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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4 01:49
키요이가 아들 데려와서 다들 놀람. 언제 결혼했냐 아들 몇살이냐 똘망똘망 생겼다고 다들 얘기하는데 시로타만 의미심장한 미소 짓고 있음.
5살!
다들 5섯살이란 말에 졸업하고 결혼했냐고 묻는데.
아~ 애 아빠, 나 혼자 낳았어^^
다들 키요이가 상큼하게 아침 인사하듯이 말하니 잠깐 응? 했다가 웃으며 그러냐고 다들 넘어감. 능력 있는데 하며.
키요이 별거 아닌 듯 웃어줌. 다행히 콘테스트를 봤던 사장님에게서 연락이 왔고 겨울쯤 바빠져서 히라를 학교에서도 얼굴만 보고 가을처럼 붙어 있을 수가 없었음. 가을 내내 그렇게 붙어 있었는데. 그래서 우연히 시간이 비는 날 히라 집 근처를 갔다가 일부러 히라 눈에 띄었음. 히라는 말을 더듬으며 꼬리가 없어질 듯 흔드는 강아지처럼 굴었고 히라 집에 초대됐음. 평소와 달라진 거 없는 히라 집이 반갑고 괜히 그립게 느껴졌음. 히라가 사촌 누나한테 선물 받았다는 그 초콜릿만 아니었다면 그날 밤일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름. 하지만 키요이는 그렇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음.
나호가 선물 들어온 도수가 높은 알코올이 들어간 초콜릿과 아닌 초콜릿을 착각해 히라에게 선물했고 키요이는 그 초콜릿을 히라와 너 하나 나 두 개 사이 좋게 나눠 먹었고, 다음날 새벽 눈을 뜨니 잠든 히라에 얼굴이 보였음. 놀라서 키모 하고 일어나려 보니 한 침대에서 같이 잠든 건 처음이라 키요이의 입꼬리가 올라갔음. 문제는 히라도 자신도 나체였고 키요이는 어젯밤이 떠올라서 얼굴을 붉게 물들인 채 놀라서 허겁지겁 옷을 챙겨입고 나옴.
계속 사진도 찍고 오디션도 보고 그러느라 시간이 쏜살같이 흘러갔음. 학교에서는 비밀 친구처럼 히라와 아는 척하지 않으니 티는 내지 않았지만 히라도 역시 그날 밤일 때문에 더 부끄러워서 피한다고 생각했음. 키요이는 이제 더 자 빨리 고백해 히라 하고 생각함. 그러던 중 졸업식 전날 몸이 좋지 않고 어지러워 병원에 가게 됐는데 이때 에이엔이 생긴 걸 알게 됨. 키요이 소속사 사장님이 아기 낳을 때까지 낳고 나서도 돌봐준다고 연예인으로 남아 달라고 해서 걱정 덞. 아이 아빠는 해서 있다고 환하게 웃기까지 함. 어차피 히라가 졸업식 날은 저를 분명 쫓아올 거고 고백하고 키스할 테니까. 키요이는 히라와 보낸 첫날밤이 생각나 얼굴을 붉혔음.
그런데 졸업식 날 쫓아온 히라는 할말 없냐는 말에 미안하다고 말했음. 키요이는 그 히라가 음침하고 기분 나쁜 히라면서 자신을 버리겠다는 듯이 들렸음. 아이를 떠나 자신을 책임지지도 않겠다는 건지. 그래서 그날 밤이 생각나도록 무려 자신이 먼저 키스를 했음. 이래도 안 쫓아올 거냐고. 나와 사랑을 나눈 걸 잊을 수 있겠냐고. 멋진 척 또 보자고 했지만 히라는 전화번호마저 바꾸고 잠수를 탔음. 에이엔이 생겼다는 말조차 꺼낼 수 없었음. 아름답다고 킹그니 신이니 해놓고서. 키요이는 입술을 꼭 물었음.
어? 히라 아빠다!!!
