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2796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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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30 01:15
전편 - https://hygall.com/612567217 (전편)
페드로가 집을 비운 동안 허니는 부지런히 움직였음. 원래도 부지런한 성격이긴 했지만 가만히 쉬면 이 조용한 집에 혼자라는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와 그녀는 바쁘게 움직이며 그 기분을 무시하려 했지. 눈이 가득 쌓인 숲 속의 집은 여기저기 손이 필요한 곳이 많았고 허니는 수월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음. 내일이 되면 페드로가 올거야, 그가 오면 이 알 수 없는 불안감도 사라지겠지.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이며 허니는 2층, 그녀의 방에서 잠이 들었어.
쾅! 쾅!
한밤중 현관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허니는 눈을 떴음. 누군가가 현관을 부술 듯이 두드리는, 아니 부수고 들어오려고 했어. 허니는 페드로의 방 아래 벙커로 가기 위해 서둘러 계단을 내려갔고 그녀가 1층에 내려온 순간 현관문은 버티지 못하고 떨어져나갔지.
- 저기 있다!
침입자는 그대로 뛰어들어가 허니를 밀쳐 넘어뜨렸고 또 다른 남자가 들어왔어. 허니를 밀친 남자는 허니의 머리채를 강하게 잡아 그녀를 일으켰어.
- 역시 여기에 숨어있을 줄 알았다니까!
- 여기 남자가 산다며?
- 앞전에 찾아왔을 때 왠 놈이 하나 있는 거 봤어. 살펴봐.
남자 하나가 집 안쪽으로 사라지자 남자는 허니의 얼굴을 다시 확인하더니 큰 손으로 그녀의 뺨을 내려쳤음
- 니가 무사할 줄 알았어? 돈을 떼먹은 것도 모자라서 내 동생을 칼로 찌르고 도망가질 않나. 내 동생은 아직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데 넌 무사할 줄 알았냐.
남자는 허니의 몸이 크게 흔들릴 정도로 그녀의 뺨을 몇차례 더 때렸고, 허니는 입안이 찢어지고 볼이 터질 것 같은 통증에도 눈을 감지 않으려 했음.그녀는 두려움에 눈을 감는 대신 남자의 허리춤에 고정되어 있는 총을 노렸지. 남자가 다시 허니의 머리채 잡고 흔들자 허니는 버티는 대신 남자 쪽으로 몸을 밀었고 그녀의 손에 차가운 감촉이 느껴졌음. 허니는 남자의 허리춤에 매달린 권총을 빼지 않고 안전장치를 풀어 그대로 쐈음.
탕 -!
- 아아아아아아악!!!
총구가 다리쪽으로 내려가 있던 터라 총에서 발사된 총은 남자의 다리를 스쳤음. 남자가 바닥에 뒹굴었고 몸이 자유로워진 허니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2층 방으로 뛰어올라갔음.
- 무슨 일이야?
- 다들 왜그래?
거실의 비명소리에 방안에서 들어와 있던 남자와 바깥의 차 안에서 기다리던 다른 남자들이 몰려들었지. 방으로 돌아온 허니는 문을 잠그고 옆의 서랍장을 문앞으로 밀었음. 그리고 외투를 하나 껴입고 페드로가 줬던 권총과 휴대폰을 챙겼지. 그녀는 폰을 열어 떨리는 손으로 페드로에게 문자를 보냈어.
'누군가가 집에 들어왓어요. 집 밖으로 도망가야할거같아요.'
그리고 허니는 창문을 열고서 창문턱을 넘어갔음. 그녀의 방은 2층이었지만, 창문 밖 경사진 지붕을 타고 1층으로 내려갈 생각이었음. 부상을 피할 순 없어보였지만 방 안에서 기다리는 것보다 살 확률은 높아보였지. 그리고 그렇게 버티면 페드로가 돌아와서 그녀를 지켜줄 거란 걸 허니는 의심하지 않았기에 다소 무모한 행동을 실행에 옮기기로 했음.
- 읍!
다행히 바닥에 쌓인 눈때문에 소리는 거의 나지 않았지만 발목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허니는 짧게 신음소리를 내었지. 침입자들은 2층으로 올라간 듯 2층에는 조명이 번쩍였고 시끄러운 목소리가 흘러나왔지. 하얀 눈은 그녀의 고통을 줄여줬지만 이대로 가다간 눈밭에 그녀의 발자국이 찍혀들킬 것이 뻔했어. 그래서 그녀는 침입자들의 자동차가 남겨놓은 흔적을 따라 걸으며 그녀의 발자국을 숨기고 숲 속으로 몸을 숨겼음
숲의 밤은 어둡고 적막했음. 허니는 집에서 얼마나 걸어왔는지 알 지도 못했고 몸을 숨기기 위해 중간에 숲속으로 들어오면서 그녀는 길에서 완전 벗어났지. 휴대폰에는 통화권 이탈표시가 떴고, 키 큰 나무들이 자리잡은 곳에는 눈이 쌓여있지 않아 허니는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함.
