그들은 저를 무서워한다. 아무런 짓도 하지 않았는데도 그들은 저를 주염으로 알고 다들 도망가 버린다. 주염, 왜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 하필 탁부의 사람들을 건드린 것이냐. 운광검 때문이었나. 신방을 지나 회랑 끝 작은 그네 앞에 도달한 조원주는 이것은 무엇인고 하는 얼굴로 바라보다 조심히 앉아 보았다. 그냥 앉는 용도이면 의자를 가져다 두면 될 텐데 굳이 천장에 줄을 매달아 놓은 이 독특한 모양에 조원주는 흥미 어린 얼굴로 천장과 바닥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인간은 역시 기발해."

 

 

정확한 용도를 모른 채 아무도 없는 곳에서 홀로 시간을 보내던 조원주는 반대쪽 회랑 끝에서 주저주저하고 있는 가두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망설이던 가두가 조심조심 다가와서는, 그러나 멀찍이 서서 그를 불렀다. 

 

 

"저···."

"음?"

"마님··· 마님께서 저녁 식사에 초대하셨습니다."

 

 

신방에서 듣자 하니 저를 온갖 말로 욕을 하고 반대를 하던 사람이 저녁 식사 자리에 자신을 초대하다니, 이건 또 무슨 일인가 싶어 먼저 뛰어가는 가두의 뒤를 따랐다. 천천히 걸음해 가보니 저녁이 차려진 동그란 식탁 위에 탁부 사람들이 둘러 앉아 있었다. 그 중 한 곳에 휭하니 비어 있는 의자에 앉은 조원주는 제 앞에만 음식이 차려져 있지 않은 것을 알아차렸다. 아무래도 미운 것이겠지. 속으로 생각한 그는 흡사 장례식 같은 분위기에 덩달아 웃지도 못하고 앉아선 그저 옆에 있는 탁익신 쪽으로만 힐끔거렸다. 탁익신도 그가 저녁 식사 자리에 초대된 것을 미처 알지 못한 소식이었는지 조금 당황한 얼굴로 어머니를 쳐다봤다. 그녀는 눈을 내리 깔고 차 한 모금을 마시는 듯하더니 조원주를 향해 싱긋 웃어주었다. 사람 아닌 요괴인지라 무엇을 드실지 몰라 따로 준비한 것이 있사오니 마음껏 즐기시라 하고는 가두를 불렀다. 그러자 가두가 문을 열고 들어와서는 그의 앞에 작은 바구니 하나를 내려 놓았다. 그 안에는 작고 귀여운 하얀 강아지 한 마리가 눈을 동그랗고 뜬 채 들어 있었다. 대요괴를 향한 명백한 조롱이었다.

 

조원주보다 탁익신의 얼굴이 불성 사납게 일그러졌다. 이런 식은 아니었다. 사람은 아니어도 살아있는 존재다. 그가 화를 낸다 해도 이건 변명할 수 조차 없었다. 대신 어머니께 한 마디 하려 입을 여는데 조원주가 먼저 나섰다. 

 

 

"혼수로 주시는 거라 생각하고 받겠습니다." 

 

 

귀여워서 먹기는 아깝고 내가 키워야 할 듯싶소. 익살스러운 얼굴로 탁익신을 향해 말하고는 하얀 강아지를 품에 안고서 자리서 일어났다. 식구들끼리 좋은 저녁 식사 되시라 이르더니 이내 조용히 방을 나서 아무도 없는 정원으로 향했다. 돌 위에 앉아 품에서 꼬물거리고 있는 하얀 강아지의 등을 쓰다듬었다. 기운을 느껴보니 그저 평범한 강아지다. 네가 나보다 더 오래 살겠구나. 좋은 주인을 만나야 하는데. 등을 쓰다듬다 엉덩이를 토닥이니 강아지가 그를 올려다본다. 졸린 지 작은 주둥이를 벌려 하품을 하고 품에서 벌러덩 누워버린다. 속 편한 건 이 강아지 뿐이 없을 것이다. 한 팔로 품에 안고 재우고 남은 손으로는 작은 호리병을 꺼냈다. 가볍게 흔들어 입술에 가져다 대는데 인기척이 들려 고개를 돌려 본다. 탁익신이 회랑 기둥 옆에 서서 뭔가를 주저하고 있었다. 그러자 조원주가 먼저 그를 안심시켰다. 