그렇게 키요이가 옛 생각에 빠져 있는 동안 구석 탱이에 눈에 띄지 않게 구겨진 채로 앉아서 키요이를 다시 본 것만 해도 너무 영광이라 감동과 은혜로움의 충만함을 느끼고 있던 히라를 에이엔이 불렀음. 사실 처음 키요이가 들어오자마자 눈에 온도가 몇 년 만에 급격히 올라갔던 히라는 키요이의 결혼 소식에 잠깐 무서운 눈도 했음. 하지만 금방 제 주제에 질투라니 하고 아름다운 키요이와 작은 천사 같은 키요이의 아들을 보며 뿌듯해 했음.
에??????
그런데 키요이 아들이 아빠라고 하니 히라는 벌떡 일어나 손사래를 치며 그런 말 하면 안 된다고 함.
아빠 맞는데
에이엔은 입을 삐쭉 내밈. 가끔 키요이 아빠가 뚫어지게 보던 졸업 앨범에 있던 음침한 히라 아빠가 맞았음. 실제로 보니까 분명 히라 아빠가 자기 아빠가 맞았음.
그, 그, 작은 천사짱..
히라가 당황해서 더듬기 시작함.
아냐! 아빠 맞아. 히라 아빠! 찾았어!
에이엔이 환하게 웃더니 히라에게 안아 달라며 팔을 뻗음. 히라가 어쩔 줄 모름.
에?
에?
히군이랑 눈동자가 똑같네 진짜!
와 머리랑 생김새도 그래!
키요이 히군 닮은 사람이랑 결혼한 거야?
다들 히라와 에이엔을 번갈아 보며 에이엔이 히라 미니미 같다고 웃음. 그 까만 콩 같은 눈동자며 검은 머리칼 살짝 각진 턱까지 완전 거푸집이 따로 없었음. 동창회를 하니 이런 일도 다 있구나 하며 다들 신기해함.
아빠!
에이엔이 재촉함.
작, 작은, 천, 천사짱 그 진짜 아빠가 아시면
키요이 아빠!
키요이 왠지 엄마 소리는 듣기 싫어서 에이엔 보고 아빠라고 부르라함. 에이엔이 도와 달라며 부르자 천천히 히라 앞으로 감.
키, 키, 키, 키요이, 오랜만..
뭐해?
응?
안아줘
내? 내가?! 안 돼 안 돼 안 돼 남편분이 기분 나빠하면
히라 잠시 슬퍼짐. 키요이 같이 아름다운 사람은 얼마나 멋지고 성격 좋고 능력 있는 남편과 결혼했을까. 키요이의 남편이 괜찮다고는 해도 누가 저리 아름다운 부인과 천사 같은 아이한테 이렇게 음침한 사람이 닿기를 바랄까 생각함.
개새끼
에?!?!?!
키요이의 욕에 다들 놀라 시끄러워 졌고 곧 키요이의 아들이 히라 아들이란 걸 눈치채고 더 놀람. 아이 성격은 아빠엄마 오진 부분만 그래 좋게 말하면 좋은 점만 닮은 듯했음. 끈기와 노빠구. 히라는 키요이의 욕을 처음 들어서 눈이 더 커졌음. 이 와중에도 욕하는 키요이가 너무 귀여웠음. 아 욕하는 킹그라니.
키모, ...뭐 해? 빨리 안아줘
키요이는 그런 히라의 눈을 읽고는 얼굴을 구김.
응? 으응
..됐어
히라 키요이만 기분 나쁘지 않다면 하고 잔뜩 기대하고 있는 에이엔을 안아주려고 손을 뻗는데 키요이가 냅다 에이엔을 채가 버림.
아빠아!
키요이에게 안긴 에이엔이 강하게 항의해 보지만 출산 후에도 빡세게 운동해서 몸이 더 탄탄해진 키요이를 이길 수 없었음. 키요이는 혹 오늘 에이엔이 히라에게 안겼다가 저처럼 히라를 잊지 못할까봐 두려웠음.