허니는 침입자에게 맞아 부어오른 볼을 만져봤음. 몇달전이었다면 이런 상처에는 눈도 꿈쩍하지 않았겠지. 허니는 빈민가에서 태어난 아이였음. 부모들은 조직에게 돈을 빌려 다 갚지도 못한 채 죽어버렸고 허니는 그 빚을 그대로 물려받아 성인이 되기 전부터 일을 하며 돈을 갚아야 했음. 돈을 제때 갚지 못하거나, 말을 듣지 않거나, 그냥 기분이 나쁠 때 그들은 허니를 때리고 했음. 허니는 그렇게 계속 맞고 사는 것이 주어진 운명이라고 생각했지. 그 남자가 허니를 겁탈하려고 하지 않았다면, 그녀 옆에 마침 과일을 깎던 칼이 놓여있지 않았다면 지금 또 다른 어디선가 허니는 계속 맞고 있었을거임.
- ...
그녀는 생각나는 이름을 말해보려고 했지만 어느 순간 막혀버린 목구멍은 그의 이름을 소리내지 못했어. 무작정 비오는 숲 속을 걷던 허니를 들여보낸 준 사람. 처음 그를 만났을 때 허니는 무서웠어. 허니를 꿰뚫어보던 그의 눈은 그녀가 마주했던 어떤 범죄자들보다도 날카로웠고 꼭 숲속에서 늑대를 만난다면 그런 눈을 하고 있었을 것 같았거든.
하지만 그는 젖은 그녀를 위해 수건을 줬고 그녀 가방안에 있던 옷들도 젖어있자 갈아입을 옷을 내어줬지.
- 빌려줄 수 있는 옷이 이런 것 뿐이라 미안해.
허니보다 훨씬 품이 큰 그의 티셔츠를 입었을 때 신기하게 그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았고 그녀를 늘 따라다니던 추위가 사라진 것 같았음. 소리 대신 허니가 휴대폰으로 글을 쓰는 것을 기다려주고 집이 없다는 허니의 말에 페드로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방 한칸을 내어줬음. 가정부라고 하면서도 막상 일에 서툰 허니에게 화 한번 내지 않고 숲 속의 집에서 생활하는 법을 가르쳐줬지. 아, 한번 소리를 친 적은 있었음.
- 허니! 손대지마!
실수로 그의 무기 창고를 열었을 때 그는 허니에게 소리쳤고, 잠시 후 그는 그녀에게 다가와서는 사과했지.
- 아까 소리쳐서 미안해. 혼자 살다보니까 위험한 것들을 따로 보관할 생각을 못했어. 위험한 걸 아무렇게나 둔 내 잘못이야. 미안해.
페드로의 사과에 허니는 괜찮다고 폰에 쓰려고 했지만 폰이 보이지 않아 그녀는 주변을 둘러봤지. 그때 페드로가 손바닥을 내밀었고 손바닥을 보던 허니는 곧 페드로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그의 손바닥에 글을 썼음.
'괜찮아요. 제가 함부로 만진 건 맞으니까 사과 안하셔도 되요.'
- 아니야. 다시는 이런 일 없게 할게. 미안해.
페드로와 함께 했던 기간은 몇달밖에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녀에겐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소중한 기억들이었음. 허니가 조직에서 도망쳤을 때 그들에게 다시 잡히게 된다면 죽음을 받아들일 생각있음. 그녀에겐 삶의 의미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페드로와 함께 하면서 그녀는 타인의 온기가 얼마나 따뜻한 것인지 알게 되고 누군가의 애정과 관심을 받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 오늘이 그녀의 마지막 날이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 그래도 페드로의 얼굴을, 그가 부르는 자신의 이름을 한번 더 듣고 싶었기에 허니는 추위 속 흐려지려는 정신을 다 잡으려 했음.
한편 침입자들만 남은 집안은 엉망이었음. 총상을 입은 남자는 비명을 질렀고 남은 침입자들은 다친 그를 지혈하고 집안 수색을 했지.
- 빌어먹을 계집!!! 죽여버릴거야, 죽여버릴거라고!!!
- 가만히 좀 있어봐. 그래도 중요한 부위는 비켜나간 것 같은데.
- 그만 데리고 내려가자. 여자애는 다음에 다시와서 찾고 일단 치료부터 받으러 가야해.
- 아아악!! 그 계집애를 죽여야한다고!