 

 

"괜찮소. 요괴에게 그런 일은 흔한 일이라."

 

 

탁익신이 눈을 들어 올렸다. 흔한 일? 그가 묻자 조원주가 머리를 천천히 주억거렸다. 그리고 찾아온 침묵. 나무에 눕다시피 비스듬히 기댄 채 호리병으로 뭔가를 마시는 조원주 위로 달빛이 스며 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새하얀 피부 위로 달빛이 새 들으니 더 없이 하얗게 보인다. 탁익신은 물인지 술인지 모를 것을 먹는 그의 입술이 촉촉함으로 물들어 가는 것을 보고는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가 홀로 놀라버렸다. 그리고 주먹을 쥐었다 피기를 반복하다 다른 곳을 넘어다 봤다. 오랜 세월을 살아 온 요괴에게 누가 저런 모욕적인 일들을 펼쳤을까 하는 궁금함이 들었다. 허나 구태여 묻지는 못했다. 미소 짓고 있는 그의 얼굴이 또 묘하게 쓰게 보였기 때문이다. 탁익신이 숨을 짧게 들이마셨다가 내쉬며 말했다. 

 

 

"내일."

 

 

조원주가 호리병을 내려놓고 돌아보자 다시 말을 이었다.

 

 

"집요사에 가기 전 간단히 혼례를 올릴 것이다."

"대인의 바람이 이뤄지는 순간이겠구려."

 

 

탁익신이 소리쳤다. 

 

 

"네가 먼저 올려야겠다 말하지 않았느냐!"

"하지만 그 전에 대인이."

 

 

조원주가 땅으로 내려와 손으로 자기 허벅지 쯤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만했을 때 나에게 그러지 않았소. 꼭 나와 혼례를 치르겠다고.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탁익신이 나는 너를 기억도 못하거니와 만난 적도 없다 하자 오히려 그가 더 억울해했다. 자신은 없는 말을 지어내지 않는다며 기억 좀 해보라고 보채기까지 하자 탁익신이 눈까지 홉뜨고 쳐다본다. 

 

 

"대체 언제."

"그것참 이상하지 않소. 왜 많고 많은 기억들 중에 나만 쏙 빼놓고 다 기억하는지."

"이상하지 않다. 널 만났다 한들 기억하고 싶지도 않아."

 

 

그러자 조원주가 눈초리를 내리뜨리고 불쌍한 얼굴로 서서는 짧게 한숨 지었다. 하긴, 나 같은 게 뭐라고. 신경 쓰지 마시오. 어차피 죽어야 할 요괴, 기억해서 무엇 하겠소. 반칙이었다. 저런 얼굴로 저런 말을 하면, 탁익신이 입술을 벙긋거렸다. 여닫기를 반복하다 에라 모르겠다 도망치려는데 조원주가 어느새 제 앞에 서 있었다. 헌데 뒤에 감춘 것은 무엇이오. 갑자기 앞에 서 있는 대요괴 때문에 놀란 탁익신의 몸이 휘청이더니 뒤로 넘어가려 하자 얼른 팔로 그의 허리를 받쳐 쓰러지지 않게 제 품으로 당겼다. 이 묘한 자세에 탁익신의 귀가 붉게 달아 올랐다. 얼굴이 너무 가까워 허둥지둥 재빨리 요괴의 품에서 떨어졌다. 그리고 뒤에 감추고 있던 복숭아 하나를 앞으로 쓱 내밀었다. 먹지도 못하고 자리서 일어났으니 배가 출출할 것이라 생각해 가져온 것이었다. 겨울을 코 앞에 두고 있는 이 계절에 귀하디 귀한 복숭아 하나를 가져온 탁익신에 조원주는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아버지 몰래 가져왔어, 먹어.'

 '난 안 먹어도 괜찮아.'

 '···생각해서 가져온 건데.'