나쁜 자식
키요이는 입술을 물고 히라를 레이저를 싸서 죽일 듯이 봄.
키, 키요이?
히라 키요이 손에 죽어도 좋았음. 키요이 없는 무색무취에 삶을 사는 동안 키요이가 보고 싶었음. 졸업식 이후 쫓아오지 말라던 키요이 말을 지켰음. 하지만 키요이를 보고 싶다는 욕심에 오지도 않을 동창회를 나온 것이었음.
끝까지 아니라는 거야?
에? 뭐가?
퍽 키요이는 히라 머리를 때림.
키, 키요이?
나쁜 놈 지옥에나 하
키요이는 그래도 에이엔 아빠인데 히라 보고 지옥에나 떨어지라고 할 수 없었음. 사실 에이엔이 아빠를 보고 싶어 하기도 했고 동창회에서 찾지는 못하겠지 싶어서 데려온 건데 이미 아이는 히라 아빠의 이름과 얼굴까지 다 알고 있었음.
네가 에이엔 아빠 같은데?
에?????????????
히라는 시로타 말에 지금까지와는 달리 가장 크게 놀람. 키요이 눈에 눈물 고임. 키요이 에이엔이 아빠 울어 하기 전에 에이엔 품에 꼭 안았다 놓음. 에이엔은 히라 아빠 키요이 아빠 번갈아 봄.
나쁜 놈아, 봐!
키요이 에이엔을 히라 눈앞에 가까이 보여줌. 에이엔이 알아본 이상 어쩔 수 없지, 눈치라도 채면 먼저 잡아떼고 싶었지만, 에이엔이 히라 붕어빵이니까 했던 키요이는 히라가 이렇게까지 인정 안 할 줄 몰랐음. 괜한 오기가 들정도임.
키, 키, 키요이, 난, 난, 내, 내 정자를 잃어버린 적이 없는데...?
히라 나호짱이 잘못 선물한 도수가 높은 술이 들어간 초콜릿을 키요이와 함께 먹고 잔 다음 날이 잘 기억나지 않았음. 그저 키요이는 초콜릿을 먹고 집에 갔다고 생각했고 침대에 남아 있던 흔적은 키요이를 보내고 술이 든 초콜릿인지 모르고 술을 처음 먹었던, 지금은 아니지만, 그때는 알코올 쓰레기였던지라 또다시 키요이를 반찬 삼아 일을 벌인 줄 알았음. 침구 커버를 세탁하고 새것으로 바꾸며 정말 많이 반성했음. 그리고 그렇게 센 술을 처음 먹을 텐데도 멀쩡히 집에 귀가한 키요이가 멋있다고 생각함.
키모!
키요이는 분노로 눈가에 고였던 눈물을 털어내는 동시에 히라의 머리를 때리고 정강이를 발로 차버렸음.
히라 아빠!
에이엔이 히라와 이산가족이라도 되는 듯이 외치며 손을 뻗음.
얼른 가봐
살짝 미소 띤 얼굴로 시로타가 말하자 히라는 아픈 줄도 모른 채로 멍하니 움직이지 못함.
키, 키요이! 에, 에이엔!
히라 어찌 된 건지는 모르지만, 옛날처럼 키요이를 쫓아감. 아름다운 신이자 그 신의 작은 천사 같은 작은 신이 거짓말 할 리는 없다는 생각이 듦. 정말로 저도 모르게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정자를 잃어버린 걸까? 아니면 저를 불쌍히 여긴 신이 제 정자를 훔쳐서 키요이에게, 순간 히라 아무리 신이라도 키요이에게 제 킹그에게 그런 짓을 했다면 용서하지 않겠다고 생각함.
키, 키, 키요이! 에, 에이엔!