비명과 고함이 섞인 그들의 대화는 집 안을 가득채웠고 그래서 그들은 듣지 못했음. 어느새 집 안에 들어온 또 하나의 발자국 소리를.
냉기로 인해 팔과 다리의 감각이 무뎌지자 허니는 움직여서 열을 내야겠다고 생각했음. 그래서 팔다리에 힘을 줬지만 이미 얼어버린 그녀의 몸은 쉽게 움직여지지 않았고 그녀의 눈에는 세상이 모두 느리게 움직이는 것 같았지. 눈이 내리는 숲은 아름다웠지만 슬프게 느껴졌음. 페드로없이 혼자서 이 이 아름다운 풍경을 본다는 게 슬픈 것인지, 생에 마지막으로 보는 풍경이라 슬프게 보이는 것인지는 그녀는 알 수 없었지.
- ...니!
눈이 몰아치는 저 넘어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어. 허니는 굳어버린 손으로 눈을 비비고선 소리 나는 쪽을 봤어.
- 허니!!! 어딨어!!
그건 그녀가 기다렸던 목소리였어. 그의 부름에 허니는 답하려고 했지만 소리를 뱉지 못하는 그녀의 목에선 소리 대신 기침이 터져나왔지. 허니는 답답해졌어. 그래서 소리가 나는 쪽으로 향하기 위해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굳어버린 몸은 그녀를 고통스럽게 할 뿐이었어.
- 허니. 허니!!! 도대체 어디 있는거야. 제발...
페드로의 절규가 들리자 허니는 이를 악물고 몸을 움직이려고 했고, 결국 반쯤 일어서던 몸은 균형을 잡지 못하고 앞으로 고꾸라져버렸음. 하지만 페드로에겐 그 소리도 충분했지. 소리가 난 방향으로 달려온 페드로는 쓰러진 허니를 발견하고 그녀를 안았어.
- 허니. 늦어서 미안해. 정신차려. 응? 날 봐줘.
눈과 흙으로 더럽혀진 허니의 옷은 엉망이었고 페드로와 닿은 허니의 피부는 얼음처럼 차가웠지. 허니는 페드로를 보며 웃어보였지만 그녀의 몸에서 점점 힘이 빠졌고 페드로는 그녀를 안아들고서 집으로 향했어. 미친 사람처럼 제발 자신을 떠나지 말라는 말을 반복하며 페드로는 눈이 오는 숲 속의 길을 뚫고 가야했어.
허니는 머리가 깨질 듯한 두통과 손발이 갈라지는 듯한 통증을 느끼며 눈을 조금씩 떴음. 불이 지펴진 벽난로와 거기서 나오는 일렁거리는 주황색 불빛이 보였지. 추위가 스며든 그녀의 몸은 제 의지와 상관없이 떨려왔고 그 고통에 허니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나오자 곧 부드러운 온기가 그녀의 몸을 감싸주었지.
- 괜찮아. 따뜻해질거야.
페드로가 허니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그녀를 안아왔어.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운 그의 품 안에 안기고서야 허니는 알게 되었어. 페드로와 허니, 둘다 옷을 벗은 상태라는 걸. 평소의 허니라면 부끄러워했겠지만 흐릿해진 그녀의 의식은 그녀를 본능대로 움직이게 만들어 허니는 페드로의 품으로 파고들었고 페드로는 그녀를 집어삼키려는 것처럼 몸을 밀착시키며 두 사람의 피부와 육체는 빈틈하나 없이 맞닿게 되었음.
두근거리는 심장소리가 제 것이 아닌 페드로의 심장에서 나오는 소리라는 걸 깨닫자 허니는 그의 품에서 미소지었지.
허니는 그렇게 2, 3일간을 앓다가 정신을 차릴 수 있었어. 그녀가 누워있는 동안 페드로는 식은땀으로 엉망이 된 그녀를 닦아주기도 하고 옷도 갈아히고, 식사도 하나하나 먹여줬지. 페드로는 허니가 조금이라도 몸을 떨면 그녀의 체온을 재며 불안해했고 그녀를 껴안아서 그의 체온을 나눠주려고 했어. 몸의 회복은 몰라도 그날의 악몽에서 회복하지 못하는 건 허니보다 페드로 쪽이었지. 눈 앞에서 허니를 잃을 뻔했으니까.
그때 업무를 나갔던 페드로는 불안한 느낌에 서둘러 업무를 진행하였고 평소 그답지 않은 행동을 실수가 있었지만 예정보다 일은 빨리 끝낼 수 있었음. 페드로는 비행편을 앞당겨 예정일 전날 공항에 도착했고 집으로 향했지. 떠나있는 내내 들었던 그의 걱정은 기우였는지 허니는 잘 지내는 것처럼 보였고, 그저 허니가 기다리는 집에 하루 일찍 도착하는 것만으로도 그의 기분은 좋았어. 누군가가 침입했다는 허니의 문자를 받기 전까지.
