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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1 23:27
"짐"
"제임스 커크"
"Son"
파이크가 마지막 호칭으로 부르고 나서야 커크는 도망치려던 발을 진정시키고 빙글 돌겠지. 아무렇지 않게 웃고 있긴한데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그게 웃는게 아니라는 걸 알았음.
귀찮아서가 아니었음. 아카데미 교정에서 제독이 일개 생도를 사적으로 불러 세운다는게, 그게 제임스 커크와 크리스토퍼 파이크라는게 남들이 문제 삼을게 뻔해서 그런거였지. 커크 자신의 인망이나 평가가 아님 파이크를 걱정함. 그렇지만 그는 커크만큼 그런걸 신경 쓰는 사람이 아니었음. 동계생존훈련에서 유달리 좋은 평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막 건너들은 참이라 그것을 칭찬할겸 자신이 커크를 여전히 신임하고 있다는걸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함이었음. 물론 반가운 마음이 제일 컸고.
그런데 파이크는 커크와 함께 다가오는 다부진 남자 생도에게 눈길이 가겠지. 그는 커크의 팔을 작게 잡아 당겨 턱을 파이크 방향으로 까딱이기까지 했음. 얼른 가보라는듯. 커크의 소문 중 하나가 여,남성편력이라는걸 파이크도 모를 수는 없었음. 일전에 공적인 자리에서 무례하게 다가와 자신을 커크의 애인이라고 소개했던 장교 또한 있었지. 얼마 있지 않아 헤어진거 같지만... 이번에도 그런류의 사람과 어울리고 있는건지 걱정이 앞섰고 커크 옆에 당연하다는듯 서있는 검은 머리의 남자가 조금 못마땅하기도 했음.
"뭔지 모르겠지만 다음에 얘기하면 안될까요"
"내 아들과 인사하는거 뿐이란다"
"크리스!"
커크가 짜증을 내자 옆의 남자가 더 놀라 커크를 잠시 무섭게 노려보다가 파이크에게 어색한 미소를 건냄. 스읍 목소리 낮춰 짐 네가 제일 시끄러워. 그 소근거림에 커크가 조금 눈치를 보기 시작했지지. 그게 파이크에겐 꽤나 흥미로웠음. 그리고 커크가 이제서야 남자를 가리켜 파이크에게 소개했으면 좋겠다.
"이쪽은 '본즈'에요."
"메디컬부의 레너드 맥코이입니다."
왼 손으로 오른팔을 가볍게 받쳐 내밀어진 악수 요청은 정중하지만 비굴하지는 않았음. 파이크는 그 이름을 듣고 속으로 감탄하며 선명하게 자신을 마주하고 있는 갈색눈에 화답해 인사하겠지. 레너드 맥코이라니 몇 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하는 천재 수석의 이름을 모를 수가 없었음. 벌써 장교이기 때문에 소속 함선이 나와도 이상할게 없었지만 그의 자기소개는 간단해서 더 흥미를 돋우게함.
"자네 이야기는 익히 들었네. 설마 그 '본즈'가 자네일줄이야"
"짐이 좋은 얘기만을 했기를 바라는건 지금 와서는 너무 늦은거겠죠?"
그런거 따위 전혀 신경도 쓰지 않는 얼굴로 문장에만 유머가 섞인 조심스러움을 내비침. 커크는 파이크와 본즈를 바쁘게 번갈아 보고 있겠지. 별 말 안했어.. 하는 꿍얼거림에 본즈가 알아 괜찮아 하면서 가볍게 웃으면 좋겠다. 사실 그는 커크 입에서 함선과 은하이름 다음으로 제일 많이 나오는 이름이긴 했음.
셋은 다른 건물로 이동하며 천천히 걸었고 커크가 그 가운데 서있었으면 좋겠다. 파이크는 커크에게 훈련이 어땠었는지 들으며 훈련중 일부러 함정에 빠졌다는 얘기가 진짜인지 물었어. 커크는 어깨를 으쓱 하고는 빠져나오기만 하면 감점이 아니니까 들어가서 구조를 파악해 나머지 함정들을 알아내려고 했다고 하겠지. 그리고 훈련 중 아니면 언제 맘 편히 함정에 빠져보겠어요.