키요이 히라가 아무리 쫓아 와도 이번에는 안 잡혀 줄 거라고 생각함. 졸업식 날 강가에서, 히라의 번호가 없어졌다는 걸 그렇게 자신을 쫓는 걸 쉽게 포기했다는 걸 안 옥상에서 얼마나 상처받았는지 모를 거임.
히라 아빠! 에이엔 집 주소는 #@&%#@#*#~
에이엔!
키요이는 에이엔 때문에 놀라 멈춤.
에이엔 히라 아빠 보고 싶었어! 키요이 아빠도 히라 아빠 보고 싶었잖아!
웬만해서는 절대 안 울고 씩씩하게 잘 웃는 에이엔이 살짝 훌쩍임. 키요이도 알고 있음. 에이엔이 살짝 훌쩍이며 내는 소리가 가짜란 걸. 지금 에이엔이 웃고 있을 거를. 하지만 키요이는 멈춘 발을 뗄 수가 없었음. 사실 이번에 동창회에 온 이유는 동창이 보고 싶었던 이유도 있지만 히라가 온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었음. 아이 이름도 히라와 관련 없이 짓고 싶었지만 히라와 저의 사랑이 사고나 한순간에 놀이가 아닌 영원하기를 바라서 에이엔으로 지은 것이었음.
키, 키, 키요이!
키요이는 슬쩍 곁눈질로 여전히 바보처럼 뛰는 히라를 봄. 그래 어디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보자 함. 정자를 잃어버렸다는 개소리를 또 하면 입술을 확 꼬집어 버려야지 함. 근데 키요이 입 삐죽이며 뭐 제 뱃속에 잃어버린 거니 굳이 틀린 말은 아닌가 함.
히라 아빠!
에이엔은 거의 다 쫓아온 히라 아빠를 응원함.
키, 키요이!
다급하게 숨이 차게 키요이를 부르며 쫓아오는 히라의 머릿속에는 정말로 키요이와 사랑을 나눈 첫날밤이 없었음. 있었다면 그게 맞는지 꿈이 아닐까 하고 곱씹고 곱씹었겠지만, 그래도 키요이 표정을 보면 사실이구나 하고 영광이라며 은혜라고 허락해준다면 평생 키요이를 모시고 싶다고 책임도 지고 싶다고 했을 거임. 그게 아니면 그런 영광은 한 번으로 영광스러워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해서 키모 소리를 들었을 거임. 그렇지만 그 아름다운 밤이 블랙아웃 됐음.
흥
이쯤 되니 키요이 뒤돌아 봐줄까 하는 생각이 듦. 하지만 키요이 이때는 히라가 정자를 잃어버렸다는 개소리보다 더한 뜨겁다 못해 데일 거 같던 그 첫날밤에 대해 아무 기억도 없다는 개소리를 할 줄은 몰랐음. 그저 애써 올라가는 입꼬리를 단속하고 있었음. 동창회에서 마주한 히라의 눈은 여전히 자신을 아니 전보다 더 열렬하고 뜨겁고 따뜻하고 키모하게 사랑하고 있었음. 에이엔의 존재는 부정하지만, 그 히라니까 꿈이 아닐까 겁이 났나 싶었음. 그래서 아무것도 기억 못 할 거라고는 생각 못함. 그건 오장육부가 뒤집어질 소리임.
이 뒤로 히라는 그 소중한 첫날밤에 대한 기억을 되찾았을지 키요이는 그 망할 술 때문에 나랑 에이엔 고생은 뭐냐고 울어서 히라 바닥을 기며 어쩔 줄 몰랐을지 히라가 용서받아서 첫날밤에 대한 기억을 되찾은 건 다시 키요이와 첫날밤을 보낸 히라일까 아니면 보내기 전 히라일까, 용서 못 받을 히라는 없으니까 우당탕 잘 살았을 느낌.
근데 카메지로랑 아히루타이쵸 보고 카메지로랑 아이루타이쵸 형아 앞으로 잘 부탁해 나는 키요이 에이엔이야 하고 소개하는 에이엔 보고 싶다 히라 성으로 바꿔도 좋지만 히라가 키요이 성이 좋다고 해서.