침입자들을 정리하고 그들 중 한명을 고문해 허니가 집 밖으로 도망쳤다는 걸 확인하고서 페드로는 그의 얼굴에 총알을 박아넣었지. 그리고 목이 찢어질 것처럼 허니의 이름을 부르며 숲에서 그녀를 찾아왔을 때 그는 그녀를 잃을 수 있다는 공포감에 미쳐가는 자신을 발견했음. 그는 얼어붙은 허니의 손을 입김을 불어넣었고 차가운 그녀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맞대며 온기를 나눠주려 했지. 수십명, 수백명의 목숨을 빼앗고서 이 한명의 목숨을 살리려 매달리는 그를 몇달전이었다면 상상도 못했을거야.
며칠 뒤 허니는 잔뜩 굳은 표정으로 페드로의 손바닥을 끌어당겼고 그녀는 그 손바닥에 위에 글을 썼지.
- 그들이 왜 널 찾았는지 궁금하지 않냐고?
허니는 무언가 결심한 듯 크게 숨을 내쉬고 고개를 끄덕였음. 허니는 과거 그녀가 했던 일들에 대해 페드로에게 고백할 생각이었음.
- 아니, 궁금하지 않아.
페드로의 대답에 오히려 당황한 허니는 입을 움직여 왜냐고 물었지
- 과거가 어떻든 간에 지금 내 옆에 있잖아. 나에겐 중요한 건 그것 뿐이야.
고백과도 같은 말에 허니가 고개를 돌렸지만 페드로는 그녀의 턱을 부드럽게 잡아 그녀의 시선을 다시 자신에게 잡아두었지. 벽난로의 주황빛이 페드로의 갈색눈에 비춰 일렁거렸고 그의 눈이 아름답다고 생각했을 때 페드로는 허니의 입술에 입을 맞췄지. 그녀의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며 부드럽게 파고드는 그의 키스는 허니를 과거나 먼 미래가 아닌 지금에 잡아두기 충분했고, 허니도 그의 목에 팔을 감싸며 그와의 입맞춤에 빠져들어갔어.
- ....!
- 조심해.
고운 모래에 발이 쑥 빠지면서 허니가 비틀거리자 페드로가 그녀의 손을 잡아줬지. 허니는 단단한 페드로의 팔에 의지하며 해변가를 걸으며 오늘도 파란 바다를 구경했음. 페드로가 숲을 떠나 바다로 가자고 했을 때 허니는 딱히 싫지도 설레지도 않았어. 그녀는 바다를 본 적이 없었기에 페드로의 제안이 와닿지 않았고 그저 페드로와 함께라면 괜찮을 거라 생각했지. 페드로는 허니가 바다를 좋아하게 될 거라 말했고 그의 말대로 허니는 따뜻한 날씨와 평화로운 해안가 풍경에 빠져들었지. 손과 발이 시립지 않은 겨울은 처음이라 허니는 하루하루가 신기하고 즐거웠음.
빈자리를 찾아 나란히 앉은 그들은 말없이 바다를 바라봤어. 허니는 페드로의 손바닥을 가져가 그에게 물었지.
- 숲을 떠난 게 아쉽긴 하지만... 숲에서 오래 살았으니까 바다에서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페드로의 대답에 만족한 듯 허니의 머리가 작게 끄덕였고 페드로는 허니에게 몸을 기울여 짧게 키스했지. 허니가 웃음을 터뜨리자 다시 한번 입을 맞췄고, 한번 더 길게 입을 맞췄어.
물론 페드로가 해안가로 이사를 온 건 허니때문이었지. 다시는 허니가 숲의 냉혹한 추위를 겪지 않길 바랐고 그는 그 숲 속의 집에 허니의 과거를 묻어뒀지. 페드로는 허니가 과거에 돈을 훔쳤든, 사람을 죽였든 정말 신경쓰지 않았어. 하지만 그 과거가 다시 허니를 붙잡는 위험을 손놓고 볼 순 없었지. 그래서 페드로는 죽은 침입자들의 물건을 뒤져 그들을 조사했고 숲 속 어딘가에는 그날의 침입자 3명과 과거 허니가 차마 죽이진 못했던 한 명이 곱게 묻히게 되었지.
하지만 그건 허니가 알 필요가 없는 사실었기에 페드로는 따뜻한 햇빛 아래에서 웃는 허니의 모습을 바라볼 뿐이었음. 페드로는 지금 이 순간이 정말 행복했거든.
추운 날에 필요한 건 역시나 페드로, 비행기 티켓, 몇 구의 시체.
