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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0 23:07
나에게 남들과 다른 특별한 능력이 있다는 걸 알아챈 건 이미 몇 번의 삶을 반복한 이후의 일이었다.
삶을 반복한다. 그래, 내게는 그런 능력이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다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는 나조차도 알 수 없었으나 확실한 것은 삶을 반복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는 것은 나 뿐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사실 특이할 것은 없었다. 삶을 반복한다고 해서 내가 미래를 아는 것도 아니었고 또는 다른 이들을 더 잘 아는 것도 아니었다.
삶을 반복하는 것에 있어서는 몇 가지 규칙이 존재했다.
하나. 나는 항상 같은 얼굴과 같은 이름으로 태어난다. 루크 스카이워커. 그 흔하면서도 드문 이름이 나의 이름이었다.
둘. 나는 항상 다른 신분으로 태어난다. 어떤 삶에서는 왕자였고 어떤 삶에서는 회사원이었다. 또 어떤 삶에서는 선생이기도 했고 또다른 삶에서는 테러리스트이기도 했다. 비슷한 삶은 있을지 몰라도 똑같은 삶은 없다.
셋. 같은 사람은 마주치지 않는다. 이말인 즉슨, 내 부모님을 포함한 모두가 매번 다른 사람이라는 뜻이었다. 한 번의 삶에서 만나는 이들은 다음 생, 또는 그 전 생에서조차 마주친 적 없는 사람들이었다.
이러한 몇 가지 규칙들을 깨닫고 난 이후부터는 꽤나 규칙적이면서도 지루한 삶을 이어나갔다.
어차피 이번 삶 이후에는 또 다시 새로운 삶이다.
삶을 반복하다 보면 조금 더 흥미로운 삶이 있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왕자로써의 삶은 꽤나 즐거웠던 것 같다. 금전적으로 걱정할 필요도 없었고 장자가 아닌 탓에 정치를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그런 삶에 비교하면 이번 삶은 꽤나 담백한 삶이었다. 금전적으로 부족한 것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엄청 잘사는 집도 아닌 적당한 가정, 그리고 대학생이라는 신분.
평범하기 그지없었다. 전공 또한 특별할 것 없이 고등학교 때 가장 안전하게 대학을 갈 수 있을 것 같은 것으로 정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물리학을 전공하게 됐다.
무료하다면 무료한 나날들을 보내기 위해 내 나름대로의 방법들도 있었다. 친구들과 만남을 약속한다든지 하는 것은 아니었고 어린 아이를 돌봐주는 베이비시팅 알바였다.
좀 특이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는데, 사실 내가 베이비시팅 알바를 시작하게 된 것은 그야말로 우연이었다.
내 전공 수업 교수님, 그러니까 딘 자린 교수님은 학교에서 꽤나 유명한 분이셨다. 말끔한 얼굴과 사람 기분 좋게 만드는 미소를 지었지만 그 미소 뒤에 항상 가차없이 점수를 주는 것으로 유명했다.
나 또한 그 교수님의 희생양 중 하나였다. 그리고 처참한 D라는 결과를 받고 재수강을 하게 되었는데, 그때 어쩌다가 그 아이를 만나버렸다. 딘 자린 교수님의 아이, 그로구.
한 번 아이를 봐주다 보니 그게 두 번이 되었고 그 이후로 몇 번 더 이어지다보니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딘 자린 교수님의 학생이자 베이비시터가 되어있었다.
불만은 없었다. 손에 쥐어지는 돈은 꽤나 두둑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내 알바는 내가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이어졌다.
그렇게 끝날 인연이었다.
대학생으로서의 삶이 끝나고 그 다음 삶은 오랜만에 찾아온 특이한 삶이었다.
포스라는 능력을 다룰 수 있었고 반란군에 속해있었으며 우주를 누비다가 이내 제다이 오더를 다시 세우기 위해 한 행성에 정착했다.
있는 줄도 몰랐던 쌍둥이 여동생을 만나고 돌아가신 줄만 알았던 아버지의 행방을 예상도 하지 못 한 상태로 다시 만났다.
그러한 일들을 겪다 보면 제아무리 나라도 지치기 마련이다. 많은 일들을 겪고 단단해졌지만 동시에 지친 나는 제다이 사원을 짓는다는 핑계로 한동안 사람들을 피했다.
그리고 아마 그런 시간이 조금 더 길어졌을 것이다. 갑작스럽게 느껴진 강한 포스의 기운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지금까지 느껴본 적 없던, 어쩌면 요다 선생님만큼 강한 포스의 기운을 따라 우주선을 몰아 도착한 곳엔 말로만 들었던 만달로어인들이 한 아이를 안고 있었다.
왜인지 모를 기시감이 나를 괴롭혔다. 그 기시감의 출처는 확실하지 않았다. 만달로어인인지, 아니면 그가 안고 있는 아이에게서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둘 다인지.
뭐가 됐든 상관 없었다. 물론 지금까지 이런 기시감을 느껴본 적은 없었지만 크게 걱정할 필요따위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내 그 생각이 얼마나 우스운 생각이었는지 나는 알아챘다. 그것도 아이가 손을 뻗자 천천히 헬멧을 벗어낸 만달로어인의 얼굴을 마주하고서야 말이다.
눈물에 젖어 조금은 촉촉한 그 얼굴을 보며 나는 순간 막을 새도 없이 입을 열어 그의 이름을 내 입에 담았다.
“딘 자린…”
몇 번의 삶을 반복하면서 처음으로 다시 마주친 사람이었다.
루크딘 별전쟁 만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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