5살!
다들 5섯살이란 말에 졸업하고 결혼했냐고 묻는데.
아~ 애 아빠, 나 혼자 낳았어^^
다들 키요이가 상큼하게 아침 인사하듯이 말하니 잠깐 응? 했다가 웃으며 그러냐고 다들 넘어감. 능력 있는데 하며.
키요이 별거 아닌 듯 웃어줌. 다행히 콘테스트를 봤던 사장님에게서 연락이 왔고 겨울쯤 바빠져서 히라를 학교에서도 얼굴만 보고 가을처럼 붙어 있을 수가 없었음. 가을 내내 그렇게 붙어 있었는데. 그래서 우연히 시간이 비는 날 히라 집 근처를 갔다가 일부러 히라 눈에 띄었음. 히라는 말을 더듬으며 꼬리가 없어질 듯 흔드는 강아지처럼 굴었고 히라 집에 초대됐음. 평소와 달라진 거 없는 히라 집이 반갑고 괜히 그립게 느껴졌음. 히라가 사촌 누나한테 선물 받았다는 그 초콜릿만 아니었다면 그날 밤일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름. 하지만 키요이는 그렇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음.
나호가 선물 들어온 도수가 높은 알코올이 들어간 초콜릿과 아닌 초콜릿을 착각해 히라에게 선물했고 키요이는 그 초콜릿을 히라와 너 하나 나 두 개 사이 좋게 나눠 먹었고, 다음날 새벽 눈을 뜨니 잠든 히라에 얼굴이 보였음. 놀라서 키모 하고 일어나려 보니 한 침대에서 같이 잠든 건 처음이라 키요이의 입꼬리가 올라갔음. 문제는 히라도 자신도 나체였고 키요이는 어젯밤이 떠올라서 얼굴을 붉게 물들인 채 놀라서 허겁지겁 옷을 챙겨입고 나옴.
계속 사진도 찍고 오디션도 보고 그러느라 시간이 쏜살같이 흘러갔음. 학교에서는 비밀 친구처럼 히라와 아는 척하지 않으니 티는 내지 않았지만 히라도 역시 그날 밤일 때문에 더 부끄러워서 피한다고 생각했음. 키요이는 이제 더 자 빨리 고백해 히라 하고 생각함. 그러던 중 졸업식 전날 몸이 좋지 않고 어지러워 병원에 가게 됐는데 이때 에이엔이 생긴 걸 알게 됨. 키요이 소속사 사장님이 아기 낳을 때까지 낳고 나서도 돌봐준다고 연예인으로 남아 달라고 해서 걱정 덞. 아이 아빠는 해서 있다고 환하게 웃기까지 함. 어차피 히라가 졸업식 날은 저를 분명 쫓아올 거고 고백하고 키스할 테니까. 키요이는 히라와 보낸 첫날밤이 생각나 얼굴을 붉혔음.
그런데 졸업식 날 쫓아온 히라는 할말 없냐는 말에 미안하다고 말했음. 키요이는 그 히라가 음침하고 기분 나쁜 히라면서 자신을 버리겠다는 듯이 들렸음. 아이를 떠나 자신을 책임지지도 않겠다는 건지. 그래서 그날 밤이 생각나도록 무려 자신이 먼저 키스를 했음. 이래도 안 쫓아올 거냐고. 나와 사랑을 나눈 걸 잊을 수 있겠냐고. 멋진 척 또 보자고 했지만 히라는 전화번호마저 바꾸고 잠수를 탔음. 에이엔이 생겼다는 말조차 꺼낼 수 없었음. 아름답다고 킹그니 신이니 해놓고서. 키요이는 입술을 꼭 물었음.
어? 히라 아빠다!!!