다들 추워하길래 따땃한 휴양지로 보내드림
페드로가 집을 비운 동안 허니는 부지런히 움직였음. 원래도 부지런한 성격이긴 했지만 가만히 쉬면 이 조용한 집에 혼자라는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와 그녀는 바쁘게 움직이며 그 기분을 무시하려 했지. 눈이 가득 쌓인 숲 속의 집은 여기저기 손이 필요한 곳이 많았고 허니는 수월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음. 내일이 되면 페드로가 올거야, 그가 오면 이 알 수 없는 불안감도 사라지겠지.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이며 허니는 2층, 그녀의 방에서 잠이 들었어.
쾅! 쾅!
한밤중 현관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허니는 눈을 떴음. 누군가가 현관을 부술 듯이 두드리는, 아니 부수고 들어오려고 했어. 허니는 페드로의 방 아래 벙커로 가기 위해 서둘러 계단을 내려갔고 그녀가 1층에 내려온 순간 현관문은 버티지 못하고 떨어져나갔지.
- 저기 있다!
침입자는 그대로 뛰어들어가 허니를 밀쳐 넘어뜨렸고 또 다른 남자가 들어왔어. 허니를 밀친 남자는 허니의 머리채를 강하게 잡아 그녀를 일으켰어.
- 역시 여기에 숨어있을 줄 알았다니까!
- 여기 남자가 산다며?
- 앞전에 찾아왔을 때 왠 놈이 하나 있는 거 봤어. 살펴봐.
남자 하나가 집 안쪽으로 사라지자 남자는 허니의 얼굴을 다시 확인하더니 큰 손으로 그녀의 뺨을 내려쳤음
- 니가 무사할 줄 알았어? 돈을 떼먹은 것도 모자라서 내 동생을 칼로 찌르고 도망가질 않나. 내 동생은 아직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데 넌 무사할 줄 알았냐.
남자는 허니의 몸이 크게 흔들릴 정도로 그녀의 뺨을 몇차례 더 때렸고, 허니는 입안이 찢어지고 볼이 터질 것 같은 통증에도 눈을 감지 않으려 했음.그녀는 두려움에 눈을 감는 대신 남자의 허리춤에 고정되어 있는 총을 노렸지. 남자가 다시 허니의 머리채 잡고 흔들자 허니는 버티는 대신 남자 쪽으로 몸을 밀었고 그녀의 손에 차가운 감촉이 느껴졌음. 허니는 남자의 허리춤에 매달린 권총을 빼지 않고 안전장치를 풀어 그대로 쐈음.
탕 -!
- 아아아아아아악!!!
총구가 다리쪽으로 내려가 있던 터라 총에서 발사된 총은 남자의 다리를 스쳤음. 남자가 바닥에 뒹굴었고 몸이 자유로워진 허니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2층 방으로 뛰어올라갔음.
- 무슨 일이야?
- 다들 왜그래?
거실의 비명소리에 방안에서 들어와 있던 남자와 바깥의 차 안에서 기다리던 다른 남자들이 몰려들었지. 방으로 돌아온 허니는 문을 잠그고 옆의 서랍장을 문앞으로 밀었음. 그리고 외투를 하나 껴입고 페드로가 줬던 권총과 휴대폰을 챙겼지. 그녀는 폰을 열어 떨리는 손으로 페드로에게 문자를 보냈어.
'누군가가 집에 들어왓어요. 집 밖으로 도망가야할거같아요.'
그리고 허니는 창문을 열고서 창문턱을 넘어갔음. 그녀의 방은 2층이었지만, 창문 밖 경사진 지붕을 타고 1층으로 내려갈 생각이었음. 부상을 피할 순 없어보였지만 방 안에서 기다리는 것보다 살 확률은 높아보였지. 그리고 그렇게 버티면 페드로가 돌아와서 그녀를 지켜줄 거란 걸 허니는 의심하지 않았기에 다소 무모한 행동을 실행에 옮기기로 했음.
- 읍!
다행히 바닥에 쌓인 눈때문에 소리는 거의 나지 않았지만 발목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허니는 짧게 신음소리를 내었지. 침입자들은 2층으로 올라간 듯 2층에는 조명이 번쩍였고 시끄러운 목소리가 흘러나왔지. 하얀 눈은 그녀의 고통을 줄여줬지만 이대로 가다간 눈밭에 그녀의 발자국이 찍혀들킬 것이 뻔했어. 그래서 그녀는 침입자들의 자동차가 남겨놓은 흔적을 따라 걸으며 그녀의 발자국을 숨기고 숲 속으로 몸을 숨겼음
숲의 밤은 어둡고 적막했음. 허니는 집에서 얼마나 걸어왔는지 알 지도 못했고 몸을 숨기기 위해 중간에 숲속으로 들어오면서 그녀는 길에서 완전 벗어났지. 휴대폰에는 통화권 이탈표시가 떴고, 키 큰 나무들이 자리잡은 곳에는 눈이 쌓여있지 않아 허니는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함.
