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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3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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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포원 작중에서 센티넬이 쿠인테슨한테 우리것도 모자르다고 하다가 광부들 더 굴리기로 했잖음..

만약 디랑 오라이온이 경주에 참가하지 않았다면, 지상으로 나가지 않았다면 둘 앞길은 다른 광부봇들처럼 깜깜했겠지

전보다 더 빡빡해진 채굴일정에 부품 혹사할때까지 일하다가 겨우 받는 배급마저도 전보다 줄어들면 디는 지금 상황이 많이 심각하긴하구나 인지하고 조금씩 미리 비축해놓을거 같다.
에너존 배급 삼일치 받으면 하루치는 아예 소비도 안하고 이틀치 나눠서 소비하는식으로..그렇게 한달에 걸쳐 10일치 비상용으로 모으다가 어느 날 오라이온이 갑자기 비틀거리며 쓰러졌을 때 이런 일이 결국 왔구나 싶어서 호다닥 달려갔을듯

오라이온 안아든채로 휴게실로 가서 주변 조심스레 살피면서 프레임 여유공간에 숨겨놨던 에너존 얼른 건네주겠지.
오라이온 옵틱 휘둥그레 커져서 괜찮다고 손사레치는데 괜찮긴 뭐가 괜찮냐고 너 지금 힘없어서 쓰러진거 다 안다고 내가 이럴줄 알고 아껴둔거라고 꾸짖으면서 거부하는 오라이온 양볼 잡고 우부붑 강제로 쑤셔넣을듯

푸-하! 결국 다 마시는걸 확인하고서야 에너존을 오라이온 입에서 뗀 디는 잠시 오라이온이 숨을 고르는 모습을 그대로 살펴봤음. 어디보자 ..어디 또 그세 다친곳은 없나. 걱정어린 시선으로 샅샅히 살펴보는데 멋쩍은 표정으로 어째 안절부절하던 오라이온이 결국 제발에 저려 소리쳤음

"나도 에너존 여분 있다고...!! "
"뭐?"

디가 어리둥절해하자 오라이온이 포기한듯 한숨 한번 크게 쉬고서는 실토하기 시작했음

"나도.. 상황이 심상치 않으니까.. 네가 갑자기 쓰러질거 같아서.. 모아놓은게 좀 있어..."

상황은 이러했음. 오라이온도 머리가 비상하니 배급이 줄어들었을 때 금방 지금보다도 더 배급이 줄어들걸 예상하고 에너존을 모아두기 시작한거임. 자기보다 동체가 더 크고 힘을 많이 쓰는 디는 줄어든 배급량에 도저히 버티지 못할거라 생각했겠지.
혹은 다쳤을 때를 대비한것이기도 했음. 안그래도 원래 가난한 광부들 사이에선 에너존이 크레딧 대신 화폐로 쓰이기도 했는데, 저번에 재즈가 사고를 당한 직후에 코그리스라는 이유로 제대로 진찰 받기까지의 과정이 힘들었던것을 옆에서 직접 봤기 때문에 더 걱정이 컸음. 채굴량을 압박 받으면서 사고도 더 빈번해졌고 금방 다음 타자가 디가 아닐거라는 안일한 생각을 할 수도 없었음.

안그래도 힘쎄다고 제일 궂은 일 도맡아서 하는 앤데.. 갑자기 다쳤는데 메딕한테 찔러넣을 에너존조차 없으면 안되겠지..

이런 여러 걱정들에 오라이온도 디처럼 며칠에 걸쳐 하루이틀 배급치는 아예 안먹는식으로 모아놨을거 같다. 그게 디보다는 약한 동체였던 오라이온에겐 결국 무리가와서 쓰러졌던거임.

상황파악 끝내고 모든걸 알게 된 디는 애가 그동안 그거까지 안먹고 아껴서 이 꼴 됐구나 싶어서 헬름뒤쪽이 뻐근해지고.. 속상해서 한동안 그자리에 가만히 서있을듯. 오늘만큼 비참하고 자기가 무능력하게 느껴진적이 없어서 있던적도 없던 코그가 죄여오는 느낌이였음. 그렇게 우두커니 서있는 디를 눈치보며 올려다보던 오라이온은 조심스레 디 손에 자기 손을 얹으며 말걸겠지

"우리 오늘은 오랜만에 옥상가서 앉아있을래?"

옥상은 둘이 가끔 리차징베드에 들어가기전에 올라가는 숙소 최상에 있는곳이였음. 거기서 종종 공상에 가까운 미래에 대한 얘기를 하며 수다를 떨기도 했고 코그드들이 사는 도시를 풍경삼아 서로 말없이 기대며 온기를 느끼기도 했음

결국 그 날도 한참이나 늦게까지 일하고나서 무거운 동체 이끌고 옥상에 올라가 둘이 오랜만에 키득거리면서 아껴왔던 에너존 나눠먹었겠지


이렇게 상황은 시궁창 자체인데 그와중에도 디오라는 이렇게 알콩달콩 버티곤 했을거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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