그렇게 키요이가 옛 생각에 빠져 있는 동안 구석 탱이에 눈에 띄지 않게 구겨진 채로 앉아서 키요이를 다시 본 것만 해도 너무 영광이라 감동과 은혜로움의 충만함을 느끼고 있던 히라를 에이엔이 불렀음. 사실 처음 키요이가 들어오자마자 눈에 온도가 몇 년 만에 급격히 올라갔던 히라는 키요이의 결혼 소식에 잠깐 무서운 눈도 했음. 하지만 금방 제 주제에 질투라니 하고 아름다운 키요이와 작은 천사 같은 키요이의 아들을 보며 뿌듯해 했음.
에??????
그런데 키요이 아들이 아빠라고 하니 히라는 벌떡 일어나 손사래를 치며 그런 말 하면 안 된다고 함.
아빠 맞는데
에이엔은 입을 삐쭉 내밈. 가끔 키요이 아빠가 뚫어지게 보던 졸업 앨범에 있던 음침한 히라 아빠가 맞았음. 실제로 보니까 분명 히라 아빠가 자기 아빠가 맞았음.
그, 그, 작은 천사짱..
히라가 당황해서 더듬기 시작함.
아냐! 아빠 맞아. 히라 아빠! 찾았어!
에이엔이 환하게 웃더니 히라에게 안아 달라며 팔을 뻗음. 히라가 어쩔 줄 모름.
에?
에?
히군이랑 눈동자가 똑같네 진짜!
와 머리랑 생김새도 그래!
키요이 히군 닮은 사람이랑 결혼한 거야?
다들 히라와 에이엔을 번갈아 보며 에이엔이 히라 미니미 같다고 웃음. 그 까만 콩 같은 눈동자며 검은 머리칼 살짝 각진 턱까지 완전 거푸집이 따로 없었음. 동창회를 하니 이런 일도 다 있구나 하며 다들 신기해함.
아빠!
에이엔이 재촉함.
작, 작은, 천, 천사짱 그 진짜 아빠가 아시면
키요이 아빠!
키요이 왠지 엄마 소리는 듣기 싫어서 에이엔 보고 아빠라고 부르라함. 에이엔이 도와 달라며 부르자 천천히 히라 앞으로 감.
키, 키, 키, 키요이, 오랜만..
뭐해?
응?
안아줘
내? 내가?! 안 돼 안 돼 안 돼 남편분이 기분 나빠하면
히라 잠시 슬퍼짐. 키요이 같이 아름다운 사람은 얼마나 멋지고 성격 좋고 능력 있는 남편과 결혼했을까. 키요이의 남편이 괜찮다고는 해도 누가 저리 아름다운 부인과 천사 같은 아이한테 이렇게 음침한 사람이 닿기를 바랄까 생각함.
개새끼
에?!?!?!
키요이의 욕에 다들 놀라 시끄러워 졌고 곧 키요이의 아들이 히라 아들이란 걸 눈치채고 더 놀람. 아이 성격은 아빠엄마 오진 부분만 그래 좋게 말하면 좋은 점만 닮은 듯했음. 끈기와 노빠구. 히라는 키요이의 욕을 처음 들어서 눈이 더 커졌음. 이 와중에도 욕하는 키요이가 너무 귀여웠음. 아 욕하는 킹그라니.
키모, ...뭐 해? 빨리 안아줘
키요이는 그런 히라의 눈을 읽고는 얼굴을 구김.
응? 으응
..됐어
히라 키요이만 기분 나쁘지 않다면 하고 잔뜩 기대하고 있는 에이엔을 안아주려고 손을 뻗는데 키요이가 냅다 에이엔을 채가 버림.
아빠아!
키요이에게 안긴 에이엔이 강하게 항의해 보지만 출산 후에도 빡세게 운동해서 몸이 더 탄탄해진 키요이를 이길 수 없었음. 키요이는 혹 오늘 에이엔이 히라에게 안겼다가 저처럼 히라를 잊지 못할까봐 두려웠음.