허니는 침입자에게 맞아 부어오른 볼을 만져봤음. 몇달전이었다면 이런 상처에는 눈도 꿈쩍하지 않았겠지. 허니는 빈민가에서 태어난 아이였음. 부모들은 조직에게 돈을 빌려 다 갚지도 못한 채 죽어버렸고 허니는 그 빚을 그대로 물려받아 성인이 되기 전부터 일을 하며 돈을 갚아야 했음. 돈을 제때 갚지 못하거나, 말을 듣지 않거나, 그냥 기분이 나쁠 때 그들은 허니를 때리고 했음. 허니는 그렇게 계속 맞고 사는 것이 주어진 운명이라고 생각했지. 그 남자가 허니를 겁탈하려고 하지 않았다면, 그녀 옆에 마침 과일을 깎던 칼이 놓여있지 않았다면 지금 또 다른 어디선가 허니는 계속 맞고 있었을거임.
- ...
그녀는 생각나는 이름을 말해보려고 했지만 어느 순간 막혀버린 목구멍은 그의 이름을 소리내지 못했어. 무작정 비오는 숲 속을 걷던 허니를 들여보낸 준 사람. 처음 그를 만났을 때 허니는 무서웠어. 허니를 꿰뚫어보던 그의 눈은 그녀가 마주했던 어떤 범죄자들보다도 날카로웠고 꼭 숲속에서 늑대를 만난다면 그런 눈을 하고 있었을 것 같았거든.
하지만 그는 젖은 그녀를 위해 수건을 줬고 그녀 가방안에 있던 옷들도 젖어있자 갈아입을 옷을 내어줬지.
- 빌려줄 수 있는 옷이 이런 것 뿐이라 미안해.
허니보다 훨씬 품이 큰 그의 티셔츠를 입었을 때 신기하게 그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았고 그녀를 늘 따라다니던 추위가 사라진 것 같았음. 소리 대신 허니가 휴대폰으로 글을 쓰는 것을 기다려주고 집이 없다는 허니의 말에 페드로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방 한칸을 내어줬음. 가정부라고 하면서도 막상 일에 서툰 허니에게 화 한번 내지 않고 숲 속의 집에서 생활하는 법을 가르쳐줬지. 아, 한번 소리를 친 적은 있었음.
- 허니! 손대지마!
실수로 그의 무기 창고를 열었을 때 그는 허니에게 소리쳤고, 잠시 후 그는 그녀에게 다가와서는 사과했지.
- 아까 소리쳐서 미안해. 혼자 살다보니까 위험한 것들을 따로 보관할 생각을 못했어. 위험한 걸 아무렇게나 둔 내 잘못이야. 미안해.
페드로의 사과에 허니는 괜찮다고 폰에 쓰려고 했지만 폰이 보이지 않아 그녀는 주변을 둘러봤지. 그때 페드로가 손바닥을 내밀었고 손바닥을 보던 허니는 곧 페드로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그의 손바닥에 글을 썼음.
'괜찮아요. 제가 함부로 만진 건 맞으니까 사과 안하셔도 되요.'
- 아니야. 다시는 이런 일 없게 할게. 미안해.
페드로와 함께 했던 기간은 몇달밖에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녀에겐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소중한 기억들이었음. 허니가 조직에서 도망쳤을 때 그들에게 다시 잡히게 된다면 죽음을 받아들일 생각있음. 그녀에겐 삶의 의미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페드로와 함께 하면서 그녀는 타인의 온기가 얼마나 따뜻한 것인지 알게 되고 누군가의 애정과 관심을 받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 오늘이 그녀의 마지막 날이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 그래도 페드로의 얼굴을, 그가 부르는 자신의 이름을 한번 더 듣고 싶었기에 허니는 추위 속 흐려지려는 정신을 다 잡으려 했음.
한편 침입자들만 남은 집안은 엉망이었음. 총상을 입은 남자는 비명을 질렀고 남은 침입자들은 다친 그를 지혈하고 집안 수색을 했지.
- 빌어먹을 계집!!! 죽여버릴거야, 죽여버릴거라고!!!
- 가만히 좀 있어봐. 그래도 중요한 부위는 비켜나간 것 같은데.
- 그만 데리고 내려가자. 여자애는 다음에 다시와서 찾고 일단 치료부터 받으러 가야해.
- 아아악!! 그 계집애를 죽여야한다고!
