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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9 03:29
서로가 보고싶다



어둠 속에서 흐릿하게 뜨여진 눈이 이내 천천히 어둠에 익숙해진다. 명헌의 취향을 고려해 흰 색으로 발린 벽과 불 꺼진 천장 조명이 커튼 너머에 있는 것처럼 어른어른 보였다. 준호는 슬슬 깨어나는 감각에 움찔거리며 두껍게 싸인 이불에서 벗어나려 했다. 그러나 금세 그것은 불가능한 일임을 깨닫는다. 명헌의 길고 탄탄한 팔다리가 그 위를 꽉 감싸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로 누워 이불에 싸인 준호는 얕게 들었던 잠에서 완잔히 깨고 말았다. 다만 움직일 수 없어 어떻게 해야 좋을지 고민하던 찰나에 등 뒤로 명헌이 얼굴을 문지르는게 느껴졌다. 덜컥 걱정이 앞섰다. 준호는 눈치가 빠르고 명헌은 평소와 달랐기 때문이다.

- …명헌아, 자기야.

다 잠긴 목소리로 준호가 명헌을 부르자 미세하게 등에 기댄 이마가 떨어지나 싶더니 곧바로 날개뼈 사이로 파고 들었다. 준호는 정말 명헌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명헌은 준호의 뒤에서 뭉개지는 발음으로 웅얼웅얼 뭐라 중얼거렸다.

- 미안, 나때문에 깼나용.

- 아냐, 그냥 잠이 얕게 들어서. 명헌이는 안자고 뭐해?

- ….

명헌은 말없이 준호를 안은 두 팔에 힘을 주었다. 조금 답답했지만 일단 애인이 안아주는 감촉이 좋았으므로 준호는 이불 안에서 꼬물꼬물 움직여 명헌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안경을 쓰지 않아 모든게 흐릿한 가운데 뜨여있는 명헌의 눈동자만이 또렷하게 보였다. 이마를 콩 부딪히며 준호가 다시 한 번 속삭였다. 명헌아, 뭐해?

- …네 생각뿅.

- 정말?

- 응.

평소같으면 간지럽게 웃으며 안겨서 사랑스러움을 감출 수 없는 답변이었을 텐데, 오늘은 아니었다. 명헌의 목소리에는 명백한 고민과 걱정이 담겨있었다. 맞닿은 이마를 부비적거리며 준호가 속눈썹이 닿을 거리까지 다가왔다.

- 우리 명헌이, 어떤 고민이 많아서 잠도 못자고 있을까.

그러자 명헌이 안았던 팔을 풀고 준호의 양 볼을 감싸쥐었다. 농구선수의 손 안을 꽉 채우기에는 부드러운 곡선이 작은 얼굴형을 그리고 있었지만, 처음 봤던 고교 시절에 비하면 분명히 어엿한 성인 남성의 골격을 하고 있었다. 그것이 퍽 믿음직스러워서 명헌은 주저하던 고민거리를 어둠을 빌려 툭 뱉고 말았다.

- 우리, 결혼할 수 있을까용.

준호는 잠히 멍하니 어둠 속에 반짝이는 명헌의 눈동자를 바라보다가 얼굴을 조금 틀어서 손바닥 안에 키스했다. 무슨 고민응 하나 싶었는데, 안쓰럽기도 귀엽기도 해서 준호는 장난스럽게 말했다.

- 내 프로포즈가 그렇게 별로였던거야?

- 바보뿅. 그런 뜻이 아니란거 알잖아용.

어느새 잠이 완전히 달아나버린 두 사람은 그저 침대 안에서 속삭이며 서로를 찾아 품에 안겼다. 준호가 피식 웃었다. 명헌아, 네 걱정이 뭔지는 당연히 알아, 그치만 우리는….

- 할 수 있어.

- 어떻게 알아용?

- 내가 널 많이 사랑하니까.

준호가 품에 동그란 머리를 꽉 끌어당기며 말했다. 그 말처럼 가슴 아래서 주먹만한 심장이 쿵쿵 뛰고 있었다. 명헌은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아 뾰로통하면서도 사랑에 못이겨 사르르 마음이 녹고 말았다.

- 그 말 책임져뿅.

- 당연하지, 명헌아.

이제 자자. 준호의 말을 끝으로 둘은 다시 눈을 감았다. 안정과 애정이 가득한 밤, 둘의 결혼식이 딱 2주 남은 어느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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