나쁜 자식
키요이는 입술을 물고 히라를 레이저를 싸서 죽일 듯이 봄.
키, 키요이?
히라 키요이 손에 죽어도 좋았음. 키요이 없는 무색무취에 삶을 사는 동안 키요이가 보고 싶었음. 졸업식 이후 쫓아오지 말라던 키요이 말을 지켰음. 하지만 키요이를 보고 싶다는 욕심에 오지도 않을 동창회를 나온 것이었음.
끝까지 아니라는 거야?
에? 뭐가?
퍽 키요이는 히라 머리를 때림.
키, 키요이?
나쁜 놈 지옥에나 하
키요이는 그래도 에이엔 아빠인데 히라 보고 지옥에나 떨어지라고 할 수 없었음. 사실 에이엔이 아빠를 보고 싶어 하기도 했고 동창회에서 찾지는 못하겠지 싶어서 데려온 건데 이미 아이는 히라 아빠의 이름과 얼굴까지 다 알고 있었음.
네가 에이엔 아빠 같은데?
에?????????????
히라는 시로타 말에 지금까지와는 달리 가장 크게 놀람. 키요이 눈에 눈물 고임. 키요이 에이엔이 아빠 울어 하기 전에 에이엔 품에 꼭 안았다 놓음. 에이엔은 히라 아빠 키요이 아빠 번갈아 봄.
나쁜 놈아, 봐!
키요이 에이엔을 히라 눈앞에 가까이 보여줌. 에이엔이 알아본 이상 어쩔 수 없지, 눈치라도 채면 먼저 잡아떼고 싶었지만, 에이엔이 히라 붕어빵이니까 했던 키요이는 히라가 이렇게까지 인정 안 할 줄 몰랐음. 괜한 오기가 들정도임.
키, 키, 키요이, 난, 난, 내, 내 정자를 잃어버린 적이 없는데...?
히라 나호짱이 잘못 선물한 도수가 높은 술이 들어간 초콜릿을 키요이와 함께 먹고 잔 다음 날이 잘 기억나지 않았음. 그저 키요이는 초콜릿을 먹고 집에 갔다고 생각했고 침대에 남아 있던 흔적은 키요이를 보내고 술이 든 초콜릿인지 모르고 술을 처음 먹었던, 지금은 아니지만, 그때는 알코올 쓰레기였던지라 또다시 키요이를 반찬 삼아 일을 벌인 줄 알았음. 침구 커버를 세탁하고 새것으로 바꾸며 정말 많이 반성했음. 그리고 그렇게 센 술을 처음 먹을 텐데도 멀쩡히 집에 귀가한 키요이가 멋있다고 생각함.
키모!
키요이는 분노로 눈가에 고였던 눈물을 털어내는 동시에 히라의 머리를 때리고 정강이를 발로 차버렸음.
히라 아빠!
에이엔이 히라와 이산가족이라도 되는 듯이 외치며 손을 뻗음.
얼른 가봐
살짝 미소 띤 얼굴로 시로타가 말하자 히라는 아픈 줄도 모른 채로 멍하니 움직이지 못함.
키, 키요이! 에, 에이엔!
히라 어찌 된 건지는 모르지만, 옛날처럼 키요이를 쫓아감. 아름다운 신이자 그 신의 작은 천사 같은 작은 신이 거짓말 할 리는 없다는 생각이 듦. 정말로 저도 모르게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정자를 잃어버린 걸까? 아니면 저를 불쌍히 여긴 신이 제 정자를 훔쳐서 키요이에게, 순간 히라 아무리 신이라도 키요이에게 제 킹그에게 그런 짓을 했다면 용서하지 않겠다고 생각함.
키, 키, 키요이! 에, 에이엔!
키요이 히라가 아무리 쫓아 와도 이번에는 안 잡혀 줄 거라고 생각함. 졸업식 날 강가에서, 히라의 번호가 없어졌다는 걸 그렇게 자신을 쫓는 걸 쉽게 포기했다는 걸 안 옥상에서 얼마나 상처받았는지 모를 거임.