비명과 고함이 섞인 그들의 대화는 집 안을 가득채웠고 그래서 그들은 듣지 못했음. 어느새 집 안에 들어온 또 하나의 발자국 소리를.
냉기로 인해 팔과 다리의 감각이 무뎌지자 허니는 움직여서 열을 내야겠다고 생각했음. 그래서 팔다리에 힘을 줬지만 이미 얼어버린 그녀의 몸은 쉽게 움직여지지 않았고 그녀의 눈에는 세상이 모두 느리게 움직이는 것 같았지. 눈이 내리는 숲은 아름다웠지만 슬프게 느껴졌음. 페드로없이 혼자서 이 이 아름다운 풍경을 본다는 게 슬픈 것인지, 생에 마지막으로 보는 풍경이라 슬프게 보이는 것인지는 그녀는 알 수 없었지.
- ...니!
눈이 몰아치는 저 넘어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어. 허니는 굳어버린 손으로 눈을 비비고선 소리 나는 쪽을 봤어.
- 허니!!! 어딨어!!
그건 그녀가 기다렸던 목소리였어. 그의 부름에 허니는 답하려고 했지만 소리를 뱉지 못하는 그녀의 목에선 소리 대신 기침이 터져나왔지. 허니는 답답해졌어. 그래서 소리가 나는 쪽으로 향하기 위해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굳어버린 몸은 그녀를 고통스럽게 할 뿐이었어.
- 허니. 허니!!! 도대체 어디 있는거야. 제발...
페드로의 절규가 들리자 허니는 이를 악물고 몸을 움직이려고 했고, 결국 반쯤 일어서던 몸은 균형을 잡지 못하고 앞으로 고꾸라져버렸음. 하지만 페드로에겐 그 소리도 충분했지. 소리가 난 방향으로 달려온 페드로는 쓰러진 허니를 발견하고 그녀를 안았어.
- 허니. 늦어서 미안해. 정신차려. 응? 날 봐줘.
눈과 흙으로 더럽혀진 허니의 옷은 엉망이었고 페드로와 닿은 허니의 피부는 얼음처럼 차가웠지. 허니는 페드로를 보며 웃어보였지만 그녀의 몸에서 점점 힘이 빠졌고 페드로는 그녀를 안아들고서 집으로 향했어. 미친 사람처럼 제발 자신을 떠나지 말라는 말을 반복하며 페드로는 눈이 오는 숲 속의 길을 뚫고 가야했어.
허니는 머리가 깨질 듯한 두통과 손발이 갈라지는 듯한 통증을 느끼며 눈을 조금씩 떴음. 불이 지펴진 벽난로와 거기서 나오는 일렁거리는 주황색 불빛이 보였지. 추위가 스며든 그녀의 몸은 제 의지와 상관없이 떨려왔고 그 고통에 허니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나오자 곧 부드러운 온기가 그녀의 몸을 감싸주었지.
- 괜찮아. 따뜻해질거야.
페드로가 허니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그녀를 안아왔어.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운 그의 품 안에 안기고서야 허니는 알게 되었어. 페드로와 허니, 둘다 옷을 벗은 상태라는 걸. 평소의 허니라면 부끄러워했겠지만 흐릿해진 그녀의 의식은 그녀를 본능대로 움직이게 만들어 허니는 페드로의 품으로 파고들었고 페드로는 그녀를 집어삼키려는 것처럼 몸을 밀착시키며 두 사람의 피부와 육체는 빈틈하나 없이 맞닿게 되었음.
두근거리는 심장소리가 제 것이 아닌 페드로의 심장에서 나오는 소리라는 걸 깨닫자 허니는 그의 품에서 미소지었지.
허니는 그렇게 2, 3일간을 앓다가 정신을 차릴 수 있었어. 그녀가 누워있는 동안 페드로는 식은땀으로 엉망이 된 그녀를 닦아주기도 하고 옷도 갈아히고, 식사도 하나하나 먹여줬지. 페드로는 허니가 조금이라도 몸을 떨면 그녀의 체온을 재며 불안해했고 그녀를 껴안아서 그의 체온을 나눠주려고 했어. 몸의 회복은 몰라도 그날의 악몽에서 회복하지 못하는 건 허니보다 페드로 쪽이었지. 눈 앞에서 허니를 잃을 뻔했으니까.
그때 업무를 나갔던 페드로는 불안한 느낌에 서둘러 업무를 진행하였고 평소 그답지 않은 행동을 실수가 있었지만 예정보다 일은 빨리 끝낼 수 있었음. 페드로는 비행편을 앞당겨 예정일 전날 공항에 도착했고 집으로 향했지. 떠나있는 내내 들었던 그의 걱정은 기우였는지 허니는 잘 지내는 것처럼 보였고, 그저 허니가 기다리는 집에 하루 일찍 도착하는 것만으로도 그의 기분은 좋았어. 누군가가 침입했다는 허니의 문자를 받기 전까지.