 

 

본래 요괴는 먹지 않아도 되는 존재다. 요력만 있으면 일 년 내내 아무 것도 입에 대지 않아도 잘만 살아갈 수 있는 존재였으나 어린 탁익신은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늘 먹을 것을 가져와 품에 안겨주고는 했었다. 작은 두 손으로 안겨준 복숭아를 조원주는 먹지 않을 수 없었다. 저를 위해 가져다준 것이기에. 그날부터 조원주는 복숭아를 좋아하게 되었다. 먹지 않아도 되는 요괴는 복숭아만 보이면 그날을 회상하며 먹고는 했다. 기억도 나지 않는다면서 습관인 듯 가져온 이 과일을 조원주는 기뻐했다. 그러나 그는 받지 않고 쳐다만 보고 있었다. 민망해진 탁익신이 받지 않고 뭐 하느냐 한 소리하니 반으로 쪼개달라는 주문까지 한다. 어이없다는 얼굴로 그를 바라보던 탁익신은 또 해달라는 대로 복숭아를 반으로 나눠 주었다. 힘으로 눌러 가르니 복숭아 즙이 손목까지 주르륵 흘러버렸다. 찝찝함에 얼른 넘겨주고 손을 씻으려는데 조원주가 복숭아의 반을 들고 있는 그의 손을 붙잡고서 손목부터 새끼손가락까지 붉은 혀를 내어 길게 핥아 올렸다. 탁익신은 내리 깐 그의 긴 속눈썹에서 살결을 핥아 올리는 유연한 혀를 지켜보았다. 또 다른 의미로 숨이 멎는 듯했다. 한 번 더 아래서 위로 핥아 올리던 조원주의 눈이 들어 올려지더니 그와 마주쳤다.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 같았다. 탁익신은 멍하니 그가 하는 대로 지켜보다 저 멀리서 도련님! 하는 소리에 안타깝게도 빨리 정신을 차렸다. 조원주의 손에 쪼개진 복숭아를 넘겨주고 도망치듯 자리를 벗어났다. 그 모습을 제법 귀여워하던 조원주는 잠든 강아지를 깨워 복숭아 반을 먹이고 남은 반은 자신이 먹었다. 

 

