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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4 15:04

다크윙과 마지막으로 싸웠던게 언제더라?

 

동형기인 다크윙은 스파클링 시절부터 허니보다 훨씬 더 호전적이었음. 허니보다 아이아콘 5000에 더 목숨을 걸기도 했고. 아깝게 우승을 놓치거나 추월당하거나 하면 거의 매번 벽에 주먹을 날려 캐리어에게 등짝을 맞았겠지. 그런 다크윙을 누구보다 더 잘 알기에 경기가 끝나자마자 허니는 다크윙을 다급하게 찾았음. 선수 대기실은 온통 제대로 화난 코그드봇들로 가득했겠지. 그 광부들 봤어? 지들이 뭔데 깽판을 놓지? 날 밟았어! 프라임께서는 대체 무슨 생각이셨던거야! 이봐, 허니비,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네 스파크메이트는 확실히 화나 보이던데. 

 

화나 보이던데.
화나?
다크윙.




 

웅성거리는 동료들 사이를 뚫고 허니는 의무실을 향해 달렸어. 분명히 다쳤을텐데, 오라이온. 그리고 옆의 그 회색깔 광부. 만약 광부라는 이유로 치료를 못 받고 있었다면 당장 오라이온과 그 광부를 안고 날아서라도 제대로 된 병원에 데려갈 계획이었겠지. 겸사겸사 다크윙을 따돌리면서 화를 식힐 시간도 주고. 에너존, 에너존이라도 가져올걸 그랬나? 만나자마자 앞으로 그 망할 제트팩을 쓰지 않겠다고 약속시켜야지. 날고 싶으면 내가 있는데 대체 왜 그런-


 

씩씩거리면서 코너를 돈 허니비는 매우 익숙한 얼굴과 마주쳤음. 항상 바이저를 끼고 있는 자신의 동형기이자 남매. 다크윙. 분명 이렇게 우뚝 서 있을 심보가 안 되는데. 허니는 다크윙이 분명 오라이온과 그의 친구를 찾으러 복도를 헤집고 다녔으면 다녔지, 이렇게... 만족스러워하며 가만히 서있을 메크는 안 된다 생각했음.
수십번 경주에 참가해 봤지만 와본적 없던 복도. 구석에 있는, 수상하게 닫힌 셔터. 셔터 뒤에서 희미하게 들리는 모터 소리. 그 앞에 있는 자신의 스파크메이트.



 

허니의 주먹은 논리 회로보다 빨랐음. 깡- 하는 소리와 함께 허니가 내지른 주먹이 다크윙의 손에 잡혔지. 허니의 HUD에 빨간 경고문들이 잔뜩 떴음. 배틀모드발동외부자극감지온도상승온도상승온도상승-
 

“오라이온은 어딨어?!”

“부상당한 스파크메이트에게 하는 첫 말이 그거냐?”

“지랄하지 말고 대답해!"
 

진정하자. 아마 십중팔구 오라이온과 그 친구는 저 셔터 뒤에 있을 것이다. 다크윙과 여기서 제대로 싸우면 아마 이기지는 못 하겠지. 오라이온, 경주 중에 꽤 많이 넘어졌던 것 같은데. 많이 다쳤을까? 다쳤다면, 에너존이라도 흘리고 있다면. 시발, 그 작은 동체에 때릴 곳이 어디가 있다고…
 

마음만 같아서는 제 스파크메이트의 인테이크를 쥐어잡고 마구 흔들고 싶었다만 오라이온을 생각하며 참는 허니비임. 비켜. 다크윙은 웬일로 순순히 비켜줬음. 띠꺼운 새끼, 셔터는 죽어도 안 열어줘요. 비밀번호를 입력해달라는 키패드를 쾅-하고 내리치자 에러 문구가 도배되며 블루스크린이 떴음. 느릿느릿 올라가는 셔터가 답답해 억지로 셔터를 올리고 어두운 방으로 들어간 허니비. 





 

“오라이온! 거기 있어?-"




 

허니비는 멍하니 방 안의 광경을 바라봤음. 방이라 생각했던 공간은 일종의 거대한 쓰레기통 구멍이었음.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어두운 구멍의 아가리는 작은 광부 두 명이 던져지기에는 충분히 넓어 보였지. 이만큼 깊은 구멍은 대체 어디까지 아래로 내려가는거지? 저 아래로 어렴풋이 희미한 노란 빛이 보이는 듯 했음. 허니가 들었던 모터 소리는 저 아래에서 나오는 듯 했지. 대체 무슨... 공장? 또 다른 광산? ....용광로?



 

“지하 50층이야. 아마 허니 너는 있는지도 몰랐을걸?”
 

자신의 동형기가 아무 일 없다는 듯 태연하게 지껄였음. “왜 그래? 어차피 겨우 광부 한 두 명이야. 광산에서 하루에 죽어나가는게 얼만데. 지하 50층에서 썩거나 광산에서 썩거나, 코그 없는 놈들은 어차피 봇생이 거기서 거기 아닌가?”
 