침입자들을 정리하고 그들 중 한명을 고문해 허니가 집 밖으로 도망쳤다는 걸 확인하고서 페드로는 그의 얼굴에 총알을 박아넣었지. 그리고 목이 찢어질 것처럼 허니의 이름을 부르며 숲에서 그녀를 찾아왔을 때 그는 그녀를 잃을 수 있다는 공포감에 미쳐가는 자신을 발견했음. 그는 얼어붙은 허니의 손을 입김을 불어넣었고 차가운 그녀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맞대며 온기를 나눠주려 했지. 수십명, 수백명의 목숨을 빼앗고서 이 한명의 목숨을 살리려 매달리는 그를 몇달전이었다면 상상도 못했을거야.
며칠 뒤 허니는 잔뜩 굳은 표정으로 페드로의 손바닥을 끌어당겼고 그녀는 그 손바닥에 위에 글을 썼지.
- 그들이 왜 널 찾았는지 궁금하지 않냐고?
허니는 무언가 결심한 듯 크게 숨을 내쉬고 고개를 끄덕였음. 허니는 과거 그녀가 했던 일들에 대해 페드로에게 고백할 생각이었음.
- 아니, 궁금하지 않아.
페드로의 대답에 오히려 당황한 허니는 입을 움직여 왜냐고 물었지
- 과거가 어떻든 간에 지금 내 옆에 있잖아. 나에겐 중요한 건 그것 뿐이야.
고백과도 같은 말에 허니가 고개를 돌렸지만 페드로는 그녀의 턱을 부드럽게 잡아 그녀의 시선을 다시 자신에게 잡아두었지. 벽난로의 주황빛이 페드로의 갈색눈에 비춰 일렁거렸고 그의 눈이 아름답다고 생각했을 때 페드로는 허니의 입술에 입을 맞췄지. 그녀의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며 부드럽게 파고드는 그의 키스는 허니를 과거나 먼 미래가 아닌 지금에 잡아두기 충분했고, 허니도 그의 목에 팔을 감싸며 그와의 입맞춤에 빠져들어갔어.
- ....!
- 조심해.
고운 모래에 발이 쑥 빠지면서 허니가 비틀거리자 페드로가 그녀의 손을 잡아줬지. 허니는 단단한 페드로의 팔에 의지하며 해변가를 걸으며 오늘도 파란 바다를 구경했음. 페드로가 숲을 떠나 바다로 가자고 했을 때 허니는 딱히 싫지도 설레지도 않았어. 그녀는 바다를 본 적이 없었기에 페드로의 제안이 와닿지 않았고 그저 페드로와 함께라면 괜찮을 거라 생각했지. 페드로는 허니가 바다를 좋아하게 될 거라 말했고 그의 말대로 허니는 따뜻한 날씨와 평화로운 해안가 풍경에 빠져들었지. 손과 발이 시립지 않은 겨울은 처음이라 허니는 하루하루가 신기하고 즐거웠음.
빈자리를 찾아 나란히 앉은 그들은 말없이 바다를 바라봤어. 허니는 페드로의 손바닥을 가져가 그에게 물었지.
- 숲을 떠난 게 아쉽긴 하지만... 숲에서 오래 살았으니까 바다에서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페드로의 대답에 만족한 듯 허니의 머리가 작게 끄덕였고 페드로는 허니에게 몸을 기울여 짧게 키스했지. 허니가 웃음을 터뜨리자 다시 한번 입을 맞췄고, 한번 더 길게 입을 맞췄어.
물론 페드로가 해안가로 이사를 온 건 허니때문이었지. 다시는 허니가 숲의 냉혹한 추위를 겪지 않길 바랐고 그는 그 숲 속의 집에 허니의 과거를 묻어뒀지. 페드로는 허니가 과거에 돈을 훔쳤든, 사람을 죽였든 정말 신경쓰지 않았어. 하지만 그 과거가 다시 허니를 붙잡는 위험을 손놓고 볼 순 없었지. 그래서 페드로는 죽은 침입자들의 물건을 뒤져 그들을 조사했고 숲 속 어딘가에는 그날의 침입자 3명과 과거 허니가 차마 죽이진 못했던 한 명이 곱게 묻히게 되었지.
하지만 그건 허니가 알 필요가 없는 사실었기에 페드로는 따뜻한 햇빛 아래에서 웃는 허니의 모습을 바라볼 뿐이었음. 페드로는 지금 이 순간이 정말 행복했거든.
추운 날에 필요한 건 역시나 페드로, 비행기 티켓, 몇 구의 시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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