자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간, 탁익신은 아무의 도움으로 김이 펄펄 나 안개가 뿌옇게 낀 뜨거운 탕에 들어가 차가워진 몸을 녹이고 있었다. 발끝부터 손끝까지 이어진 결빙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너른 욕조 탕에 기대 앉았다. 형이 세상을 뜬 후부터 시작된 이 결빙 증상은 갖은 병을 고친다 하여 집요사로 데려온 어린 의원 조차 해결하지 못한 것이었다. 왜 일어나는 것이며 어찌하면 고칠 수 있는 가는 아무도 모른다. 그저 얼어붙지 못하도록 이렇게 뜨거운 탕에 몸을 밀어 넣는 수 밖에는 없었다. 빙이족임에도 불구하고 힘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자신이 한심하다. 아무가 욕탕의 온도를 확인하고 자리를 비우자 탁익신은 몸에 힘을 풀고 고개를 뒤로 젖혔다. 분명 피부가 빨개질 정도로 뜨거운 물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서늘함을 느끼고 있었다. 사실 뜨거운 것으로 따지자면 이 물보다 조원주의 살결과 혀가 보다 더 뜨거울 것이다. 탁익신이 그가 핥았던 손을 들어 허공에서 천천히 살펴본다. 아직도 피부 위를 누볐던 그의 혀가 생생하다. 원래 몸이 그리 뜨거운가. 이름이 새겨져 있는 허벅지 또한 매우 뜨거웠었다. 혀는 말랑하고 촉촉했으며 허벅지의 살결은···. 눈을 감고 그의 몸을 상상해 보던 탁익신이 입술을 콱 깨물고는 두 손으로 마른세수를 했다. 대요괴 상대로 무슨 상상을 하는 가. 미쳤어. 혼잣말로 중얼거리던 중 탁익신은 어깨 위로 닿은 부드러운 손길에 흠칫거렸다. 왼쪽부터 오른쪽 어깨까지 부드럽게 쓸어내리는 손길에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려보니 나체로 새빨간 얇은 겉옷만 입고 있는 조원주가 요염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네가 왜···. 여미지 않은 겉옷 사이로 그의 근사한 몸이 보인다. 조원주는 그의 어깨를 한 손으로 짚은 채 한발씩 욕탕으로 넣어 천천히 들어갔다. 탁익신은 그 모습을 홀린 듯 바라만 봤다. 가득 낀 안개 속 대요괴의 모습을 기이하면서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매혹적이었다. 붉은 겉옷이 물에 풀어져 두둥실 뒤로 떠올랐다. 조원주는 아름다운 미소를 단 채 그에게 다가가 목에 두 팔을 두르고는 다리 위로 올라탔다. 탁익신은 물보다 뜨거운 그의 피부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저를 얼려버리는 이 서늘함을 해결하고파 그에게 더 닿고 싶었다. 조원주가 가득 끌어안았다가 스르륵 놓고는 한 손으로 그의 목을 잡아 뒤로 젖히며 목덜미에 입술을 묻었다. 닿은 곳이 불에 덴 듯 홧홧해진다. 촉촉한 입술로 목덜미 이곳저곳을 누비자 탁익신은 그대로 눈을 질끈 감고 탄탄하지만 그의 얇은 허리를 양손으로 붙들었다. 목덜미에서 턱선으로 그리고 뺨 위로 그리고 귓가로 옮겨갔다가 다시 목덜미를 입술로 지분거리자 탁익신의 입술 새로 보기 드문 신음이 흘러 나왔다. 그러자 조원주가 그의 귓가에 낮게 웃고는 혀로 귓불을 건드렸다가 입에 물고는 잔뜩 희롱하다 가볍게 깨문다. 자극이 됐는지 탁익신이 으르렁 거리며 눈을 뜨고 그를 올려다보았다. 조원주의 코 끝이 그의 코 끝에 닿았다. 그러자 그의 시선이 호선을 그리고 있는 붉은 입술로 내려갔다. 아래가 빳빳해지는 느낌에 고운 미간에 주름이 갔다. 조원주도 느꼈는지 아래를 힐끔 내려다 보고는 더 근사하게 미소 지으며 다시 목덜미에 입술을 묻었다. 혀로 핥으며 빨다가 가볍게 깨물자 탁익신이 신음하다 아랫도리에 가해지는 가벼운 압박에 저도 모르게 허리를 밀어냈다. 낯선 감각에 덜컥 겁이 난 것이다. 뿌리치지 못할 유혹임에도 낯설어 하던 탁익신은 또 밀어내는 대로 멀어지려는 몸을 잠시 붙들었다. 밀어낸 것은 저였으나 멀어지는 것은 또 싫었다. 그러다 머리 위로 낮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이상함에 올려다보니 조원주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황망함에 허공만 올려다보던 그가 허겁지겁 주위를 돌아봤다. 그가 또 저를 놀린 것이다. 

 

 

"조원주!"

 

 

에취. 가볍게 재채기를 한 조원주가 쿡쿡 웃고는 잠든 강아지를 옆구리에 끼우고 침상 위에 몸을 뉘었다. 여기서 자도 되는 건지는 몰라도 여하튼 이래라저래라 하는 말이 없으니 일단 눕고 봤다. 그때 환영술로 그를 희롱한 것이 재밌어 계속 조용히 웃다가 설핏 잠이 들려는 찰나였다. 귀에 익은 목소리가 그의 몽롱한 정신을 일깨웠다.

 





 

"조원주."

 

 

벌떡 일어나 앉으니 저와 똑같이 생긴, 제 안에 봉인되어 있는 주염이 탁자 위에 앉아 있었다. 봉인이 풀렸나? 그럴 리가. 적월은 뜨지도 않았다. 그럼 이건. 






 

재생다운로드Tumblr_l_60175677512199.gif
 

"가엾구나. 탁익신은 기어이 너 때문에 죽게 될 거야. 이륜이 받고 있는 고통까지 모두, 고스란히 돌려줄게."

 

 

눈 앞이 뿌옇게 변하더니 이내 잠에서 깨어났다. 조원주는 제 손을 핥고 있는 강아지를 끌어 당겨 품에 안고선 햇살을 등진 채로 눈을 질끈 감았다.










대몽귀리
익신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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