히라 아빠! 에이엔 집 주소는 #@&%#@#*#~
에이엔!
키요이는 에이엔 때문에 놀라 멈춤.
에이엔 히라 아빠 보고 싶었어! 키요이 아빠도 히라 아빠 보고 싶었잖아!
웬만해서는 절대 안 울고 씩씩하게 잘 웃는 에이엔이 살짝 훌쩍임. 키요이도 알고 있음. 에이엔이 살짝 훌쩍이며 내는 소리가 가짜란 걸. 지금 에이엔이 웃고 있을 거를. 하지만 키요이는 멈춘 발을 뗄 수가 없었음. 사실 이번에 동창회에 온 이유는 동창이 보고 싶었던 이유도 있지만 히라가 온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었음. 아이 이름도 히라와 관련 없이 짓고 싶었지만 히라와 저의 사랑이 사고나 한순간에 놀이가 아닌 영원하기를 바라서 에이엔으로 지은 것이었음.
키, 키, 키요이!
키요이는 슬쩍 곁눈질로 여전히 바보처럼 뛰는 히라를 봄. 그래 어디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보자 함. 정자를 잃어버렸다는 개소리를 또 하면 입술을 확 꼬집어 버려야지 함. 근데 키요이 입 삐죽이며 뭐 제 뱃속에 잃어버린 거니 굳이 틀린 말은 아닌가 함.
히라 아빠!
에이엔은 거의 다 쫓아온 히라 아빠를 응원함.
키, 키요이!
다급하게 숨이 차게 키요이를 부르며 쫓아오는 히라의 머릿속에는 정말로 키요이와 사랑을 나눈 첫날밤이 없었음. 있었다면 그게 맞는지 꿈이 아닐까 하고 곱씹고 곱씹었겠지만, 그래도 키요이 표정을 보면 사실이구나 하고 영광이라며 은혜라고 허락해준다면 평생 키요이를 모시고 싶다고 책임도 지고 싶다고 했을 거임. 그게 아니면 그런 영광은 한 번으로 영광스러워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해서 키모 소리를 들었을 거임. 그렇지만 그 아름다운 밤이 블랙아웃 됐음.
흥
이쯤 되니 키요이 뒤돌아 봐줄까 하는 생각이 듦. 하지만 키요이 이때는 히라가 정자를 잃어버렸다는 개소리보다 더한 뜨겁다 못해 데일 거 같던 그 첫날밤에 대해 아무 기억도 없다는 개소리를 할 줄은 몰랐음. 그저 애써 올라가는 입꼬리를 단속하고 있었음. 동창회에서 마주한 히라의 눈은 여전히 자신을 아니 전보다 더 열렬하고 뜨겁고 따뜻하고 키모하게 사랑하고 있었음. 에이엔의 존재는 부정하지만, 그 히라니까 꿈이 아닐까 겁이 났나 싶었음. 그래서 아무것도 기억 못 할 거라고는 생각 못함. 그건 오장육부가 뒤집어질 소리임.
이 뒤로 히라는 그 소중한 첫날밤에 대한 기억을 되찾았을지 키요이는 그 망할 술 때문에 나랑 에이엔 고생은 뭐냐고 울어서 히라 바닥을 기며 어쩔 줄 몰랐을지 히라가 용서받아서 첫날밤에 대한 기억을 되찾은 건 다시 키요이와 첫날밤을 보낸 히라일까 아니면 보내기 전 히라일까, 용서 못 받을 히라는 없으니까 우당탕 잘 살았을 느낌.
근데 카메지로랑 아히루타이쵸 보고 카메지로랑 아이루타이쵸 형아 앞으로 잘 부탁해 나는 키요이 에이엔이야 하고 소개하는 에이엔 보고 싶다 히라 성으로 바꿔도 좋지만 히라가 키요이 성이 좋다고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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