"그래서 다쳤고?"
"...함정에 빠져서 다친게 아니라 기기장치를 만져보다가 화상을 입은거에요"
"큰 상처는 아닙니다. 흉터도 남지 않고요"
본즈가 덧붙이는 말에 커크는 거봐라는듯 당당하게 파이크 앞에서 미소지음. 파이크는 커크와 자신이 이야기 하는 내내 조용히 있다가 급하게 커크를 변호해주는 본즈를 보고 한쪽눈썹만 올렸다가 내리면 좋겠다. 본즈는 아차 하면서도 마치 예전부터 준비라도 한거마냥 줄줄 이야기를 시작하겠지.
애초에 기기장치에 누선이 있었고 짐이 건드리지 않았으면 다른 사람이 더 크게 다쳤을겁니다. 다행이 응급처치 방법을 알고 있어서 큰 상처로 번지지도 않았죠. 그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메디컬 생도로서 보자면요.
"난 자네가 그 일 때문에 짐과 싸웠다고 알고 있었는데 의외군"
"그건..."
"본즈가 원래 걱정이 많고 잔소리가 심해서 그래요"
"그건 나와 같구먼"
훈련이 끝난 며칠 뒤 피부재생이 더뎌 붕대를 칭칭 감고 있던 커크와 잠시 만난적이 있었음. 훈련에 열성적인것도 좋지만 ㅡ이땐 커크가 최고점을 받을줄은 몰랐음ㅡ 몸을 아껴라고 하니까 본즈와 똑같은 소리를 한다고 안그래도 실컷 들었다고 화내며 지나갔었지. 그 본즈라는 친구와 싸우건가 짐작은 했었는데 막상 자신의 앞에선 커크를 변호하느라 바빠 지켜보는 재미가 있었음.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나무라거나 혼낼 생각은 없었는데 말이야.
파이크는 입술을 쭉 내밀고 우물거리며 눈썹을 모아 본즈를 힐끔거리는 제 아들같은 소년을 보았음. 그에게 할 말이 많은건지 아니면 여태 한 말이 많았는데 지금 이야기 때문에 주워 담고 싶은건지는 몰랐지. 맞은편에서 사람들이 걸어오자 본즈는 당연하다는듯 제가 커크 옆에서 자리를 피해 뒤로 감. 그러면서 커크에게 앞을 보고 걸어라고 했지. 조심해. 그의 손이 커크의 허리에 머물렀다가 떨어졌음.
커크의 강의동까지 다다르자 본즈는 먼저 들어가 보겠다고 인사를 한 뒤 다시 왔던 길을 달려가면 좋겠다. 커크가 자기만 두고 도망가냐고 뒷모습에 소리치자 손까지 흔들어 주겠지. 둘만 남게 되자 커크는 조금 더 불편해 하는 기색을 보였지만 아직 자리를 뜨지는 않았음.
"좀 봐주거라 너 때문에 여기까지 따라와준 거 같은데"
"그래도 치사하게..."
"둘이 잘 어울려. 난 마음에 든다"
커크가 화들짝 놀라서 파란 토끼눈을 뜨며 "우리 안 사귀는데요?" 하겠지. "...쟨 나 안 좋아해요"
파이크는 이걸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몰랐음. 이거 맥코이가 공부와 상처치료 말고도 여러모로 고생이겠구나 싶기도했지. 제독을 옆에 두고 희망하는 부서나 함선이 아니라 친구가 앞에 떨어진 솔방울을 밟을까봐 몇 걸음 앞서서 발로 치우는 사람이 어디있겠어. 자신은 마음 같아서는 고향은 어디고 커크와 어디서 처음 만나서 친해졌는지 평소엔 둘이 뭘 하는지 물어보고 싶은거까지 꾹 참았는데 말이야. 그리고 지금 이렇게 뜸을 들이고 있는 이유의 원인도 맥코이가 있지 않냐고 확인하고 싶었음.
"그...짜증내서 죄송해요. 저번에. 오늘도 그렇고..."
"됐다. 다 잊었어. 대신 그 본즈라는 친구와 다음에 식사나 하자"
"아니 본즈는 그런거 아니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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