“아, 그 빨갛고 파란 놈 때문에 그래? 취향 참 괴랄하네, 허니. 어차피 쓸데없이 호기심이 많아서 애완봇으로는 못 썼을걸? 패도 패도 말을 안 들어요."

그러니까 화 좀 내지 마라. 너 손 맵단 말이야-. 경주 뒷풀이 가기는 가야겠지? 이번엔 크로미아가 우승했던데, 씹, 광부새끼들만 아니었어도…









 

[배틀 모드에 전 회로 집중. 전투를 시작하시겠습니까?]
Yes/Y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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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 비 (nn>50사이클) / 비행체)
"꺄아악!!!!!!!!!!!!"

 




 

의기양양하게 다크윙을 때려눕히고 구멍으로 뛰어든 허니비. 그렇지만 그녀가 간과한 것이 있었는데..... 바로 전투모드에서는 날개가 자동으로 나온다는 사실이었음. 아이고 허니 날개 살려 도색 다 벗겨진다





떨어지다보니 어렴풋이 들리던 모터 소리가 점점 더 커지는 것 같았음. 그리고 들리기 시작하는 무언가가 움직이는 소리. 메크? 열심히 희망 회로를 돌려보는 허니였지만 논리 회로는 아무리 메크라도 저렇게 큰 소리를 내지는 못 한다고 판단을 함. 그럼 뭐지... 드론들이 저 아래에도 있나? 아니, 드론도 아닌 것 같은데. 그럼 뭐지, 컨베이어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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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ㅂ)


경쾌한 쾅!!! 소리와 함께 허니는 추락함. 날개 이거 제대로 긁힌 것 같은데 ㅅㅂ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오는 허니비.... 아 맞다 오라이온!! 허니는 말을 안 듣는 다리를 수동으로 재부팅 한 후 일어섰음. 아이아콘 5000이 방금 전에 끝난데다가 한 번도 고된 노동을 해야했던 적이 없던 허니의 프로세서는 잔뜩 항의를 함. 날개 손상 감지됨 날개 손상 감지됨 날개 손상 감지됨 나도 안다고 ㅅㅂ... 오라이온 (그리고 그 나머지 광부 한 명)만 찾으면 바로 올라가서 다크윙을 다시 한번 패주겠다는 각오를 한 후 허니는 천천히 주위를 둘러봄. 



허니는 아마 소각장에 떨어진 것 같았음. 이런 곳이 있는줄은 몰랐는데... 생각해보니 매일매일 있는 파티에서 나온 쓰레기들을 처리하는 곳이 필요하기는 했겠구나. 머쓱해진 허니비. 여기도 코그리스들이 일하는 곳일까? 그런데 왜 아무도 없지... 점점 무거워지는 스파크를 애써 무시하려 했지만 옵틱은 짜증날정도로 빠르게 생명: 비감지라고 보고를 함. 오라이온, 대체 어디 있는거야? 설마 소각.. 아니, 절대 그럴 일은 없었음. 허니가 오라이온을 알고 지냈던,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오라이온은 계속해서 희망을 약속했거든. 다크-고철덩어리-윙 하나 때문에 짓밟히고 조각날 그런 꿈이 아니었단 말임. 게다가 오라이온은 허니가 기절을 하는게 보고싶었는지 하루에도 수십번씩이나 사고를 쳤음. 광산 폭발에 고층 건물에서 추락에 ㅅㅂ 에너존 고갈도 살아남았던 오라이온이면 이까짓 쓰레기장은 살아남았겠지. 허니는 자신도 모르게 흐르고 있었던 세척액을 억지로 닦았음.



조금 진정하고 주위를 살펴보니 여기에서도 메크가 살긴 살았던 것 같았음. 고철(not 다크윙)을 이리저리 연결해서 만든 장난감(?)들이 나름 아늑하게 꾸민 탁자 옆에 앉아 있었거든. 코그리스가 이런것도 할 줄 알았나?- 으악, 오라이온이 방금 생각을 들으면 속상해할게 뻔했음. 정신차려허니비!!! 
오라이온을 생각하자 허니비는 다시 우울해졌음. 날개도 긁혔지, 경주 뒷풀이도 못 갔지, 오라이온은 대체 어디에 있는건지도 모르겠지... 게다가 분명 지하는 40몇층까지 있는 줄 알았는데 자기 동형기의 말이 맞다면 허니는 지금 지하 50층에 있었음. 지금쯤이면 프라임께서 축하연에 오셨을 것 같은데... 나중에 뵐 기회가 있으면 지하 50층에 대해서 물어봐야겠다. 아 근데 못 뵈겠지...? 도색이 다 긁어진 날개가 엉망으로 쳐졌음. 그래, 일단 앉아서 생각을 해보자. 오라이온이 갑자기 전설 속의 시커 스카이워프의 능력을 각성하지 않은 이상 어디론가 탈출을 했을거야. 소각장을 한 번 더 뒤져볼까? 혹시 환기구가 있을지도. 광부 두 명 (혹은 세 명? 오라이온 성격에 여기에 살고 있었던 메크를 두고 가지 않았을 것 같았음) 찾는게 얼마나 힘들다고. 오랜 시간 광산에 있었던 메크의 옵틱 답게 허니의 시각 센서는 금방 소각장의 어둠에도 적응을 했겠지-



무언가가 성대하게 떨어지는 소리에 허니는 깜짝 놀라 정신을 차렸음. 뭐지? 오라이온? 아니, 메크라기엔 너무... 와르르 떨어지는 소리였음. 컨베이어 벨트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한창 쓰레기가 거의 언덕을 쌓고 있을 정도로 작은 구멍에서 나오고 있었음. 윗층- 아마 한참 위쪽-에서 내려오는 것 같았지. 아 ㅅㅂ 기분 ㅈㄴ 더럽네. 아이아콘의 코그드봇이 쓰레기를 볼 기회는 그리 많지 않았음. 모든 파티에는 코그리스 청소부들이 구석에서 대기를 하고 있었고, 거리는 항상 프라임의 취향에 맞게 깔끔했으니까. 그나저나 여기에서 일하던 메크는 비위도 좋네... 저게 유일한 구멍 같은데, 불쌍해라. 





어?



허니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남. 소각장에서 외부와 이어진 구멍은 저 배출구가 유일해 보임. 작긴 했어도 광부들의 동체라면 충분히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아 보였음. 설마 오라이온이 저걸로... 설마가 아니겠지, 아마. 오라이온 팍스는 아무리 터무니없어보이는 기회라도 기회라면 덥석 무는 메크였으니까. 정말 사랑스러운 특징이었음. ....지금은 덜 사랑스러워 보임.




허니는 급속도로 안광을 잃는 옵틱으로 작은 배출구를 쳐다봄. 오라이온은 들어갈 수 있었겠지만 자신의 동체로는... 에라이시발지금오라이온이위험한데날개가대수냐???? 허니는 최대한 자신의 날개를 접음. 도색이 사정없이 긁힐 것 같았지만 썬스트리커한테 가면 분명 메꿀 수 있을거임. 모든 비행체의 발에는 추진기가 있었기 때문에 날개가 없더라도 빠른 속도로 올라갈 수는 있을거임. 쓰레기가 나오는게 멈추자 허니는 마지막으로 심호흡을-






[지지직-]
거의 모든 코그드 봇의 왼쪽 손목에 설치된 작은 스크린에 센티넬 프라임의 유려한 얼굴이 나옴. 프라임 타임? 벌써 그럴 시간인가? 허니의 회로 대부분이 배틀 모드에 몰려있는지라 시간 감각은 이상해진지 오래였음. 연회가 벌써 끝났나? 보통 프라임께서는 3차까지는 가시는 편이신데.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스크린을 만지자 홀로그램이 띄워짐. 

친애하는 시민 여러분,
모두 아이아콘 5000은 즐기셨는지요. 유감스럽게도 오늘 우리는 큰 비극을 맞이했습니다. 아이아콘 5000에 참가한 우리의 광부 두 명이 부상을 이기지 못 해 프라이머스의 곁으로 갔습니다. 진심으로 애도를 표하는 바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비극적인 사건은 우리에게 경고를 주기도 합니다. 사랑하는 우리의 행성은 더 안전하고 효율적인 시스템을 필요로 합니다. 모두 각자의 자리가 있는 것이지요. 이러한 희생은, 우리 모두에게 가끔씩은 지나친 호기심은 독이 될 수 있다는 따끔한 교훈 아니겠습니까. 













오라이온이 죽어? 아니, 그럴 리 없었음. 오라이온과 그 광부는 다크윙이 분명 이 소각장으로 던졌을테니까. 만약 오라이온이 소각장을 탈출한 다음정말로 죽었다면 소각장에 무슨 흔적이라도 있었어야 했음. 에너존 자국이라던가. 하지만... 배출구의 우그러진 형태로 보아 오라이온은 수직으로 되어 있는 배출구를 기어 올라간 모양임. 죽어가는 메크가 그런 일을 했을 수 있을까? 허니의 스파크와 논리 회로 모두가 그 가설을 부정함. 그렇다는건 프라임께서... 프라임께서 틀리셨다고? 다크윙 이 미친새끼, 프라임께 구라를 까??? 


허니는 배틀 모드를 수동으로 취소시켜야 했음. 고작 광부 두 명 잡는다고 프라임께 구라를 까는 제 스파크메이트를 믿을 수 없었음. 안 되겠다, 오라이온을 찾은 다음엔 바로 프라임께 데려가야겠어. 프라임께서도 오라이온이 사실 살아있다는걸 아시면 좋아하시지 않을까? 물론 그 전에 다크윙을 두 번 정도 더 패고. 가여우신 프라임, 바로 얼마 전에 지상에 갔다오셨는데... 아이아콘 5000에서 사망자가 나온걸로 아시고 계신다면 분명 죄책감이 대단하실거야. 허니는 새로이 각오를 다졌음. 프라임을 위해서라도 꼭 오라이온을 찾아야만 해.















네가 어디에 있던간에, 조금만 기다려줘, 오라이온.


추진기의 소음이 텅 빈 소각장에 울려퍼졌음.





 

트포너붕붕 옵티너붕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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